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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님의 서재입니다.

차카게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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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8.28 16:34
최근연재일 :
2012.08.28 16: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6,244
추천수 :
1,196
글자수 :
61,943

작성
11.10.19 14:21
조회
23,339
추천
102
글자
11쪽

<차카게 살자> Chapter 02. (1)

DUMMY

Chapter 02.




“이 빚, 어떻게 할 거야?”

“며칠 만 시간 주십시오. 이 도망간 친구 놈을 잡아서 꼭 해결할 테니까 말입니다.”

“아, 이 영감. 몸이 꼴아서 장기도 못 팔고....”

“선생님, 그러지 말고 조금만 기회를 주십시오. 조금만....”

“지금까지 쌓인 빚이 얼만지나 알아? 자그마치 4억이 넘었어, 4억이! 하루 이자만 백씩 늘어나는데, 그걸 어떻게 갚을 거냐고!”

“익!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됩니까? 처음 대출 받은 금액은 1억이었잖습니까? 대부업법에 따르면 이자 한도가....”

“아, 이 양반 세상 물정 모르시네. 우리는 대부업자가 아니라니까! 사채업자라고! 사채이자 몰라? 복리, 이자에 이자 까는 거! 이것도 영감 나이를 생각해서 연 100%밖에 안 물렸어. 일 년에 일억, 이 년에는 이억. 합이 4억이잖아! 이제 어떻게 할 꺼야?”

“그, 그게....”

“영감. 내가 알아보니까, 영감 앞으로 생명보험 있더라. 그지?”

“생명보험을 해지하란 말씀이십니까?”

“해지는 뭘 해지해? 바보야? 생명보험을 타서 빚 갚으라는 거지!”

“새, 생명보험은 제가 죽어야 탈 수 있는....”

“캬아! 역시 배운 영감이라 잘 아네.”

“그, 그러니까 저보고....”

“영감. 영감은 나이먹고 몸도 곯아서, 콩팥이건, 간이건, 심장이건, 눈깔이건, 돈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게다가 하루 이자만 백씩 나가는데, 살아서 뭐 해? 게다가 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자식새끼도 셋이나 있다며? 그 애 미래를 생각해야지, 안 그래? 그 녀석 인생까지 저당 잡힐 거야?”

“크흐흐흑....”

“영감. 그냥 영감 하나만 깨끗하게 포기하면 되는 거라고. 전부 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말어. 알아들어?”

“크흐흐흐흐.....”


###


내 예상이 맞았다.

한 번 보지도 못했던 아버지 이익수 씨가 교통사고로 운명했다. 향년 48세, 아직 한창의 나이이건만, 중앙선을 넘어 트럭이 돌진했단다. 그래서 이익수 씨의 시신은 확인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문제는 가해 차량-중앙선을 넘어온 트럭-이 도난신고 된 차량이라서, 가해자가 누구인지 확인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졸지에 남편을 잃은 계모는 반쯤 넋을 잃었고, 밑으로 동생들은 알아서 일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결국 경찰서를 다녀오고, 장례식장을 계약하고 장지를 마련하고 장례 준비에 진행하는 모든 일을 내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나보고 장하다느니, 으젓하다느니,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할 것이라느니 하지만, 전혀 감흥이 없었다.

어째 골라줘도 이런 인생이냐!

-#이에 피고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반성할 기회를 줄 것을 선고한다.

머릿속으로 염라대왕의 판결이 메아리쳤다.

결국 이런 인생인 것인가?

하지만 나는 주어진 그대로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조건이 그렇다 하더라도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게 어떻게 다시 잡은 기회인데....

나는 우선 장례식장을 계약했고, 아버지 수첩에 기재되어 있던 친척과 아버지 친구 분들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친척이라고 해 봐야, 별로 많지도 않지만....

가까이 외삼촌-새엄마의 남동생이라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이 있지만, 혈연관계가 아니라 법적인 관계라서 그런지, 한 발 물러서서 나 하는 양을 보고만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장례식장으로까지 사채업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놈들은 가장 먼저 향과 영정이 모셔져 있는 좌대를 쓸어버렸고, 건너편에 문상객들의 밥상까지 뒤집어 엎었다.

순식간에 엄숙해야 할 장례식장은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행여나 불똥이 튈까 문상객들은 너도나도 옷과 신발을 들고 밖으로 내뺐다. 그 순간에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짐작한 나는 부조함부터 챙겼다.

사채업자라는 놈들이 이렇다. 어떻게 아는지 돈 냄새를 맡는 데에는 귀신같고, 한 번 맡은 돈 냄새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이런 놈들 상대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법대로 하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놈들의 행위는 언제나 탈법적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고 오면 놈들도 방법이 없는 거다.

그래서 나는 온 몸을 던져서 부조함을 끌어안았다. 그곳은 또한 바로 CCTV 카메라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당신들이 뭐라건, 당신들이 이것을 가로챌 권리는 없어! 당신들의 채무자는 이익수씨이고, 그 아들이건 처자식이건 상속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당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까!”

내 하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놈들이 어이가 없는지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아, 이놈의 싸가지 없는 새끼 봐라. 정말 싸가지 없네! 당신들? 얌마,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당신들?”

나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쌍욕하지 않고 당신들이라고 부른 것만도 고마운 줄 알아! 당신들, 여기가 어디인 줄이나 알아?”

