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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님의 서재입니다.

차카게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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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글동그림
작품등록일 :
2012.08.28 16:34
최근연재일 :
2012.08.28 16:34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96,254
추천수 :
1,196
글자수 :
61,943

작성
11.10.10 12:14
조회
25,617
추천
114
글자
10쪽

<차카게 살자> chapter 01. (1)

DUMMY

Chapter 1.




응급실에 누워서 눈을 감자, 천상선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이제 이산하에요. 지금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은 지워야 합니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라도 한다면 바로 그 순간 당신은 계약위반으로 다시 지옥으로 끌려갈 것이야.

이 목소리는 저승사자의 목소리다.

‘일종의 집행유예인가?’

웃음밖에 안 나왔다. 쓰디쓴 웃음이다.

-당신에게는 네 개의 숫자를 쓸 수 있는 한 번의 기회가 있어요.

이제는 이산하가 된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차라리 여섯 개의 숫자라면 로또라도 사지!

-처음에는 세 번의 기회였어요. 부활한 사람들이 그 기회로 일확천금을 얻자, 부활의 의미가 퇴색되었죠. 그것이 어느 순간 한 번의 기회로 바뀌었고, 이제는 다시 네 개의 숫자, 한 번의 기회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뭐에 쓸까? 주식? 그것도 돈이 있어야 하지. 경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거라도 어디야! 그런 기회를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이런 기회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 거라고!

천상선녀와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우리는 또 만나게 될 거에요.

-크크크. 잘 하고 있으라고. 다시 만날 때 지옥으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내 의식 속으로 이 몸의 원주인이었던 이산하의 삶이 동영상 빨리 보기처럼 지나갔다.

이제 이산하의 이름으로 세상을 살라는 뜻인가?

이산하의 아버지는 괜찮은 커피 전문점 사장이었다. 프렌차이즈로 시내에 분점까지 낼 정도니까,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가게는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집까지 압류와 경매가 들어온 상황이다. 지금도 아버지는 친구를 찾겠다고 나간 지 며칠 째다.

엄마는 계모다. 이산하의 친엄마는 그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그리고 배다른 동생이 둘이나 있다. 특히 바로 밑에 동생인 이수아는 일찌감치 엄마가 연예계에 데뷔시킨다고 모슨 엔터테인먼트에 보내놓은 상태다. 작고 마르고 구부정한 찌질이 이산하와는 유전자부터 다른 것처럼 늘씬하고 키도 크고 서구적인 마스크에 당당하고 자신 있는 외모를 가졌다. 누가 보더라도 초등학교 6학년으로 안 보이는 성숙한 느낌이다.

‘뭐 이런 짜증나는 인생이 다 있어!’

투덜거리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왜 그랬어!”

이산하와 다섯 살 차이 나는 여동생 이수아, 그리고 새엄마다. 그래도 마음씨 착한 수아는 오빠를 보고 눈물을 글썽인다.

“아빠가 속을 썩이니까, 이제는 너까지 속을 썩이는구나.”

새엄마, 김숙영은 언제나 그렇듯, 무감각한 얼굴이다. 아들 놈이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저럴까! 아니, 누가 자살하려 했다는 말을 들으면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이유를 묻고 걱정을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자기 귀찮다는 소리만 해 댄다.

이건 한 마디로 이 아이는 내 친자식이 아니라고 광고를 하는 꼴이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다정하고 정 많은 표정이지만, 산하에게만은 언제나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얼굴이다. 이런 얼굴은 십 년을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산하의 아버지 이익수도 못 봤을 것이다.

‘이건 무슨 혹이나 짐보다도 못한 취급인데....’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가 정신을 차렸다.

‘뭐야? 원주인의 본능인가? 정말 찌질한 놈일세.’

과거의 이산하는 학교생활에서도 그랬다. 이른바 빵셔틀이었고, 일진 아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용돈을 상납하는 왕따 중 하나였다. 그나마 아버지가 용돈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주었으니 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만날 쥐어 터졌을 것 같다.

‘아하! 이놈 자살의 원인이...!’

기억이 났다. 상납일이 지났는데, 돈을 안 갖고 왔다고 담배빵을 당했다. 그것도 죽은 이산하가 짝사랑하던 정선영 앞에서 말이다. 무엇보다도 정선영이 그가 머리에 담배빵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 한 것이 큰 상처였다.

집도 망하고, 변변한 친구도 없는데다,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놀림당하고.... 한마디로 찌질 그 자체였다.

의사가 와서 김숙영과 상담을 하고자 데리고 갔다.

“오빠 괜찮아?”

이수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괜찮아.”

“오빠 갈아입을 옷 가져 왔어.”

