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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남작 님의 서재입니다.

플레이어 시스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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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e
작품등록일 :
2024.05.08 15:35
최근연재일 :
2024.06.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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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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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챕터 7 오크의 계획

DUMMY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고블린들이 거짓말처럼 우르르- 몰려왔다.


“헉!”


겨우 고블린이다.

몬스터 중에 최하위 몬스터.

평범한 사람도 마냥 무서워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을 만큼 약한 고블린.

오러를 사용하는 기사에게는 식후 간식꺼리도 되지 않는 고블린이다.

그런 고블린이 수천 마리는 될 것 같다.

이건 문제가 된다.

게다가 권상혁 등은 오크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뭐,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용병들은 알아서 잘 할 테고. 플레이어들!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방어에 전념해라. 상대는 약해빠진 고블린이다. 고블린 따위는 너희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러니 침착하게 내 지시를 따르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라!”


알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블린들이 돌격 속도를 높였다.


“키키키!”


조잡한 돌도끼와 나무 몽둥이로 무장한 고블린 수백 마리가 용병들과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으아아!”


한태경이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한때는 울며불며 몬스터를 못 죽이겠다고 소리치던 한태경이다.

아니 한태경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한태경처럼 몬스터 죽이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억지로 첫 번째 몬스터를 죽인 이후 사람이 달라졌다는 듯, 몬스터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몬스터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판이다.

다들 상황 파악을 확실하게 하고 있었기에 고블린을 상대로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는데 거침이 없었다.

단 한사람.

가장 최근에 플레이어가 된 박은비는 예외였다.


“으으~ 나, 난 못해.”


평소에는 남자 못지않은 털털함을 보여주던 박은비였지만 막상 고블린이 눈앞에 닥치니 안식의 축복을 휘두르기는커녕 오들오들 떨면서 뒷걸음질 치기만 했다.


터억-


겁에 질린 모습으로, 고블린이 달려오는 걸 보며 뒷걸음질 치던 박은비가 뭔가에 가로막혔다.

놀란 박은비가 자신의 뒷걸음질을 막은 것이 뭔지 확인하려고 몸을 돌렸다.


“크로우?”


박은비의 뒷걸음질을 막은 것은 권상혁이었다.


“한마리만 잡아. 그러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

“못해. 난 못해. 미안해.”


두려움에 사로잡힌 박은비는 무작정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두려움에 사로잡혀서가 아니었다.

권상혁이 박은비를 붙잡고 있었다.


“태경아!”


권상혁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는 한태경.


“은비 누나? 크로우 형?! 대체 거기서 뭐하는 거야?”

“고블린 한 마리 이쪽으로 보내.”

“뭐? 고블린을 왜··· 아!”


그제야 박은비가 평소와 다르게 오들오들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불어 자신도 한 때 저랬다는 것이 떠올랐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박은비도 고블린 한 마리를 처리하면 달라질 것이다.

권상혁의 의도를 알아차린 한태경이 자신을 공격하는 고블린을 발로 밀었다.


“키익?”


왼손으로 박은비의 팔을 잡고 있던 권상혁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서걱!


고블린의 오른쪽 다리가 잘려나갔다.

한순간에 오른쪽 다리를 잃은 고블린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권상혁이 다리를 들어, 쓰러진 고블린이 돌도끼를 쥐고 있던 오른팔을 밟았다.

처음부터 권상혁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던 고블린은 특유의 울음을 토하며 버둥거렸다.


“지금!”


박은비를 채근하는 권상혁.


“미, 미안. 도저히···.”

“그냥 눈감고 내리쳐! 네가 계속 이러면 한태경과 다른 사람들이 죽는다. 그리고 너도 죽어! 그게 네가 바라는 거야?”

“시, 싫어. 태경이가··· 사람들이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용기를 낸 박은비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안식의 축복으로 발버둥치고 있던 고블린을 내리쳤다.


퍼억!


과연 공격력이 높은 게임 속 무기다웠다.

안식의 축복에 맞은 고블린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나갔다.

고블린의 살과 피가 하얀 화선지에 떨어진 먹물처럼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내, 내가···.”


감았던 눈을 뜬 박은비가 자신의 작품(?)을 구경했다.

박은비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이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계속 박은비를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권상혁도 플레이어들의 대형에 합류해야 했다.

권상혁이 박은비의 팔을 놓고 한태경 옆으로 걸어갔다.


“박은비! 언제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을 거야? 네 자리는 여기다!”


