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글동그림 님의 서재입니다.

차카게살자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8.28 16:34
최근연재일 :
2012.08.28 16: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6,242
추천수 :
1,196
글자수 :
61,943

작성
11.10.21 13:38
조회
23,506
추천
111
글자
13쪽

<차카게 살자> Chapter 03. (3)

DUMMY

고시원에서 왔다고 하니까, 정육점 주인은 바로 알아차렸다.

“장한나씨 심부름이야? 오늘은 학생이 새 손님인가 보군.”

그리고는 저울에 쟀던 고기에 한 점 더 얹어서 쓸어주기 시작했다.

“올라가면, 장한나씨에게 가끔 놀러 오라고도 하고.”

정육점의 30대는 되어 보임직한 아저씨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곳을 나섰다.

이제 겨우 21살이라는 그 여자는 수단이 좋다고 해야 하나, 또는 인간성이 좋아서 인정받고 있는 것일까?

문득 가진 것은 없어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주근깨 숙녀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장한나의 솜씨는 훌륭했다.

김치와 돼지고기 외에 들어간 것이라곤 양파와 파가 전부인 것 같은데, 김치찌개는 바닥을 드러내자, 거기에 밥을 볶아먹을 정도로 사람들은 즐겁게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지만, 나도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소맥을 마신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다. 한 몇 년 되나?

“얘, 도대체 뭐야? 술담배는 전혀 할 줄 모르는 놈 같더니....”

돌쇠 아저씨가 내 뒤통수를 툭 치면서 농을 건다.

“하지 마요.”

그 말에 나는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면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엄마가 용돈은 충분히 주고 갔냐? 돈 허투루 쓰지 말고 한 번 놀러 와. 내가 잘 해 줄게.”

이태원 체리블루 나이트에서 웨이터를 한다는 이승기가 물었다. 당연히 본명이 아니다. 하지만 벌써 이승기라는 이름으로 몇 년째 한 자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아예 이승기라고 불리운다. 자기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원하고.

“야, 나이트에 가서 노는 게 허투루 쓰는 게 아니야?”

“어차피 흐지부지 사라질 거라면, 그렇게 화끈하게 쏘는 게 더 깔끔하잖아요! 알지? 내가 깔쌈한 애들로 부킹시켜 줄 테니까.”

나는 그들의 대화를 정정해 주었다.

“엄마 아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럼?”

그제야 나는 생각이 났다.

용돈.... 종이봉투에 담겨 있던 18만 원이 전부다. 동전까지 챙겨서 주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것 외에 앞으로는 일절 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강한 표현인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

“아....”

내게는 한 번의 기회, 네 개의 숫자가 있다.

이제야 그것에 생각이 이르다니.

“훗....”

헛웃음만 나왔다.

“웃기는 녀석일세. 혼자 실실 거리기는....”

노동판에서 일용직으로 일 한다는 돌쇠 아저씨가 또 내 머리를 툭 친다.

“아, 쫌....”

처음에 한두 번이야 귀여움성 인사라고 받아줄 수 있지만 버릇이 되면 안 된다. 그러면 개나 소나 다 머리를 칠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머리 속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담배빵이 이럴 때마다 욱신거렸다.

“엄마가 아니면 뭔데?”

‘아버지의 목숨값을 훔쳐간 도둑년!’

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나는 그냥 삼켰다.

다르게 생각하면 나 역시 이익수 씨의 목숨값을 받을 자격이 없는 셈이다. 그의 친자는 이미 죽었고, 나는 그 아들의 육체를 빌려 쓰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결국 이익수의 진짜 보험수익자는 수아와 강하인 셈이니, 제 자리를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내가 대답을 안 하자,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문다.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방학인데, 뭐 할 거야?”

맞은편에 앉은 용산여고 1학년생인 은미라가 묻는다. 그녀는 홀아버지랑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부도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미라만 이곳 고시원에 들어왔는데, 은근슬쩍 아버지도 같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한 방에 말이다.

“돈 벌어야지.”

나는 무감각 하게 대답했다.

미라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가 들어왔다고 좋은가 보다. 하지만 돈 벌어야 한다는 내 말에 실망을 한 것 같다. 어쩌면 같이 놀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본데, 그게 아니니까!

“뭐로?”

“글쎄....”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했다. 아직 미성년자에 학생 신분이고,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전생에도 대학 들어가자마자 고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로지 앞만 보고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미련한 삶이었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뭐, 권해 주실 만한 거 있어요? 이제부터는 제 용돈이랑 학비 모두 제가 벌어야 하는데....”

“피팅 모델!”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은미라가 대답했다. 마치 내가 그 소리를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기만 바라보자, 은미라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콜라만 마셨다.

“그건 키가 커야지.”

