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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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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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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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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글자
12쪽

#12 두더지 모드

DUMMY

"개코 둘! 개코 둘! 현 위치서 피격 보고합니다. 피격 판정 둘. 적은 14시 방향 50미터 거리. 노출 식별되지 않음. 엄폐물 부족. 접근 불가. 지원 바람."


병사는 잔뜩 웅크린 채 열심히 무전을 넣었다.


지원받으면, 적을 잡을 수 있다!


"위치 사수. 반복한다. 위치 사수. 적극적인 교전으로 적의 발을 묶어놔라."


본부는 이들이 교전을 벌이는 동안, 지원군을 투입해서 적을 사살할 계획이었다.


적을 사살하기 위해 이들을 버림돌로 쓰는 것이었지만,


"확인했다. 바로 교전하겠다."


병사들은 명령에 따랐다.


자기 자신보다 전체를 위해 행동하는 게 몸에 밴 상태였다.


병사는 14시 방향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운이 좋으면 맞을 것이요. 운이 나빠도 시간은 벌 수 있다.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그들은 순식간에 전멸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피격은 50미터 거리에서 날아온 게 확실했는데, 교전 후의 사격은 바로 3미터 거리에서 발생했다.


당연한 지형지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은닉한 적군이었다.


총부리를 보지 못했다면, 자연 배경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가서 쉬어라. 무슨 무전을 목에 핏줄까지 세우면서 치냐. 평양까지 들리겠다."


특전대원은 어른스럽게 한마디 하곤, 슬며시 사라졌다.


병사들은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당했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이게 멸주구나."


작전 시작 두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



27 특전대 저격수는 얇고 길쭉한 목탄 스틱으로 팔목에 바를 정(正)자 두 개를 완성했다.


장거리 저격으로 열 명을 해치웠다.


그저 숨어만 있어도, 승리가 약속된 게임이지만, 그건 지루하다.


치팅 패널로 병사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데, 숨어서 시간 죽일 이유 없다.


빨리 끝내는 게 서로 좋다.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앗! 이게 뭐야!


운 나쁘게 맞은 것 같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병사가 대충 겨누고 쏜 레이저에 걸릴 때가 있다.


이런 이유로 2년에 한 명꼴로 특전대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한다.


혼잣말로, ‘아! 진짜 운 더럽게 없네!’ 욕지거리하고 있을 때,


“빨간 깃발 올려주십시오.”


왼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명료하게 들릴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어떻게?


패널을 보면, 아무 표시도 없는데.


저격수는 멍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봤다.


“깃발 올려주십시오. ”


군인은 안 보이는데, 헛소리를 들은 건가?


“교전 규칙에 따라, 사망 판정 후 바로 빨간 깃발을 들지 않으면, 해당 부대 패배 판정 규정 있습니다.”


저격수는 어쩔 수 없이 조끼에서 빨간 깃발을 꺼냈다.


그제야 썩은 통나무 밑에서 슬기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



“경수, 아웃 됐습니다. 도탄에 맞았거나 감지기 작동 오류겠죠.”


최인영 대위와 한 조로 움직이던 정지웅 부사관이 보고 했다.


생존 신호가 끊겨서, 무전 넣었지만, 수신 보고가 없다.


이번 훈련에 참여한 27 특전대의 부대원은 최인영을 포함해서 모두 7명.


두 명이 한 조로 움직였지만, 저격수 조경수만 혼자였다.


계곡 건너편 포지션이라, 안전할 줄 알았는데,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모든 상황을 통제해도, 운이 나쁘면 어쩔 수 없다. 정지웅 부사관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고가 아니야.”


최인영은 주위 경계하며 말했다.


러기드 태블릿으로 수색 병사의 위치를 볼 수 있기에, 사주 경계는 무의미했다.


저격수인 경수가 아웃 되기 전까지는,


“운 나쁘게, 도탄에 맞은 거라면, 경수가 겁나 쫑알댔겠지.”


최인영 대위는 자세를 낮췄다.


그가 있는 곳은 경수가 있던 곳에서 멀지 않았다.


사망 판정 후 무전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경수는 그런 걸 꼼꼼히 지킬 녀석이 아니다.


그런 녀석이 조용히 뒤로 빠졌다는 건,


“근거리 조준 사격에 당한 거야.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무선도 사용하지 못했겠지.”


