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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3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0,008
추천수 :
541
글자수 :
361,122

작성
21.08.05 18:00
조회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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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1화 - 뜻밖의 전개

DUMMY

초선이 동탁의 저택으로 들어가고 3일의 시간이 지났다.

그 후부터 동탁은 온종일 자신의 저택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일이 잦았다.

항간엔 몹쓸 병에 걸렸다며 환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건 당연히 초선 때문이었다.

초선에게 홀려 밤낮을 그녀와 술로 지새우던 동탁은 결국 정사에서도 손을 놓을 지경이었다.

어찌 됐든 동탁의 폭정이 사그라들자 대신들은 모두 기뻐했다.

허나 황궁엔 그의 눈 귀 역할을 하는 아첨꾼들이 있었기에 내색은 하지 못했다.


"돼지가 없으니 조정이 조용합니다. 껄껄껄!“


"그러게나 말입니다. 지금 같은 때 황제께서 낙양으로 돌아가신다면 정말 좋겠는데 말이죠“


"원본초는 뭘 하고 있는지···“


대신들은 왕윤의 집에 모여 기쁨에 겨워 연회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연합군 맹주인 원소의 이름까지 들먹이기에 이르렀다.


"자, 무슨 일인진 모르나 아직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다들 더 각별히 조심들 합시다.“


왕윤은 들뜬 다른 대신들을 더욱 주위 시켰다.

술자리가 정리되자 대신들은 한둘씩 떠났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던 한율이 왕윤의 저택으로 다짜고짜 들어가 소리쳤다.


"왕 사도!!“


당장이라도 왕윤을 죽일 것만 같은 그의 목소리에 왕윤은 실내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달려온다.

한율은 가녀린 노인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리곤 부릅뜬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물론 이 모든 건 종훈과 논의한 행동들이었다.


늦은 오후 동탁이 자택에서 며칠째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한율과 종훈은 드디어 때가 됐음을 직감했다.


"초선을 확인하는 부분은 넘어가자. 굳이 필요 없는 것 같아.“


"···그래.“


종훈은 한율이 왕윤에게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지만, 한율의 귀엔 풀벌레 소리만 못했다.


"듣고 있냐?“


한율이 정신을 차리자 한쪽 눈을 찌푸린 종훈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아, 미안, 긴장해서···“


"···집중해.“


더 핀잔주진 않았다.

종훈도 한율이 어떤 심정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정황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해. 그럼 왕윤이 널 회유할 거야. 그러면···그 뒤는 너에게 맡긴다.“


"후, 알겠어. 근데···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한율이 고민에 빠지자 종훈은 그를 위로하듯 토닥였다.


"집에 가야지. 안 그래?“


"···그래.“


그렇게 논의가 끝나자마자 한율은 왕윤의 집에서 대신들이 떠나길 기다렸다.

그리곤 타이밍에 맞춰 왕윤의 집에 들이닥쳤고 지금 그 노인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다.


"왕 사도는 인생의 미련이 없어 날 능멸하려는 것이오?!!!“


한율의 호통에도 왕윤은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초선이 말씀입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한율은 그때만큼은 연기가 아닌 정말 화가 나 소리쳤다.


'아무리 계책이라지만 그 어린애를···’


그의 눈엔 돼지 동탁이나 이 늙은이나 다를 게 없었다.


"사실 동탁께 며느리가 될 초선이를 소개해드렸습니다. 허나 대뜸 자신의 첩으로 데리고 가겠다며 데리고 가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몇 번을 여 장군의 얘기를 했지만 듣질 않으셨습니다···이 늙은이의 잘못입니다.“


왕윤은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한율은 그런 능청스러운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여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쾅!


"으아아아아!!“


한율은 작전대로 방천화극을 던지고 포효했다.


"망할 돼지 X끼! 죽여버리겠어!!!!!!!!!!!“


그간 묵혀둔 응어리를 시원하게 털어낸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평생의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자, 장군!!“


왕윤은 놀라서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장군께서 해를 입을까, 이 늙은이가 다 떨립니다. 고정하시지요!“


한율은 화가 가라앉았음에도 오히려 대범하게 행동했다.


"내, 필시 그 역적 돼지 놈을 죽이고 왕 사도와 황제께 그 수급을 받치겠소!“


그러자 아까까지 눈물을 흘리던 왕윤의 떨림이 멈춘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그를 자신의 저택 안으로 급히 데리고 들어갔다.