“아냐! 요즘은 키 작아도 할 수 있어! 옷발만 좋으면 돼.”

사람들은 더 이상 은미라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알바 하면 여기 한나씨가 갑이지.”

“정말 억척아가씨라니깐!”

“지금도 투잡이지?”

“쓰리잡일 걸요, 주말에도 도우미로 나가는 것을 보면. 나는 한나씨가 쉬는 것을 못 봤어.”

사람들의 말에 나는 장한나를 바라보았다. 장한나는 굳이 그들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할 수 있을 때 벌어야죠!”

장한나는 당찬 표정으로 말했다.

“함 말 해 보라고. 월수입이 얼마나 되는데?”

중년의 돌싱, 돌쇠가 궁금한 듯이 묻는다.

“삼백? 사백?”

사람들이 모두 그녀만 바라보니까, 장한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 이제 정리를 하자구요. 설거지는 남자들이! 미라는 테이블이랑 의자 정리하고. 무엇보다 죽을 상을 하고 있던 신입이 이제는 얼굴을 폈으니까, 송장 치울 일은 없겠죠. 아, 오랜만에 시체 닦는 알바 하나 했는데....”

그러면서 장한나는 나를 향해 눈을 깜박거렸다.


***


나는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았다.

단 일 회에 한하여 네 개의 숫자.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경마장....”

우승마와 준우승마! 두 개의 숫자밖에 안 된다. 나머지 숫자 두 개는 버리는 셈이다.

그래봤자, 배당률도 속칭 999는 일 년에 한 번 터질까 말까 한 것이고....

“주식?”

주식에는 많은 숫자들이 등장한다. 종목 코드에 종합주가지수, 코스닥도 있고, KOSPI 500도 있는가 하면, 최저가, 최고가, 현재 호가 등등에 52주 평균선에 최저가와 최고가 등 너무나 많은 숫자가 등장한다.

모르는 사람들은 주식으로 떼돈을 벌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금일은 위로 15%, 밑으로 15%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그것을 상한가, 하한가라고 부른다. 아무리 시황이 좋아도, 오늘의 최고가는 그것 뿐이라는 소리다. 물론 매일 그렇게 때려서 일주일이면 두 배, 한 달이면 16배가 되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한 번의 기회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아, 선물 시장!”

나는 옳거니 하면서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선물 시장에서는 간혹 몇 백 배 짜리 대박이 터지곤 한다.

“에에이....”

나는 곧바로 풀 죽은 목소리로 늘어져 버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 이게 문제다.

선물 시장의 대박은 누군가 쪽박이라는 의미다.

내가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았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서 그 가격으로 샀다는 의미이고, 그 사람은 그야말로 패가망신한 셈이다. 결국 선물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는 조건에 위배된다.

“하, 참....”

나는 이 조건이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의 기회에 숫자 네 개!

그것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

로또 숫자 네 개를 맞추면 4등이다. 4등 상금이라고 해 봐야 고작 5만 원 내외.... 결국 염라대왕이 준 기회라는 것도 네다섯 배 정도의 수익이면 합당하다는 판단이다.

나보다 먼저 인생을 두 번 산 놈들이 부러웠다.

처음에는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조건 없이 한 번의 기회였다고 하고....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더라도 로또 1등을 원하면 되었을 텐데 말이다.

“가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단 한 번의 기회, 네 개의 숫자!

그럼 최소한 로또 4등은 당첨된 셈이다. 나머지 숫자 두 개만 잘 고르면 3등도 될 수 있고, 2등도, 정말 재수 좋으면 1등도 될 수 있다.

일렬 번호 하나 당 천 원!

단 돈 천 원 투자해서, 백만 원을 벌면, 천 배 장사다. 그런 장사가 또 어디 있을까!

순간 나는 퍼뜩 스치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45개의 숫자 중에서 당첨 번호 네 개를 빼면 나머지는 41개의 숫자다.

41개의 숫자 중에서 두 개의 숫자가 정답이다.

이 때 발생하는 경우의 수는 모두 41x40/2=820이다.

확률은 1/820!

하지만 1등 당첨을 빼고 나머지 819개 모두 꽝이 아니다. 적어도 4등이다.

거기에 이 1/8200의 확률이 820개 모두 다 사면 1등 당첨 확률 100%다.

간단히 말해서 당첨번호 1,2,3,4번 찍고 나머지 (5, 6)번부터 (5, 7), (5, 8), ... (6, 7), (6, 8), ....을 거쳐서 (44, 45)번까지 모두 1640장을 사 버리면 그 안에는 무조건 1등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820장 다 사 봤자, 82만 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1등이 14억원이란다.

게다가, 1등 당첨 번호를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모든 번호는 백 만원 짜리다. 네 개의 숫자가 맞으면 4등이고, 나는 이미 네 개의 숫자를 알고 있으니까 무조건 4등이다.

