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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3,183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13 21:24
조회
3,350
추천
55
글자
12쪽

104화: 동북 임시정부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04화: 동북 임시정부 (1)


일본의 중국 침략.


침략 전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제연맹은 계속해서 우려와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미국은 경제 제재까지 운운하며 일본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관동군의 민간인 학살이 드러난 이후 더 심해졌다. 엄포로만 끝날 줄 알았던 서양 열강의 경제 제재 역시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결국, 내각은 열강과의 줄다리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직 때가 이르다는 판단이었다. 내각은 종래의 입장을 접고 육군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슬슬 전쟁을 끝낼 때가 된 것 같소.]

[누구 마음대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겁니까?]

[세계가 우리를 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소.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고립되고 말 것이오. 정전이든, 휴전이든 전쟁을 중단할 방법을 찾아보기 바라오. 알겠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보시오. 때로는 장기적으로도 생각해야 하는 법이요. 서양 열강을 전부 적으로 돌릴 셈이요? 게다가 경제 지표도 점점 안 좋아지고 있소. 전쟁에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없다는 뜻이오.]

[······]

[관동군이 민가에서 벌인 일 때문에 여론도 좋지 않은 편이고. 조속히 해결하길 부탁하오.]


내각의 전쟁 중단 요구는 날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명분도 부족하고 이득도 보지 못하는 전쟁. 열강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전쟁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였다. 일본 육군은 내각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이 내각의 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천황 폐하의 군 통수권을 위임받은 기관은 육군과 해군이지 내각이 아니오. 우리는 천황 폐하의 안위와 국가의 안정을 위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오. 내각은 내정에만 신경 쓰도록 하시오.]


21세기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야말로 헛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문민통제야말로 정상적인 국가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 제국은 문민통제가 이루어지는 국가도 아니었고, 정상적인 국가도 아니었다.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의 광기에 물든 일본 제국에 정상적인 상황이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미 만주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했다. 이건 제국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야. 여기서 물러나게 된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야.]

[동의합니다.]

[어떻게든 화북 지방을 점령하도록 해. 중국 전역을 차지하라는 소리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적어도 북경까지는 밀고 들어가야지. 안 그래?]

[그렇습니다. 만주 땅에서 잃은 만큼 더 많이 되찾아야지요.]

[그래. 이건 대일본제국 육군의 자존심, 미래가 걸린 문제야. 육군의 명예와 권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도록.]


일본 육군은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와 국제사회의 권고마저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전쟁을 계속 이어나갔다.


***


관동군은 일본 육군의 노선을 그대로 따랐다. 관동군은 휴전협정을 추진하라는 내각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한 채, 병력을 움직였다. 이른바 화북 총공세 작전이었다.


[어떻게든 만리장성을 함락시켜야 한다! 모두 주요 관문 쪽에 화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관동군의 화북지방 공세는 사실 만리장성과 그 이남 지역 일부만 점령하고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만주 지역 일부를 잃은 관동군은 화북 지방 맛만 보고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관동군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만리장성을 둘러싼 관동군과 국부군의 전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매 순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국부군은 동북 임시정부가 판매한 무기를 들고 결사항전을 펼쳤다. 관동군의 압도적인 화력을 꺾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유의미한 타격은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만리장성을 사수하라! 여기를 빼앗기는 순간, 북경도 적의 손에 넘어간다. 북경이 넘어가는 순간, 난징도 넘어간다. 목숨을 걸고 지켜라!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수하라!]


서부 전선의 국부군 구성원 대다수는 장쭤린, 장쉐량 부자가 이끌었던 봉천 군벌 출신이었다. 그러나 만주 사변 때 보았던 오합지졸, 겁쟁이 군벌은 어디에도 없었다.


봉천 군벌 출신 국부군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싸웠다. 그들은 관동군의 화북 지방 진출을 막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전쟁은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국부군과 관동군은 관문 하나를 두고 수십, 수백 번의 공방을 주고받았고, 성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백, 수천 발의 총알을 주고받았다.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으면서까지 강행한 화북 총공세 작전.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처럼 변한 화북 총공세 작전은 관동군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관동군의 추락은 곧 일본 육군의 추락을 의미했다. 총공세에 실패한다면 해군은 물론이요, 온갖 정치인과 권력자들의 비판과 견제까지 받게 될 터, 일본 육군 수뇌부는 화북 총공세 작전의 실패가 자신들의 파멸을 가져오리라고 확신했다.


육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과를 올려야만 했다. 전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수밖에 없었다.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작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모든 변수를 차단해야 했다.


***


동북 임시정부 수뇌부는 일순간 술렁였다. 수뇌부는 자신들 앞으로 전달된 비밀 전문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보게 전단장. 이 전문 말이야. 진짜 맞지?]

