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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기사 님의 서재입니다.

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반역기사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3 18:0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0,007
추천수 :
541
글자수 :
361,122

작성
21.08.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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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22화 - 다시 북쪽으로

DUMMY

기주에 있는 원소의 관청은 낙양에 있는 황제의 궁전에 뺨칠 정도로 화려했다.

이는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는데, 밖엔 황금색 비단으로 수가 놓인 깃발들이 걸려있었고 원가의 문양들이 걸려있었다.

그가 이렇게 '원가'라는 타이틀에 목숨을 거는 건 어찌 보면 얼자 출신이 그의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한율은 그 화려하고 웅장한 자체에 기가 죽어 조심스레 그의 황궁(?)에 들어선다.


"어서 오게 아만! 이렇게 얼굴을 보는 건 연합 이후 처음이지?“


"본초, 그간 잘 있었는가?“


그들은 죽마고우란 게 단번에 알 수 있듯 친근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한율은 종훈의 생각이 더욱 떠올랐다.


"이런, 여포공께서도 오셨군?“


"···“


원소가 자신과 눈을 마주치자 한율은 불편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공손찬군을 도와 그와 대치했던 터라 피차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원소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조조만큼이나 그를 환대했다.

조촐한 술상이 마련되고 그들만의 연회가 벌어진다.


"전쟁 중이라 차린 게 이것뿐이라 이해해주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애초에 시끄럽게 떠들고 싶지도 않네.“


조조와 원소는 오래전 추억을 안주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고 한율은 그들 옆에서 조용히 술잔만 홀짝였다.


"이런, 여 장군이 있는 걸 모르고 우리끼리 떠들었군.“


"미안하오. 여포공,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한율은 조용히 잔을 들어 보이며 괜찮다는 시늉을 했고 곧 대화의 주제는 본론으로 들어선다.


"이번에 내가 찾아온 이유가 뭣 때문인지 알겠나?“


"글쎄? 아만, 자네가 단순히 술이나 마시려고 온 건 아닐 텐데.“


원소는 정말 그 이유를 모르는지 능글맞게 웃었다.

그러자 조조는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낙양에서 황명이 내려왔네, 당장 공손찬과의 전쟁을 멈추시게.“


그러자 즐겁게 술을 마시던 원소의 표정이 싸늘해진다.

그는 술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만, 이 전쟁이 내가 원해서 벌어진 것 같나?“


"아니, 자네같이 신중한 자가 어찌 그렇겠나. 허나 뜻이 어쨌든, 황명일세.“


"황명이라, 우습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역적의 허수아비였던 자가 황제라니.“


'X발, 나보고 들으라는 거지 저거?'


원소의 눈빛을 한율에게로 가 있었다.

한율도 그것을 눈치채곤 억지로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쾅!


탁자가 쪼개질 정도로 큰 소리가 응접실 전체에 울렸다.


"원본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신하 된 자로서 어찌···“


'이 양반은 왜 또 급발진이야?'


조조는 원소의 말에 불같이 화를 냈다.

언제나 자기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수능란해야 하는 그가 그런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서주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도 원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뭐? 신하? 하하하하, 아만, 그 말이 자네 입에서 나오니 웃기는군. 애초에 가장 먼저 연합을 탈퇴한 자는 당신 아니던가? 어릴 때부터 거짓부렁과 속임수에 능하더니 요즘은 극단에서 연기도 배우나?“


원소가 웃자 조금 전까지 인상을 일그러트리고 목청을 높이던 조조의 입꼬리 또한 올라갔다.


"크하하하, 역시 본초, 다른 이들은 속이더라도 자네 눈만은 못 속이겠군.“


그 얼굴이 어찌 방금까지 역정을 낸 이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거기다 현 황제, 유협을 부정하는 말에 웃다니.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신하란 놈들은 없구만···’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한율은 소름이 돋았고 황제가 불쌍해지기까지 하였다.


"뭐, 어찌 됐든 이 전쟁은 내가 끝내고 싶어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네, 애초에 나 또한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니···“


"그렇단 건···“


"공손찬 놈에게 가서 부탁해보는 게 어떻겠나?“


원소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 술잔으로 밖을 가리켰고 그 방향은 공손찬이 있는 북평이 있는 곳이었다.


"이런, 곤란하군···“


조조도 공손찬에게까지 가긴 꺼려지는지 생각에 잠긴다.