권상혁이 피에 굶주린 피라냐처럼 자신의 몸을 물어뜯으려고 하는 고블린의 몸을 가르며 소리쳤다.


“핫!”


그 모습을 본 박은비가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여전히 두려웠다.

그런데 아까와는 뭔가 달랐다.

여전히 두려웠지만 고블린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압!”


어느새 권상혁 옆으로 걸어온 박은비가 기합을 지르며 안식의 축복을 휘둘렀다.


퍼억! 퍽!


안식의 축복이 춤을 출 때마다 고블린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고블린 한 마리 또 한 마리가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자 박은비의 머릿속에서···.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 레벨이 올랐어!”


한태경이 싸우고 있는 고블린에게 집중하며 말했다.


“누나, 축하해.”


아직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권상혁이 옅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지금처럼만 해라.”


두려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던 아니 이제는 레벨업에 욕심이 난 박은비가 언제 두려워했냐는 듯, 적극적으로 안식의 축복을 휘둘렀다.


“경험치! 더 많은 경험치! 더 많은 경험치를 달라고!”


확실히 고블린은 약했다.

수백 마리나 되던 고블린들이 용병들과 플레이어들이 만든 벽을 뚫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했다.

그렇지 않아도 레벨업에 목말라 있던 플레이어들은 1~2레벨을 올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용병들과 플레이어들이 처리한 고블린들은 수천 마리의 고블린들 중에서 일부에 불과했다.

1차로 돌격해온 고블린들이 죽자, 대기하고 있던 고블린들이 함성을 지르며 2차전을 시작했다.


“또 온다!”

“겁먹지 마! 상대해서 알겠지만 침작하게 상대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오늘 레벨 확실하게 올려보자!”

“이참에 전직까지 하자!”


전직 레벨이 [50] 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플레이어들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키키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수백 마리의 고블린이 몰려왔다.

그렇다고 상황이 1차 때와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오크가 움직인다!”


고블린 무리의 등장이후 움직이지 않던 오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알턴이 소리쳤다.


“오크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상대할 거다. 그러니 오크에게 신경 꺼라. 너희들은 고블린만 상대하면 된다.”


권상혁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알턴의 말대로, 고블린들에게 집중하려고 했다.


“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불길함을 느낀 권상혁이 비명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크? 어떻게?”


에릭손 자작을 비롯한 기사들이 상대하고 있어야 하는 오크가 마법사들 사이에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오크는 양떼 속의 늑대라도 된 것처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마법사들을 공격했다.


“안 돼!”


뒤늦게 그것을 알아차린 알턴이 오러 블레이드를 발동하며 오크에게 돌진했다.


“쿠라라!”


오크가 들고 있던 거대한 쇠도끼에 푸른빛이 어리었다.

오크도 알턴처럼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오크들이···.

마법사들 주변에서 순간 이동한 것처럼 튀어나왔다.


“오크의 주술이다! 기사들! 에릭손 자작! 우릴 구해주시오!”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하미온 마법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에릭손 자작도 누군가를 도울 처지가 아니었다.


까앙! 캉! 카아아앙!


오러 엑스퍼트 최상급의 에릭손 자작도 한 마리의 오크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오크가 이렇게 강하다고? 설마, 오크 로드?!”


오크 로드는 오크의 정점으로, 오러 마스터만 쓰러뜨릴 수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존재다.

자신의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에릭손 자작은, 지금 상대하고 있는 오크가 그 전설의 오크 로드라고 확신했다.


“에릭손 자작! 제발! 우리 좀 도와주시오!”


에릭손 자작의 상황을 알지 못했던 하미온 마법사가 다시금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에릭손 자작의 마음만 바짝- 타들어갔다.


“젠장!”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에릭손 자작이 결단을 내렸다.


“후퇴! 마하람으로 후퇴한다!”


자신이 오러 마스터로 각성하지 않는 이상, 오크 로드를 이길 순 없다.

이대로 있으면 여기 있는 전부 다 죽는다.


‘원래 내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오크들이 몰려올 때만 해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면 마하람에서 지원 병력이 올 거다.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후퇴명령을 내리지 않고 방어태세를 갖추게 한 것이다.

등을 보이며 무작정 도망치는 것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오크 로드와 조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지원 병력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오크 로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크들 중에는 인간 마법사도 하기 어려운 텔레포트 마법 아니 주술을 사용하는 오크 주술사가 있다.

그 때문에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전멸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후퇴하는 것이 나았다.

운이 좋으면 일부는 살아서 마하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먼저 보낸 기사들은, 잘 도착했겠지?’


