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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깨비 님의 서재입니다.

투신, 조선의 복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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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깨비
작품등록일 :
2023.06.02 12:24
최근연재일 :
2023.07.21 19:1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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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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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글자수 :
267,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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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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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5화 초하루(3)

DUMMY

< 초하루 (3) >






전투조 인원들의 움직임이 꽤나 분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혼선을 주기 위해 관외채 여기저기에 분주히 가짜 약탈흔을 남기는 중이었다.

어느새 가짜 시신 두 구(具)도 옮겨졌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끔 짓이겨진 시신 두 구(具)에 각각 임오준과 김강의 의복을 착용시킨 상태였다.

이것으로 아마 임오준과 김강의 이름은 온성 관아 노비 명부에서 삭제될 터였다.

창고 앞에 총 네 구(具)의 시신이 널브러졌다.


“······”


종서가 홀로 그 자리를 지키는 중이었다.

자리를 비운 임오준에게 지시를 받은 바였다.

그리고 이따가 김강이 당도하면 그의 신변을 보호하라는 것 또한 지시 사항이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친분을 고려한 안배인 것 같았다.

잠시 후에야 동방에 고이 모셔 놓았던 김강이 창고 앞에 도착했다.

먼저 그가 반갑게 웃으며 다가와 종서의 양손을 붙잡았다.


“자네, 살아 있었네 그려!”

“귀신이 도와 그렇게 됐습니다, 어르신.”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김강은 그 말을 그저 유머라 생각했는지 정말 크게 웃어 젖혔다.


“하하하! 그래, 그래. 하기야 지금 이 순간은 귀신이 도운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지, 말이 안 돼.”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하기야 이제 곧 이 지옥 같은 관외채와 축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한데 어르신···”


종서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곰이 아재와 날쇠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어쩌면 종서는 지금의 이 엿 같은 기분을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를 바랐다.

김강이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날쇠의 시신은 대충 한번 훑은 바였고 그나마 곰이 아재의 시신을 꽤 오래 응시하는 중이었다.


“허, 말석 조장이 되었다라 그렇게 좋아하더니. 부디 극락왕생(極樂往生)하시게나.”


생각보다 무미건조한 감정과 반응이었다.

슬픔보다 덜한 안타까움, 그보다 덜한 아쉬움 정도가 묻어났다.


‘양반과 노비, 애초에 종자가 달라 그런 건가. 어찌 보면 저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 내가 너무 감정적인 건 아닌가.’


종서가 애써 착잡한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김강의 언급 중에 조장이란 말을 곱씹을 수 있었다.


“한데 어르신, 곰이 아재가 조장이 되었나요?”

“그래, 그랬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병방 서림이 하위 조장들의 죄다 연차 쌓인 중년 노비들로 선발하더만. 그때 곰이 아재 역시 운이 좋았는지 십일석 조장 위에 오른 바 있었다네.”


종서는 자신이 서림의 사랑채에서 하위 조장 후보군 명단에 곰이 아재의 이름을 끼워 넣을 일을 똑똑히 기억했다.


“한데 임형(兄)이야 금일 관외채의 정리를 건의한 조장이라 그렇다 치지만 십일석 조장이 대체 왜 여기에 와 있었던 겁니까? 일과 시간인데 축성장에 있지 않고요.”

“아아, 그는 평소 관외채 관리 일에 관심이 많았다네. 노부나 날쇠 놈에게 수시로 여기 일은 어떠한가 물어보았지. 동방 동기끼리 함께 일하면 좋겠네 어쩌네 하면서 말이야.”

“곰이 아재는 언제나 몸이 편한 일을 찾아 하고 싶다라 제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죠.”


김강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런 성격이었지.”

“그래서요?”

“초하루에 관외채를 정리한다는 말을 듣더니 윗전에다 여기 전담이 되고 싶다라 떼를 쓴 모양이야. 축성장과 관외채를 둘 다 오가며 관리 감독을 잘 하겠다면서.”