그때서야 오랜 침묵을 깨고 한율이 입을 연다.


"원 장군과 조공께서 난처하시다면 공손찬에겐 제가 가보도록 하죠.“


그러자 조조와 원소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지며 한율에게로 쏠렸다.


"원 장군도 아시다시피 한때 공손찬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저라면 분명 얘기 정도는 들어줄 것입니다.“


"그렇다 한들···“


"공손찬은 저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제가 간곡히 부탁한다면 잠깐은 전쟁을 멈출 것입니다.“


원소는 고민에 빠져있었지만, 조조가 흔쾌히 승낙하며 그 얘기는 일단락됐다.


술자리가 마무리되고 한율과 조조는 안내를 받아 원소가 준비해준 처소로 향했다.

안량과 문추가 그곳에 없어 망정이지 성 내부를 활보하는 한율을 보았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었을 것이다.


처소에 도착하자 조조는 조용히 한율에게 물었다.


"공손찬과 함께 있었던 건 유공의 지시였소?“


"!!“


그 말에 깜짝 놀라 조조를 돌아보니 달빛의 비친 그의 모습이 섬뜩했다.

술 냄새가 진동했지만, 눈빛은 총명했고 몸가짐도 꼿꼿했다.


"낙양에서 하야한 이후 유공에게 의탁한 줄은 알았지만, 공손찬에게까지 간 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서주 사건 이전부터 감시했던 건가?‘


한율이 반짝 긴장해 얼어있자 조조는 눈을 풀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걱정 마시오, 그땐 여 장군이 아닌 유공과 연락을 주고받다 알게 된 것이니.“


한율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조는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여포 장군께선 참 인생의 파도가 많소, 사람이 태어나 다 돌기도 힘든 천하의 발전은 돌아다닌 것이 아니오? 병주에서 낙양, 장안 그리고 평원과 북평, 지금은 서주.“


"···인생에 파도가 없는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전 그저 그 파도가 좀 컸을 뿐이지요.“


"흠, 그렇군···내 진 선생 일은 장군이 공손찬에게로 떠나는 즉시 찾아보리다.“


"···감사합니다.“


한율의 인사가 떨어지기 무섭게 조조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손찬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졌다.

작은 일에도 당장이라도 머리를 칠 것처럼 노했으며 과도하게 조세를 거둬드려 국비를 늘린다.


"그래서 나더러 그 원가의 종놈을 놔두란 말인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한율이 황명을 전하자 그는 길길이 날뛰었고 그의 오른팔 전해와 관정이 나서서 겨우 그를 막을 수 있었다.


'칫, 팔자에도 없는 외교관 노릇을···'


한율은 왜 이런 일을 솔선수범 나서서 하는지 자신도 이해가 안 됐지만, 어서 빨리 이 사건을 해결해야만 했다.


"공손찬 장군, 이건 황제의 명입니다. 그러니 잠시나마 화를 멈추시고 후일을 도모하시지요. 제아무리 장군이라 한들 황제의 명까지 어겨가며 원소와 대적한다면 이는 독이 되실 겁니다.“


"뭐라? 지금 네놈까지 날···!!“


공손찬은 눈에 불을 켜며 한율에게 달려들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고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지만, 한율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전해! 관정! 가서 군을 철수시켜라!!“


공손찬의 병력 철수가 결정되고 한율은 그에게 대충 인사를 하곤 그곳을 나선다.


'볼 때마다 격이 점점 떨어지는 사람이군.‘


처음 그를 보았을 땐 정말 한 마리의 용맹한 맹수 같았지만, 지금은 늙어서 성질만 남은 늙은 삵에 지나지 않았다.

한시바삐 관청을 나가려 할 때 누군가 멀리서 그를 발견하곤 달려온다.


"여 장군님!“


순백의 피부, 앳된 외모 그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소년 장수, 조운이었다.

그를 보자 걱정이 조금 누그러들고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아, 오랜만이네. 잘 있었나?“


"넵! 장군께선 잘 지내셨는지요? 서주 자사가 되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나야 뭐···“


조운은 그와 다시 만난 것이 너무 반가운 듯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이며 질문들을 쏟아냈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못한다.


"자룡! 자룡은 어딨느냐!!“


조운을 찾는 공손찬의 호통이 들려왔고 그들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난다.

