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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3 18: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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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5
추천수 :
541
글자수 :
3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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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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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20화 - 서주 대학살 그리고 다시 만난 맹덕

DUMMY

한율이 서주성에 도착했을 땐 이미 조조의 침략이 시작된 후였다.

한율은 그것을 침략이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그건 침략보단 학살에 가까웠다.

그들이 지나간 마을은 살아남은 이들이 없었고 지나간 자리는 모조리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동탁 이후로 이렇게 무지막지한 놈은 또 처음이네···공손찬 놈은 성질만 더러웠지만, 이놈은 진짜다.‘


한율은 지난날 만났던 조조의 얼굴을 떠올렸다.

평범한 범인(凡人)의 얼굴을 하고 무슨 생각을 가진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

그에게 각인된 조조의 이미지는 그러했다.



조조군과의 전투는 옆 번이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이 말을 빠트리지 않았다.


이건 돌아가신 조숭 어르신의 복수다!


도겸 부하 손에 억울하게 죽은 조조의 아버지, 조숭의 복수라는 명목으로 서주는 피바다가 되었다.

악진, 하우연, 우금 등 조조군의 제일가는 장수들과 마주했다.

하지만 돌아가며 출진하는 그들과 달리 한율은 계속해서 단신으로 그들을 막아내야 했고 그 때문에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지원군으로 보내준 도겸 군사들은 오히려 방해만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참패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효(孝)를 모르는가! 이건 단순한 정벌이 아니다! 자식 된 도리로서 아비의 복수를 하는 것이지!“


처음으로 그에게 말을 거는 장수가 나타났다.

여느 장수들과 달리 투박한 차림의 긴 검을 차고 있는 그는 언뜻 보기에 조조와 닮은 듯했지만, 조조의 퀭한 눈과 달리 굳은 신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대 이름은 어떻게 되시오?"


그의 강직한 모습에 한율이 이름을 물어보자 그는 검을 내리고 정중히 자신의 정체를 말한다.


"난 이번 서주 정벌군 선봉인 조인, 도겸군에 여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왔다.“


"조인이라, 그럼 조조와 같은 핏줄이겠군.“


"무엄하다! 그분은 나의 종형이자 주군이시다!“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생긴 건지 무기를 내리고 대화에 열을 올린다.


"아비의 죽음에 복수하는 것이 효라며 서주의 백성들이 조숭 어르신을 죽인 것인가?“


"뭐라?“


"지금 그대들이 하는 것은 복수도, 정벌도, 뭣도 아니야! 단순한 학살이지!! 저 강에 흐르는 피들이 보이지 않는가!“


"···“


한율이 붉게 물든 강을 가리키자 조인은 아무런 말을 못 하고 그 강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대의 주군, 조조가 진정한 효를 안다면 나머지인 의(義)와 충(忠)도 알겠지, 그러니 죄 없는 백성들을 학살하는 걸 멈추고 어서 돌아가라!“


한율은 조인을 일갈했다.

그러자 그 말을 조용히 듣던 조인은 다시 자신의 병사들에게로 돌아갔다.


'뭐야? 드디어 말이 통하는···’


한율은 조인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일순간 화색이 돌았다.

허나 그는 돌아서며 이와 같이 말했다.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는 건 잘 알겠네. 허나 그 남은 둘 중 하나인 충을 위해서라도 난 멈출 수 없네.“


그리곤 얼마 가지 않아 무수한 조조 병력이 그에게로 쏟아져 내려왔다.

파도처럼 몰려드는 조조의 군사들을 막기엔 한율의 병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기병인 장점을 살려 조조군을 성 반대편으로 유인 후 유유히 서주성으로 도망쳤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성을 포위했다.


성이 포위되고 며칠이 지나자 성밖에서 귀신 같은 몰골을 한 조조가 걸어 나온다.

주위에 있던 이들이 조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한율은 그가 조조인지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몰골이었다.

머리는 상투를 풀어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손과 발은 나뭇가지처럼 피골이 상접하여 앙상했다.

그리고 충혈된 두 눈은 성벽 위에서도 또렷하게 보일 만큼 붉게 반짝였다.


그렇게 그 귀신이 입을 열자 다 갈라지고 금방이라도 각혈을 토할 것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주의 백성들은 들어라! 내 아비는 이곳 서주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그리하여 나 조 맹덕은 서주 백성의 모든 피를 뽑아 땅에 뿌려 아버지의 넋을 달래려 한다! 아녀자와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가장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그 비실비실하고, 힘이라곤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걸 들은 모든 이는 공포에 떨었을 게 분명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조조군의 대대적인 청야전술이 시작되었다.