조촐한 술상이 차려지자 왕윤은 다시 쥐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장군, 방금은 실수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정하시고···“


왕윤은 한율을 구슬리듯 그의 잔에 손수 술을 부었지만, 그 속은 훤히 보였다.


"아니! 남아로 태어나 어찌 재 입으로 뱉은 말을 주워 담으려 한단 말인가! 이 여포는 필시 그 역적 돼지 동탁의 목을 칠 것이오!“


한율은 호기롭게 술잔을 비우며 곁눈으로 왕윤을 흘겼다.


'자, 이게 너희들이 원하는 말이지? 빨리 뭐라고 좀 해봐!‘


한율은 애를 태우며 왕윤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왕윤은 그의 예상과 달리 쉽게 입을 떼지 않았다.


'왜 이렇게 뜸 들이는 거야? 너희가 원하는 말을 해줬잖아!‘


한참 뜸을 들인 뒤에야 왕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말은 한율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말이었다.


"장군, 이번 일은 이 늙은이가 죽을 때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장군께서도 실수하셨다고 생각하고 잊으시지요.“


왕윤은 한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엔 한 치의 흔들림 따윈 없었다.


"왕 사도···“


아까의 호기로운 여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왕윤은 그런 한율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그만 들어가시지요. 며칠이 지나면 상국의 뜻을 이해하는 날이 오실 겁니다.“


그렇게 왕윤은 한율을 남겨두고 떠났고 그는 홀로 쓸쓸히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저택으로 뛰어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게 아니잖아···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이럴 리가 없잖아!!'


시종들이 와 술상을 치울 때가 돼서야 겨우 다리의 힘이 돌아왔고 그는 쫓기듯 저택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 적토에게 미칠 듯이 박차를 가했고 누군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죽이기라도 하는 듯 눈을 사방으로 굴렸다.


쾅!


"뭐, 뭐야!“


"헉···헉헉···헉“


종현의 방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천화극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쥐며 이목구비와 머리카락이 모두 떨어질 정도로 몸을 떨었다.


"왜 그래? 왜 벌써 왔어? 무슨 일인데?“


종훈의 물음에도 한율은 대답하지 못하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웅크리고 있기만 했다.

종훈은 급한 마음에 밖을 살피더니 창문과 방문을 걸어 잠그고 촛불의 수를 줄였다.


"말을 해! 그래야 알지!“


종훈은 자세를 낮춰 한율을 진정시켰고 겨우 그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혀까지 풀려버린 것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다···됐···아···지···“


짝!


답답한 마음에 종훈은 그의 뺨을 후려갈겼고 떨림도 겨우 멈췄다.


"정신 차려! 무슨 일이 있으면 얘기를 해야지! 덩치는 산만 한 놈이 뭐한 짓이야?“


종훈의 호통에 한율은 정신이 돌아왔고 그가 건넨 물을 마시며 안정을 되찾는다.

그리곤 겨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왕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매사 침착하던 종훈도 그의 얘기를 듣자 표정이 굳어졌다.


"야, 어떡하냐? 우리 X 된 거 같아···“


"···“


이야기를 끝마친 한율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린 것 같은 표정으로 종훈에게 매달렸다.

천하무쌍 여포의 얼굴에서 그런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나오다니 시정잡배들이 보더라도 당장 그에게 달려들 수 있는 것 같았다.


'뭐가 문제인 거지?‘


종훈이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없었다.

왕윤은 조조에게 동탁 암살을 사주할 정도로 그를 경멸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천하의 여포가 나타나 스스로 동탁을 죽인다고 했음에도 그것을 부정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노인네한텐 이만한 기회가 없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찰나, 그의 눈에 잔뜩 겁을 먹은 친구, 한율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폭탄처럼 불안한 듯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했고 혼잣말을 중얼거리기까지 하였다.


"일단 너무 걱정하지 말고 눈부터 붙여. 내일은 어디 나가지 말고 여기 꼼짝 말고 있고. 내가 상황을 살펴보고 올 테니까 알았지?“


"야, 이 X친 X끼야···넌 이 상황에 잠이 오겠냐···죽을 거야···무조건 죽을 거야 이건···X발, 집에 가고 싶다···“


한율은 그때 꿈을 떠올리며 더욱 공포에 잠긴다.

