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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3 18: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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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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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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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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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23화 - 초원의 민족

DUMMY

"@#!@$%@$@!!!“


북방 이민족.

특히나 유주 일대에 자주 출몰하는 오환족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들고 온 모피를 처분하고 기쁜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사갈 선물을 사고 있었다.


"이거, 얼마요“


"2냥 내시구려“


그들은 각자 가진 돈으로 팔찌며 목걸이 등 장신구들을 샀다.

물론 대부분은 철덩이를 사는 데 사용했지만.


"@#!@$$@!#!#@“


"@#@!#@!!!“


"!@#!“


그들의 대화 소리가 시장을 가로지르던 한율의 귀에 정확히 꽂혀 들어온다.

그들이 막 출발하려 말에 오를 때 적토가 막아선다.


"잠시 기다리시오!“


한율이 말에서 내려 다급히 말했지만, 그들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자신들이 먹으려 산 시장 음식을 그에게 건네준다.


"아니, 이러려고 온 게 아니라···“


조금 전 자신들을 도와준 걸 보답하려는 것 같았다.

한율은 몸짓과 발짓까지 동원하며 말했다.


"유주 자사, 유우 어르신을 알고 계시오? 그쪽 족장들과 회담이 있다던데···“


처음엔 못 알아듣던 그들도 '유우'라는 이름이 나오자 안색이 밝아졌다.


"유우 어르신, 압니다. 그분과 친합니까?“


"친한 건···그분과 만나야 합니다. 제 친구를 찾으려면.“


한율은 격식도 잊은 채 횡설수설하듯 말했고 그러자 그들은 저들끼리 논의를 나누더니 그중 그나마 한족 언어에 능통한 자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자, 일단 먹으십시오.“


그들은 아까 그에게 건넸던 전병을 다시 한번 권했다.

한율은 조금 전 주막에서 식사하였기에 별생각이 없었다.


"아니 전···“


"자, 어서!“


하지만 그들은 더욱 완강히 권했고 더 이상 거절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 한율은 그것을 받아든다.


'시장에서 파는 건데 독 같은 게 들었겠어?‘


전병을 찹쌀로 만들어져 겉은 쫄깃했고 안엔 갖은 채소와 고기로 만들어져 푸짐하고 든든했다.

방금 식사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하날 더 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시전 관리소에 가는 길, 그들도 말 위에서 전병을 비롯한 음식들을 먹었는데 그 광경을 보던 주위의 백성들은 인상까지 쓰며 그들을 피했다.


"쯧쯧, 말 위에서 걸어 다니며 밥을 먹다니···“


"오랑캐 놈들은 예의란 게 없나?“


"자사 어르신도 참, 어찌 저런 놈들은···“


모두 이민족들을 천대하는 말들이었다.

허나 당사자인 그들은 알아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


시전 관리소에 도착하고 한 명이 관리소에 들어가더니 곧 창과 활, 검을 챙겨 나왔다.

그 물건들은 본래 그들의 물건으로, 자사 유우와 이민족 부족장들 간의 조약으로 인해 그들이 관리소에 이러한 무기들을 맡겨두기만 한다면 한나라의 시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시장을 벗어나자 그들은 속도를 올렸다.

그들이 타는 말을 적토만큼은 아니지만, 속도가 상당히 빨라 한율은 자칫하면 그들을 놓칠 뻔했다.

특히나 그들의 승마술은 산악지형에서 빛을 발했다.

성을 벗어나 길이 없는 외곽 지역으로 가니 험준한 산맥이 이어졌는데, 그들은 말을 타고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잘도 올라갔다.


-히이이잉!!


평야만 내달리던 적토는 가파른 산길에 맥을 못 추리며 뒤로 밀려났다.


"워워···힘내라, 적토야···“


한율은 최대한 적토를 달래며 그들의 뒤를 겨우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자 앞서가던 오환족들은 서로 웃더니 말을 한율에게 자신들의 말 한 필을 건넨다.


"당신 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산에선 안 됩니다.“


하는 수 없이 적토에서 내려 그들의 말로 바꿔탔고 한결 가벼워진 적토는 수월하게 쫓아왔다.