땅굴을 보고하기 위해서 먼저 보낸 기사들이 고블린들에 의해서 전멸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에릭손 자작은, 그래도 최악의 경우(땅굴의 존재를 알림.)는 면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기사들이여! 기사의 맹세를 지킬 때다!”


기사의 명세란 기사로 서임 받을 때 하는 맹세로, 그 중에는 약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는다는 구절이 있다.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 에릭손 자작은 그 기사의 맹세를 언급하며 다른 사람들이 도망칠 기회를 주자고 말하는 것이다.


“전장에서의 죽음은 기사의 축복!”

“비겁하게 살 바에야! 명예롭게 죽으리!”


에릭손 자작의 말뜻을 알아들은 기사들이 구호처럼 외쳤다.

이제는 정말 시간을 끌어야 했던 에릭손 자작 등등은 공격이 아닌 방어에만 전념했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젠장! 후퇴! 우리는 이만 후퇴한다.”


에릭손 자작과 기사들이 희생을 자처하며 시간을 벌어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하미온 마법사는 후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허공에서 슉슉- 튀어나오는 오크 워리어들이 문제였다.

문제는 또 있다.

후방에서 계속 몰려오는 고블린들.

기사보다 육체가 약한 마법사들만으로는, 수천의 고블린 무리를 뚫기 어려웠다.

용병들과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기사만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도망쳐야 한다.

여기 있으면 100퍼센트의 확률로 죽는다. 도망이라도 치면 낮은 확률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니···.


“으헉!”


하미온 마법사를 향해서 오크 워리어의 도끼가 날아왔다.

뒤늦게 그걸 본 하미온 마법사는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그런데···.


까아앙!


맑은 소리와 함께 오크 워리어의 도끼가 허공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누군가의 검이 오크 워리어의 도끼를 막은 것이었다.


“너, 너는!”


하미온 마법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크 워리어로부터 하미온 마법사를 구해준 사람은 권상혁이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플레이어 권상혁이 자신을 구해줘서 놀라는 것이 아니었다.

권상혁의 검에 기사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가 덧씌워져 있었기 때문에 놀라는 것이었다.


“플레이어가 오러를 각성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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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챕터 10 장벽을 넘다. 24.06.26 21 0 13쪽
49 챕터 9 오크의 계획Ⅲ 24.06.25 31 0 14쪽
48 챕터 9 오크의 계획Ⅲ 24.06.24 34 0 13쪽
47 챕터 9 오크의 계획Ⅲ 24.06.23 45 0 12쪽
46 챕터 8 오크의 계획Ⅱ 24.06.22 42 1 12쪽
45 챕터 8 오크의 계획Ⅱ 24.06.21 44 1 12쪽
44 챕터 8 오크의 계획Ⅱ 24.06.20 51 2 13쪽
43 챕터 8 오크의 계획Ⅱ 24.06.19 56 2 14쪽
42 챕터 7 오크의 계획 24.06.18 60 1 11쪽
41 챕터 7 오크의 계획 24.06.17 64 1 12쪽
» 챕터 7 오크의 계획 24.06.16 65 1 12쪽
39 챕터 7 오크의 계획 24.06.15 66 3 17쪽
38 챕터 7 오크의 계획 24.06.14 70 1 16쪽
37 챕터 7 오크의 계획 +1 24.06.13 70 3 17쪽
36 챕터 7 오크의 계획 24.06.12 82 3 13쪽
35 챕터 7 오크의 계획 +1 24.06.11 84 2 11쪽
34 챕터 6 2차 테스터 24.06.10 85 2 12쪽
33 챕터 6 2차 테스터 24.06.09 85 2 12쪽
32 챕터 6 2차 테스터 24.06.08 92 2 13쪽
31 챕터 5 스킬Ⅱ 24.06.07 96 2 12쪽
30 챕터 5 스킬Ⅱ 24.06.06 90 3 11쪽
29 챕터 5 스킬Ⅱ 24.06.05 89 2 12쪽
28 챕터 5 스킬Ⅱ 24.06.04 94 2 12쪽
27 챕터 5 스킬Ⅱ 24.06.03 96 1 13쪽
26 챕터 5 스킬Ⅱ 24.06.02 98 2 12쪽
25 챕터 4 스킬 24.06.01 104 2 12쪽
24 챕터 4 스킬 24.05.31 101 1 13쪽
23 챕터 4 스킬 24.05.30 111 1 11쪽
22 챕터 4 스킬 +1 24.05.29 10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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