[전선에서 직접 전달받은 것이니 가짜는 아니겠지요. 조금 당황스럽군요. 놈들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대성은 비밀 전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 동부 전선의 관동군이 전달한 비밀 전문은 가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대일본제국과 만주국은 동북 임시정부에 휴전을 제의하는 바이다. 휴전을 넘어서는 관계도 맺을 의향이 있음을 밝힌다.’


일본 육군 수뇌부가 생각한 최악의 변수는 동북 임시정부였다. 동부 전선의 주도권은 동북 임시정부군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다.


물론 관동군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관동군은 동북 임시정부군을 상대로 어떠한 공세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섣부른 공격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얼빈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관동군은 동북 임시정부군의 공격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을 정도였다.


관동군, 아니, 일본 육군 수뇌부의 요구 조건은 간단했다.


휴전 협정을 체결하고 각자 차지한 영토 안에서 제 할 일만 하자.


어떻게 보면 관동군이 동북 임시정부를 하나의 주권 단체로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된 요구 사항에 딸린 세부 조항들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주었다.


[휴전 협정은 단순히 전쟁의 중단만 의미하지 않을 것··· 양자의 행정력 행사 구역을 인정하고··· 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또한··· 이놈들 설마 우리를 인정하겠다는 건가? 전단장.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 생각도 장군님과 비슷합니다. 놈들은 지금 당근을 던진 거에요. 채찍으로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참···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보는구먼. 폭격으로 다 죽이려 할 땐 언제고. 인제 와서 휴전하겠다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닐 겁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러자 임시정부 요인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대성은 그간 모은 첩보 자료와 지도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놈들은 우리가 개입하는 걸 막으려고 하는 거예요. 휴전 협정을 체결한 틈을 타 서부 전선, 화북 지방을 완전히 정리하려는 것이지요.]

[국민당과 결판을 지을 생각이었군. 우리가 놈들의 뒤통수를 치지 않는 틈을 타서 말이야.]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놈들이 흔히 쓰는 기만책이에요. 서로의 분열을 조장해서 저항을 제대로 못 하게 하려는 겁니다.]

[간악하기 짝이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럼 더 볼 것도 없겠군.]


절박함이 담겼던 관동군의 휴전 협정 제의서는 임시정부 보도부로 전달되었다. 보도부는 일제의 기만책을 주제로 보도 자료를 만들고 제의서를 증거물로 첨부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와 함께 동부 전선의 각 부대에 배포했다.


‘휴전 협정이라는 말에 속지 말 것. 민족 간 분열을 조장하여 저항 자체를 봉쇄하려는 기만책임. 휴전 협정 제의는 도발로 간주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하기 바람. – 동북 임시정부.’


***


관동군 지휘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동북 임시정부는 휴전 협정 제의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전쟁을 딱히 중단할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지휘부 회의실은 여느 때처럼 초상집을 보는 듯했다.


이번에는 더 심했다. 거의 줄초상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답변도 오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전문을 받은 것 같긴 한데···]

[받았으면 반응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반응이 없습니다. 휴전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 같은 놈들··· 군벌과 다를 바 없는 족속들 아니었나? 국민당 밑으로 들어갈 것 같진 않았는데 말이야.]


지휘부 회의실은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비단 관동군 회의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일본 육군도 마찬가지였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떨이에 떨어진 담배꽁초 개수 역시 늘어났다.


동시에 불안감도 커졌다. 회의실에서는 더 이상 별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매캐한 회색 연기만 보일 뿐이었다.


[연락 온 거 있나?]

[없습니다.]

[전선 상황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어?]

[대규모 공세를 펼칠 조짐은 딱히 없다고 합니다. 산발적인 교전이 일어난다는 점만 빼면···]

[산발적인 교전?]

[예.]

[하···]


관동군 사령관의 한숨은 방 안의 담배 연기를 단번에 가라앉힐 정도로 깊고 무거웠다. 이래서 귀신에게 홀렸다고 하는 것인가? 애써 구상한 기만책이 통하기는커녕 도리어 심리전에 말려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목덜미에 칼이 겨눠진 상태에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북 총공세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동북 임시정부군의 발을 어떻게든 묶어 놓아야 했다.


사령관의 고심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때였다.


똑똑!


[사령관님. 육군 참모본부 직속 연락관입니다.]

[들어와.]


교활한 인상을 지닌 육군 참모본부 직속 연락관은 회의실에 들어오기 무섭게 서류를 한 다발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사령관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사령관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안색이 좋아질 일이 있어야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휴전 협정이 잘 안 된 겁니까? 놈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은 모양이군요.]

[하여간 눈치는 빨라요. 그래, 아직 못 받았다. 내일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황 점검하려고 찾아왔나?]

[아닙니다. 제안을 하나 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이 서류를 한 번 읽어보시지요.]


연락관이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류 표지에는 특급 기밀이라는 도장이 대문짝만하게 찍혀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많이 늦어졌습니다. 제 시간에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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