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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5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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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31 21:00
조회
2,989
추천
61
글자
12쪽

118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18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1)


하얼빈은 동북 임시정부의 도시가 되었다. 임시정부군은 도시를 빠르게 장악하는 한편, 도시에 뿌리 깊이 박혔던 일제의 잔재를 걷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공직자 조사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 중 하나였다.


임시정부군은 관동군과 달리 피지배 계층을 대상으로 잔혹한 통치를 펼치진 않았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자 했다. 매듭지어야 할 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매듭짓고자 했다.


그에 따라 광범위한 색출 작업이 벌어졌다.


폭군이나 다름없는 존재로서 식민지인들 위에 군림했던 사람.

용서받기 힘든 죄를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저질렀던 사람.


그리고 이러한 불의에 기꺼이 순응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사람까지.


임시정부군은 임시 수사기관과 법정을 설치하고 악질 경찰, 헌병, 군인들을 찾아다녔다. 더불어 이들의 주요 협력자로 활약했던 친일파도 법정에 세웠다.


[피고인은 하얼빈 방어군 사령관으로서 도시 주민을 학살하고 도시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들고자 했다. 인정하나?]

[난 국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용감하게 싸웠을 뿐이다.]

[용감하게 싸우려 했다는 자가 공장 노동자 이름을 팔아가며 도망치려고 했나? 부하들은 전부 사지에 던져넣어 버리고?]

[···...]

[본 법정은 피고인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보는 바이다. 그에 따라 사형을 선고한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 했던 죄인들은 그렇게 식민지인들의 성토를 받으며 최후를 맞이했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일제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그것도 스스로 가담한 자에 한해서만 이루어졌다.


잘못된 체재의 또 다른 희생양이나 다름없었던 평범한 자들은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임시정부군 깃발이 걸린 도시를 떠날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하얼빈은 동북 임시정부의 새로운 중심지로서 모습을 갖춰나갔다.


임시정부군은 하얼빈을 전방 군사 거점으로서 요새화하는 한편, 도시에 남겨진 막대한 산업 인프라를 이용, 동북 임시정부의 자생력 확보에 기여하도록 했다.


임시정부군은 기세를 몰아 무리하게 팽창하는 대신 내부 정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일부는 내친김에 만주국 수도 신경까지 진격하자고 했지만, 대성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하얼빈과 인근에 있는 공장도 다 가동시키지 못했습니다.]

[공장이야 어차피 가동될 거, 일 좀 빨리 진행하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싸움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항상 이긴다는 법도 없잖아요. 교만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교만에 빠진 놈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잘 아시잖아요.]


임시정부군이 내부 정비에 들어감에 따라 동부 전선은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시시각각으로 들려오는 패전 소식에 가슴을 졸였던 관동군 병사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


하지만 서부 전선, 정확히 말해 화북 전역의 관동군은 그렇지 못했다.


북경 공방전은 하얼빈 공방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도시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일련의 전투 역시 하얼빈 때와 차원이 다르게 치열했다.


어찌나 치열했던지 하얼빈 함락이 관동군 사령부의 회의 안건으로 제대로 올라간 적이 없을 정도였다. 사실 하얼빈의 당시 지위를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사령관님. 그나저나 하얼빈은 어떡하실 겁니까?]

[하얼빈? 거기는 왜?]

[지난번에 함락당하지 않았습니까? 지난번이 아니지. 꽤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어차피 최종 저지선 바깥에 있던 도시 아닌가?]

[예?]


관동군 지휘부 대부분은 최종 저지선 바깥 구역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자신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 최후를 맞이한, 나름대로 역사적인 장소였음에도 그랬다.


하얼빈 공방전이 벌어지기 전이나 그 이후에나 관동군 지휘부의 관심은 오직 하나, 북경 함락에만 있었다. 특히 관동군 사령관은 북경만 함락시키면 그간 저질렀던 모든 실수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령관은 동부 전선 문제를 이야기하는 참모의 입을 망설임 없이 가로막았다.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하얼빈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 지금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왜 자꾸 다른 길로 새려고 하나? 회의에 집중하라고. 알았어?]

[그래도 사령관님. 하얼빈이 그냥 시골 농촌도 아니고 공업 도시 중 하나 아닙니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신경이 있고요. 이러다 반란군이 신경까지 공격하는 날에는-]

[거참 이 사람이. 사람이 말을 하면 한 번에 못 알아듣나? 조금 있으면 북경이 만주국의 새로운 수도가 될 텐데, 왜 그렇게 옛 수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안달이야? 어?]


관동군은 북경 함락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그에 따라 군의 보급, 지원도 북경, 화북 지역에 있는 병력에만 맞춰서 이루어졌다.


동부 전선은 하얼빈이 함락당한 뒤에도 여전히 찬밥 신세였다. 상황이 이러니 동부 전선에 있는 군대는 현상 유지하는 데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하얼빈까지 진출한 임시정부군에 대한 견제는 넘을 수 없는 벽 너머 평행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동부 전선은 분명 전방이었음에도 완벽한 후방, 무인지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임시정부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대성은 일본군 전차가 개량되었다는 소식을 지휘부에 전하며 새로운 병기의 개발과 인적 자원의 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동군의 전차가 조금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다들 들으셨습니까?]

