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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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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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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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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2쪽

103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03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4)


대성이 제안한 동미(東美) 관계, 동소(東蘇) 관계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소련과는 서로 척을 지지 않을 정도로만 관계를 맺을 것.

미국과는 어떻게든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할 것.


일부는 이러한 외교 노선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주로 지리적인 요인 때문이었다. 소련은 바로 옆에 붙어있었지만, 미국은 대양을 사이에 두고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미국이 만주와 중국, 한반도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성은 쉽사리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은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아시아 전역을 자기네 영토로 만들고 싶어 하죠. 필리핀이라고 무사할까요? 미국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소련도 마찬가지 아닌가?]

[소련은 태평양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있잖아요. 관심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미국만큼은 아니에요. 그들은 동유럽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성은 일본과 미국이 언젠가 반드시 충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말이 주장이었지 사실상 예언이나 다름없었다. 큰 흐름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반드시 일어날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사람들이 대성을 상당히 신뢰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생각보다 많은 조선인이 자유시 참변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의 외교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의견 통일이 된다고 일까지 수월하게 풀리지는 않는 법.


동북 임시정부의 외교 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전쟁이었다.


관동군은 동북 임시정부 수립 선언을 보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나 선언문을 무효화시키고 정부 요인들을 짓밟지는 못했다.


짓밟힌 이들은 도리어 관동군 지휘부였다. 동북 임시정부 설립 소식을 접한 일본 군부와 내각은 연일 관동군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동북 임시정부? 도대체 관동군은 지금까지 뭘 한 거요? 일개 무장단체 하나 토벌 못 하고. 어?]

[뭔가 소식이 과장되어서 알려진 모양이군요. 명칭만 정부일 뿐입니다. 주도권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가 막혀서. 과장되긴 뭐가 과장돼? 만주 동부에는 얼씬도 못 한다면서.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할 셈이요? 국익이 걸린 문제요, 국익이!]

[누가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까? 서부 전선만 해결되면 다 끝날 일입니다! 화북 공략이 더 시급하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지, 건들지 못하는 게 아니에요!]

[서부 전선 타령 하지 말고 동부 전선부터 빨리 해결하시오! 서부 전선도 일주일이면 정리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으면서. 정말 한심해서 원···]


관동군의 수난은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양면 전선에 발목이 잡힌 관동군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밀리기만 했다. 굳이 서부와 동부를 가릴 필요도 없었다.


관동군은 어떤 전선도 통제하지 못했고, 육군을 견제하고 싶어 했던 해군과 내각의 질책은 계속 이어졌다. 말 그대로 아군, 적군 가릴 거 없이 사방이 적이요, 방해물이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해산하시오. 지금까지 들인 돈하고 인력이 얼만데, 어떻게 여태까지 성과가 없을 수 있소?]

[그래도 해산 같은 이야기는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닙니다. 해산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만주를 포기하겠다는 겁니까?]

[답답해서 그러는 것이오. 하도 답답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요. 어쨌든 빨리 결판을 내시오. 천황 폐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으니.]


***


동북 임시정부가 미국, 중화민국, 소련과 친선 관계를 구축하며 주권단체로 거듭나고 있던 사이, 관동군은 점차 광기에 휩싸인 전쟁광 무장집단으로 변해갔다.


양대 전선의 주도권이 어느새 적에게 넘어가고, 국내에서도 사고뭉치, 무능력자로 찍혀버린 상황. 사면초가에 처한 관동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황을 뒤집어야 했다. 그들은 극단적인 해결책을 쓸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일본 육군도 이러한 관동군의 생각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애당초 육군이 관동군의 머리나 마찬가지였던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본 육군은 중국 전선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내각 수상을 차지한 해군을 몰아내고 정국을 주도하려고 했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중국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부 전선을 박살 내고 화북 지방을 차지하도록 한다.]

[동부 전선은 어떡하실 겁니까? 임시정부, 아니, 반란군 놈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하얼빈 지방만 빼앗기지 않으면 돼. 일단 화북 지방만 차지하면 그 전에 잃었던 모든 손해를 메꿀 수 있다. 동부 전선은 당분간 크게 신경 쓰지 마. 부하들한테도 그렇게 알리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동부 전선 이야기 꺼내는 놈들은 바로 좌천시켜. 아니면 옷 벗게 하든가. 의견이 갈리지 않도록 해.]

[지침대로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배님들의 앞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휘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동북 임시정부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관동군은 새 사령관 취임과 함께 전력을 대폭 늘렸다. 그리고 증원한 모든 전력을 봉천 군벌의 잔당이 버티고 있는 서부 전선에 투입했다.


[전단장님. 긴급 속보입니다. 관동군이 다시 공세를 시작했답니다.]

[어느 전선? 서부 아니면 동부?]

[서부 전선입니다. 옛 봉천 군벌 잔당이 주축이 된 만주군을 선두로 만리장성 공략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 같더니만. 역시 다 이유가 있었군. 그러고 보니까 다롄에 대규모 수송 선단이 들어왔었다고 했잖아. 그것들은 일본군 증원 병력인가?]

[그렇습니다. 전단장님. 그놈들이 본대로 추정됩니다.]

[결국, 서부 전선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나 보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모양이네.]