한율은 조용히 그에게 손짓했고 조운은 아쉬운 듯 몇 번이나 그를 돌아보며 괴성이 들리는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저 녀석도 고생이 많군···’


한율이 공손찬의 휴전 소식을 들고 오자 원소와 조조는 뛸 듯 기뻐했다.

원소는 그간 전장에 나가 있던 장수들을 불러 모아 성대한 연회를 열었고 병사들 모두에게 포상을 내렸다.

하지만 조조와 한율은 그것을 즐길 새도 없이 곧장 황제가 있는 낙양으로 돌아와 이 일을 보고한다.


허나 황제는 두 군웅의 정전 소식보다 오랜만에 만난 한율을 보며 기뻐한다.


"아, 여포공, 참으로 오랜만이오. 그대가 그렇게 가버리곤 짐이 얼마나 걱정하였는지 아시오? 그대를 서주 자사로 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상소가 올라와 얼마나 놀랐던지.“


"오랜만에 뵙니다. 폐하.“


황제는 검 한 자루를 들고 와 직접 그에게 건넨다.


"다시 짐을 곁에서 보필할 생각은 없는 것인가?“


그건 한율이 황제에게 반납했던 검이었다.

그가 차고 다니다 만든 흠집이 그대로인 것을 보아 그때까지 아무도 그 검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한율은 그 검을 잡아보지도 않고 정중히 거절한다.


"폐하, 아직 신에겐 그 자린 거북한 자리옵니다.“


그의 완강한 태도에도 황제는 어린아이처럼 떼를 쓴다.

그 순간 황제의 손에 들려있던 검에 한율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이 나타나 낚아챈다.


"폐하, 신하의 심정도 생각하시지요.“


그건 다름 아닌 조조였다.

황제가 든 검을 마치 사탕 뺐든 빼앗곤 꼿꼿이 서 내려다본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당장이라도 목이 달아나도 이상한 것이 없었지만, 그를 나무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조, 조조 장군···“


황제는 조조를 보곤 그 해맑던 미소를 지우곤 시퍼렇게 질려 뒷걸음질 쳤다.

조조는 놓치지 않고 그와 눈높이를 맞추며 협박이라도 하듯 당부했다.


"신들은 정무가 바빠 그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폐하께서도 곧 있을 천도에 신경 써주시지요.“


'그래, 이런 양반이 무슨···’


원소와 조조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원소보다 더하면 더 했지, 조조는 황제를 보필하고 황실에 충성할만한 인물이 절대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 한율은 아까 조조가 황제에게 했던 얘기를 물었다.


"근데 천도라니요? 또 천도한다는 말입니까?“


동탁의 횡포에서 풀려나 다시 낙양으로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천도라니, 이는 정황상 맞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조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낙양의 기운은 그 끝을 다했습니다. 한나라의 앞날을 위해선 도읍을 마땅히 바꿔야 하지요. 이미 허창에 황제께서 머무실 황궁을 건설 중입니다. 완공되는 즉시 그곳으로 폐하를 모실 것이지요.“


'동탁이랑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군, 거기다 허창이면···’


허창은 조조의 거점인 연주의 중심 도시였고 그의 관저가 있는 곳이었다.

황제를 그곳으로 옮긴다는 건 곧 천하의 권력이 그에게로 쏠린다는 것이었다.

황제가 낙양으로 돌아오고 연합군이 해산되자 조조는 뒤늦게 황제를 알현하여 연주 자사의 자리에 오른다.

그 후 다른 제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서로 경쟁하는 사이 조조는 황궁에서 자신의 실세를 늘려나갔고 결국 황제의 수호자란 명칭까지 얻을 정도로 권력을 갖게 된다.


허나 그런 그도 대적할 수 없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원소.

그렇기에 직접 황명을 핑계로 원소가 있는 기주 땅을 찾은 것이었다.


"여 장군이 공손찬에게 간 사이 저희 쪽에 진 선생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소. 허창으로 돌아가는 함께 논의해보도록 합세.“


한율을 황제를 자기 멋대로 주무르고 검은 혀를 놀려대는 조조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현재 그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뜻대로 허창으로 돌아와 종훈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 와중 서주에서 한율에게로 많은 서찰이 보내졌는데 그중엔 소라가 직접 쓴 편지도 들어 있었다.


[똘똘이 찾는 건 잘 돼가냐? 여긴 너무 한적해. 미축 아저씨가 잘 돌보고 있긴 한데 빨리 똘똘이 찾아서 돌아와. 심심하다.]


