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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깨비 님의 서재입니다.

투신, 조선의 복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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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깨비
작품등록일 :
2023.06.02 12:24
최근연재일 :
2023.07.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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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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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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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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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0화 임오준(2)

DUMMY

< 임오준 (2) >






종서가 축성장 인근의 외진 성벽 길을 한참동안 달렸다.

이동 거리에 제약이 있었기에 코스라 할 만한 것 없이 같은 구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중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이 저질스러운 몸뚱아리.

로드웍(Road Work)을 겨우 1~2Km 제대로 완주하는 일조차 그리 쉽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허억, 허억, 허억···”


뒤쫓아온 전곤의 체력 역시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좀 앉아 쉬자.”


종서가 로드웍을 멈추고 시원한 성벽 그늘 아래 앉았다.

전곤 역시 쓰러지듯 그 옆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잠시 숨을 고른 전곤이 몸을 반절 일으키며 종서에게 물었다.


“권투란 무예를 알려 달라 했었는데 어째 자꾸 이런 뜀박질만 시키는 겁니까?”

“어허, 모든 일에는 기초 공사가 중요한 법이야.”


기초 체력 훈련의 중요성은 비단 현세에만 통용되지 않았다.

어떤 무협지나 어떤 역사 서적을 보더라도 처음 무예를 배울 때에는 항시 산에 가서 나무를 한다거나 우물을 길어 장독대를 채운다거나 하는 식의 빌드업(Build-up)을 거치는 것이 정석 중의 정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곤은 다소 조급함을 보이는 듯 했다.


“뜀박질을 얼마나 더 해야 합니까?”

“적어도 쉬지 않고 한번에 10Km 뛸 만한 체력은 갖춰야지.”

“···십 키로요? 처음 듣는 말입니다. 대충 몇 리 정도입니까?”

“얼추 이십오 리 정도?”


전곤의 얼굴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10Km를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해진 모양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로드웍은 당장 오늘 내일을 위한 게 아니야.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하지. 서너 달 반복하다 보면 점차 익숙해질 거야.”

“주먹질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거지··· 뜀박질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전곤이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종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벅지를 한번 두드리고 곧장 원투 펀치를 내질렀다.


휘익, 휘익.


날카로운 주먹질 두 번에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펀치는 튼튼한 하체에서 비롯되는 법이야. 그리고 로드웍은 자연스레 몸의 리듬감을 체득케 해줘서 펀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거다.”

“펀치, 로드웍, 리듬감··· 대형(大兄)의 말은 참 알아 듣기 어렵습니다.”

“알아서 익숙해져.”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로드웍이란 거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먹질할 때보다 축성장에서 도망칠 때 더 유용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하하, 축성장에서 도망이라니. 그런 말을 함부로 하다가 추노(推奴)당하고 싶은 거냐?”


종서가 일종의 농(弄)을 건넨 셈이었다.

한데 그 농(弄)을 들은 전곤의 반응이 살짝 이상했다.


“못할 것도 없지요.”

“···에에?”

“일전에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그게 대체 무슨?”

“···빚을 갚아줘야 할,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이 있다라 말씀드린 바 있지 않습니까.”

“그래, 기억이 난다. 때문에 더 강해지고 싶어 권투를 배우고 싶다라 했었지.”

“자고로 복수란 천리 밖에서 정화수 한 바가지 떠놓고 치성을 드린다 한들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말인즉슨?”

“결국 찾아가야지요. 당장은 무리라 할지라도 언젠가 소제(小弟) 이곳을 벗어날 생각입니다.”

“······!”


종서가 화들짝 놀랐다.

일전에 위험한 말 하지 말라며 대놓고 면박을 주더니.

실상은 전곤이 이런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종서가 황급히 주변을 살피다 약간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면천이 아니라 아예 도망을 치겠다?”

“노비가 어느 세월에 거금을 모아 면천하오리까. 게다가 소제(小弟)는 본디 산채 사람입니다. 산 아래의 울타리 안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니 면천 따위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호패(號牌) 따위가 없는 무연고 산적(山賊) 출신이란 의미였다.

지금까지 물어본 적 없었는데 아무래도 그는 산적질을 하다 추포당해 이 북방 땅까지 흘러 들어온 모양이었다.

종서가 호기심이 동하여 물었다.


“도망치면 어디로 갈 건데?”

“한때 소제는 개성(開城) 사람인 적 있었습니다.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명성산(鳴聲山) 깊은 봉우리 밑에 산채 하나가 있는데 일단은 그리 가서 몸을 의탁할 생각입니다.”

“진작에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어째서 하위전에 출전해서 조장 위에 오른 거야? 그건 너무 눈에 띄는 일이잖아.”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딱히 지고 싶지 않아서라 해야 하나. 그리고 그건 이번 상위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대책 없는 녀석이었다.