몸이 꿰뚫리던 그 고통이 다시 생생히 느껴졌다.


"절대 그런 일 없어···내가 죽더라도 넌 살린다. 알겠지? 걱정하지 말고 눈 좀 붙여···너 지금 사람 꼴이 아니야.“


종훈의 말마따나 그의 몰골을 말이 아니었다. 쓰고 있던 자금관은 반쯤 벗겨졌고 머리카락은 다 헝클어져 산발이 되어있었고 두 눈은 어느새 충혈되어 붉었다.

그 상태로 밤거리를 돌아다녔다면 다 큰 장정도 심장이 멎었을 것이다.


"죽을 거야···창에 꿰뚫려서···그다음엔 목이 잘리겠지?“


한율은 끊임없이 중얼거렸고 보다 못한 종훈이 그를 자신의 침대에 밀어 넣는다.

그리곤 머리맡에 향을 피운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산뜻한 향기가 곧 방 전체에 맴돌았고 한율은 향에 취해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가 조용해지자 종훈은 밖으로 나와 안뜰을 맴돌았다.


'생각해보자···왜 거절한 걸까? 분명 절호의 기회였는데···’


종훈은 생각했다.

왕윤의 입장에 서서 한율이 말한 행동들을 상상한다.

초선이 동탁에게 가고 3일 동안 그의 모습이 조정에서 보이지 않았다.

신이 난 대신들은 분명 그의 집에서 연회를 열었을 거고 그 연회가 끝나자마자 한율이 들이닥친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리니 실제로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너무 빨랐던 걸까?···아니 어쩌면 여포와 초선이 다시 만나지 않았단 걸 알고 있던 게···’


퍼즐 조각이 보였다.

그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한율의 행동은 필시 동탁이 왕윤을 떠보는 행동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말이 안 되잖아···그 상황인데 여포와 동탁이 어떻게 그럴 거란···’


자신과 약혼한 초선이 동탁에게 간 걸 보고도 동탁의 지시를 따르는 여포라니···이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아!“


탄식과 함께 전날 한율이 흘리듯 한 말이 떠올랐다.


'처음엔 X나 예쁜 거 같았는데 계속 보다 보니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그 말을 미루어 볼 때 녀석은 초선을 처음 본 그날, 전혀 내색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래, 그러면 말이 되지···여포의 시큰둥한 반응, 그런데 갑자기 찾아와 화를 낸다···의심할 만도 해···’


그러더니 종훈은 한율이 있는 자신의 방을 보면 혀를 찼다.


'X끼···그러니깐 연기를 좀···에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조심성이 깊은 왕윤은 더 이상 그를 믿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동탁의 암살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원전대로가 아니라면 종훈에게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직접 동탁의 저택에 난입할 수도 없는 노릇.


'내가 직접 만나볼 수밖에 없는 건가···’


무더운 열대야 속에서도 달은 그 빛을 잃지 않고 종훈을 비추고 있었다.





날이 밝자 한율의 공포심은 그나마 한 단계 내려와 근심 걱정으로 바뀌었다.

그는 한숨도 자지 않은 종훈보다 더 불안한 듯 방을 서성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정신 사나워! 좀 앉아!“


종훈은 오랜만에 관복으로 갈아입으며 그를 나무란다.

그러나 한율의 그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아, 불안한 걸 어떡하냐고! 넌 아무렇지 않겠지만 난 댕강이야 댕강!“


한율은 올챙일 적 잊고 오히려 화를 낸다.

그러나 종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고개를 젓는다.


"어제는 울고불고 쫄아서 덜덜덜 떨던 놈이 뭘 잘했다고···“


"야! 울진 않았어!“


"아, 시끄럽고 오늘 여기 조용히 박혀 있어, 알겠냐?“


종훈은 마지막 옷매무새를 정돈하곤 문으로 걸어갔다.


"네가 싼 똥 치우고 올 테니까 딱 기다려라.“


종훈은 그 말을 남기고 문을 닫고 떠나버렸다.

대낮이지만 모든 문이 닫힌 방은 어두웠다.


그 어두운 방.

한율은 방천화극을 꼭 끌어안고 침대에 쭈그려 눕는다.



