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글동그림 님의 서재입니다.

차카게살자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8.28 16:34
최근연재일 :
2012.08.28 16: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6,233
추천수 :
1,196
글자수 :
61,943

작성
11.10.10 12:16
조회
23,885
추천
97
글자
9쪽

<차카게 살자> chapter 01. (2)

DUMMY

***


딩동~!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집을 나선 나는 가장 먼저 유진이네 집부터 들렸다.

“안녕하세요. 유진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산하라고 합니다.”

나는 예의바른 학생인 것처럼 단정한 머리 모양과 말쑥한 옷차림을 하고 유진이네 부모님께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공손한 동작 하면 나다. 변호사로도 고객들을 상대하고 법조계에 자리를 잡는데, 공손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

“어머~! 유진이 친구니? 유진이가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오기는 처음인 것 같구나.”

“같이 학교 가려구요.”

나는 환화게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우리 유진이 아직 아침 안 먹었는데, 아직 안 먹었으면 같이 와서 아침 먹으렴!”

“아니요. 가면서 또 만날 친구가 있어요. 이제는 같이 모여서 같이 학교 가고, 공부도 같이 할 생각이에요.”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잠깐만 기다려라. 금방 샌드위치 싸 줄게.”

유진이 엄마는 산하의 김숙영 여사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산하처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유진이에게 관심도 많았고, 애정도 많은 것 같았다.

“엄마, 그냥 가도 된다니까~!”

유진이는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쳤다.

‘에라이 복에 겨운 놈아!’

나는 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해댔지만, 여전히 얼굴은 웃고 있었다. 포커페이스라면 자신 있는 전직 변호사 출신의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이산하였다.

내 키-산하의 키-도 작은 키지만 유진이는 정말 작았다. 얼굴도 어려보이고. 사복을 입으면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어머니, 그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아.”

나는 넉살 좋게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유진을 밀어 넣었다.

“산하라고 했니? 예의도 바르고 붙임성도 좋구나. 유진이는 왜 저런 친구가 있으면서 엄마에게 소개를 안 했을까?”

“네 방 어디야?”

놀란 유진이 뒤따라 들어왔다.

“엄마, 그럼 준비 되면 불러. 바로 나갈 거야.”

“그래, 조금만 기다리렴. 뭐, 음료수라도 갖다 줄까?”

“금방 갈 거라니깐!”

유진이 아무리 투덜대도, 친구가 찾아와서 기분 좋은 그의 엄마를 말릴 수는 없었다.

나는....

“봐봐. 내가 표시한 곳에 적으면 돼. 여기에 시작 날짜하고, 오늘날짜, 금액하고 기간을 적어.”

목소리를 낮춰서 프린트물을 내놓았다. 진술서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얼마씩 누구, 누구에게 상납을 해왔다는 진술서.

“금액은 다 다른데?”

“그럼 최고 금액과 최저 금액, 그리고 평균액을 써!”

“정말 이것만 있으면 앞으로 안 뜯겨도 되는 거야?”

여전히 겁먹은 표정으로 유진이 물었다.

“그래! 이걸 만들어서 각자 나눠가질 거야. 삥 뜯긴 기간이 우리 네 사람 모두 합치면 16년이 넘어! 피해자가 네 명이나 되기 때문에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고.”

“알았어!”

유진은 들뜬 표정으로 진술서에 날짜와 금액을 적고,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

“그런데 왜 네 장이나 되는데?”

“우리 넷이 한 부씩 나눠 갖는 거야. 그래서 네 명 중에 어느 한 명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머지 세 사람이 그것을 모두 한꺼번에 경찰에 투서하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 넷 중에 어느 누구도 못 건드려!”

“쭉?”

“쭉!”

“졸업할 때까지?”

“그 뒤로도 영원히!”

유진의 얼굴에 희망이 가득했다.

“어떻게 생각해 냈어? 넌 천재야.”

그런 말을 들으니까, 나는 괜히 쑥스러웠다. 뒤통수를 긁는 바람에 담배빵 물집이 터지면서 뜨끔했다.

‘젠장....’

욕밖에 안 나왔다.


***


울보 유진이와 나는 곧바로 곰탱이 기우네 집을 거쳐서 계집애 같은 민수까지 대동하고 학교로 향했다. 우리 네 사람의 진술서를 모두 나눠가진 후였다.

“뭐야, 왕따 사인방이네? 물! 회비는 가져왔냐?”

일진회 놈들 중에 가장 먼저 우리를 발견한 진규가 놀려댔다. 진규 이 녀석은 우리보다 한 학년 아래인 1학년이다.

그리고 물은 나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존재감이 없어서 물이란다. 처음에는 산과 강이라는 산하라는 이름에서 물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따 4인방은 이놈에게도 찍 소리 못하고 기가 죽어 있었다.

역시 나설 사람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과 수중전까지 다 겪은 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지금까지는 뭐?”

“오늘부터는 왕따가 아니야. 빵셔틀도 아니고, 더 이상 찐따도 아니야.”

내 말에 지나가던 애들까지 놀라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이쪽에 관심을 갖는다.

좁은 내 어깨 뒤로 뚱뚱하고 커다란 몸을 숨기고 있던 곰탱이 기우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더니,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 옆에서 나처럼 허리에 손을 걸치고 나란히 섰다. 곰탱이 기우가 나서니까, 그 다음에는 계집애 같은 민수다. 이어서 울보 유진이까지 모두 일렬로 서서 진규에게 세를 과시했다.

“뭐야, 그래서? 한 대 패겠다?”