“지고 싶지 않아서라···”


급작스러운 사태로 말미암아 승전된지라 이번에는 상위전은 예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었다.

냉정하게 평가를 하자면 전곤의 실력에는 허점이 많았다.

독기와 맷집, 펀치력은 인정할 만하지만 그 상대가 왈패 따위라면 모를까 제법 가락이 있는 상위 조장이 상대라면 그닥 이길 각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첫 대전 상대인 씨름 장사 장호동을 꺾기 위해서는 꽤 특별한 속성 과외가 절실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면 이길 수 없을 텐데.”

“상관없습니다. 어떻게든 멱살을 부여잡고 한 대라도 더 때릴 생각 뿐입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전곤은 정말 투쟁심이 강한 녀석이었다.

이에 종서의 마음이 살짝 동하였다.


“무식한 녀석 같으니. 그렇게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어.”


종서가 두 발을 벌리고 가드를 바짝 세워 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전곤을 한번 힐끗 보더니 말했다.


“스텝 원부터 가자. 이게 권투의 가장 기본 자세인 가드(Guard)라는 거다.”


아기새가 어미새를 따르듯 전곤이 한 동작이라도 놓칠 세라 몸을 벌떡 일으켜 종서의 태세를 따라했다.


“감사합니다, 대형(兄)!”

“그리고 주먹을 말아 쥔 채 양손을 턱밑에 딱 붙여서 이렇게 좌우 무빙을 주게 되면······”


종서가 쉽게 따라할 수 있게끔 천천히 동작을 구분하고 설명했다.

전곤의 두 눈으로 종서의 동작을 쫓았다.

제대로 된 훈련의 시작이었다.

그들의 훈련은 축성장의 일과가 끝나고 중천의 해가 성벽을 넘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



정치수 도령의 귀 빠진 날, 당일이었다.

정씨(鄭氏)의 본가(本家)만큼은 아닐 테지만 축성장 역시 나름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본가(本家)에 몰려든 객(客)들이 몇명이니, 어느 집안의 자제가 방문을 했다느니, 어떤 선물을 들고 왔다느니 마치 제 집안일인 것 마냥 떠들어대는 군졸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점심에 고깃국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 것만 보더라도 평소와 다른 특별한 분위기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듣자 하니 고을을 오가는 행인의 수도 부쩍 늘었고 멋들어진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젊은 도련님의 수도 적지 않게 늘었다라 들은 바 있었다.


“······”


그리고 그와 별개로 금일은 정치수 도령이 개최할 상위 박투전의 예정일이었다.

때문에 종서는 축성장에서 일찌감치 조기 퇴근하여 관외채의 동방에서 대기타는 중이었다.

주안상(酒案床)도 한상 받았다.

나름대로 출전 선수가 만전을 기할 수 있게끔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써주는 모양이었다.

지금 방안에는 관외채 관리를 떠맡은 안경 쓴 초로의 노인네, 김강(金强)만이 함께 있을 뿐이었다.

종서가 예의상 김강에게 주안상을 권했다.

그리고 김강이 역시 예의상 고기 한점 맛보는 척하더니 이내 배가 부르다며 한 손을 휘휘 내저었다.


“중요한 날이지 않은가. 힘써야 할 자네나 많이 먹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종서가 고기 두 점을 한꺼번에 집어 입안에 쏙 집어넣었다.

김강이 잠시 머뭇대다 소매에서 꼬깃꼬깃한 서찰 하나를 꺼내 조용히 디밀었다.


“혹시 괜찮으면 이거 한번 더 대독해주겠나.”


그것은 일전에 이미 한번 대독한 바 있는 개성사는 딸의 절절한 안부 편지였다.

김강이 다소 미안한지 종서의 눈치를 살폈다.


“귀찮게 해서 미안하이. 노부의 눈만 멀쩡했더라면 홀로 음미했을 것을. 어쩔 수 없이 부득이 자네의 목소리를 빌릴 수밖에 없음을 용서하게나.”


양반 출신이라 그런지 예의가 발랐다.

종서가 개의치 말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어렵지 않아요. 한데 편지는 이 한통이 다인가요?”

“서너 해 동안 건네받은 서찰은 두 통이 다라네. 그 중 한통은 소실되었고, 이 한통만 남게 되었지.”

“겨우 두통인 건가요?”

“겨우 두통이 아니라네. 죄인의 몸으로 어찌 서찰을 자유로이 주고받겠는가.”


사정을 납득한 종서가 얼른 편지를 대독해주었다.

김강이 지저분한 소매로 훌쩍훌쩍 눈물을 훔쳤다.

정말인지 언제 읽어도 절절한 심정이 담긴 그야말로 눈물나는 안부 편지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종서는 그 편지의 내용 중에 ‘개성(改姓)과 개명(改名)의 불효죄를 범하다’라는 구절을 주의 깊게 보았다.