서주성으로 들어가는 상인들을 일체 막았고 하물며 흐르는 강줄기마저 서주 백성들의 시체로 막았다.

또한 서주성을 제외한 서주의 모든 마을을 습격하여 매일 서주성 앞에서 살해했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할배가 그때 말한 사람이 저 사람 맞아?“


소라는 왕윤이 일전에 알려준 자신이 없을 때 몸을 의탁하라고 일러준 조조라는 이름을 기억했는지, 그의 모습을 보고 치를 떤다.


"아버지가 죽어서 명분이 생겼다고 좋아할 줄 알았는데, 삐뚤어지긴 했어도 '효'라는 걸 아는 녀석이네.“


한율이 성벽에 서서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아래에선 비명과 함께 백성들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여 장군!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이오! 제발! 어떻게 좀 해주시오!“


서신과 달리 도겸은 한율이 도착한 이래 계속해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살려달라 매달렸고 하루도 쉬지 않고 조조군을 저지하기 위해 그를 내보냈다.


'칫, 편지론 백성을 위하는 척 어떤 척 다하더니, 결국 자기 살려달라는 얘기군···진짜 살고 싶으면 내가 아니고 조조한테 빌어야지, 그럴 배짱은 없냐?'


한율은 당장이라도 이 교활한 늙은이를 쳐내고 평원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성안에서 공포에 떠는 백성들을 보자니 그럴 순 없었다.

도겸의 하소연을 듣다 지쳐서 나온 한율을 소라가 위로한다.


"고생했어, 괜찮냐? 그 정도면 장군이 아니라 심리 상담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나 말이다···그보다 넌 괜찮아? 왜 굳이 거기까지 따라와서 그런 광경을 보려고 한 거야?“


"뭐, 사람 죽는 거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조조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궁금했으니깐···“


"흠···“


소라는 비파를 켜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그녀의 음색은 오늘따라 슬프게만 느껴졌다.

마치 오늘 죽은 백성들을 위로하는 진혼곡처럼.

한율은 그 연주를 듣다가 문뜩 말했다.


"그거, 사람들 많은 곳에서도 가능하겠어?“


"뭘? 이거?“


소라는 자신의 비파를 들어 보이며 재차 확인한다.


"응, 여기 분위기라도 바꿔보려고.“


"끙···글쎄···일단 할 수는 있는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율은 소라의 팔을 잡아끌고 서주성 중심부로 그녀를 안고 말을 달린다.

그리곤 곧바로 나무상자로 간이 무대를 만들더니 병사들을 시켜 백성들을 불러 모은다.


"오늘은 억울하게 죽은 서주의 백성들과 그리고 이 땅에서 돌아가신 조숭 어르신의 넋을 달래는 노래 연주가 있겠소. 다들 함께 넋을 기려주시오.“


백성들은 어리둥절하며 자리에 앉았고 곧 구슬픈 소라의 비파 연주가 시작된다.

처음엔 영문을 모르는 듯 그 연주를 지켜보기만 하던 백성들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지더니 끝에 돼서는 오열하는 이가 나오기도 했다.

다들 만족스러운 분위기였지만 넋을 기리기에 박수 따윈 나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 매일 밤, 죽은 이들을 달래는 연주는 정기일정처럼 진행되었고 한율과 (겉으론) 그의 부인인 소라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공연이 끝나고 어떤 이가 심복들을 데리고 한율의 저택으로 찾아온다.

그는 기가 작고 볼품없이 보였지만 무수한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여 장군, 저는 미축이라고 하옵니다. 지금은 도겸 어르신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입죠.“


'미축이라면 그···’


서주의 유지이자 재력가인 미씨 가문의 당주.

한때 볼품없던 유비의 최대 스폰서이자 킹메이커 중 한 사람.

그런 그 남자가 여포·한율을 찾아온 것이다.


"미축공께서 어찌 저를···“


한율은 손수 그를 임시거처로 안내한다.

미축은 따라오던 심복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홀로 그의 거처로 들어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서주는 그 운을 다했습니다. 당장 매일매일 금방에 있는 백성들이 죽어 나가고 성안엔 식량이 바닥 날 것입니다. 하지만 전 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보았습니다.“


'희망?‘


한율은 미축에게 무슨 계책이라도 있는가 싶어 귀를 기울인다.