한편 종훈은 저택을 나서자마자 동탁에게로 향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을 뿐 안팎으로 충분히 동향을 살피고 있었기에 동탁이 며칠 동안 입궐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단 이 양반부터 만나야지···’


동탁의 저택에 도착하자 시종들이 그를 맞이한다.


"진 선생님 어서 오시지요. 헌데 상국께선···“


"알고 있네.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릴 테니 안내해주게.“


종훈은 태연하게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

그러나 시종은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아니요. 상국께선 이미 기침하셨습니다. 다만 다른 분이 먼저 와 계시기에···“


"뭐? 다른 분? 혹시···“


자신보다 한발 앞서 동탁을 찾아왔다는 사람에 관해 물으려는 찰나 뒤에서 그를 알아보고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아, 진 선생 아니신가?“


가늘지만 중후함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에 종훈은 급히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한 황실의 관복을 정갈하게 입은 왕윤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 왕 사도 대인···“


종훈은 생각지도 못한 그의 등장에 놀라 표정을 일그러트리지 않으려 애썼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 어전은···“


"조금 전 끝이나 퇴궐하는 길에 상국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네. 그럼 선생은 웬일이신지?"


왕윤은 천연스럽게 대답했다.


'드릴 말?‘


종훈의 목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오한이 들었다.


"···아, 저 또한 상국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수고하십시오.“


왕윤은 그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종훈은 시종의 안내를 받아 동탁의 침소까지 가는 길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떠올렸다.


왕윤이 모든 사실을 불었다면?


또는 내 생각이 틀렸다면?


그런 생각들로 머리가 들어차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진 선생님?“


"어, 어···그래.“


시종은 한참 그를 불렀는지 갸우뚱하면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동탁에게 허락을 구하곤 문을 열었다.


'큿···무슨 냄새가···’


안은 한율이 왔을 때와 같이 야릇한 향기와 각종 술과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진 선생~ 무슨 일인가?“


동탁은 하의만 겨우 걸친 채 종훈을 맞이했다.

옷을 걸치지 않은 그의 상체는 실로 대단했다.

지금이야 살이 올라 배가 나오고 털로 수북했지만, 몸 여기저기에 난 흉터와 근육은 살덩어리 속에서도 과거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말해주었다.


"며칠 동안 얼굴을 뵙지 못해 걱정했습니다. 혹시 어디 편찮은 곳이라도···“


"응? 보는 것처럼 난 멀쩡하네. 사랑 병이라면 몰라도 으히히히히히“


동탁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고간을 긁적인다.

그러더니 탁자에 놓인 술병을 홀짝이며 상석에 앉는다.


"사실 오늘 이렇게 상국을 찾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여 장군 때문입니다.“


여포라는 말에 동탁은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응? 우리 봉선이? 봉선이가 왜?“


"상국께서 며칠째 모습을 비추지 않으시자 여 장군께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어젯밤에도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다가 오늘 그만 쓰러지시고 말았습니다.“


"뭐야? 봉선이가? 이런···그렇지 않아도 왕 사도도 봉선이 얘기를 하던데···“


'오케이···역시···’


동탁의 입에서 조금 전 왕윤과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걸 기회 삼아 종훈은 그를 떠보기로 한다.


"왕 사도 대인께선 무어라 하셨던지요?“


"응? 아, 진 선생과 비슷했네. 그놈이 글쎄 날 걱정하면서 그렇게 통곡했다더군?“


"아, 네···“


다혈질에 기분파인 동탁이 별 낌새가 없는 것으로 봐선 사실인 게 분명했다.

필요한 걸 모두 확인한 종훈은 자리를 뜨려 했다.


"상국, 하루빨리 조정으로 돌아오시길 이렇게 간청드립니다. 상국께서 없으니 조정의 일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습니다.“


"으하하하하, 그렇고말고. 내 곧 그리할 터니 너무 걱정 말게, 진 선생.“


동탁을 그제야 만족한 듯 술을 홀짝인다.

그때 창문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비단으로 가려져 있던 동탁의 침상이 들춰졌다.

거긴 앳된 모습의 초선이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종훈은 떠나려던 걸 멈추고 마른침을 삼킨다.


"상국, 저 여인은···“


"응?“


동탁은 종훈의 시선이 가리키는 침상을 쳐다보았다.