“에이 설마요. 이게 있는데,”


부사관은 전자 잉크 패널을 흔들어 보였다.


“그거 믿고 있다간, 우리도 경수 꼴 난다. 경수를 롱슈터에 배치한 건, 파트너랑 같이 있으면, 말 많아서잖아. 그런 녀석이 아웃과 동시에 침묵했다?”


근거리 사살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최인영 대위는 대원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전달했다.


패널을 믿지 말 것.


경계 수준을 높일 것.


그리고, 두더지가 될 것.


“오렌지 ···. 몰빵은 내가 맡겠다.”



*



"지휘 본부, 사살된 유닛이 현장 조사를 방해합니다. 확인 사살 반복하겠습니다."


찬은 경수 가슴과 헬멧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경수의 조끼 속 감지기에서 '띠링띠링' 알람이 났다.


"그만 쏴! 깃발 들었잖아."


"뒤에 숨긴 태블릿 확보하겠습니다. 길 막지 마시고 비켜주세요."


경수는 주춤했다.


태블릿을 넘기면, 27 특전대가 가진, 해킹 맵 치팅이 들통난다.


"교전 수칙에 따르면, 사망 판정 후, 작전 방해할 경우, 팀 전체가 패배하는,"


"알았어! 가져가!"


경수는 태블릿을 재빨리 꺼서 넘겼다. 암호 패턴을 모르면 켜지 못한다.


찬은 오동나무를 등진 채, 쭈그려 앉아, 간단하게 태블릿 암호를 풀었다.


암호 패턴 정도는 사살 전에 이미 훔쳐봤다.


경수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본부. 액션 캠으로 현장을 전송합니다. 적군은 아군 위치가 표시되는 패드를 갖고 있습니다.”


찬의 설명과 함께 실시간 현장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여기는 둥지. 내용 확인했다. 소속과 계급을 밝혀라.’


“개코, 상병 슬기찬. 적군 길리 슈트를 획득, 사용하겠습니다.”


슬기찬은 경수를 빤히 쳐다봤다.


어서 은닉 슈트를 벗으라는 압박이었다.


‘여기는 둥지. 지원이 필요한가?’


“위치 정보 실시간 노출은 교전 수칙 위반으로 판단됩니다.”


‘통제 본부에 확인해보겠다.’


“허락해주시면, 단독 작전으로 적을 몰살하겠습니다.”


너무나 대범한 보고였다.


둥지의 통신병은 주위의 장교들을 둘러보았다.


장교들은 어처구니없는 표정들이었다.


어쩌다 운 좋게, 얻어걸려서 저격수 잡은 거 같은데,


통신병이 우물쭈물하자, 작전 장교가 통신병의 마이크를 가로채서 말했다.


“슬기찬 상병, 부탁하겠네.”


찬은 대답하지 않고, 무선을 끊었다.


“몰살? 너 까불다가 개박살 나는 수가 있어!”


경수가 험하게 말했다.


고작 상병 따위 짬지가 홀로 특전대 전체를 몰살시키겠다고?


세상 그렇게 말랑하지 않다.


“실전이었으면, 넌 내 그림자도 못 보고, 향냄새 맡았어!”


“레드 깃 높게 드십시오. 곧 통제관이 수거하러 올 겁니다. 저격 소총 좋아 보이네요.”


“야! 이건 건들지 마! 이건 내가 아끼는,”


경수가 꿈틀거리자, 찬을 바로 무전을 넣었다.


“본부, 사살된 적군이 작전을 방해하려 합니다. 교전 규칙에 따르면, 사살된 후 작전을 방해하면 소속 부대 전체가,”


“그만 해! 자식아! 지금 이렇게 깃발 들고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잠시 후 통제관이 와서 경수를 수거해갔다.


인계될 때, 경수가 찬에게 물었다.


“너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접근했어?”


“이 근처에서 이 오동나무가 가장 튼실하고, 넓은 나뭇잎도 많이 달려 있습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내가 저기 저 바위에 숨었을 수도 있잖아!”


“바위는 차갑잖아요.”



*



작전 본부 장교들은 찬이 보내온 영상과 사진을 살펴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위치 정보 노출은 치명적이다.


숨을 곳이 많은 험한 지형에서 제대로 훈련받고,


최신형 군사 무기를 가진 자가 적군 위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면,


그는 무적이다.