그리고 4등이 5만 원이니까, 천 원짜리가 5만원으로 둔갑을 하는 셈이다. 무려 50배 뻥튀기! 82만 원 투자해서 최소 4억천만 원 버는 거다.

“아자!”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그 뿐 아니다.

그 안에는 2등, 3등, 4등이 다 들어있다.

“가만, 계산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종이를 꺼내서 계산하기 시작했다.

당첨번호를 1, 2, 3, 4, 5, 6에 보너스 번호를 7이라고 하자. 그 중에서 나는 1, 2, 3, 4 이렇게 네 개의 숫자를 알고 있다.

당첨번호 1, 2, 3, 4번을 제외하면 41개의 숫자가 남고, 숫자 (x, y)의 조합이 820개 만들어지고.

(5, 6)은 1등이다.

그리고 (5, 7), (6, 7)은 2등이다. 5개의 숫자와 보너스가 맞은 거다.

5개 숫자가 일치하는 3등은 무척 많아진다.

숫자 조합 (5, 8), (5, 9), (5, 10) ....(5, 45)까지 무려 38개에 숫자 조합 (6, 8), (6, 9), ....(6, 45)까지 역시 38개, 합 86개의 3등이 그 안에 있다.

그리고 전체 820장 - {1(1등)+2(2등)+86(3등)}=731장이 모두 4등이다.

4등 상금만 해도 5만원 x 731장=3억 6천5백50만 원!

“하하하하....”

나는 바닥을 뒹굴면서 웃기 시작했다.

1등을 16억원 이라고 가정한다면, 합쳐서 약 20억원.

2등 7천만 원이 두 개니까 21억5천만 원.

3등 150여만 원짜리가 86개니까 1억2천9백만 원. 모두 합쳐서 23억원 정도 된다!


-당신, 정말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요! 백여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부활의 기회인데....

머릿속으로 천상선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크. 정말 마음에 드는 친구로다. 이봐, 선녀. 조건에 위배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인데.... 저 친구를 비난하고 싶으면 그 전에 어설픈 부활의 행운부터 없애라고.

이번에는 저승사자다!

-어쨌거나 당신 이후에 이런 기회를 잡는 사람에게는 더욱 가혹한 조건의 기회가 제공될 거에요.

“하하하하....”

꿈 속에서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박장대소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저승사자의 말이 맞다.

조건이 위배되는 것도 아닌데 뭐! 그 안에서 나는 최대의 수익을 낼 뿐이다.

나는 정말로 오랜만에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환생한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Chapter 04. 로 계속 됩니다. ^^)


작가의말

이 부분은 이게 초안이라 살짝 바꿀까 생각합니다.


음....
무엇보다 천상선녀와 저승사자가 지금 나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적당히... 주인공 '나'가 로또에 당첨이 되고, 당첨금을 받을 때가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우선 정규연재를 신청하려 합니다.
분량이 될 것 같은데, 굳이 자유연재 카테고리를 받고, 그 다음에 정규 연재로 가느니, 차라리 그냥 바로 정규연재로 갈까 합니다.

작가 연재에 계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내일 뵙겠습니다.

그럼 세 자리 수 클릭을 향하여.... 아! 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카게살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차카게 살자>임시 연중 공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1 11.11.21 6,664 4 -
14 오오옷. <해피홀리데이> 카테고리가 나왔어요. +1 12.08.28 1,472 4 2쪽
13 <차카게살자>를 끝내고, <해피홀리데이>를 시작할까 합니다. +8 12.08.21 1,954 6 2쪽
12 <차카게 살자>연재에서는 못다한 이야기들... +32 11.11.23 15,023 36 7쪽
11 <차카게 살자> Chapter 04. (1) +17 11.10.23 26,656 95 14쪽
» <차카게 살자> Chapter 03. (3) +32 11.10.21 23,506 111 13쪽
9 <차카게 살자> Chapter 03. (2) +22 11.10.21 23,455 107 14쪽
8 <차카게 살자> Chapter 03. (1) +26 11.10.20 23,324 98 10쪽
7 <차카게 살자> Chapter 02. (3) +17 11.10.20 23,116 97 14쪽
6 <차카게 살자> Chapter 02. (2) +26 11.10.19 23,372 116 13쪽
5 <차카게 살자> Chapter 02. (1) +18 11.10.19 23,339 102 11쪽
4 <차카게 살자> Chapter 01. (3) +17 11.10.19 23,617 104 9쪽
3 <차카게 살자> chapter 01. (2) +18 11.10.10 23,886 97 9쪽
2 <차카게 살자> chapter 01. (1) +29 11.10.10 25,616 114 10쪽
1 <차카게 살자> prologue +41 11.10.10 31,668 10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