“귀찮은 일을 떠맡겠다 자처하니 윗선에서 기특하게 생각해서 그리하라 했겠네요. 실상은 곰이 아재가 여기에서 농땡이 피울 생각이나 했을 텐데요.”

“어쨌거나 아침께에 노부도 좀 놀랐다네. 뜬금없이 곰이 아재가 여기 남았기에··· 그렇다고 금일 무슨 일이 벌어질 예정이니 당장 관외채를 떠나거라 귀띔해줄 수 없는 노릇이지 않겠나.”

“······”


금일은 김강에게 있어 이 지옥 같은 관외채와 축성을 벗어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당연히 이 구출 작전이 틀어질 만한 일말의 가능성조차 배제하는 것이 타당한 행동강령일 터였다.

타인의 인생이야 어쨌건 간에 일단 침묵을 선택한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었다.


“그것 참, 어쩌다 하필 이런 시기에 조장이 되었나 그래.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하더니.”

“좋아했나요? 조장이 된 걸?”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하나 굴러온 복(福)이 이렇듯 화(禍가 될 줄이야. 차라리 조장이 되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말문이 턱 막혔다.

김강의 말에 따르자면 종서의 작은 선의가 결국 곰이 아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었다.

선의(善意)가 악의(惡意)가 될 수 있음을 알 만한 나이였지만 이제껏 그 결과가 죽음이란 극단적 사태인 적은 없었기에 종서 역시 적잖게 충격을 받은 바였다.

피 묻은 겉옷을 벗어내고 깨끗한 물로 몸을 닦았건만 아직도 그의 두 손에서 곰이 아재의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것 같았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 길이 없을 테지만 김강이 나름 그런 복잡한 심경을 읽었는지 종서의 어깨를 짚으며 위로해주었다.


“그것 참··· 아직 젊구만, 젊어. 마음 쓰지 말게나. 오래 살다 보면 불가피한 상황이 계속 생기기 마련이라네. 그때마다 이리 풀이 죽어 있을 텐가.”

“그냥··· 오늘 하루만큼은 계속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김강이 종서의 어깨를 재차 두들겼다.


“멀리 가지 말고 잘 갈무리 하게나.”


그때였다.


쿠웅!


양손에 건초더미를 한가득 안은 연우가 돌아왔다.

그리고 곧이어 전투조 인원 하나가 쫓아와 정중앙에 커다란 가마솥 하나를 내려놓았다.

연우가 아랫입술을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입 회원, 이제 그만 놀고 이거 좀 같이 하지.”


종서가 머쓱한 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는 전투조 인원과 함께 가마솥 안에 건초더미, 피 묻은 겉옷, 하강할 때 쓰인 밧줄 따위 등을 집어넣었다.


“잠시 물러서.”


연우가 품 안에서 화석(火石)을 꺼내 불씨를 당겼다.

철편에 몇 번 내려치자 불똥이 튀고 가마솥 안에 불씨가 옮겨붙었다.

불길은 점점 거세어지더니 이내 화마(火魔)가 사람의 신장보다 더 높게 타올랐다.

가마솥의 방화(放火)는 불필요한 흔적 자체를 아예 삭제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잠시 후, 연우가 달구어진 부지깽이 하나를 꺼내더니 널브러진 가짜 시신 두 구(具)의 얼굴을 지졌다.


치이이익!


“······!”

“······!”


한번씩 더 지졌다.


치이이익!


종서와 김강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우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것은 군졸들이 가짜 시신임을 알아볼 수 없게끔 추가적인 조치를 더 취한 것이었다.

아마 수십 번씩 난도질을 해 놓은 것조차 충분치 않다라 생각한 것 같았다.

계획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그녀의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잠시 후, 화마(火魔)의 연기가 이제는 허공을 꿰뚫고 치솟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종서가 불안한듯 물었다.