"아, 얼마 전에 새로 드린 아일세, 사실 내가 요 며칠간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도 다 저 아이 때문이기도 하지. 초선이와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몰라, 낄낄낄“


"아, 네···“


종훈은 혹시나 싶어 초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최대한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곁눈질로 그녀를 관찰했다.


"상국, 조식(朝食)을 대령하겠사옵니다.“


초선은 침상에서 일어나 근처에 있던 비단옷을 걸치더니 선녀처럼 사뿐사뿐 동탁의 곁으로 다가왔다.


"응? 네가? 그냥 종놈들을 시키면 될 것을···“


"아니에요. 소녀도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기에···“


초선은 그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의 입김이 동탁의 귀에 들어가자 그는 음탕한 표정을 지으면 웃었다.


"으히히히히 그래, 그러거라!“


초선은 생긋 웃으며 자리를 떴다.


"상국, 그럼 저도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응? 그래, 진 선생, 봉선일 잘 부탁하오.“


"예.“


종훈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그의 침소를 빠져나갔다.

구불구불한 복도를 지나 연못이 있는 다리에 다다르자 그곳엔 초선이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연못을 쳐다볼 뿐이었다.


종훈은 주위를 살피더니 그녀에게로 냉큼 달려가 입술을 만지던 반대쪽 손을 낚아챘다.

그녀는 화들짝 놀랬지만 종훈은 그런 것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곤 까딱거리는 그녀의 엄지손가락 눈높이까지 올리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초선씨, 폰이 없어서 많이 허전하신가 봐요?“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었고 그 표정을 본 종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아레나 시작 10일 정도가 지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래 연재하고 있는 작품보다 반응이 좋아 위안이 되네요.
물론 고작 이 정도라며 웃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에겐 정말 감사한 경험들 입니다.
앞으로도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길이 저에겐 큰 희망이 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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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54 Goha
    작성일
    21.08.05 19:21
    No. 1

    재밌게 읽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반역기사
    작성일
    21.08.05 21:38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천통제
    작성일
    21.09.21 03:31
    No. 3

    쥔공 ptsd걸렸나보네 안그래도 저세계서 개병신 호구 개꿀빨러 유리 맨탈 가지고 살았는데 저시대 현대로치면 강력 중증 범죄전과 100범 짜리 월드서 같이 부대끼고 살아야하는데......이러면 오래못살듯 싶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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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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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초원의 민족 +2 21.08.18 283 9 18쪽
23 22화 - 다시 북쪽으로 21.08.17 284 9 18쪽
22 21화 - 사라진 진궁 21.08.16 305 10 16쪽
21 20화 - 서주 대학살 그리고 다시 만난 맹덕 21.08.15 326 11 19쪽
20 19화 - 전장에서 전장으로 21.08.14 345 12 17쪽
19 18화 - 핏빛으로 물든 계교 21.08.13 362 13 17쪽
18 17화 - 다시 만난 유비 삼형제 21.08.12 389 13 16쪽
17 16화 - 자유를 찾은 늑대 21.08.11 414 11 13쪽
16 15화 - 다시 낙양으로 21.08.10 422 9 18쪽
15 14화 - 역적의 망령들 21.08.09 433 12 16쪽
14 13화 - 앞으로의 일들 21.08.07 485 10 13쪽
13 12화 - 역적의 최후 21.08.06 497 10 16쪽
» 11화 - 뜻밖의 전개 +3 21.08.05 506 11 18쪽
11 10화 - 눈을 감아도 네가 보여 +1 21.08.04 512 9 14쪽
10 9화 - 불타는 낙양 그리고 초선 21.08.03 578 11 17쪽
9 8화 - 유비 삼형제 21.08.02 625 14 16쪽
8 7화 - 첫 전투 +4 21.08.02 633 18 16쪽
7 6화 - 반동탁연합군 +8 21.07.31 706 15 16쪽
6 5화 - 추적 +1 21.07.30 739 12 17쪽
5 4화 - 오랜 친구 +2 21.07.29 832 16 14쪽
4 3화 - 도망가는 맹덕 그리고 진궁 +1 21.07.28 898 22 13쪽
3 2화 - 맹덕과의 밀회 +1 21.07.27 1,101 27 14쪽
2 1화 - 악당으로 산다는 것 +1 21.07.26 1,349 31 15쪽
1 프롤로그 - 여포, 눈을 뜨다. +4 21.07.26 1,669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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