“아니. 우리는 그냥 우리 길을 갈 뿐이야.”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내가 나서자, 다시 곰탱이 기우, 계집애 같은 민수에 울보 유진이까지 모두 가세한다. 얼결에 진규가 주춤 뒤로 물러난다.

다시 나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한 걸음이 아니라 쭉 걷는다.

그리고 진규와 얼굴을 마주 댔다.

입술을 씰룩거리고 입 냄새를 팍팍 풍기고 고개를 좌우로 건들거리면서 꺽꺽 대장원숭이처럼 으르렁거렸다. 이건 태촌파의 행동대장인 김 부장이 자주 쓰던 수법이다. 자기 말로는 래퍼 김 부장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러기 위해 아침에 이도 안 닦았고,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생마늘을 씹으며 올라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말할 때마다 마늘 냄새가 팍팍 풍길 거다. 이것 역시 김 부장의 수법이다.

“니가 우리 넷이랑 엉기면, 어떻게 한 놈은 붙잡고 팰 수 있을지 모르지. 하지만 나머지 셋은 어떻게 될까? 그 중에서도 너는 가장 먼저 나를 잡아야 할 거야. 왠지 알어? 난 얼마 전부터 가방이 너무 가벼워서 날아갈까 봐 무게를 늘렸거든.”

이죽거리면서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듯이 가방끈을 놓았다.

쩡!

소리와 함께 가방은 미끄러지지도 구르지도 않고 바로 바닥에 달라붙었다. 소리만 들어도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거다. 바로 벽돌이다.

진규의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진규 바로 옆으로 곰탱이 기우가 붙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였다.

삐이이익.

“거기 뭐 하는 거야? 왔으면 빨리 들어가지 않고!”

정문에서 정추리닝이 휘슬을 불면서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이제야 봤나 보다. 추리닝만 입고 다니는 체육과 교사다. 그래서 정추리닝이다.

“칫.”

진규가 침을 쏘아 뱉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가방!”

나는 진규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여기!”

울보 유진이 잽싸게 집어 주었다.

‘바보 같으니. 이건 진규가 집어줬어야지! 이래서 빵셔틀을 언제 벗어나려고....’

속으로 투덜거린 나는 깡패처럼 어깨를 으쓱거린 후 다시 학교로 향했다. 멎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처럼 애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 난 그 때 조마조마 했어. 혹시 진규 그 새끼가 선빵 날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계집애 같은 민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랬으면 내가 가만 안 뒀어.”

곰탱이 기우가 뭐라도 되는 듯이 손가락 마디를 뚜둑거리며 소리쳤다.

“아이고! 처음에는 겁나서 산하 등 뒤에 숨던 사람이 누군데?”

울보 유진이 기우를 놀려댔다.

우리 반까지 쫓아온 왕따 사인방은 그렇게 소리치며 즐거워했다.

“이제 알았으면 됐어!”

나는 장하다는 듯이 한 명, 한 명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제 각자 교실로 돌아가야지.”

그러자 아이들의 눈빛이 또 죽어버렸다.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토끼눈이다.

“산하야, 우리....”

뭉쳐 있으면 겁이 안 나는데, 흩어진다니 겁이 나나 보다. 특히 울보 유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기우와 민수는 그래도 같은 반인데, 유진이는 혼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걱정 마! 다들 진술서 네 장 한 세트씩 갖고 있지? 그것만 있으면 놈들이 우리에게 아무 짓 못 해!”

“정... 말일까, 산하야?”

“그럼! 나만 믿어.”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는 못했고, 결국 조례 종이 울린 후에야 왕따 사인방은 자기 반으로 돌아갔다.


***


결국 사달은 벌어졌다.

“어이~!”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반의 일진인 선호가 나를 불렀다. 머리에 까치집이 지어져 있는 것을 보면 그 때까지 어디 가서 자다 온 게 틀림없다.

“너, 오늘 어깨에 힘 좀 줬더라~!”

피식.

나는 웃어 주었고.

“어쭈~! 우리 옥상에서 한 번 볼까?”

“좋지! 따라 와.”

드르륵.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선호보다 먼저 교실을 나갔다.

같은 반의 급우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그 뒤를 따르는 선호를 바라보았다.




(Chapter 01. 계속!)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또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카게살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차카게 살자>임시 연중 공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1 11.11.21 6,663 4 -
14 오오옷. <해피홀리데이> 카테고리가 나왔어요. +1 12.08.28 1,472 4 2쪽
13 <차카게살자>를 끝내고, <해피홀리데이>를 시작할까 합니다. +8 12.08.21 1,953 6 2쪽
12 <차카게 살자>연재에서는 못다한 이야기들... +32 11.11.23 15,022 36 7쪽
11 <차카게 살자> Chapter 04. (1) +17 11.10.23 26,655 95 14쪽
10 <차카게 살자> Chapter 03. (3) +32 11.10.21 23,506 111 13쪽
9 <차카게 살자> Chapter 03. (2) +22 11.10.21 23,455 107 14쪽
8 <차카게 살자> Chapter 03. (1) +26 11.10.20 23,324 98 10쪽
7 <차카게 살자> Chapter 02. (3) +17 11.10.20 23,115 97 14쪽
6 <차카게 살자> Chapter 02. (2) +26 11.10.19 23,371 116 13쪽
5 <차카게 살자> Chapter 02. (1) +18 11.10.19 23,339 102 11쪽
4 <차카게 살자> Chapter 01. (3) +17 11.10.19 23,617 104 9쪽
» <차카게 살자> chapter 01. (2) +18 11.10.10 23,886 97 9쪽
2 <차카게 살자> chapter 01. (1) +29 11.10.10 25,616 114 10쪽
1 <차카게 살자> prologue +41 11.10.10 31,665 10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