“연기가 올라가도 괜찮은 겁니까? 눈에 잘 띌 텐데요.”

“임처사가 더러운 거적때기를 한데 모아 다 소각할 거라 미리 얘기해 둬서 괜찮아. 한참 뒤에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그들은 깨닫게 되겠지.”

“우리가 이미 다 떠나고 난 이후겠네요.”

“그래, 맞아··· 마무리할 시간이야.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자.”


연우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전투조 인원과 김강 역시 걸음을 옮겨갔다.

다만 종서만이 발걸음을 옮기려다 잠시 뒤쪽을 돌아보았다.

유독 곰이 아재의 시신이 눈에 밟힌 탓이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그의 시신 옆에서 붉게 타오르는 화마(火魔)를 보니 마치 커다란 향(香)처럼 느껴졌다.

종서는 뒤돌아서 아주 잠시 홀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차마 그 누구도 배웅해주지 않을 미천한 축성장 노비인 그의 마지막을 위하여.



***



종서 등이 정문에 다다랐다.

아니나다를까 초점을 잃은 경계 군졸의 시신 두 구(具)가 널브러져 있었다.

망대에서 핏물이 줄줄 흐르는 걸 보면 그 안에도 시신 한 구(具)가 널브러져 있는 듯 했다.

정문 앞에 임오준과 야인 무리로 변장한 전투 이조 인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제법 지위가 있어 뵈는 이가 임오준과 대화 중이었다.


“······그릇을 좀 깨고, 화살을 좀 떨구고, 검흔이나 도흔을 좀 남겼습니다. 당연히 방안도 죄다 헤집어 놨고요. 노비 소굴이긴 하지만 그나마 값나가 뵈는 물건도 어느 정도 챙겼습니다.”


전투조 일인이 따로이 챙겨 둔 보따리를 가리켰다.

임오준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었다.


“끝방에 처박힌 녀석은 확실히 죽었나?”

“그야 심부(深部)를 꿰뚫지 않았습니까. 살아날 도리가 없지요. 그게 아니라도 꽁꽁 묶여 있을 텐데 어차피 과다출혈로 죽었을 겁니다. 굳이 가서 한번 더 확인해야 합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 심부(深部)를 꿰뚫은 건 나였으니. 본인이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을 리 없지.”


종서가 김강을 데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임오준이 크게 기꺼워하며 반색했다.


“이 청부업의 핵심인 어르신을 모셔오셨구려. 첫 청부업인데 어째 할 만 하시오?”

“배려를 받은 덕에 괜찮습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신경을 바짝 세우겠습니다.”

“하하, 그러시오. 그럼 일단 어르신은 이쪽으로···”


임오준이 정문 옆에 붙은 곁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김강이 군말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아마 관외채를 벗어나도 눈에 띄지 않게끔 깔끔하게 환복을 시킬 요량인 것 같았다.

종서가 정문의 틈새 사이로 보이는 바깥 숲길 방향을 살피며 물었다.


“어째서 곧장 출발하지 않나요?”

“우리끼리 가는 거라면야 아무 상관이 없을 테지만··· 연로하신 어르신을 모셔야 하니 도주로가 안전한지 확인부터 해야 하지 않겠소.”

“그렇다면?”

“수하 둘을 먼저 정찰 보냈으니 아마 이제 곧 돌아올 게요.”

“검계란 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이네요.”

“물론이오. 달리 한양의 검둥개들이 우리에게 치를 떨고 뭇사람들이 검계란 이름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오.”


임오준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범죄 집단이라 하지만 그 나름대로 소속 집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한데 아까 들으니 여기 사람이 하나 더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체 끝방에 누가?”

“아아, 그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좀 있어서 말이오.”

“······?”


임오준이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전일 축성장에서 난동을 피우다 벌을 받고 꽁꽁 묶여 끝방에 처박힌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본인이 찾아가 깔끔하게 그 심부(深部)를 꿰뚫었으니 걱정할 거 없소이다.”