'확실히 이 말은 산에 단련돼있군···’


말을 바꿔 탄 것만으로 한율은 그들과 나란히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산을 넘어 내려가는 길에 작은 분지가 있었는데 그곳엔 천막과 함께 화로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만나자마자 시장에서 사 온 철덩이와 여러 물건을 그들에게 넘기곤 자신들의 말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었고 물건을 건네받은 그들은 말을 타고 먼저 떠난다.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린 안 가는 건가요?“


떠날 생각이 없는지 화로에 불을 붙이는 남자들을 보곤 한율은 걱정스럽게 묻는다.

그러자 한족 말을 가장 잘했던 그 남자가 말한다.


"어두워집니다. 우리 내일 출발합니다. 유우 어르신, 안 늦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자는 한율을 타이르더니 화로에 음식을 익히기 시작했고 그와 발맞추어 다른 이들은 말들에게 건초와 물을 먹이고 천막을 점검했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전 여···아니 한율이라고 합니다.“


한율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했다.

그간 여포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그들에게만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


남자는 자신들의 말로 뭐라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한율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남자는 잠시 무언 갈 생각하더니 말했다.


"어길, 여기에서 그렇게 부릅니다.“


"···어길“


통성명하자 친분이 쌓이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들이 준비한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서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술이 몇 잔 들어가고 손짓, 발짓 그리고 어길의 약간의 통역이 더해지니 웃음바다가 되었다.

술자리가 정리되고 한율은 그들이 준비해준 천막으로 들어간다.

군대에서 쓰는 A형 텐트처럼 작았다.

잠이 들려 눈을 붙이자 어길 천막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푸가 머리를 내밀면 출발합니다.“


"하푸?“


한율이 이해를 못 하자 어길도 무언갈 생각하더니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태양.“


동이 트며 출발하겠단 뜻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어길을 돌아간다.


'전역 이후로 이렇게 자는 건 처음이네.‘


야전에서도 늘 지휘관용 막사에서 잔 그는 처음으로 좁디좁은 곳에서 잠을 청했다.

허나 좁다는 뜻은 다르게 말하면 아늑하다가는 말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눈을 떴을 땐 그들은 이미 천막을 걷고 있었다.

한율이 비몽사몽 깨어나자 그들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그가 자고 있던 천막도 해체해버렸다.

그렇게 되자 그 분지는 정말 공터가 되어버렸고 그 많던 천막과 화로는 그들의 말 안장에 쏙 들어갈 정도로 간추려졌다.


선두의 호령에 맞춰 여정이 다시 시작된다.

한율은 어길의 옆에서 나란히 산에서 내려갔는데, 가는 길은 수월할 거란 얘기에 그들의 말이 아닌 적토를 타고 내려갔다.


날이 완전히 밝자 그들은 산을 빠져나갔고 그 후부턴 광활한 고원이 펼쳐졌다.

중국의 평야와 다르게 강한 바람이 그대로 불어왔고, 습기 하나 없는 건조한 바람이었다.


평원 지대에 도착하자 적토는 신이나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속도를 낸 적토를 그들이 쫓아오지 못하자 한율은 그런 적토를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지평선으로 하념 없이 달리고 뒤로 보이는 산이 흐릿해질 즘, 지평선 너머로 움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젯밤 천막은 어린아이의 비밀기지처럼 보일 정도의 큰 움막들이었다.


'게르 같은 건가···’


움막에 가까이 다가가자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고 다른 부족민들이 그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그들은 한율을 호기심 반, 경계심 반으로 쳐다보았고 어길이 설명하자 알아듣지 못 할 말들로 그를 반겼다.


"유우 어르신을 뵈러 한나라 놈이 여기까지 왔다고?“


능숙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한눈에 보아도 높은 위치에 있을 거 같은 그 남자는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흉터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우리 족장입니다.“


어길은 그 남자를 한율에게 소개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과 회담이 있다고 해서···꼭 만나 뵈어야 합니다.“


한율은 족장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그는 한율은 자신의 움막으로 데려간다.


"어르신은 내일쯤 다른 족장들이 모이는 대의회에 오실 거요.“


"그럼, 거기서 만날 수 있는 겁니까?“


"나야 모르지, 어찌 됐든 내일 그곳으로 데려가 줄 테니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하시오.“


족장의 움막을 나오자 밖은 축제 분위기였다.

