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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님의 서재입니다.

차카게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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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8.28 16:34
최근연재일 :
2012.08.28 16: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6,241
추천수 :
1,196
글자수 :
61,943

작성
11.10.10 12:12
조회
3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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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글자
12쪽

<차카게 살자> prologue

DUMMY

Prologue







김 회계사와 나는 어깨동무를 하고 사장실의 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최고였다.

증거불충분! 오늘 소송도 이겼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승률 100%를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을 열었다가 그만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양팔을 등 뒤로 묶인 채로 목에서 피를 쏟고 있는 오늘 법정에서 봤던 증인과 그의 머리를 잡고 있는 김 부장, 사시미칼을 들고 있는 박 이사, 저 쪽에 피가 튀지 않을 정도로 멀리 서 있는 오태촌 회장.... 그리고 콸콸콸 솟구치는 피, 피, 피! 무슨 CF 광고처럼 정말 콸콸콸 솟구치고 있었다.

바로 나는 문을 닫았지만, 이미 사장실 안에 있는 그들과 눈이 마주친 후였고, 아직도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회계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헤헤 거리고 있었다. 술기운은 싹 달아났다.

닫힌 문 안에서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봤을까요?”

“표정이 바뀌는 것 못 봤어?”

“하지만 변호사에게는 비밀엄수의 의무가....”

“회계사도 그런 게 있어?”

“....”

“담가!”

‘씨바! 좆됐다!’

담가,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아직도 내게 몸을 기대고 있는 김 회계사를 밀치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상황부터 파악했다. 얼마나 맞았을까? 이가 부러지고, 눈이 떠지지 않는다. 맞은 이유는 한 가지. 도망을 갔기 때문에. 그들을 귀찮게 했기 때문이다.

파도 소리와 함께 통통배의 엔진소리가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발에는 이미 커다란 시멘트 덩어리가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옆에 뻗어있는 김 회계사를 보면서, 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다.

차라리 김 회계사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니 말이다.

풍덩....

나보다 먼저 김 회계사가 물속으로 사라졌고, 이어서 다리에 매달린 시멘트가 나를 시커먼 바닷물 속으로 끌어당겼다.

머리 위로 흐릿한 불빛이 물결을 따라 출렁인다.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눈가에 스쳐 지나갔다.

‘씨바 큰 딸이 이제 겨우 중2인데....’


***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나는 재판정에 섰다. 재판정이라고? 나보다 먼저 죽은 김 회계사는 지옥행은 선고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아, 죽었구나!’

우리 모두 염라대왕 앞에 와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제 내 차례다. 검사 역을 맡고 있는 까만 양복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저승사자가 말했다. 셔츠와 타이까지 까맣다.

“피고는 법조인으로서의 뛰어난 실력을 건실한 사회 발전에 쓰지 않고 악덕사채업자, 용역, 조직폭력배의 변론에 앞장서 왔고, 그 결과 수많은 죄인들을 거리로 풀어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변호인은 눈처럼 새하얀 투피스 정장을 입은 선녀였다.

“아닙니다. 피고는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피고는 그로써 부를 축적하고, 호의호식을 하며 사치를 일삼아 왔습니다.”

“그것은 정당한 수가였습니다.”

“이 자는 한 번도 그 범죄인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심정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파렴치한 자입니다. 이는 그 범죄인들보다 더 나쁜 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증거로 바로 어제 있었던 재판의 생생한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순간 내 머리가 포트 뚜껑처럼 열리면서 뭉게구름이 피어났고, 어제 있었던 재판정의 모습이 허공에 펼쳐졌다.

검사가 증인으로부터 유력한 증언을 받아내자 내가 증인의 증언 속에서 모순점을 찾아내고, 결국 그것으로 증거불충분의 무죄를 받아내는 장면이었다. 방청객에서는 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문득 나는 그 순간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변호사로서,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다.

그. 런. 데....

나는 변론을 해야 할 순백의 선녀가 아무 소리를 못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한 게 과연 잘못이란 말인가?

그 뿐만 아니다.

“무엇보다도 피고는 자기 입으로 ‘성스러운 재판정’에서 결정적인 거짓을 발언함으로써, 그 많은 범죄인들을 석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거짓이라고?’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거짓 변론을 한 적 없다고 말이다.

검사 역인가? 저승사자인가? 흑의인이 이렇게 공격을 하는데, 선녀 변호인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으로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이대로라면 패소할 게 뻔 하다고 판단한 나는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재판장님!”

내가 입을 열자, 재판정의 세 사람-염라대왕과 저승사자, 그리고 천상선녀? 또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집중되었다. 왜? 뭐가 잘못 되었어?

“변호인을 고용할 권리가 있는 저는 변호인을 해고하고 직접 변론하게 해 주십시오.”

선녀의 하얀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뿐만 아니라 저승사자의 빨간 입술꼬리가 올라가면서 새까만 치열의 그로태스크한 모습이 드러났다.

-#뭐라 하였느냐, 직접 변론을 하겠다고?

판사-염라대왕-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렇다고 거기에 주눅이 들면 안 된다.