“어차피 방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찾아가 그럴 필요가 있었나요?”

“누차 말했듯 검계는 화근(禍根)을 남기는 법이 없소이다. 이는 우리의 철저한 생존 방식 중 하나이니 앞으로 인정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라오.”


종서가 수긍하듯 끄덕거렸다.

하기야 이미 제손으로 곰이 아재의 목줄에 칼침을 박아 넣은 마당에 몇몇 더 죽어 나가는 것쯤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보다 임오준의 말 중에 제법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 있었다.


“임형은 살인을 할 때 통상 심장을 꿰뚫나요?”

“거의 그렇소. 심부(深部)는 인체의 급소 중 하나니까. 정수리, 후두부, 눈, 목, 비중, 명치, 옆구리, 사타구니, 오금, 뒤꿈치 등 찔러 넣을 곳이야 많다지만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심부(深部)라오.”

“어째서요?”

“균형감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있으니까. 그리고 생(生)과 사(死)가 명확한 부위라 명쾌해서 좋아한다오, 개인적으로.”

“임형처럼 숙련된 검객(劍客)들은 대전을 벌일 때 대개 먼저 심장을 노리는 걸 좋아합니까?”

“그건 아니오. 대전할 때는 상대방도 방어, 회피에 집중하기 때문에 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오. 저항이 불가한 상황일 때나 숨통을 끊기 위해 목줄, 심부 같은 급소들을 노리는 것이지. 대전을 할 때는 팔, 다리를 먼저 노리고 찌르는 게 일반적이라 할 것이오.”


불사지체(不死之體)의 몸을 가져 무한 재생이 가능한 종서에게 유일한 약점이라면 심장의 핵(核)이라 할 수 있었다.

맨손 박투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병기(兵器)를 든 적수를 만나게 되면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해 이미 두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바였다.

이제껏 그나마 운이 좋아 목줄을 관통당하거나 머리통이 박살나는 선에서 그친 것이지 언제 어디에서 심장의 핵(核)을 꿰뚫을 노련한 검객이 출현할지 모를 일이었다.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장을 보호하는 장치나 창칼 든 놈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해.’


종서가 잠시 상념에 빠진 사이···

정문 곁방에 들어간 김강이 환복을 마친 연후에 걸어 나왔다.

옷이 날개라 하더니 정말인지 놀라운 모습이었다.

더 이상 추레한 노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제 큰갓을 쓰고 허공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양반(兩班)의 형상이었다.

분명 오랜만에 입어보는 도포자락일 텐데 김강은 전혀 어색함 없이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중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제 옷을 찾아 입은 것 마냥 손짓 하나 걸음걸이 하나까지 매우 양반(兩班)스러웠다.

안경 역시 더 이상 깨진 것이 아닌 새안경을 쓰고 있었다.


‘근본이 양반이라 이건가.’


연우가 곁에 다가와 말했다.


“임처사와 나 그리고 당신은 수문을 통해 외성을 빠져나가는 즉시 김강 어르신의 방자 노릇을 하게 될 거야.”

“방자라면 하인이요?”

“그래, 그렇지.”

“그럼 곧장 온성을 떠나는 건가요?”

“그래, 모든 일이 끝나면 회령의 안가(安家)에서 네가 원하는 정보의 전서도 받아보게 될 테지.”


전서란 바우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이름일 터였다.

이제 슬슬 온성에서의 일이 다 마무리되어갈 지점이었다.


“정찰조가 저기 온다.”


정찰조 둘이 마침내 관외채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제 도주로의 안전이 확보되었노라 말하며 길잡이를 자처했다.

총 열두명의 인원들이 관외채의 정문을 나섰다.

당연히 제대로 된 길이 아닌 옆으로 빠져 풀숲을 헤치며 걸어갔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함은 물론 나름 최단 거리를 개척한 바였다.

