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벽깨비 님의 서재입니다.

투신, 조선의 복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벽깨비
작품등록일 :
2023.06.02 12:24
최근연재일 :
2023.07.21 19:1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6,622
추천수 :
112
글자수 :
267,470

작성
23.07.14 13:49
조회
89
추천
1
글자
12쪽

16화 살인자(3)

DUMMY

< 살인자 (3) >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다니!”

“뚫린 입이니까 함부로 지껄이겠지.”

“그래, 오수 형은 항상 그 잘난 입이 문제였어. 매번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그 오만함! 이번에는 아예 그 혀와 목을 한꺼번에 뽑아줄게. 두 번 다시 입을 놀리지 못하게, 두 번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잔뜩 화가 난 바우가 지면을 박차고 재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그리고 곧장 좌측에서 강한 검격이 날렸다.


채앵!


종서가 황급히 죽장에서 검을 뽑아 방어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바우의 주특기는 쌍검을 활용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계 공격이었다.

그가 제자리에서 고속 회전을 하며 좌측에서 다시 한번 더 강하게 검격을 날렸다.


채앵!


종서는 병기 사용에 익숙지 않았다.

하지만 방어와 회피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일단은 시간을 끌면서 어떻게든 초근접전을 벌일 만한 거리를 한번 만들어볼 참이었다.

그리고 단 일초라도 빨리 바우의 손에서 검을 떨구게 만드는 것이 최우선 전략이었다.

생각해보면 병기에 능숙한 상대와 맞서는 건 너무 불합리한 일이었다.


챙, 채앵!


좌우에서 날아드는 바우의 연계 공격이 무척 매서웠다.

확실히 진검이 주는 압박감은 크게 달랐다.

각축장에서는 고통을 참는다는 개념으로 두들겨 맞으며 무식하게 전진한 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똑같은 짓거리를 했다가는 팔이 잘리든, 다리가 베이든 무슨 사달이 날 것만 같았다.

당장 종서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한 방어와 회피 뿐이었다.


‘해 떨어진 시간인 게 오히려 잘 됐어.’


선명하게 보이는 건 직관적 반응이 가능할 테지만 어슴푸레 보이는 것은 반 박자씩 느리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의 고유한 습성이었다.

특히 아직도 전구(電球)가 발명되지 않은 탓에 해가 떨어지면 제약이 걸리는 전근대 시대의 사람이라면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을 터였다.

종서의 경우는 현세의 사람인지라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어둠에 익숙한 그의 야간시(視)는 이세(異世) 조선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발달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현세에서 오랜 복싱 경력으로 말미암아 얼굴의 방향과 시선, 어깨의 움직임, 뒷발 축과 앞발의 거리 등등 먼저 윤곽을 확인하고 그 공격을 미리 예측, 반응하는 훈련을 지겹도록 반복한 바 있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각축장에서나, 여기에서나 오수 형은 정말 쥐새끼처럼 도망만 치는구나.”


바우의 볼멘소리가 퍽 같잖았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는 그의 맹공(猛攻)이 잠시 허공(虛攻)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이런 식의 맹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결국은 몸이 먼저 지칠 거다. 게다가 각축장에서 부상을 당한 바 있었으니 아직은 정상 컨디션이 아닐 테지.”


물론 정통 무예를 익힌 바우라면 그 체력이 일반적인 수준을 상회할 것이기에 조금 더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일전에 보아하니 그는 체력 안배를 염두에 두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과연 지금도 살짝 도발하니 그 성질머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차별 닥공만을 퍼붓는 중이었다.

괴물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닌 정상급의 프로 복서라 할지라도 삼분을 움직이면 적어도 일분의 휴식이 필요한 법이었다.

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격투 스타일은 결국 급격한 체력 고갈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하아··· 그렇게 뒷걸음질만 치다··· 하아··· 결국 내 칼에 맞아··· 하아··· 쓰러지게 될 거다··· 하아, 하아···”


확실히 중간중간 바우의 숨소리가 무척 거칠어진 것을 보면 그 피로도가 차근차근 누적되는 중이었다.

다만 종서가 미치 예측하지 못한 지점이 하나 있다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채, 채, 챙, 채앵!

채, 채, 챙, 채앵!


바우의 공세가 생각보다 연계 기술이 좋고 이전보다 훨씬 더 거세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인 것 마냥 강하게 폭풍처럼 몰아치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 한수, 한수가 정확하게 급소만을 노리는 일격 필살이었다.


‘기세가 빡빡하다. 이 녀석이 지치기 전에 내가 먼저 베이면 어쩌지?’


철검과 진검의 차이라 할까.

그 기세가 완전히 상이한 편이었다.

각축장에서 그가 휘두른 철검은 무겁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진 바 없었는데 지금 그가 휘두르는 진검은 날카롭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바였다.

종서가 불사지체(不死之體)의 몸을 갖추었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쉽게 죽지 않는 능력일 뿐이지 칼날을 튕겨내거나 고통을 느끼지 않게끔 해주는 능력이 아니었다.