“아, 이 새끼! 어딘 줄 아냐고? 그래. 장례식장이다. 5억이나 빚을 지고 뒈져버린 이. 익. 수씨의 장례식장. 되었냐?”

“그래! 장례식장. 장례식장에 오면 망자에게 예의를 갖추고 상주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하는 게 순서야. 그런데 당신들이 한 짓거리를 봐! 그러고도 나보고 싸가지 없다고? 못 배워서 예의도 모르지? 당신들이 먼저 예의를 갖출 줄 모르면서 남들이 예의를 갖추기를 바래?”

내 말에 놈들이 당황했다.

문상객들은 선뜻 나가지 못하고 내 하는 양만 쳐다보고 있었고.....

“하, 이 새끼 정말 당돌하네.... 좋다, 그래. 위로드립니다. 되었냐?”

그제야 나는 돈통-부조함-을 끄어안고 허리를 폈다. 그리고 굽혔다.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오셨으니, 국밥이라도 대접하는 게 도리이겠지만, 누가 상을 엎어서 드릴 국밥이 없군요. 길한 날에 다시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상중이라 멀리 못 나가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놈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을 뒤엎은 것도 자기들이니, 상차리지 못하겠다는 말에 할 말이 없다. 뿐만 아니라, 축객령까지 내리니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 새끼. 뻔지르르 하게 생긴 게 말빨 또 쥑이네. 좋아, 좋아. 간다, 가. 그럼 갈 테니까 그 돈통 내 놔.”

“못 줘.”

다시 놈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템포 쉬고 한 덩치 하는 놈이 앞으로 나섰다.

“아가야. 우리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 우리, 사채업자야. 그러니까, 그거 내놔.”

“그래. 맞아. 사채업자. 당신들은 채권자이고, 채무자는 우리 아버지야. 그리고 이 돈은 문상객들이 아버지에게 드린 돈이 아니라, 유가족인 우리 엄마와 나, 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낸 돈이야. 그러니까, 아버지 빚은 저승 가서 받아가.”

내 말에 사채업자는 화가 나서 나를 패려했고, 나는 패라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깽 값있어? 저기 카메라 있는데. 최소한 협박의 증거는 확보되어 있거든?”

놈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그만 해라.”

지금까지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손 하나 까딱하지도 않고 있던 검은 자켓에 검은 목폴라를 입은 놈-한 눈에 보기에도 온 놈들 중에 보스다운 놈-이 제 수하들을 말렸다.

“보기보다 영특한 놈이로구나.”

놈이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거기에 신명한이라는 이름이 부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새겨져 있었다.

“장례, 잘 치르고. 장례 끝난 후에 찾아와라.”

내가 안 받으니까, 놈은 명함을 부조함에 집어넣었다.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지만, 오셨으니 부조는 하고 가시지요!”

실제로 나는 놈에게 부조받을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결코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 말이다.

신명한은 씩 미소 짓더니, 자켓 안에서 장지갑을 꺼내서 신사임당 두 장을 부조함에 집어넣었다.

“네 용기 값이다.”

그리고 놈들을 끌고 사라졌다.

그제야 나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고....

“수아 아버지! 나한테 이런 고생은 절대로 안 시킨다고 했잖아! 그래놓고 이게 뭐야~!”

새엄마 김숙영 여사의 뒤늦게 터진 울음 소리가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다.


***


나는 근본적으로 놈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신명한 부장이라는 사람이 거짓말할 사람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수하들은 모른다. 똘마니들은 평생 똘마니일 수밖에 없고, 똘마니들이 과잉충성으로 보이는 똘아이 짓은 룰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조금이 들어오는 대로 중간 정산을 했다.

“이러면 복잡해지는데....”

장례식장의 사무장이 볼펜으로 테이블을 탁탁 두들기면서 투덜거렸다.

“CC카메라로 다 보셨을 테니까 알죠? 안 그러면 계산 못 할지도 모릅니다. 겨우 이틀 편하자고 그러시겠어요?”

내 말에 사무장은 아무 소리도 못했다.

조폭 같은 사채업자들이 장례식장에 들이닥친 것은 직접 보지 않았어도 소문으로 알 것이다. 그리고 사채업자들은 부조 들어온 돈도 다 가져간다는 것을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모를 리가 없고.

결국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한 사무장은 중간 정산을 받아 주었다.


사무실을 다녀온 나를 왕따 사인방이 반겼다.

“산하야, 그런 깡다구는 어디에서 생겼어?”

“난 그 조폭들이 들이닥쳤을 때, 죽는 줄 알았어.”

“그 놈들은 조폭 아니야. 사채업자지. 한마디로 양아치지. 그리고 이런 건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어. 그게 사람이야.”

“누구든?”

내 대답에 울보 유진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 누구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하튼 넌 갑자기 딴 사람이 된 거 같아. 그 진술서 하며....”

나는 억지로 웃어 보였다.

“학교에는 별 일 없고?”

애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이들도 왕따가 아닌가 보다.

“또 우리를 건드리면 나도 더 이상 안 참을 거야.”

곰탱이 기우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내일 시험 마지막 날이잖아. 오늘은 그만 하고 가 봐.”

나는 아이들을 돌려 보냈다.

그들은 와 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지금의 나는 변호사로서 슬하에 일남일녀를 둔 40대의 가장이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짜리 소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는 그런 동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


(Chapter 02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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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카게 살자> chapter 01. (1) +29 11.10.10 25,616 114 10쪽
1 <차카게 살자> prologue +41 11.10.10 31,668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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