한동안은 초목이 밟히고 부러지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


잠시 후에야 총 열두명의 인원들이 수문 앞에 다다랐다.

주위를 순시(巡視)하는 경계병의 모습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사전답사를 통해 순시(巡視)가 딱 비는 시간대를 찾은 덕분이었다.

오히려 큰 나무 뒤에서 갑자기 지원조 하루가 나타나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는 얼추 이런 뜻이었다.


‘안전확보, 수문개방, 도하개시.’


임오준과 연우가 가장 먼저 앞장 서서 좁은 수로를 도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투 이조 인원들이 곧장 그 뒤를 쫓아 도하하기 시작했다.

종서의 경우는 김강의 신변을 맡았기에 도포와 비단신이 젖지 않게끔 그를 등에 업은 채 도하하기 시작했다.

김강 내심 미안한 기색이었다.


“미안하이, 오수.”

“별 말씀을요. 방자 노릇을 할 거면 톡톡히 해야죠. 귀한 옷이 젖으면 안 되잖아요.”


종서와 김강을 마지막으로 모두가 수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외성의 바깥에서는 미리 약속이 된 듯 그 행보가 일사천리(一瀉千里)였다.

야인 무리의 행색을 한 여덟 인원들은 곧장 북쪽의 나루터를 향해 달려갔다.

중간에 한번씩 재치 있게 야인 무리의 흔적을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그것은 군졸들을 유인할 일종의 미끼인 셈이었다.

계획대로라면 그들은 준비된 배를 타고 강을 유람하다 어느 한 지점에서 환복하고 다시 조선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수문 앞에서 젖은 의복을 정제한 임오준과 연우, 종서, 김강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급할 게 없다는 듯 느긋하게 외성 벽을 따라 남하하는 중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온성(穩城)을 떠나 드디어 회령(會寧) 안가(安家)에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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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8화 일부 종장...(Part 1) 23.07.21 86 1 19쪽
41 17화 논악 23.07.16 99 1 16쪽
40 16화 살인자(4) 23.07.14 91 1 13쪽
39 16화 살인자(3) 23.07.14 90 1 12쪽
38 16화 살인자(2) 23.07.12 89 1 14쪽
37 16화 살인자(1) 23.07.09 95 1 14쪽
» 15화 초하루(3) 23.07.07 97 1 16쪽
35 15화 초하루(2) 23.07.05 95 1 16쪽
34 15화 초하루(1) 23.07.02 104 1 18쪽
33 14화 사전답사(4) 23.06.26 103 0 15쪽
32 14화 사전답사(3) +2 23.06.25 108 0 14쪽
31 14화 사전답사(2) 23.06.19 105 0 16쪽
30 14화 사전답사(1) 23.06.18 111 1 14쪽
29 13화 청록회(2) 23.06.18 113 1 12쪽
28 13화 청록회(1) 23.06.16 119 2 13쪽
27 12화 비구니 +2 23.06.15 123 2 15쪽
26 11화 박투대전(4) +1 23.06.14 129 2 14쪽
25 11화 박투대전(3) 23.06.13 125 2 14쪽
24 11화 박투대전(2) 23.06.12 119 2 13쪽
23 11화 박투대전(1) 23.06.11 122 1 14쪽
22 10화 임오준(2) 23.06.11 127 1 17쪽
21 10화 임오준(1) 23.06.10 123 3 13쪽
20 09화 복수자(2) 23.06.09 129 3 14쪽
19 09화 복수자(1) 23.06.09 152 3 13쪽
18 08화 견여금석(2) 23.06.08 135 4 13쪽
17 08화 견여금석(1) 23.06.08 134 4 13쪽
16 07화 갑절복수 +1 23.06.07 136 4 14쪽
15 06화 일책 불사핵(4) +1 23.06.07 136 4 17쪽
14 06화 일책 불사핵(3) 23.06.06 139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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