또한 자상(刺傷)이 생겼을 시 재생(再生)을 하려면 적어도 이각(二刻: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니 결코 부상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편도 아니었다.


‘계속해서 뒤로 밀린다. 이거··· 진검의 위력을 너무 간과했나?’


종서가 점차 뒷걸음질치는 중이었다.

좌우 측에서 쉴 새 없이 날아드는 검격 탓에 어지러워 제자리에서 방어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전진 스텝은 엄두도 나지 않는데다 그나마 사이드, 백스텝을 활용한 방어와 회피만을 계속 지속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슝, 슈웅!


이삼십보 뒤에서 웬 단검 두 자루가 날아들었다.

바우와 격렬하게 싸우느라 잠시 깜빡한 바였지만 그것은 뒤편에서 연우가 날린 비검(飛劍)들이었다.

일전에 임오준이 그녀의 비검(飛劍)이 무척 날카롭다라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니 지금 정확히 바우의 실루엣을 노리며 쇄도하는 중이었다.


챙, 채앵!


바우가 가까스로 그 비검(飛劍)을 쳐내며 눈에 불을 켰다.


“저 년이 감히!”


연우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를 질렀다.


“조금만 시간을 더 끌어! 임처사와 지원 조원들이 곧 도착할 테니까!”


객주를 떠날 당시 지하실에서 그녀가 지원조에게 지시한 바, 말을 더 구하면 임오준을 포함 지원 조원들에게 곧장 범고개로 달려오라 요청을 해둔 모양이었다.

확실히 그 말이 가진 압박의 효과가 없지 않았다.

패거리가 더 있다는 말을 들은 바우가 제법 크게 동요하는 것 같았다.


“크윽, 올 테면 와라! 모조리 죽여줄 테니!”


감정적 동요가 생긴 탓인지 드디어 처음으로 그의 폭풍 같은 연계 공격이 멎으며 작은 균열이 생겨났다.

종서는 그 작은 균열의 틈새를 놓치지 않으려 곧장 죽장검을 거꾸로 고쳐 잡았다.

그리고 양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돌진, 바우의 몸통에다 죽장검을 푹 찔러 넣었다.


“크으윽!”


칼끝은 몸통을 노린 바였지만 바우가 황급히 몸을 틀었기에 그의 오른쪽 어깨만을 찌를 수 있었다.

바우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 한 자루가 툭 떨구었다.

대신 그 오른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찌른 죽장검의 칼날을 꽉 붙잡았다.

찌르고 나서 곧장 몸을 빼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오수, 네 이놈! 죄가의 대가를 달게 받아라!”

“비루먹은 개아들 놈이 뭐라는 거냐, 죽어라!”


잠시간 지척거리 내에서 양자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바로 그때 바우가 갑자기 왼손의 검을 고쳐 잡고 수직으로 힘껏 올려 쳤다.


“뒈져라!”


바우의 검격이 순식간에 종서의 오른팔을 베었다.


“크으윽!”


땅바닥에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다행이 오른팔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하얀 뼈가 보일 만큼 크게 베인 것 뿐이었다.

바우의 자세가 워낙 불안정한데다 왼팔의 힘이 너무 부족한 탓에 그 정도에서 그친 것 같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베인 팔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종서는 오히려 바우의 오른쪽 어깨에 꽂아 넣은 그 죽장검에 시선을 더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가 왼손바닥을 펼쳐 죽장검 자루의 끝부분을 감싸고 있는 힘껏 밀었다.

그러자 죽장검의 검끝이 바우의 오른쪽 어깨를 완벽하게 꿰뚫었다.


“으아악!”


죽장검에 어깨를 관통당한 바우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왼손의 검을 다시 고쳐 잡고 종서의 복부를 찔러 넣었다.


푸욱!


그제야 바우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자신은 오른쪽 어깨에 관통상 하나, 종서는 왼쪽 팔에 자상과 복부에 관통상을 입은 바였다.

누가 봐도 종서의 상흔이 더 크고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기에 승패가 완벽하게 기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종서의 신체는 그런 물리적 법칙에서 벗어난지 오래인 것을 바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아, 젠장! 통증이란 놈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 특히 몸 안에 쇳덩이가 밀고 들어오는 느낌은 정말 최악이야.”

“오수··· 대체 어떻게··· 이리 멀쩡한 거냐?”


바우가 다소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복부에 칼침을 맞고도 담대한 종서의 태도에 이제 공포심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종서는 몸을 전진시켜 바우에게 바짝 붙였다.

그리고 왼주먹으로 오른쪽 옆구리에 강력한 바디샷(Body Shot)을 날렸다.


콰앙!


간장치기, 리버샷(Liver Shot)이었다.

인체 구조상 단단한 벽에 둘러싸인 오른쪽 위장과 달리 왼쪽 간(肝)은 직격을 당하면 당장에 쇼크(Shock)가 올 수 있을 만큼 취약한 신체 부위였다.


“우우욱!”


아니나다를까 즉각 반응이 왔다.