시장에 갔다 온 남자들은 저마다 선물을 꺼내 가족들과 친척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어린아이들은 한율을 졸졸 쫓아다니며 그를 귀찮게 했다.

한율은 어길과 어제처럼 이야기를 나눌까 했지만, 선수를 친 이가 있었다.

어떤 여인이 얼굴을 붉히며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또한 뒤에 무언갈 숨기며 꼼지락거렸다.


'하, 시대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구나···’


한율은 서주에 두고 온 소라가 떠올랐다.




저녁이 되자 북소리와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정말로 큰 잔치가 벌어졌다.

중앙에 큰 화로에선 돼지고기가 통째로 익어가고 달콤한 술 향기가 진동했다.


"요즘 귀신 놈은 어떤가?“


족장은 한율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더니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다.


"귀신이라니 어떤···“


"우릴 잡아 죽이려고 눈을 시뻘겋게 뜬 놈 있지 않나.“


"아···“


북방 이민족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는 자.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는 바로 공손찬.


"공손찬이라면 얼마 전까지 원소와 싸우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요.“


"그래? 그러면 다행이군. 원 뭐시기 그놈은 그나마 타협이라도 하지, 귀신 놈은 우리가 사는 이곳까지 쳐들어와서 가만히 있는 부족들까지 공격해서 정말 미칠 지경이야.“


"그렇습니까?“


족장은 중간중간 자신들의 말로 욕설을 섞어가며 공손찬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래로 내려가는 부족들도 있지만, 우리처럼 조용히 지내는 부족들도 많네, 그런데 그놈은 그런 걸 따지지도 않고 우릴 못 죽여 안달이야!“


"···“


길길이 날뛰던 공손찬의 모습을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심지어 같은 한족들 사이에서도 '북방의 귀신'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면 이민족들 사이에선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유우 어르신이 계셔서 망정이지.“


"유우 어르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듣자 하니 평판이 대단하시던데···“


한율이 유우에 관심을 가지자 족장은 침이 마르도록 그를 칭송한다.

그때까지 많은 영주들이 유주 자사로 임명되었지만, 그때마다 이민족들은 기를 쓰고 축출하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들 또한 죽기 살기로 대항하긴 마찬가지였다.


"근데 유우 어르신은 달랐어, 우릴 죽이고 내쫓으려는 게 아니라 땅을 내어주고 얘기를 들어주셨지. 그 덕분에 한나라 놈들이라면 토막을 내던 다른 부족들도 유우 어르신이라면 껌벅 죽지.“


한율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제아무리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도 이민족의 입에서마저 그를 칭송하는 소리가 나오다니.


'어떤 양반인지 모르겠지만, 현대에도 드문 현인인 것 같네.‘



오환족들의 잔치는 끝이 날 줄 몰랐다.

북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렬해졌다.

그들의 긴장을 따라갈 수 없던 한율은 먼저 움막으로 들어가 눈을 붙인다.

시끄럽게 느껴졌던 북소리와 노랫소리는 익숙해지니 자장가처럼 들려왔고 달콤한 술에 절어 잠에 빠져든다.


꿈속에서 한율은 한 마리의 흰 매가 창에 맞아떨어지는 꿈을 꾼다.

왠인지 모르겠지만, 한율은 그 매를 구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피를 철철 흘리는 그 매를 안아 들고 이리저리 살폈지만,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날카로운 창은 매의 가슴을 정확히 뚫었고 붉은 피가 매의 흰 깃털을 적셨다.


"상처가 너무 깊어.“


한율은 어떻게든 매를 살려보려 애를 썼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와 한율의 품에서 그 매를 가로챈다.


"드디어 잡았구나!“


붉은 눈에 산발하고 입에선 피를 토하는 그는 다름 아닌 공손찬이었다.

그는 소름 끼칠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매에게 박힌 창을 뽑아내더니 그 창으로 그 가여운 매를 수 차례 찌른다.


"죽어라! 죽어!“


공손찬은 옆에 있던 한율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매를 아예 곤죽이 될 정도로 짓이긴다.

말릴 법도 했지만, 그 모습이 하도 두려워 한율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죽어!!!“


공손찬의 공허한 외침이 메아리치듯 울렸고 그것과 함께 한율은 움막에서 눈을 뜬다.