"전 여 장군과 부인에게서부터 빛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서주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주십시오!“


한율은 어이가 없었다.

미축은 스스로 자신의 주군인 도겸을 처단하고 그에게 서주를 빼앗으란 말을 하는 것이다.


'이 X낀 나보고 또 사람을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으란 거야? 진짜 만나는 놈마다 날 뭐로 보는 거야···’


한율의 기억 속엔 동탁밖에 없었지만, 여포는 이미 주군을 살해한 전적이 2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한율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는 이유는 바로 미축이 이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지역 유지 정도 되는 사람이면 돈놀이는 물론 머리가 핑핑 돌아갈 텐데. 딱 봐도 날 도구 정도로 사용할 모양이군···’


판단이 선 한율은 미축을 떠보기로 작정한다.


"미축공, 그대는 단도직입적이라면서 어찌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솔직히 나에게서 희망을 본 것이 아닌, 그냥 상업적 투자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도박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무슨···“


"내가 천하의 아비 셋을 가지고 주군을 2번이나 죽였다고 하니 이번에도 날 꾀어 서주를 구원하려는 속셈 아니시오? 그러다 내가 실패하면 어차피 즉시 처리하면 되는 것이고. 내 말이 틀렸는가?“


"···“


한율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쳐도 미축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범 앞에 토끼처럼 왜소하고 나약해 보였지만, 그는 당당했다.


"여 장군의 이야길 들어보니 그도 그런 것 같군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는 제 목을 내놓으라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허나!“


'뭐야? 더 할 말이 남은 거야?‘


미축은 고개 숙여 사죄하더니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목소리를 키운다.


"이 미축의 목을 가져가시더라도 제발, 이 서주와 백성들을 반드시 구해주십시오! 이곳은 이제 여포 장군 말고는 희망이 없습니다!“


미축은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율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눈에선 한 치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후, 좋소···미축공, 달라진 건 없는 곳이요. 당신의 그때까지 해왔던 것처럼 투자하면 되오.“


"투자요?“


"그래, 투자. 도박이 아닌. 나에게 당신의 모든 걸 투자하시오!“


"!!!“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한율은 도겸에게 찾아간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침상에서 나오지 않고 골골거리고 있었다.


"도겸 어르신, 이렇게 가다간 서주의 모든 백성들은 물론, 어르신까지 화를 입으실 겁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헌데 난들 어찌하란 말이오···“


도겸은 사시나무 떨듯 공포에 질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 노인네를 침상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한율은 이를 악물고 그에게 간청한다.


"제가 조조에게 직접 간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여 장군이? 직접? 간청을?“


"예, 악연이지만 조조와은 구면입니다. 미약하게나마 제가 그의 화를 잠재울 수 있다면 그 후는 어르신께서 처리해 주십시오.“


그러자 도겸은 반색하며 침상에서 벌떡 일어난다.


"내, 당장 그러리다! 무엇이 필요하오?!“


그러자 한율은 미소를 지으면 말했다.


"제가 미축공에게 미리 알려드렸으니 그의 지시를 듣고 따르시면 될 것입니다.“


한율은 그렇게 말하곤 대답도 듣지 않고 곧장 자신의 거처로 와 조조 진영으로 갈 준비를 한다.

최소한의 갑주만 챙겨입고 자신의 무기, 방천화극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라를 찾는다.


"너, 이번엔 출장 공연인데 괜찮겠냐?“


그러자 소라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제 와선 무슨···새삼스럽다. 그래서 어딘데 이번엔?“


한율은 성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조.“





조조 진영으로 여포가 방문했단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가 조조를 직접 알현하고 싶다 간청하자 지휘부에선 난리가 난다.


"당장 그자의 목을 쳐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한때 역적의 아들은 자처했던 자이며, 황제 폐하를 이용해 위장군 직에도 오른 녀석입니다! 주군께서도 그 보상을 받지 못한 일을 어찌 역적의 개가···“


"또한 그자가 사라진다면 서주의 더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하후연은 필두로 모든 장군의 의견은 하나로 모인다.

하지만 조조의 귀엔 그런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피눈물을 흘리며 겨우 상석에 앉아 있는 조조.

그런 조조의 귀로 하나의 간청이 들려온다.

그건 다름 아닌 조인이었다.


"주공, 신이 일전 여포와 만났을 적,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충, 의, 효를 잘 아는 장부였습니다. 그러니···“


"조인 장군!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요! 그놈은 역적의 앞잡이에 그냥 떠도는 늑대에···“


"조용!!!!!!!!“


악진이 조인의 말을 끊어서자 조조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 바람에 주위에 있던 모든 장군이 얼어붙었다.


