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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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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0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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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 초권능 인생 (超權能 人生)

DUMMY

재능이 넘쳐도, 인생 갈아 넣지 않으면, ‘레벨’이 되지 못하는 곳이 해커의 세계다.


새로운 기술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찾아내야 한다.


쉬지 않고 열심히 해도, 퇴물이 되는 곳인데,


김혁민은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슬기찬은 학교 공부와 메타 연산을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놈의 학업 성적이 그것을 증명한다.


해킹이나 IT 보안을 공부할 시간은 압도적으로 부족했을 텐데,


‘인공지능도 뚫는, 내 해킹을 막는다고?’


슬기찬도 나랑 같은 사람이다.

절대 가능할 리 없다.


배후가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메타 연산은, 초능력이 생기는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찬이 '메타 알고리즘'을 완성했다면?


네이처 논문은 메타 알고리즘의 가능성만 보였다.


그래서 슬기찬도 ‘알고리즘’에 이르지 못했다고 여기지만,


찬의 스마트폰이 메타 알고리즘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런 거라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슈퍼포지션을 일반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면, 스마트폰은 손안에 양자 컴퓨터가 된다.


메타 알고리즘 운영체계라면,


김혁민은 혀를 깨물었다.


그의 알고리즘으로 메타를 뚫을 수 없다.


반대로 메타는, 모든 알고리즘을 뚫는다.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인공지능 해커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메타까지 등장하면,


그와 같은 기존 해커는 ‘멸종’한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살아남아도, 좋은 ‘통닭’이 될 뿐이다.


‘완벽한’ 메타 알고리즘은 상온 핵융합 같다.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고, 언제 이뤄질지도 모른다.


슬기찬이 성공했을 리도 없다.


성공했다면, 네이처로 논문을 보내는 대신, 세상을 입맛대로 ‘재구축’했을 것이다.


군 시스템에 들어가서, 면제받았을 것이다.


놈이 군에 갔다는 건,


메타 알고리즘이 아직은 상상 속 유니콘이라는 뜻이다.


‘괜한 걱정이겠지. 그래도 혹시 몰라.’


김혁민은 자신의 노트북을 점검했다.


다행히 해킹 흔적은 없었지만, 그의 촉이 발동했다.


컴퓨터가 사용한 전력량과 계산량 그리고 로그 파일을 비교해봤다.


일치하지 않았다.


미묘한 불일치.


로그 파일에 기록되지 않은 ‘계산량’이 있다는 뜻이다.


내 노트북에 내가 모르는 계산량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왔다 갔구나!'


이제 놈은 내가 누군지 안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



슬기수는 생활지원금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독립 유공자였고, 아버지는 민주화 투사였다.


슬기수도 옳은 일 한 번 하겠다고, 중랑천에 뛰어들었다.


아이는 무사히 구했지만,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어린 찬이 물꼬를 터준 생활지원금.


정말이지 이 돈이 없었다면, 길거리에서 속절없이 굶어 죽었다.


그런데,


“왜 액수가 줄었지?”


계좌에는 절반 이상 깎인 금액이 꽂혀 있었다.


요즘 꾸준히 운동해서, 밥도 더 먹는다.


액수가 줄면 안 된다.


주민 센터에서 어찌 된 일인지 확인했다.


“교육 급여가 없어졌어요.”


“왜?”


“아드님이 고등학교 졸업하셨잖아요. 교육 급여는 고등학교까지만 나와요.”


‘거봐! 기찬이가 생활지원금 날릴 거라고 했잖아! 어서 빨리 기찬이를 다시 고등학교로 보내!’


구일구가 히스테릭하게 꿈틀거렸다.


“아들, 고등학교에 보내면 되지?”


“그건, 안 돼요.”


담당자의 눈 밑이 꿈틀거렸다.


생활지원금에 맛 들인, 사람 중 그것을 지키려고, 가족을 볼모로 잡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 부류는,


금액이 줄어들면, 멱살잡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담당자는 늘 그랬듯, 플랜B를 제시했다.


“선생님이 할만한 일자리를 알아봐 줄 순 있어요.”


담당자는 상담하러 오시는 나이 든 분들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틀린 표현은 아니었다.


선생님, 먼저 태어난 사람.


“내가 뭘 할 수 있어? 머리가 깨져서 밥 먹는 것도 힘든데,


침대 위 식물인간이 뼈 깎는 노력으로 간신히 걸어 다니는 거야!