격식 없고 한글로 짧게 쓰인 편지였다.

한율은 서주에 남겨두고 온 소라가 한편으로 걱정되어 돌아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조조의 권유로 허창에 남아 종훈의 행방을 찾는 건에 몰두한다.


"진 선생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유주 일대라고 하오. 내가 유주로 사람을 보낼 터이니 곧 기별이 올 걸세.“


조조는 한율을 안심시켰지만, 그는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순 없었다.


"알아봐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거기부턴 제가 직접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주 땅은 현재 이민족들이 자주 출몰하여 위험하네. 거기다 공손찬 놈의 북평과 맞닿아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해.“


조조는 한율을 말렸지만, 끝내 그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한율은 사람을 붙여주겠다는 조조의 권유를 한산코, 거절하며 홀로 유주로 향했다.


'이 자식을 찾으면 여긴 다시는 안 와야지···’


한율은 그렇게 굳게 다짐하며 악연 같은 황하강 이북 지역으로 다시 들어섰다.

유주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원지대였는데 언뜻 보기엔 평온해 보였지만, 여느 북부 지대와 마찬가지로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수시로 출몰하는 오환족과 같은 이민족 무리에 수탈당해 왔는데 근래 들어 유주 자사인 유우의 노력으로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황실 종친이자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인 유우는 한때 현 황제 대신 황제로 추대될 만큼 그 인망이 높았다.


"어허히~ 이 양반이, 그건 안된다니깐!“


유주 장터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장사꾼으로 보이는 남자가 거대한 덩치의 남자들과 무슨 흥정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문제는 이 남자들이었다.


그때까지 보았던 사람들과 다르게 한율처럼 덩치가 크고 안색이 붉었으며 비단이나 천으로 만든 옷이 아닌 동물의 가죽으로 기워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열 닢, 다섯 개. 그거 아니면 안 된다.“


50을 말하는 것 같은 어눌한 말로 장사꾼과 흥정하는 그들은 그 덩치로 협박을 해도 충분했을 것 같았지만, 고분고분 그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당장 50냥이라도 헐값일 것 같은 질 좋은 모피를 두고도 더 값을 깎으려는 그 장사꾼의 행동에 한율은 반사적으로 튀어 나간다.


"이 정도 모피면 낙양에서 100냥은 더 주어야 할 거요.“


"뭐, 뭐야 당신!“


갑자기 나타나 초를 치는 한율에 장사꾼은 화가 났지만, 이민족들만큼이나 큰 그의 덩치에 움찔한다.


"50냥이라고 할 때 받아두는 게 좋지 않겠소? 아니면 내가 직접 시전 관리소에 얘기하겠소.“


"이, 이게···“


장사꾼은 화가나 당장이라도 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한율의 험상궂은 표정에 기가 죽어 50냥을 던지듯 주고 모피를 들고 달아난다.


한율은 돈주머니를 남자들에게 건네주었고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뭐라고 하더니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듣던 거보단 꽤 안전한 동네 같은데···’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주위 소식이라도 들으려 근처 객잔으로 향한다.

그곳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가장 사람 수가 많은 무리에 다가가 다짜고짜 묻기 시작한다.


"혹시 마른 체격에 수염이 단정하고 말투가 시건방진 남자 보지 못했소?“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화를 멈춘 그들은 서로 수군거리더니 고개를 젓는다.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가?“


"맞다. 그렇게 생긴 넘은 건업에서도 천지 삐까리다.“


"뭐라카노, 건업에 그런 촌시런 넘이 어딨노?“


그들은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를 쓰며 다시 자신들의 수다를 이어갔다.


"나 원 참, 그래도 어디서 한자리는 하고 있을 놈인데. 이렇게 소식이 없나···“


그 말에 남자 중 하나가 흘리듯 말했다.


"그카고 보니, 여기 자사 어르신 관리로 새로 들어온 양반이 그렇게 생겼제?“


"아~ 그 똘똘한 아지야?“


"마, 그 양반이 일 하나는 기깔나게 잘하긴 하제? 이 시장통도 그 양반이 다 한 거 아이가. 그 양반 없었으면 오늘도 전에 맹크로 또 멱살 잡고 이 지랄 저 지랄 하고 있었을 기다.“


"잠깐! 그자 이름이 뭔지 아시오?“


한율은 그들의 대화에 나온 사람에, 혹시나 싶어 그들에게 되묻는다.