"···조인, 계속해 보아라.“


"···제가 본 여포는 충, 의, 효를 아는 덕장이었습니다. 그가 무기까지 내려놓고 주공은 뵙고자 한다는 건 필시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서주에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이렇게 직접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칫, 그냥 콩고물이라고 주워 먹으려는 심상이었겠지···“


조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에선 원성이 튀어나왔다.

허나 조조는 붉은 눈을 지그시 감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여 장군을 정중히 모셔오게. 그리고 자네들은 다 물러가고.“


이윽고 조인의 안내를 받고 한율이 들어온다.

그의 뒤엔 긴장하여 굳은 표정의 소라도 함께 들어온다.


'히익!!‘


그녀는 조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자 더욱 기겁하여 하마터면 육성으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 여포 장군~ 이게 얼마 만입니까? 낙양 이후론 처음이죠? 일전에 호로관에서 전 장군의 모습을 얼핏 보았다만 장군은 그때 절 보진 못하셨을 테니···“


조조는 귀신의 모습을 하고도 웃으며 한율 맞았다.

한율도 대수롭지 않은 듯 그의 손을 맞잡으며 악수했다.


"제 눈은 매의 눈입니다. 어찌 승냥이들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조공을 보지 못하겠습니까.“


칼날 위에선 한판 승부였다.

검만 꺼내지 않았을 뿐 그들의 기 싸움은 하늘을 뚫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일로 찾아오신 것인지요? 피차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이라도 군사를 물려주시지요.“


숨김없는 돌직구.

한율은 말싸움과 심리전에서 그를 압도할 수 없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여포 장군께선 지금 제가 농담이나 장난을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하하하“


조조는 붉은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마른 입술만 미소 지었는데 이는 너무나도 기괴한 모습이었고 옆에 있던 소라는 순간 비파를 놓칠 뻔하다 다시금 꼭 움켜쥐었다.


"아비이자 주군을 2번이나 죽인 제가 할 소린 아니지만, 아버지를 잃은 조공의 슬픔은 통탄할 따름입니다. 허나 그것은 서주 백성들의 잘못이 아닌 도겸의 부하 장수인 장개가 멋대로 벌인 짓입니다. 그자는 일개 황건적 출신이었기에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조숭 어르신을 해했던 것이지요.“


그러자 조조의 기괴했던 미소가 사라지고 싸늘히 식는다.


"그래서 나더라 지금 죄 없는 서주의 백성과 도겸을 살려두고 떠나라는 거요?“


"그건 아닙니다. 지금 도겸님께선 사람들을 시켜 장개과 그의 일당들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을 찾는 즉시 조공에게 보내 조숭 어르신의 복수를 직접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고작 그것으로 아버지의 넋이 위로되리라 생각하시오?“


조조가 상석에서 일어나 망집들인 늙은이처럼 뛰쳐나온다.


"그것으로 어찌 위로되겠습니까. 허나 서주의 백성들은 밤낮으로 이 전쟁의 희생자들과 조숭 어르신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진혼곡을 부르고 있습니다.“


이때다 싶어 소라는 비파를 키며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구슬픈 가락을 타고 나오는 그 노래는 조조의 아버지, 조숭의 넋을 기리는 가사였다.



-천하 영웅의 아비는 난세에서도 영웅을 어질게 키우네.


-그의 아들 아만, 말썽쟁이로 크지만, 마침내 큰 영웅이 되네.


-아비는 언제나 아들 걱정에 잠 못 이루지만


-아들이 금의환향하는 날, 작고했지만 이보다 슬플 일 없네.


-아만아, 내 지금 여기서 죽으나, 금의환향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슬플 게 없구나.



노래가 끝나자 조조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온 얼굴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피눈물을 흘리며 운다.

마치 어린아이가 울 듯 애처롭게.

하지만 그 모습에서도 한율은 의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조조의 울음은 탈진할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자 겨우 멈춘다.

한율은 그를 겨우 상석으로 부축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조의 입에선 철수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고 한율은 조심스럽게 최후의 한수를 둔다.


"아하하하하하하!!!! 역시 여 장군은 시대의 명장이오! 어찌 내 속이 이렇게 후련하게 한단 말이오!!“


아까까지 어린아이처럼 그리 서글피 울던 조조는 이제는 마치 광대를 본 것처럼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주공! 괜찮으십니까!“”


큰 소리가 들리자 장군들이 불이 났게 칼을 빼 들고 달려온다.