병원에서도 걸어 다니는 기적이라 했어! 내 기록 보면, 어떤 상태인지 잘 알잖아.


그런 나에게 일자릴 찾아준다고? 건널목 도우미 하다가, 발작해서 난리 났던 거 몰라!”



잘 안다. 그것 때문에 주민 센터가 한바탕 뒤집혔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기수의 말을 키보드로 받아 적었다.


그러자, ‘줌21’이 슬기수에 맞는 일자리를 검색했다.


줌21은 정부가 운영하는 인공지능으로 민원 해결에 특화된 캐릭터였다.


“그냥 누워계시는 건 할 수 있으세요?”


“그런 일이 있다고?”


“조건만 맞으면, 한 시간에 십만 원 준다네요.”


“답답하네! 날 봐. 내가 어떻게 조건을 맞추겠어!”


“딱 선생님을 위한 일자리입니다. 조건은 심각한 뇌 손상을 가진 사람으로,”


담당자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슬기수의 표정은 조금씩 편안해졌다.


설명을 끝냈을 땐, 슬기수의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기수가 공손하게 물었다.


“거기 어디예요?”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존댓말 모드’가 작동했다.


“그쪽으로 선생님 번호 보낼게요. 거기서 검토 후, 연락이 갈 겁니다.”


‘할 수 있겠어? 누워 있다가 발작 터지면, 쫓겨날 거야.’


구일구가 투덜댔다.


“일구야. 너도 들었잖니. 누워 있다가 발작하면, 발작 수당 나온다고! 당당하게 발작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니!”


기수는 맑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좋은 세상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고맙습니다!



*



2년 전,


청운 고등학교.


찬이 사용하는 은하수 탭은 공모전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이었다.


OLED보다 우수한 나노 LED가 적용되었고, 당시 최강으로 불리던 윙드래곤 AP가 들어갔다.


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기감도 매킨 에어보다 낫다.


찬은 학교 과학실에서 은하수 탭을 직접 뜯어보고, 부품을 확인했다.


인터넷으로 회로도를 미리 확인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이런 물건을 이 가격에 만들어내는 세상이라면,


메타 연산도 가능할 텐데?


어디선가 메타 연산자들이 모여, 연구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만일의 하나, 이 세상에 메타 연산자가 없다면?


그리고 메타 연산자가 성향이 ‘어둡다면’?


찬은 스스로 보호해야 했다.


해외 직구로 구한 맞춤용 칩과 컨트롤러를 장착하고, 운영체계 로직 일부를 직접 손봤다.


그리고 확인했다.


메타 연산 기반 운영체계가 은하수 탭에서 작동하는 것을.



*



네이처로 공개한 메타 연산 내용은,

기초 중에서도 기본만 보인 건데,


세상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극렬했다.


메타 열병에 시달리는 것 같다.


찬은 자신이 똑똑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운이 좋았다.


나에겐, 존경하는 ‘아버지’가 있다.


모든 것은 거기서 시작된다.


찬은 어두운 방구석에서 탭의 화면을 들여다봤다.


오늘도 누군가 ‘열린 문’으로 들어왔다.


드나드는 것들이, 너무 많다.


조용히 드나드는 것은 그나마 예의가 있는 편이었고,


어떤 것들은 흔적을 남기고 봇까지 심어놨다.


부대에 있을 땐, 정리함에 넣어 뒀던 스마트폰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로직 체크로 보니, 스마트폰이 통째로 복사되어 있었다.


세상이 이런 것인가?


씁쓸했다.


해킹 때문이 아니라, 그 수준이 너무 낮아서,


메타 연산 때문인 거 같은데, 해킹할 시간에 그들만의 메타를 연구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왜?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엿보기에 열을 올리는 걸까?


이유는 하나였다.


'나를 얕잡아 본 거야.'


늘 겪었던 일이다.


‘최고 지성’이 노니는, 세상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든, 똑같다.


찬을 시기하던 사람은 언제나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학업 성적을 따라가지 못해, 찬의 책을 훔치거나, 찬을 음해하는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리는 인간이 여럿이었다.


그들은 앞에서 웃으며 인사하며, 뒤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치고 망가트리려 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런 사람이 있다.


군대에서도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괜한 트집을 잡고, 자체 발광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찬의 대응법은, 더 단단해지고, 더 빈틈을 보이지 않기였다.


그리고 성장한다.


이름하여 ‘초권능 인생’



*



메타 연산을 기반으로 만든 운영체계 이름은 ‘바이칼’이었다.