“물론입니다. 변호인은 지금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면서 피고의 변론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피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변호사 선임의 권리를 이용하여 변호사를 해고하고 직접 변론을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폐하....”

-#변호사 출신이라더니 말은 잘 하는 구나! 좋다, 네가 과연 어떻게 말을 하는지 두고 보자!

선녀가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염라대왕은 그녀의 말을 막았다.

“들으셨죠? 당신은 해고입니다.”

그리고 나는 당당하게 저승사자에게 말했다.

“원고의 주장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 피고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하여 범죄자들을 정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사회로 복귀하도록 하였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됩니다. 둘째로 피해자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직무에 성실의 의무를 다 한 것을 죄라 선언하는 격입니다. 셋째로 거짓 발언으로 양심을 속였다. 하지만 이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주장으로 증거불충분에 해당합니다.”

저승사자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무시했다.

“먼저 범죄인을 변론한 것이 죄냐, 이 문제부터 따져보겠습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아무리 범죄자이더라도 변호인의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피고가 변호사로 수임되어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면 그것은 또한 범죄가 아닙니까?”

“하지만 그가 변론한 사람은 범죄자입니다. 그런 자들은 변론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어디의 논리입니까?”

“이곳, 저승세상의 법입니다.”

“그렇군요. 결국 그것은 저승세상의 법이지, 인간 세상의 법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피고가 변호인을 구할 수 없으면 국선변호인이 선임되게 되어 있습니다. 원고의 주장대로라면, 그럼 국선변호인은 무조건 죄인이겠군요!”

내 말에 저승사자는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나는 그에 아랑곳 않고 계속 변론을 이어갔다.

“.... 마지막으로 거짓 변론의 유무입니다. 피고의 세상에서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고 있습니다. 즉 그 때까지는 무죄인 것이고, 저는 양심에 걸고 변호사로서 변론을 할 때, 항상 그런 자세로 임했습니다.”

“거짓입니다. 피고는 이미 사전에 그들이 조폭, 고리대, 용역 등의 범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소리쳤다.

“그들의 직업이 그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임할 때에는 항상 진실된 마음으로 그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며 변론에 임했습니다.”

“알면서 그랬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순간 나는 승리의 확신을 가졌다. 죽어서도 승률 100%를 자랑할 것 같았다.

“재판장님. 지금 원고측에서는 명확한 증거 제시 없이 추론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순간 저승사자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폐하, 저 자에게 거짓말 탐지기로 증언을 확인할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거짓말 탐지기를 가져 오라!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울렸다.


거짓말 탐지기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나의 주장의 진위여부가 측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True!

-眞實!

역시!

나는 정말로 무죄추정에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변론에 임해 왔다. 그래서 나는 내 양심에 걸고, 나의 피변호인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며 변론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사실이 증명이 되었다.

창백한 저승사자는 더욱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물었다.

“피고는 그럼 피해자들의 가족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까?”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생각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변호사였고, 피해자들을 신경 썼다면 변론에서 승소하지 못했을 테니까. 사실 내가 꺼리는 것은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그들이 나보다 더 유능한 검사에게 사건을 고소했으면 검사가 승소했을 테고,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호오, 인간 세상에서는 인간의 법을 따라야 한다라! 재미있는 이론이로구나. 짐은 피고에게 갱생의 기회를 줄까 한다.

“하지만, 폐하. 그의 육신은 이미 물고기 밥이 되었으니, 돌아가려야 돌아갈 육신이 없습니다.”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해 냈다. 결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로 죽어 있다.

저승사자는 고소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고, 천상선녀는 분한 듯이 이를 악물었다.

-#좋다. 판결을 내린다. 피고의 죄는 사실이나, 그것은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 한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비난할 요건이 못 된다. 하나, 그가 피해자들을 외면한 것은 사실이므로, 그 죄가 완전히 없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피고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반성할 기회를 줄 것을 선고한다.

순간 저승사자의 얼굴이 굳어졌고, 선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자리에서 이게 무슨 판결인지 깨닫지 못한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


자살다리로 유명한 한강대교에서 교복 입은 학생이 뛰어내린 지 두 시간 만에 119 구조대원들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체를 강물에서 건져 올렸다. 이름은 이산하. 해방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어린놈이 무슨 한이 많아서....”

“학교에서 왕따겠지. 이 보라고. 이거 담배빵 자국이잖아!”

구조대원이 학생의 머리를 뒤집으며 말했다. 동그란 화상흉터가 머릿카락 사이에 숨어 있었다. 한둘이 아니다.

바로 그 때였다.

“허어어업. 쿨럭, 쿨럭!”

죽었던 소년이 벌떡 일어나며 물을 게워냈다.

놀란 나머지 뱃전에 기대고 있던 구조대원은 강물 속에 빠졌고, 구명보트는 갈지자를 그리며 진행하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

“살았어! 살았다, 살았어....”


강물에 빠진 지 두 시간 만에 이산하 학생은 그렇게 되살아났고, 바닷물에 빠졌던 나는 그렇게 기회를 얻었다.



(Chapter 01 로 계속 됩니다.)


작가의말

사표가 수리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이제 진짜 실업자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지?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합니다.
상상을 표현하기!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상상을 글로 쓰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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