그러자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생각을 더듬는다.


"그 양반 이름이 뭐더라···“


"장 뭐시기 아니가?“


"장씨는 무신, 전씨였다.“


"야 이 빙시들아, 진 선생이 으케 장씨, 전씨고? 참말로 답답하다. 그래가꼬 돈 벌겠나?“


진 선생.

진궁, 종훈이 확실했다.

확신이 선 한율은 그 남자를 붙잡고 물었다.


"그 사람,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소?"


한율이 그를 붙잡고 흔들자 그 남자는 그제야 겁을 먹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 우리야 모, 모르지···그, 그런 나랏일 하는 양반은···“


"관리소에 가면 만날 수 있소?“


"그, 그건···“


한율이 다급해 하자 그는 더욱 겁을 먹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다른 장사꾼이 대신 거들었다.


"그카지 말고 유우 어르신께 직접 물어보소.“


"유우? 그 사람에게 가면 알 수 있는 겁니까?“


"나 참, 그럼 유주에서 나랏일 하는 사람 중에서 유우 어르신이 모르는 사람이 있단 말이요?“


"그럼 그 사람은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그러자 거기 있던 무리들은 모두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참나, 나도 강동 사람이지만, 아재보단 유주 땅을 잘 알겠소. 어찌 유주에 있으면서 자사 이름도 모른다 캅니까?“


'유주 자사, 유우···’


한율은 급히 유주 관청으로 향하기 위해 뛰쳐나간다.

그러자 뒤에서 그 남자가 다시 외쳤다.


"지금 관청 간다고 달라지는 거 없소! 유주 어르신은 이민족 놈들캉 며칠 전부터 회의가 있어서 딴 곳에 있으니깐!“


"정 안되면 길 가던 이민족 놈들헌티 물어보던가!“


"고맙소!“


한율은 지체없이 시장을 샅샅이 훑었다.

그가 아는 유일한 이민족은 아까 그가 도와준 그들 뿐이었다.


'제발, 아직 있어라···’


그들이 떠나지 않기를 간곡히 기도하며 말을 달린다.


작가의말

아레나 종료가 머지않았습니다.

다들 재밌게 보고 계시는지요?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작은 손길이 저에겐 큰 희망가 원동력이 됩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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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포 불알친구는 진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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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초원의 민족 +2 21.08.18 283 9 18쪽
» 22화 - 다시 북쪽으로 21.08.17 284 9 18쪽
22 21화 - 사라진 진궁 21.08.16 305 10 16쪽
21 20화 - 서주 대학살 그리고 다시 만난 맹덕 21.08.15 326 11 19쪽
20 19화 - 전장에서 전장으로 21.08.14 345 12 17쪽
19 18화 - 핏빛으로 물든 계교 21.08.13 362 13 17쪽
18 17화 - 다시 만난 유비 삼형제 21.08.12 389 13 16쪽
17 16화 - 자유를 찾은 늑대 21.08.11 414 11 13쪽
16 15화 - 다시 낙양으로 21.08.10 422 9 18쪽
15 14화 - 역적의 망령들 21.08.09 433 12 16쪽
14 13화 - 앞으로의 일들 21.08.07 485 10 13쪽
13 12화 - 역적의 최후 21.08.06 497 10 16쪽
12 11화 - 뜻밖의 전개 +3 21.08.05 505 11 18쪽
11 10화 - 눈을 감아도 네가 보여 +1 21.08.04 512 9 14쪽
10 9화 - 불타는 낙양 그리고 초선 21.08.03 578 11 17쪽
9 8화 - 유비 삼형제 21.08.02 625 14 16쪽
8 7화 - 첫 전투 +4 21.08.02 633 18 16쪽
7 6화 - 반동탁연합군 +8 21.07.31 706 15 16쪽
6 5화 - 추적 +1 21.07.30 739 12 17쪽
5 4화 - 오랜 친구 +2 21.07.29 832 16 14쪽
4 3화 - 도망가는 맹덕 그리고 진궁 +1 21.07.28 898 22 13쪽
3 2화 - 맹덕과의 밀회 +1 21.07.27 1,101 27 14쪽
2 1화 - 악당으로 산다는 것 +1 21.07.26 1,349 31 15쪽
1 프롤로그 - 여포, 눈을 뜨다. +4 21.07.26 1,669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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