깔아놨던 모피는 흠뻑 젖어있었고 그의 등과 이마엔 아직도 폭포수처럼 땀이 흘렀다.


'악몽인가···’


한율은 동탁이 자신을 쫓아오던 꿈이 떠올랐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한율은 대의회로 떠나는 족장과 그의 무리에 섞여 떠날 준비를 한다..

그가 떠나려 하자 부족 사람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고 아이 중에선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고작 하루 동안 있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정말 정 많은 민족이네.‘


한율 또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대의회는 그리 멀지 않았다.

초원 한가운데 거대한 솟대와 함께 큰 천막이 처져 있었고 그곳엔 각기 다른 부족들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걸려있었다.

일행 중 가장 먼저 도착한 어길이 자신 부족의 깃발을 그곳에 걸었고 이를 다른 부족들에게 알렸다.

그들은 어길의 부족을 반겼지만, 그곳에 섞여 있는 한율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칼을 뽑으려는 이들도 있었는데, 어길의 설명에도 경계심이 풀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한율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어길을 만난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군.‘


어길과 다른 호위대는 밖에서 대기한 채 있었고 한율과 족장만이 그 큰 움막에 들어섰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게, 되도록 다른 부족들이랑 눈도 마주치지 말고.“


족장의 경고에 한율은 반짝 긴장한다.

이곳에 오고 산전수전 다 겪으며 왠만치 험악한 놈들은 다 만나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유목민들은 그 수준이 궤를 달리했다.

흉터는 기본이고, 얼굴 여기저기에 뭘 바른지 검게 치장한 이들부터 마치 거대한 범죄 조직 연합회에 온 것만 같았다.


그들은 유우가 오기 전까지 움막에서 불을 피우고 가져온 고기와 술을 먹으며 시끄럽게 떠들었다.

움막은 곧 검고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그들은 익숙한 듯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오늘은 어르신께서 늦으시는군.“


"또 우리 선물을 사 오는 거 아니야?“


하룻밤 사이 족장에게서 배운 그들, 오환족의 말로, 얼추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그들의 말처럼 유주 자사 유우는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율은 애가 타 손발 끝이 따끔거렸고 불안한 듯 계속해서 두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때였다.

땅에 닿아있던 다리에서 진동이 느껴지더니 그 진동은 점점 커졌고 말발굽 소리도 들려왔다.


"오, 이제 오셨나 보군.“


족장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유우를 맞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피투성이의 전사가 움막으로 허겁지겁 달려 들어온다.


"적이다!!“


그리곤 고함과 함께 움막으로 화살 세례가 날아든다.

족장들은 들고 있던 술잔과 고기를 내팽개치고 움막 밖으로 뛰쳐나갔고 어길의 족장 또한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기다리십시오! 화살이 날아왔단 건 이미 적이 이곳을 포위했단 뜻입니다!“


한율의 말처럼 움막 밖을 나선 족장들은 일제히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살 비가 멈추더니 곧 한족의 말이 들려왔다.


"여긴 다 정리됐다! 본대와 합류한다! 서둘러!“


다시 진동이 일더니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전하다고 생각된 한율은 붙잡아두었던 족장을 놓아주었고 그는 급하게 움막 밖으로 나갔다.


그곳은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현장이었다.

어느 하나 성한 시신이 없었고 죄다 말에 짓밟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화살에 벌집이 되어있었다.

그리곤 그 학살의 범인들이 사라진 곳으로 어렴풋이 공손찬의 상징인 흰색의 깃발이 펄럭이는 것이 보였다.


'이딴 걸 말 한 거냐···’


한율은 간밤에 꾼 꿈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 귀신 놈!!!“


족장은 칼을 빼 들곤 금방이라도 그들을 도륙 낼 것처럼 말에 오르려 했다.


"족장님! 진정하십시오! 지금 나간다면 개죽음일 겁니다!“


한율은 결사하여 그를 막아선다.


"놔라! 이 한나라 놈! 내 당장 저 귀신 놈의 목을 쳐서 카챠쿠(독수리)의 밥으로 줄 테다!“


족장은 한율을 뿌리치며 기를 쓰고 말에 오르려 했다.

그때 그들의 발밑에서 신음이 들려온다.