“······”


그리고 일전에 뒷간 앞에서 김강과 조우했을 당시 함께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수가 김강에게 한 청탁··· 양반 출신 죄인에게 할 만한 청탁··· 복수와 인벌··· 그건 축성장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일··· 그 길의 끝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정도(正道)가 아니면 불법적인 일일 텐데··· 개성(改姓)과 개명(改名)의 불효죄··· 아, 이건 분명!’


종서의 머리속이 순간 확 트였다.

몇 가지 정보를 취합하다 보니 복잡한 퍼즐 조각이 이제야 다 맞춰진 느낌이었다.

그때 김강이 말한 오수에게 청탁 받은 일이라 함은 아마···


“···족보위조(族譜僞造).”


김강이 다급하게 종서의 입을 틀어막았다.


“쉬이! 자네··· 기억이 돌아온 겐가?”


그의 반응을 보고 나니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종서가 입에서 김강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조심스레 말했다.


“과거의 단서를 보거나 듣게 되면 단편적인 기억이 점점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거짓이었다.

종서에게 깃든 기억은 아직까지 동향 동생 바우에 관한 일부 유년시절의 기억 뿐이었다.

다만 그는 김강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일부러 기억이 돌아온 척 연기를 하는 중이었다.


“개성(改姓)과 개명(改名), 어르신의 따님은 족보위조(族譜僞造)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신분을 얻었기에 연좌를 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죠?”

“그래, 그 방법 밖에 없었지. 죄인의 딸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일전에 이 편지를 여러 번 대독한 바 있는 제가 그 사실을 알아채고 족보위조를 청탁한 거였네요, 그렇죠?”

“그렇네.”

“하지만···”


족보위조는 엄연히 불법적인 행위였다.

발각될 시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터였다.

한데 김강이 겨우 축성장에서 처음 만났을 오수를 위해 그런 위험과 수고를 감수하려 했다는 것이 꽤 놀라웠다.


“자네의 기억이 점차 돌아온다 하니 터놓고 말하지 못할 것이 무어겠나. 과거의 노부는 말일세······”


김강의 이야기는 얼추 이러했다.

양반 신분에서 죄인 신분으로 전락한 김강은 북방으로 쫓겨온 관노비 초창기에 무척 혹독한 고초를 겪은 바 있었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수직하락한 셈이니 몸의 고됨은 물론이거니와 그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두 해가 지나고 더 이상의 치욕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그가 마침내 스스로 자결할 뜻을 세우게 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한 젊은 사내가 다가와 항상 자식처럼 살갑게 굴어주었기에 이제껏 힘든 시간을 감당하며 버틸 수 있었다라 그 절절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오수 자네는 이 노부의 목숨을 한번이 아니라 무려 두번이나 구원한 셈이야. 스스로 자결할 뜻을 세웠을 때 말벗을 자처하여 노부의 지친 마음을 위로함이 한번, 불과 얼마 전에 낙석에 깔릴 뻔한 노부의 늙은 육신을 구원함이 두번이라 할 것인즉.”


김강이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


종서는 살짝 민망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낙석 사고의 원인은 일전에 강치가 일부러 오수의 목숨을 노린 것이라 자백한 바 있었는데···

곰이 아재와 김강은 어찌 보면 재수없게 오수의 주변에 있다 휘말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물론 그 사고의 불편한 진실을 굳이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노인네의 말벗이 되어준 건 칭찬할 만한 일이잖아.’


확실히 김강의 지친 마음을 위로한 일만큼은 전적으로 오수의 공이라 할 수 있었다.

무식한 노비들 사이에서 그나마 글줄깨나 읽을 줄 아는 식자(識者) 그룹이라 그런지 두 사람은 나이차이를 떠나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제법 특별한 유대를 형성한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이에게 끌리는 법일 테니까.

아니나다를까 김강의 말투에서 절절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노부는 자네에게 심신(心身)을 빚진 셈이라 할 것이야.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네.”


종서가 지금의 이 상황을 뜻밖의 행운이라 여겼기에 다급하게 물었다.


“일전의 청탁, 지금도 유효한 건가요?”


김강이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네가 잊은 거라면 모르되 한번 약조한 바를 어길 생각은 없다라 일전에 뒷간 앞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유우레카(Eureka)!”


종서가 뛸 듯이 기뻐했다.

얼굴에도 급화색이 돌 정도였다.


“자네, 기억을 잃은 이후 요상한 언어를 많이 쓰는구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기쁜가 보이. 하긴 돌이켜보자면 자네는 항상 이곳에서 도망칠 궁리만 했었지. 복수(復讐)니 인벌(人罰)이니 하면서 말이야.”