검을 잃고 오른쪽 어깨마저 망가진 바우에게 종서의 무자비한 간장치기를 막아낼 방법이란 없었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살인자(殺人者).”


종서는 다시 한번 더 온몸에 크게 힘을 실었다.


콰앙, 콰앙!


리버샷(Liver Shot), 연타가 더 들어갔다.

한 대만 정통으로 맞아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라 알려진 일격 필살의 기술이었다.

그런 절묘한 기술이 무려 삼초(三招) 연달아 들어간 셈이니 그 결과는 당연히···


쿠웅!


바우의 녹다운(Knockdown)이었다.

종서가 바닥에 대(大)자로 뻗은 바우의 어깨에 꽂힌 죽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곧장 그 반대편 어깨에 죽장검을 힘껏 내리 꽂았다.

이번에도 왼손바닥으로 자루의 끝부분을 감싸 쥐고 꾹 눌렀다.


“으아아악!”


바우가 비명성을 질렀다.

더 이상 양팔을 쓰지 못하게끔 일종의 조치를 취한 셈이었다.

일전에 각축장에서 방심한 탓에 역으로 머리통이 깨어진 그 불상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제 바우는 명백하게 전투불능 상태에 처해진 바였다.


“좋아, 괜찮아··· 아프지 않다··· 후우, 후우···”


종서가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리고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검을 뽑아 곧장 저 멀리 집어 던졌다.

복부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통증 또한 극심한 바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고통의 감정보다 분노의 감정이 훨씬 앞선 상태였다.

종서가 한쪽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바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배후가 누구야?”

“···그런 건 없어. 착각하지 마.”

“민씨 가의 누가 사주한 일지?”

“깨끗이 죽여 어차피 그럴 거잖아.”

“혹시 젊은 남자인가?”


일전에 꿈속에서 인영이가 바우에게 살해당할 때 잠깐 등장한 젊은 남자, 종서는 일단 그 정체 모를 젊은 남자를 제 일의 용의자로 의심하는 중이었다.

바우가 한쪽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기억이 다 돌아온 게 아니구나.”

“어차피 조금씩 다 돌아올 거야.”

“어쨌거나 아직은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더 말해줄 건 없어.”


바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종서가 약간 부아가 치미는지 그를 비꼬았다.


“그것 참, 대단한 충성심이네.”

“금수가 아닌 다음에야 응당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충성(忠誠), 그런 건 개나 말 따위가 하는 거야. 사람이라면 자신의 의지를 내세울 줄 알아야지.”

“과연, 그런 금수 같은 생각이나 하고 사니까 그렇게 더러운 짓거리를 저지른 건가? 이 버러지.”


바우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당최 그 짓거리란 게 무슨 짓거리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눈빛에 혐오가 한가득이었다.

종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라 했잖아. 믿기 싫은 거면 그만둬.”

“기억이 온전치 않다라 하면서 그 짓거리가 뭔지는 알고 계속 아니라 하는 거야?”

“적어도 내가 당당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투신, 조선의 복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등장인물 및 간략설정 23.06.09 179 0 -
42 18화 일부 종장...(Part 1) 23.07.21 86 1 19쪽
41 17화 논악 23.07.16 99 1 16쪽
40 16화 살인자(4) 23.07.14 90 1 13쪽
» 16화 살인자(3) 23.07.14 90 1 12쪽
38 16화 살인자(2) 23.07.12 89 1 14쪽
37 16화 살인자(1) 23.07.09 95 1 14쪽
36 15화 초하루(3) 23.07.07 96 1 16쪽
35 15화 초하루(2) 23.07.05 95 1 16쪽
34 15화 초하루(1) 23.07.02 104 1 18쪽
33 14화 사전답사(4) 23.06.26 103 0 15쪽
32 14화 사전답사(3) +2 23.06.25 108 0 14쪽
31 14화 사전답사(2) 23.06.19 105 0 16쪽
30 14화 사전답사(1) 23.06.18 110 1 14쪽
29 13화 청록회(2) 23.06.18 113 1 12쪽
28 13화 청록회(1) 23.06.16 119 2 13쪽
27 12화 비구니 +2 23.06.15 123 2 15쪽
26 11화 박투대전(4) +1 23.06.14 129 2 14쪽
25 11화 박투대전(3) 23.06.13 125 2 14쪽
24 11화 박투대전(2) 23.06.12 119 2 13쪽
23 11화 박투대전(1) 23.06.11 122 1 14쪽
22 10화 임오준(2) 23.06.11 127 1 17쪽
21 10화 임오준(1) 23.06.10 123 3 13쪽
20 09화 복수자(2) 23.06.09 129 3 14쪽
19 09화 복수자(1) 23.06.09 152 3 13쪽
18 08화 견여금석(2) 23.06.08 135 4 13쪽
17 08화 견여금석(1) 23.06.08 134 4 13쪽
16 07화 갑절복수 +1 23.06.07 136 4 14쪽
15 06화 일책 불사핵(4) +1 23.06.07 136 4 17쪽
14 06화 일책 불사핵(3) 23.06.06 139 4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