그 무적을 몰이사냥으로 잡으려면, 1대 80 이상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동안 이렇게 했단 말이지!”


연대장은 솟구치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부대원을 잃었던가! 부대원을 잃고, 패배할 때마다 사단 전체의 평가와 명예도 덩달아 떨어졌다.


그는 통제 본부로 연락해서, 27 특전대가 치팅 한 게 아닌지 따져 물었다.


치팅은 명백한 교전 수칙 위반이었다.



한참 후에 답변이 왔다.


“치팅 아닙니다. 상황 공유하지 않았지만, 위치 정보는 항상 제공되어왔습니다. 실전에서 특전대는 감시 위성과 드론을 통해, 적군의 위치와 시설의 보안 상태를 모니터링받습니다. 모의훈련은 실전과 비슷한 조건으로 진행 ···,”


설명이 긴 걸 보니, 치팅이 맞다.


다만, 치팅이라고 하면, 오늘 훈련뿐 아니라 지금껏 해왔던 모든 훈련이 쓰레기가 된다.


치팅이어도 치팅이면 안 됐다.


온갖 부조리에 단련된 연대장은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알겠습니다.”


그는 순순히 물러섰다. 지휘 본부 수뇌부들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다.


참모들이 있는 곳에서 상급자와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옳지 않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순 없었다.


“우리 연대가 작전 성공하면, 일주일간 특별 급식 지원해 주십시오.”


특별 급식 지원.


연대장 판단으론, 이 정도가 적절했다.


다 먹고 살자 하는 짓이고, 승리는 좋은 만찬이 될 것이다.



적은 여전히 치팅 중이지만,


우리에겐 꽁초의 주인, 금강 천재가 있다.


널리 부대를 이롭게 하는 자.


연대장은 남몰래 찬을 응원했지만,

남들도 연대장 몰래 찬을 응원하긴 마찬가지였다.



*



저격수는 아웃 됐다.


동시에 최인영 대위는 두더지 명령을 내렸다.


두더지는 교전을 피하고, 최대한 은폐하라는 명령이었다.


모의훈련은 일주일 동안 진행되지만, 항상 그전에 끝났다.


특전대에 의한 일방적인 수색부대 전멸.


다른 결말은 없었다.


어찌 보면 서로 편한 흐름이었다.


야외에서 일주일 숨어 있는 것도 힘들고, 야밤에 수색하는 것도 위험했다.


적극적인 교전으로 훈련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원하는 것이었다.


“대위님답지 않게, 예민 떠시네.”



은신처로 이동하던 대원이 불평했다. 이미 수색부대의 10% 이상을 처리했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내일 해가 떠오르기 전에, 훈련을 끝낼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두더지라니.


“쿨러에 캔맥주 있어.”


파트너 가볍게 말했다.


“캔맥주?”


대원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캔맥주는 뭐니 뭐니해도,


야외 훈련 중에 마시는 캔맥주가 가장 맛있다. 걸리지만 않으면,


그중에서 최고는 두더지 모드로 마시는 캔맥주였다.


은신처는 일반인이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위장되어 있었다.


둘은 발자국이 남지 않도록 부러진 나뭇가지가 쌓은 곳을 골라 걸으며,


바위 틈새에 있는 구멍으로 들어갔다.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둘의 전투 조끼에 있는 스피커에서 동시에 알람이 울렸다.


알람이 울리기 전, 둘은 보았다.


은신처 끝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총소리를.


아! 쥐새끼가 들어와 있었구나!


하지만 어떻게?


들어오기 전, 스크린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본부. 두 명 사살. 확인 요청.”


찬은 차분하게 통신했다.


“확인 완료.”


“두 분 깃발 들고 계세요. 통제관이 오실 거예요.”


“깃발 들기 전에, 네 총부터 확인해야겠다. 네 총이 작동 불량 상태일 수도 있잖아.”


말도 안 되는 트집이었지만, 찬은,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띠링띠링. 피격당하셨습니다. 사망 판정.'


방아쇠를 당겼다.


“이 총으로 확인 사살했습니다. 제 소총은 넘겨드릴 수 없고, 이 총은 확인하셔도 좋아요. 이 총에 죽은 전우가 열 명입니다. 이 총, 작동 불량이면, 10명 부활해야 합니다.”


찬이 내준 총은 경수의 저격 소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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