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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님의 서재입니다.

차카게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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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8.28 16:34
최근연재일 :
2012.08.28 16: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6,397
추천수 :
1,196
글자수 :
61,943

작성
11.10.19 14:19
조회
23,629
추천
104
글자
9쪽

<차카게 살자> Chapter 01. (3)

DUMMY

“야아, 씨이발새끼. 물! 네가 애들 선동했다며?”

옥상에 올라가자마자 3학년 만수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정하게 말이다. 하지만 만수의 손을 통해 그의 무게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기억을 조합해 볼 때, 이 녀석이 일진에 대장이다.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겠답시고 도장을 다닌다는데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옥상에는 이미 일진들이 다 모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먼저 불려온 왕따 사인방의 세 사람이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었다. 벌써 한 차례 굴렀는지, 교복은 완전히 먼지투성이이고.

‘바보 놈들....’

나는 저러니까 왕따가 되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왕따는 어쩔 수 없이 왕따다. 남들이 왕따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왕따가 되는 거다. 그것을 알면 벗어나야 되는데,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교육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다. 스스로 깨닫고 고치기 전에는, 누가 해준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빠아악.

내가 그 생각을 하는 사이, 뒤통수로 벼락이 떨어졌고, 맑은 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만수 저 놈, 운동을 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손바닥으로 두들겼는데, 꼭 주먹으로 얹어 맞은 것 같다.

“네가 애기들 선동해서 게긴다며?”

빠아악. 빠아....

두 번째, 세 번째 뒤통수를 때리는 손을 나는 피할 수가 없었다. 겨우 네 번째 손을 막았을 뿐이다.

“아쭈, 이게 막아?”

“이만 하지? 우리도 이제 참을 만큼 참았으니까.”

내 말에 일진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이없어서 웃는 놈도 있고, 건방진 행동에 화를 내는 놈도 있고, 재미있다고 구경하는 정선영을 포함한 계집애들도 있었다.

“물론 때리면 맞겠지. 하지만 그것으로 너희들도 끝이야. 왜인지 알아?”

나는 준비해 온 진술서를 꺼냈다. 물론 복사본이다. 이럴 줄 알고 미리 매점에서 복사해 놓았다. 진본은 다른 곳에 잘 보관하고 있다.

“이게 뭔지 알아? 너희들이 언제부터 지금까지 얼마씩 현금을 갈취해 왔다는 진술서야. 누가 종범이고, 누가 주범이며, 니들 조직의 구성은 누구를 포함해서 어떻게 되어있다는 것도 다 들어 있어. 현장은 어디이고, 범행은 어떻게 상습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는지 아주 상세하게 되어 있지.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야. 우리 네 사람. 합하면 모두 월 최소 12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갈취를 당했지. 한 해 평균 이천 만원이고,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사 년에서 오 년 이상 반복되어왔어. 총액이 일억이 되더라. 알아, 일~ 억! 어마어마한 액수라서 공이 몇 개인지도 모르겠지?”

내 말에 순진한 놈 하나는 손가락을 꼽으며 일억이 공이 몇 개인가를 세기도 있었다.

“게다가 피해자가 우리 넷이야. 네 사람이 각자 서명 날인한 진술서지. 피해자가 네 명이니 가중처벌 될 뿐만 아니라, 특히 만수 너는 한 해 꼴았다며? 다른 애들은 소년원으로 가겠지만 너는 이미 성인이라서 바로 구치소로 송치될 걸?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야. 너희들은 사 년에 걸쳐서 꾸준히 반복한 상습범이라는 것! 자, 이게 교육청이 아니라 경찰서로 가면 어떻게 될까? 경찰서에서는 한 건 잡았다며 교내 조직폭력배 운운하면서 언론에 빵빵 터뜨리면서 순식간에 사건을 해결해 버릴 거야. 여기 명단 속에 아이들 하나도 빠짐없이 싹! 그러면 빽 좋은 기철이네 아버지도 손 못 쓸 거야. 왜냐고? 나는 이것을 경찰서에만 보낼 게 아니거든. 언론에도 뿌릴 거야.”

나는 진술서 사본을 그 중 머리가 좋은 기철이에게 내밀었다. 얼결에 그것을 받은 기철은 종이를 넘기면서 확인을 했다. 만수가 그것을 빼앗아 본다. 그러더니 화가 나서 찢어버렸다.

“그럴 줄 알았어. 그거 복사한 거 알지? 진본은 따로 있어. 아아, 거기 간인 있는 거 확인 하도록! 간인이 있다는 말은 진본이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니까!”

간인, 너무 유식한 말인가보다. 그 말을 알아듣는 놈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니까 말이다. 나는 내가 이런 무식한 놈들을 상대해야 하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이것을 경찰서에 보낼까? 아니. 나는 특별히 이것을 서울 검찰청에 곽무현 검사에게 보낼 거야. 내가 보내면 아주 특별히 신경 써 주실 걸! 왜냐고? 곽무현 검사는 강력계인데다가, 우리 아버지랑 친한 친구걸랑.”

나는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진규에게 집어던졌다.