"윽, 으윽···“


그 소리에 흥분하던 족장도 놀라 시선을 땅으로 돌렸다.

그 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어길 이었다.


어길은 엊그제 시장에서 산 목걸이를 움켜쥐고 곧 끊어질 거 같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칠루! 괜찮으냐!“


족장은 어길을 살폈지만, 손 쓰기엔 너무 이른 상태였다.


"···이걸···그녀에게···“


어길은 들고 있던 목걸이를 족장에게 겨우 건네곤 그 자리에서 명을 달리했다.

한율은 망연자실한 족장을 모시고 마을로 돌아왔다.

족장은 한탄하며 아무 말도 못 했고 그런 그를 대신해 한율이 이 소식을 전했다.

어제까지, 아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웃음과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던 마을은 곧 절규로 가득 찬다.


"어길, 아니 아칠루가 이걸···“


한율은 그가 건네준 목걸이를 어제 함께 있던 여인에게 전한다.

그것을 받아든 그녀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겨우 정신을 차린 족장은 부족 회의를 소집했고, 거기선 복수하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뛰쳐나가는 그들을 막아선 한율.

분노한 오환의 전사들은 당장이라도 한율을 물어 죽일 것 같은 표정이었다.

허나 한율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입을 연다.


"회담엔 분명 유우 어르신이 오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나타난 건 공손찬의 군대였죠. 이건 필시 유우 어르신께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증겁니다.“


그 말에 전사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한들 우리의 복수는 바뀌는 게 없다!“


족장이 나서며 한율을 나무란다.


"제가 유우 어르신을 직접 찾아보겠습니다. 족장님께선 다른 부족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유우 어르신을 찾아와주십시오.“


"뭐라고? 한나라 놈이 뭘 안단 말이냐!“


"네, 한나라 놈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다만, 친구를 잃은 슬픔은 누구보다 잘 알죠.“


-턱


한율은 아칠루가 차고있던 검을 땅에 내려놓곤 움막을 나선다.

그가 마을을 떠날 때, 낮과 같은 배웅은 없었다.

그러나 마을의 모든 이가 밖으로 나와 떠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선작수 증가.

너무 좋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짓이 저에겐 큰 희망과 원동력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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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 초원의 민족 +2 21.08.18 284 9 18쪽
23 22화 - 다시 북쪽으로 21.08.17 284 9 18쪽
22 21화 - 사라진 진궁 21.08.16 305 10 16쪽
21 20화 - 서주 대학살 그리고 다시 만난 맹덕 21.08.15 326 11 19쪽
20 19화 - 전장에서 전장으로 21.08.14 345 12 17쪽
19 18화 - 핏빛으로 물든 계교 21.08.13 362 13 17쪽
18 17화 - 다시 만난 유비 삼형제 21.08.12 389 13 16쪽
17 16화 - 자유를 찾은 늑대 21.08.11 414 11 13쪽
16 15화 - 다시 낙양으로 21.08.10 423 9 18쪽
15 14화 - 역적의 망령들 21.08.09 433 12 16쪽
14 13화 - 앞으로의 일들 21.08.07 485 10 13쪽
13 12화 - 역적의 최후 21.08.06 497 10 16쪽
12 11화 - 뜻밖의 전개 +3 21.08.05 506 11 18쪽
11 10화 - 눈을 감아도 네가 보여 +1 21.08.04 512 9 14쪽
10 9화 - 불타는 낙양 그리고 초선 21.08.03 578 11 17쪽
9 8화 - 유비 삼형제 21.08.02 625 14 16쪽
8 7화 - 첫 전투 +4 21.08.02 633 18 16쪽
7 6화 - 반동탁연합군 +8 21.07.31 706 15 16쪽
6 5화 - 추적 +1 21.07.30 739 12 17쪽
5 4화 - 오랜 친구 +2 21.07.29 832 16 14쪽
4 3화 - 도망가는 맹덕 그리고 진궁 +1 21.07.28 898 22 13쪽
3 2화 - 맹덕과의 밀회 +1 21.07.27 1,101 27 14쪽
2 1화 - 악당으로 산다는 것 +1 21.07.26 1,349 31 15쪽
1 프롤로그 - 여포, 눈을 뜨다. +4 21.07.26 1,669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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