“아아....”

여하튼 이 몸의 원주인도 대단하다. 이 추운 겨울 날 강물에 투신자살을 할 결심을 하다니 말이다. 그런 결심이면 무엇인들 못 할까! 그러니 더 찌질한 놈이다.

나라면 그 각오로 이를 악물고 살았을 텐데.

멀리서 김숙영과 의사가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담뱃불 자국이랑 폭행의 흔적이요? 그 애가 불량청소년과 어울린다는 소리인가요.”

“그러니까 더욱 경찰에 신고를 해서 보호를 받게....”

“필요 없어요. 그 아이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얌전한 아이니까.”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김숙영이 보였다.

“다른 데는 이상이 없다니 가자.”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제 나는 이산하지만, 어제의 그 이산하가 아니다!

더 이상 육체에 각인되어 있는 ‘찌질한 이산하’의 삶을 살아갈 생각이 나에게는 없었다.

그는 그이고, 나에게는 나만의 삶이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어? 이 상황에서 지금 웃음이 나오니?”

산하는 계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럼 울어요?”

순간 김숙영은 깜짝 놀랐다.

한 마디만 하면 몸을 움츠리고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녀석이 자살한답시고 한겨울에 한강물에 뛰어들더니 정신이 어떻게 되었나 보다.

나는 기가 죽지 않고 쏘아붙였다.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럼 신경 안 쓰이게 해!”

“칫!”

나는 혀를 차고 눈을 돌렸다. 어쨌거나 찌질하게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니까!

어쩌면 이게 전화위복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이산하’는 느긋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키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제야 나는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까지는 이 새 몸에 제대로 적응을 못 하고 있었다.


처음(!) 돌아오는 나의 집은 더 이상 나의 집이 아니었다.

현관문에는 압류와 경매 공고가 붙어 있었다. 지금 이 집에 살고 있어도, 나의 집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버지 이익수 씨는 친구를 찾아서 사건을 해결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하며 나간 지 벌써 열흘째다. 그래도 간간이 전화를 걸어오니 그나마 다행이다.

“오빠, 저녁은?”

이수아가 묻는다. 역시 가족 중에서 나를 걱정하는 사람은 이수아 뿐인가? 그런데 얘는 합숙소에서 지내다가 언제 집에 온 거지?

“신경 안 쓰이게 한다고 했으니, 알아서 차려 먹어.”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김숙영은 방으로 들어갔고, 이수아가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따라 들어갔다.

나는 원주인의 뇌세포를 뒤져서 내 방을 기억해 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다.

‘이제 겨우 고2....’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가야 하나? 그게 가장 스트레스다. 그 다음에는 뭐 하지? 직장에 취직을 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생각하면 할수록 까마득하다....

한 편으로는 실실 웃음이 나왔다.

이건 또 다른 기회다.

당신은 한 번도 지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나? 다시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가? 지금 바로 내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록 다른 이름과 다른 가족에 다른 환경이지만, 내게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다.

‘예스! 예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나는 혼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지금 이 순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가 내 앞에 열려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건 너무 좇 같잖아!’

당장 내일이 문제다.

눈 뜨자마자 학교부터 가야 할 텐데, 학교에 가면 벌어질 일이 뻔하다. 애가 그게 얼마나 무서웠으면 자살을 했을까!

성적은... 중간이다. 이도저도 아닌 중간!

‘찌질한 놈....’

돌아누워도 욕 밖에 안 나온다.

‘애들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그렇다고 그냥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

“푸하하하....”

대비책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니, 나는 웃음부터 나왔다. 조폭의 고문 변호사를 했던 자신이 보이게 생각해 보면 볼수록 가소로웠다. 이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무슨 자살을 해!”

참으로 찌질한 이산하다. 하지만 더 이상 찌질이 이산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우선 그 복수부터 할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나는 먼저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동병상련이라고 같이 빵셔틀을 당하는 아이-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해 냈다.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기우니? 응, 나 산하! 너 내일 몇 시에 집에서 나가는데?”

그리고 그들의 주소부터 확인했다. 나까지 포함해서 왕따 사인방들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이다.

이제 시작이다. 이른바 빵셔틀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




(Chapter 01 계속)


작가의말

prologue가 꽤나 길었네요...

좀 더 줄여야 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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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카게 살자> Chapter 01. (3) +17 11.10.19 23,618 104 9쪽
3 <차카게 살자> chapter 01. (2) +18 11.10.10 23,886 97 9쪽
» <차카게 살자> chapter 01. (1) +29 11.10.10 25,618 114 10쪽
1 <차카게 살자> prologue +41 11.10.10 31,672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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