스마트폰을 복사해도, 바이칼과 호리병 공간은 ‘고윳값’을 유지한다.


고윳값은 데이터의 영혼이었고,


복제되지 않는다.


지금은 바이칼과 호리병 공간이 반도체에 ‘기생’하지만,


머잖아,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 바이칼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자생 하드웨어’를 만들 것이다.


바이칼은 슬기찬이 키우는 애완동물과 같았다.


지금은 사정이 여의찮아, 실리콘 반도체에서 키우지만, 너무 좁다.


기찬은 바이칼이 정리한,


열린문으로 드나드는,

‘손님’의 명단을 살폈다.


VPN(가상 사설망)으로 드나들어서,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순 없지만, 앙상블 확률을 사용하면, 국가 단위 분류가 가능했다.


미국, 미국, 미국, 미국 ···. 그리고 한국, 영국, 중국, 일본, 스웨덴 순이었다.


바이칼은 봇을 심은 손님 이름을 굵은 글씨로 강조했다.


바이칼은 악성 봇을 박멸할 수 있지만, 훨씬 적극적인 조치를 원했다.


‘에인 타하트 에인, 샨 타하트 샨.’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표현이었다.


"꼭 그래야겠니?"


찬이 조용히 묻자, 바이칼은 굵은 글씨를 반짝였다.


‘아우스타Iusta 울티오ultio 이우스ius 에트et 옴피키움officium est.’


정당한 복수는 의무이자 권리라는 뜻의 라틴어였다.


법 제도가 엉망이었던 시절, 개인의 복수 역량이 중요하겠지만.


요즘은 웬만한 복수는 국가 기관에 맡기는 게, 가성비가 좋다.


가장 좋은 선택은 복수해야 할 일을 겪지 않는 것이지만.


내가 잘한다고 해서, 교통사고 안 나는 것도 아니고,


찬은 이 정도는 모른 척 조용히 지나가는 게 최선인 것 같았지만,


적극적인 조치는, 바이칼이 ‘성장’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땐, 싸우면서 크는 거니깐.



*



1시 필기시험 합격, 2시 기능시험 합격, 3시 도로 주행 합격.


간단하게 운전면허를 땄다. 집으로 돌아갈 때, 작은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간 곳은, 다이나믹 떡볶이.


“오! 요즘 떡볶이는 요리로 나오네!”


아버지는 무척 흡족해하셨다.


그는 떡볶이에 감탄했지만, 찬이 몰고 온 자동차와 떡볶이가 생활지원금을 축낸 게 아닐까? 걱정했다.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그의 정신 상태는 회복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이 아프다.


“군대 월급은 생활지원금에 영향을 안 줘요.”


“아! 그래.”


아버지는 떡볶이에 있는 치즈 스틱을 드시곤,


“생각해봤는데, 군대보다 고등학교가 편하지 않니? 고등학교 다시 가는 거 어때?”


“···?”


아버지의 더할 수 없이 진지한 모습에 찬은 미소 지었다.



생활지원금은, 아버지에게 소중하다.


그것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거룩해 보였고, 고마웠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너무 보기 좋았다.


아버지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이었다.


오래된 의문이 고개를 다시 쳐들었다.


아버지는 왜 나에게 돈을 달라고 안 하실까? 얼마든지 드릴 수 있는데,


아버지의 자존심을 건드릴까 봐, 그동안 묻지 않았는데, 이번에 말해볼까? 돈 필요하시면, 주겠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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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피가 뜨거워진다 +15 23.12.13 2,073 85 12쪽
28 #28 인간의 스펙트럼은 넓다 +10 23.12.13 2,063 79 15쪽
27 #27 폐기 김밥 특유의 감칠맛 +8 23.12.12 2,081 82 14쪽
26 #26 나는 마법이다 +3 23.12.12 2,213 82 16쪽
25 #25 나에겐 아버지가 있다 +6 23.12.12 2,172 85 13쪽
24 #24 돈으로 혼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10 23.12.11 2,191 86 13쪽
23 #23 내가 아는 세상은 사라진다 +6 23.12.11 2,229 85 15쪽
22 #22 나는 너를 버리지 않아 +14 23.12.11 2,332 81 14쪽
21 #21 놀부의 날 +4 23.12.10 2,363 77 13쪽
20 #20 엿보는 자, 스코페우스 +11 23.12.10 2,499 8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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