[들었습니다. 사실 그럴 만하지요. 국민당이 복제품을 굴리고 있으니. 잘하셨습니다. 솔직히 설계도를 주는 게 조금 내키지 않았었는데.]

[어차피 우리가 만든 설계도도 아닌 걸요. 일종의 공공재산 개념이지요. 어쨌든 관동군이 전차를 개량했다니 조금 우려가 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전단장님께서는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전차를 개량한다거나.]


지휘부의 물음에 대성은 고개를 저었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지휘부가 놀라자 대성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하. 오해하지 마십시오. 대책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그럼?]

[전차를 잡을 새로운 병기를 만들자고 하려고 했습니다. 전차가 쉽게 잡기 힘든 새로운 천적을 말이지요.]


***


동북 임시정부군은 관동군의 새 전차를 잡을 차세대 병기 개발에 착수했다. 임시정부군 지휘부는 대성의 의견에 따라 차세대 병기 개발에 예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차세대 병기 개발은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진행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관동군의 관심이 식은 만주 동부는 이제 임시정부의 완전한 통제하에 놓여있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 갑자기 들어와서 개발을 망칠 일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병기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태평양 건너편까지 날아가 개발을 의뢰하고, 관련 인력 양성을 위탁하고. 모든 과정이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다.


이는 곧 임시정부군 활동의 공백을 불러왔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북경 공략에 온 전력을 다 퍼부었던 관동군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행보였다.


관동군은 임시정부군이 활개 치지 않는 틈을 타 북경에 온갖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투자한 시간과 인력에 무색하게 결과는 그다지 시원치 않았다. 내부의 적이 없어진 국민당군은 관동군의 공격을 예상외로 잘 버텼고 나름대로 저력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세력은 관동군밖에 없었다.


물론 국민당 역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같이 손해 본다고 해서 국민당이 국제 협약을 어긴 침략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관동군은 이미 침략자로 낙인 찍힌 지 오래였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던 것도 어느덧 빛바랜 기억으로 변해있었다.


국제 사회는 관동군의 북경 공격을 규탄하고 휴전 협정 체결을 종용했다. 사사건건 태클을 걸던 미국도 공언했던 대로 경제 제재를 시작하려고 했다.


결국, 결과는 둘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군사활동을 바보짓이라고 인정하고 내빼든가, 아니면 욕을 먹더라도 끝장을 봐서 이득을 취하든가.


내각까지 장악한 군부와 자기 커리어를 끝내고 싶지 않았던 관동군 사령관의 선택은 후자였다.


관동군 사령관은 북경 함락을 목표로 마련된 새로운 작전 기획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승인했다.


그 뒤에 이어질 후폭풍은 말할 것도 없었다. 관동군 사령관은 도리어 새로운 작전이 담긴 기획안을 마음에 들어 했다.


[백날 숨어서 방아쇠 당겨봐야 머리 위에 떨어지는 폭탄을 막을 순 없겠지. 아주 좋은 작전이야.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사령관님.]

[진작에 이렇게 해야 했는데. 어쨌든 아주 잘했어. 이번에야말로 아주 끝장을 내보자고.]


***


북경 대공습.


사람들은 관동군의 새로운 작전을 북경 대공습이라고 불렀다.


관동군은 북경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국민당군을 일거에 제거하기 위해 항공대를 대거 동원했다.


공습은 상당히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관동군은 임시정부군의 훼방을 막기 위해 임시정부군이 진입하지 못하는 지역에 비행장을 건설하고 비밀리에 항공대를 배치했다.


더불어 보험용으로 다른 지역의 항공대까지 작전에 끌어들였다. 그렇게 동원된 조선군 항공대는 서해를 건너 북경까지 날아갔다.


그리고는 폭탄을 산더미같이 퍼부었다.


북경에 떨어진 폭탄은 실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뿐이랴, 민간과 군 구분도 없었다. 대공습에 동원된 폭격기들은 민가와 군사시설 구분 없이 폭탄을 떨어트렸다.


후대에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명을 유지해왔던 북경의 고건축물은 수많은 폭탄이 만들어낸 불길과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쾅!


북경 대공습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평소 왕조 시대를 좋게 보지 않았던 사람도 성루가 완전히 불타 없어진 천안문 사진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고, 국민당 붕괴를 염원하던 지하 공산당원도 잿더미가 된 자금성과 중난하이 사진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국민당의 최고 지도자였던 장제스도, 그런 장제스 밑에서 권력을 잡아보려고 했던 군벌들도 관동군의 무자비한 폭격에 이를 갈며 결사항전과 복수를 다짐했다.


임시정부군 지휘부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꿈꿨던 사람들, 찬란했던 옛 역사를 잊지 않았던 중국인 지휘부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울분을 토해냈다.


하지만 충격과 분노는 대공습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승기를 잡은 관동군은 운동장을 완전히 자기 쪽으로 기울고자 했다.


동시에 자기들에게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아의 패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고자 했다.


국제 사회가 뭐라고 떠드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일본군은 광기에 물든 벼랑 끝 전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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