관동군이 본격적인 공세에 들어감에 따라 동북 임시정부도 전시 체제에 돌입했다. 동북 임시정부군은 만주국-동북 임시정부 국경 요충지의 병력을 증강하고 전력화를 마친 기계화 부대를 투입했다.


더불어 잠입 공작에 특화된 특전 대원들도 투입했다. 대성이 그들에게 내린 임무는 다음과 같았다.


[관동군은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들이 전선에서 어떤 짓을 벌이는지 낱낱이 기록하도록.]

[알겠습니다. 전당장님.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록한 자료를 잃어서는 안 돼. 놈들은 분명히 초강경책을 쓸 거야.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상관없이.]

[명심하겠습니다.]


***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인류 최악의 독재정권이 들어섰던 시대. 광기에 젖은 극단적인 사상과 악에 받친 이들은 양심을 버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관동군은 자기 앞길을 막는 자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그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한 장난감이요, 그동안 맺힌 한을 풀기 위한 화풀이 대상에 불과했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대일본제국의 앞길을 막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도록!]

[예, 알겠습니다!]

[다 잡아 죽여! 개 같은 국민당 끄나풀 자식들 같으니라고!]

[저기 몇 명 도망간다! 잡으러 가자!]

[불 좀 빨리 켜라. 애들 다 죽겠다.]


관동군이 휩쓸고 간 지역에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관동군은 전투를 치르는 동안 지나친 거의 모든 마을에서 약탈, 방화, 학살 행위를 저질렀다.


죄 없는 민간인들은 단지 중화민국 영토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국부군에게 밥을 대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총검에 배가 꿰뚫리고 군도에 목이 날아갔다.


목이 날아간 자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단번에 죽지 못한 자들은 광기에 물든 관동군의 조롱 속에서 산 채로 불태워졌다. 여인들은 더 험한 꼴을 당해야 했다.


물론 관동군이라고 대책 없이 일만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관동군은 오랜 기간 갈고 닦았던 왜곡 기술을 동원하여 범죄 행각을 감추려고 했다.


밭을 갈다가 죽은 농부는 대인 지뢰를 설치하다가 죽은 게릴라로.

입에 담기 어려운 꼴을 당한 여인은 자폭하기 위해 접근한 테러리스트로.


중화민국과 청나라도 구분하지 못하던 민간인들은 그렇게 국민당, 공산당 계열 게릴라라는 이름을 단 채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관동군은 적어도 그렇게 알려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관동군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관동군이 학살에 미쳐 있던 사이, 특전 대원들은 그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관동군이 현장을 은폐했다고 안심하려는 찰나, 동북 임시정부 보도부와 외교부에 자료를 넘겼다.


‘10인 참수 경쟁 –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관동군의 만행.’

‘이번에는 50인 –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참수 경쟁을 벌이는 관동군.’

‘민간인을 수류탄 실험 대상으로 – 민간인이 모인 자리에 신형 수류탄을 던지는 관동군.’


관동군의 학살 행위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만주국 불승인 정책을 고수하던 미국 정계는 이러한 잔혹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미국 정부 - 일본 정부에 전쟁 중단 촉구. 제재 가능성 언급.’

‘국제연맹 - 만주국 불승인 입장 재확인. 일본 정부에 중국 침략 즉시 중단 요구.’

‘영국 - 일본이 자국 관리 구역에도 비슷한 행위를 벌일 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나치 독일 – 중화민국 일본 간 전쟁은 국제 분쟁 중 하나에 불과. 다른 국가가 개입할 이유 없어.’


조만간 사이좋게 무너질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일본 정부 편을 들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관동군의 만행을 폭로한 보도 자료가 나옴과 동시에 바쁘게 움직였다. 일본 정부는 늘 그랬던 것처럼 보도 자료가 왜곡되었다고 주장했다. 사진 역시 조작된 것이라고 우겼다.


하지만 보도 자료가 왜곡되었다는 증거는 좀처럼 내놓지 못했다. 일본 내 전쟁 반대파가 들고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은 날이 갈수록 점점 기울어져 갔다. 내각은 이러한 여론을 무작정 무시할 수 없었다. 내각은 이내 일본 육군과 회동을 했고, 그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지금 어디까지 진출했소? 장성은 확보한 거요?]

[완벽하게 확보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는 조금 물러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언론 보도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출처도 확실하게 모르는 보도를 지금 믿으시겠다는 거에요?]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하겠다는 거요? 전쟁만 하면 되지. 참수 경쟁 같은 짓거리는 대체 왜 하는 것이요?]


내각은 관동군의 광기 어린 행보에 우려를 표시하고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 미국을 위시한 서양 열강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소.]

[그래서요? 서양 열강이 언제 우리 편이었던 적 있습니까? 그리고 왜 처음부터 서양 열강한테 고개를 숙이려고 합니까?]

[그럼 맞서 싸울 셈이요?]

[국익에 위협이 되면 싸워야지요.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합니까? 청나라도 이겼고 러시아도 이겼는데 그놈들이라고 못 이길까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압니다. 약한 소리 좀 그만하십시오.]

[약한 소리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조언하는 거요.]


관동군과 국부군의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일본 육군과 일본 내각의 대립도 팽팽하게 이어졌다.


대립은 언젠가 충돌을 낳는 법. 일본 육군은 내각을 내부의 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역사의 큰 흐름은 변동 없이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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