“내 말이 진짜일까 궁금하지? 단축번호 218번이야. 확인해 봐. 과연 그 번호가 곽무현 검사의 검사 사무실인지. 218호 수사실이라고 하던지, 곽무현 검사실의 아무개입니다. 라고 할 거야. 아마 지금... 이 시간에는.”

그러면서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서민정 누나가 전화를 받겠군.”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모두 사실이다.

서울 검찰청 강력계에 곽무현 검사 사무실은 218호인 것도 사실이고, 사무원으로 서민정이라는 아직 시집 안 간 아가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곽무현 검사실의 전화번호를 218번에 저장한 것도 진짜이고. 내가 한 말 중에 거짓은 곽무현 검사가 지금의 아버지-이익수 씨와 친구라는 것 만 거짓이다.

전생의 내가 조폭의 변호인이었으니, 강력계와 자주 엉켰고, 의당 강력계 전화 번호 정도는 외우는 것은 기본이다.

내 말이 믿기지 않은지, 진규는 단축번호 218번을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전화기를 껐다. 얼마나 놀랐으면, 끄다가 떨어뜨릴 뻔하기까지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사실 화인이 끝이 났다.

순간 나는 보았다.

똥 씹은 표정의 일진 놈들을 말이다.

이 표정 잘 안다. 기껏 증거 수집해서 구속 했더니, 구속적부심 청구해서 의뢰인을 빼내 줄 때의 경찰 표정, 조폭끼리 엉켜서 저쪽에 우리 쪽 애들이 잡혔을 때, 내가 검경을 대동하고 나가서 빼내 올 때의 놈들 표정, 딱 그렇게 입 안에 말랑말랑한 살을 물고 씹기 직전에 빼앗긴 똥개의 표정 바로 그것이다.

“기우야, 유진아, 민수야! 일어나.”

나는 소리쳤다.

일진들의 눈치를 보며 왕따 사인방의 셋은 일어났고, 아무도 나를 제지하지 못했다.

교육청보다 경찰이 위에 있고, 경찰보다 검찰이 세다는 것 정도는 무식한 일진 녀석들에게도 상식인가 보다.

“그동안 일억 원이나 해 먹었으면 됐잖아. 이 쯤 해서 끝내자. 굳이 나도 언론에 보도 되면서 시끄러워질 생각도 없고, 덕분에 조용히 지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나는 한 사람씩 등을 두들기며 왕따 사인방을 밑으로 내려 보냈다.

일진 빼고, 마지막에 옥상에 남은 사람은 나 하나였다.

“이제, 앞으로 더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아디오스~!”

놀란 표정으로 정선영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가볍게 그 계집의 눈빛을 무시했고, 멋지게 검지, 중지로 경례 하는 손짓을 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제야 나는 그의 등줄기로 식은땀으로 척척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짓도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저 새끼, 마지막에 뭐라고 그런 거야? 욕 아니지?”

“설마 욕이겠어요?”

“아죠스?”

“아죠스, 아죠스, 아죠스.... 어째 욕 같은데요, 만수형.”

“저 새끼 잡아와, 저 새끼....”

만수는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나를 잡으러 내려오는 놈은 없었다.

그곳에서 혹시 내려오는 놈이 있을까 기다렸던 나는 안심을 하고 교실로 향했다.


***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도 꾸준히 놈들에게 갈취를 당하고 폭행을 당한 사례를 수집했다.

이런 사건은 피해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거다. 어째 이 녀석들은 하나 같이 양파 같아서, 캐면 캘수록 더 많은 피해 사례들을 모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일진들이 더 이상 우리들-왕따 사인방을 못 건드린다. 그러자, 그동안 어울렸다가는 자기들마저 따돌림 당할까봐 꺼려하던 급우들이 이제는 살갑게 대하는 진풍경까지 연출 되었다.

이제는 전세 역전, 일진회들이 은근히 무시를 당하는 판국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문득 이게 민초의 힘이련가 하는 철학적인 사색에 빠질 지경이었다.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는 사이,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한창 기말고사 시험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을 열고 담임 최독사가 들어왔다. 최독사는 수학과목 교사다.

“이산하. 시험은 그만 두고.... 아버지한테 연락이 왔으니, 집에 가 봐라.”

갑자기 왠 아버지?

머뭇거리던 내게 불안한 느낌이 싸아 하고 흘러간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사고구나!’

굳이 묻지 않아도 나는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으이구, 이 불쌍한 중생아....’

전직 변호사였던 나는 부활한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은 아버지의 불쌍한 삶을 생각하면서 뚝뚝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Chapter 02로 계속 됩니다.)


작가의말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 못 들어왔습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면서, 다음 편으로 올라가겠습니다.

분량이 되는데, 바로 정규 연재로 들어가 버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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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카게 살자> Chapter 01. (3) +17 11.10.19 23,630 104 9쪽
3 <차카게 살자> chapter 01. (2) +18 11.10.10 23,895 97 9쪽
2 <차카게 살자> chapter 01. (1) +29 11.10.10 25,634 114 10쪽
1 <차카게 살자> prologue +41 11.10.10 31,697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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