허나 조조는 오히려 그들에게 호통친다.


"시끄럽다! 가서 전군 철수 준비나 하거라! 그리고 내가 입을 옷과 세안을 하게 물도 떠 오도록!“


"네?“


장군들은 갑작스러운 철수 명령에 황당해하지만, 조조는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


"내 말을 못 들었느냐!! 당장 전군 철수 준비하라!“


"네, 넵!“


"아, 그리고 막아놨던 강둑도 풀고 시체들도 잘 추스르거라."


장군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조인과 한율은 눈이 마주친다.

뭐라 대화는 할 수 없었지만,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나눈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한율을 불러세운다.


"이보시오 여 장군. 그대의 말을 진정 믿어도 되오?“


"조공께서 절 믿으시던 믿지 않으시던, 전 지금, 이 순간 조공을 믿겠습니다."


"내가 괜한 걸 물었군···“


조조는 병사들이 들고 온 물과 옷으로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자 조금 사람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혹시 괜찮다면 옆에 함께 온 악사를 나에게 주고 갈 순 없겠소? 그 노래를 다시금 듣고 싶군.“


그 말에 소라는 기겁하며 한율을 보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이 여인은 단순한 악사가 아니라 제 아냅니다.“


"아내라면···초선 아가씨? 이런 실례를···“


조조는 공손히 사과하며 그들을 배웅했다.

그렇게 긴장감이 가득했던 조조와의 담판은 끝이 났고 한율과 소라는 무사히 서주성으로 돌아온다.


그들이 돌아와 조조와 철수를 말했고 이는 삽시간에 성 전체에 퍼져 성 내부엔 그를 찬양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곤 그날 오후엔 정말 약속대로 조조군이 철수했고 막혔던 강줄기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아직 땅과 강줄기는 피로 가득했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조조군이 떠나고 나자 백성들을 성에서 나와 조조군이 추스르고 떠나 가족들의 시체를 수습한다.

한바탕 오열이 일어났고 그날 밤은 축하회와 장례식이 함께 치러지면 한율 생에 가장 신나면서도 동시에 슬픈 행사가 벌어졌다.


작가의말

일요일에 한번 올려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되시고 돌아오는 월요일도 화이팅 하십쇼!!!


재밌게 읽으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길이 저에겐 큰 원동력과 희망이 됩니다!!

곧 아레나 마감입니다!

꼭 좀 부탁드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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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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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초원의 민족 +2 21.08.18 283 9 18쪽
23 22화 - 다시 북쪽으로 21.08.17 283 9 18쪽
22 21화 - 사라진 진궁 21.08.16 305 10 16쪽
» 20화 - 서주 대학살 그리고 다시 만난 맹덕 21.08.15 326 11 19쪽
20 19화 - 전장에서 전장으로 21.08.14 345 12 17쪽
19 18화 - 핏빛으로 물든 계교 21.08.13 362 13 17쪽
18 17화 - 다시 만난 유비 삼형제 21.08.12 389 13 16쪽
17 16화 - 자유를 찾은 늑대 21.08.11 414 11 13쪽
16 15화 - 다시 낙양으로 21.08.10 422 9 18쪽
15 14화 - 역적의 망령들 21.08.09 433 12 16쪽
14 13화 - 앞으로의 일들 21.08.07 484 10 13쪽
13 12화 - 역적의 최후 21.08.06 497 10 16쪽
12 11화 - 뜻밖의 전개 +3 21.08.05 505 11 18쪽
11 10화 - 눈을 감아도 네가 보여 +1 21.08.04 512 9 14쪽
10 9화 - 불타는 낙양 그리고 초선 21.08.03 578 11 17쪽
9 8화 - 유비 삼형제 21.08.02 625 14 16쪽
8 7화 - 첫 전투 +4 21.08.02 633 18 16쪽
7 6화 - 반동탁연합군 +8 21.07.31 706 15 16쪽
6 5화 - 추적 +1 21.07.30 739 12 17쪽
5 4화 - 오랜 친구 +2 21.07.29 832 16 14쪽
4 3화 - 도망가는 맹덕 그리고 진궁 +1 21.07.28 898 22 13쪽
3 2화 - 맹덕과의 밀회 +1 21.07.27 1,101 27 14쪽
2 1화 - 악당으로 산다는 것 +1 21.07.26 1,349 31 15쪽
1 프롤로그 - 여포, 눈을 뜨다. +4 21.07.26 1,669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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