듣자 하니 오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복수를 맹세한 바 있으며 이곳에서 도망칠 궁리와 향후의 계획까지 어느 정도 수립해둔 모양이었다.


“이곳을 벗어날 요량이라면 언제든 말하게. 약조대로 추천장을 써줄 터이니. 그걸 들고 개성(開城)에 가면 양인 신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네. 딸아이의 족보를 문제없이 처리해준 치이니 뒷일은 걱정말게.”


종서가 순간 전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녀석 개성(開城) 출신이라 했잖아. 언젠가 도망할 생각이라 했으니 길잡이 삼아 함께 갈 수도 있겠다.’


정말인지 뜻밖의 횡재수였다.

일석 조장으로 승전한 이후 재산을 축적하고 면천을 꾀해볼지 아니면 곧장 개성으로 도망가서 족보위조를 해볼지 뭐가 좋은 선택일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뜻밖의 좋은 옵션(Option) 하나가 더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기분이 몹시 좋아진 종서가 김강에게 이것저것을 더 캐물었다.


“따님이 보내준 편지 두통은 어찌 수령했나요? 수신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한번은 장돌뱅이 심부름꾼이 찾아와 몰래 전해준 바 있었고 또 한번은 두어 달 전에 축성장에 끌려온 노비가 찾아와 몰래 전해준 바 있었네.”

“축성장의 노비라니. 그게 대체 누구입니까?”

“자네가 아는 사람일 테지.”

“······?”

”서찰을 전해준 건 이석 조장 임오준이었네.”

“···에, 정말 그 자가요?”


뜻밖에 인물이 거론되자 종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에 동단 언덕의 수풀에서 임오준과 조우하여 잠시 나눈 이야기를 떠올렸다.


‘뜬금없이 어르신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했었지.’


의문이 생긴 종서가 김강에게 물었다.


“임오준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글쎄, 친분이라기보다 딸애의 서찰을 가져왔기에 그리 나쁘지 않은 사이라네.”

“그게 다입니까?“

“이외에도 몇 번 더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 비록 출신 성분이 흉악한 검계(劍契)라 하나 제법 학식이 있기에 이곳에서 대화가 통하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 그 정도라네.”

“그자가 어째서 따님의 편지를?”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네. 다만 희미하게 보이는 서찰의 필치나 그 내용이 명명백백히 딸애의 것인지라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임오준이 딸애가 거하는 개성에서 추포되어 온 것이라 하니 아마 어떤 식이든 인연이 닿아 성의 표시를 받고 서찰운반 역할을 해준 게 아니겠나. 검계란 자들은 하나같이 물불을 안 가리고 재물을 탐하는······”


김강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금전을 받고 서찰운반 역할을 해줬다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임오준은 주변의 공기와 확연한 이질감이 느끼게할 만큼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앞으로 조금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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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8화 일부 종장...(Part 1) 23.07.21 86 1 19쪽
41 17화 논악 23.07.16 99 1 16쪽
40 16화 살인자(4) 23.07.14 91 1 13쪽
39 16화 살인자(3) 23.07.14 90 1 12쪽
38 16화 살인자(2) 23.07.12 89 1 14쪽
37 16화 살인자(1) 23.07.09 95 1 14쪽
36 15화 초하루(3) 23.07.07 97 1 16쪽
35 15화 초하루(2) 23.07.05 95 1 16쪽
34 15화 초하루(1) 23.07.02 104 1 18쪽
33 14화 사전답사(4) 23.06.26 104 0 15쪽
32 14화 사전답사(3) +2 23.06.25 109 0 14쪽
31 14화 사전답사(2) 23.06.19 105 0 16쪽
30 14화 사전답사(1) 23.06.18 111 1 14쪽
29 13화 청록회(2) 23.06.18 113 1 12쪽
28 13화 청록회(1) 23.06.16 119 2 13쪽
27 12화 비구니 +2 23.06.15 123 2 15쪽
26 11화 박투대전(4) +1 23.06.14 129 2 14쪽
25 11화 박투대전(3) 23.06.13 125 2 14쪽
24 11화 박투대전(2) 23.06.12 119 2 13쪽
23 11화 박투대전(1) 23.06.11 122 1 14쪽
» 10화 임오준(2) 23.06.11 128 1 17쪽
21 10화 임오준(1) 23.06.10 123 3 13쪽
20 09화 복수자(2) 23.06.09 130 3 14쪽
19 09화 복수자(1) 23.06.09 153 3 13쪽
18 08화 견여금석(2) 23.06.08 135 4 13쪽
17 08화 견여금석(1) 23.06.08 134 4 13쪽
16 07화 갑절복수 +1 23.06.07 136 4 14쪽
15 06화 일책 불사핵(4) +1 23.06.07 136 4 17쪽
14 06화 일책 불사핵(3) 23.06.06 140 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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