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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62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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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6
추천
49
글자
12쪽

116화: 시궁창 속으로 (5)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16화: 시궁창 속으로 (5)


하얼빈 방어군의 저항 거점은 시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저항 거점은 단순히 시내 수비 병력의 숙소로써 징발된 것이 아니었다. 저항 거점으로 징발된 건물 안에는 여분의 탄약과 폭탄, 화약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하얼빈 방어군은 저항 거점에 보관된 물자를 이용하여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고 모든 주민을 학살할 계획이었다. 그게 방어군이 받은 마지막 임무였다.


실로 광기가 서린 끔찍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부분이 그렇듯, 방어군의 동귀어진 작전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얼빈 방어군의 마지막 작전은 이미 뿌리부터 잘못된 지 오래였다. 본래 계획에 의하면 저항 거점은 주민 이동과 탈출을 통제하는 별동대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방어군이 마주한 거점 관리자는 별동대도, 같은 일본인도 아니었다.


사지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방어군을 맞이한 이들은 바로 동북 임시정부 특수전 전단 대원들이었다.


특전 대원들은 벽과 같은 방안 사각지대에서 숨을 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방어군 병사들이 방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방아쇠를 당겼다.


피융!

쿵!


특전 대원들의 사격 솜씨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방어군 병사들은 특전 대원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다른 저항 거점의 상황도 나머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방어군 병사들은 광기에만 휩싸였을 뿐, 특전 대원들과 맞설 어떤 역량도 갖고 있지 않았다. 특전 대원만큼의 사격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요, 무장 수준이나 영양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 지원을 받지 못했던 방어군의 상태는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다. 그 상태에서 며칠은 아예 혹사당하다시피 했으니, 방어군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기력이 떨어진 방어군에게는 총기와 군장을 들고 다니는 것도 버거운 일이었다. 애당초 기력이 없는데 한창 잘 먹고 떵떵거리던 시절처럼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이 역시 방어군에게는 버겁기만 했다.


한 마디로 저항 거점은 명칭 저항 거점이었지, 사실상 방어군의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내세울 게 광기 하나밖에 없었던 방어군은 특전 대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특전 대원은 방어군 병사보다 움직임이 한 박자, 아니 두 박자 정도 빨랐다. 그리고 훨씬 능숙하고 날카로웠다.


방어군 병사들이 등에 멘 총을 쓰겠답시고 무용에 가까운 기행을 벌일 때, 특전 대원은 절제된 동작으로 사격 각도를 조금씩 바꾸며 방아쇠를 당겼다.


두 군사집단의 운명은 역량의 차이에 맞춰 극명하게 갈렸다. 방어군은 마지막 임무에 쓰려고 했던 탄약과 폭탄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저항 거점에 들어온 방어군 대부분은 이마에 바람구멍만을 남긴 채 힘없이 쓰러졌다.


그렇다고 남은 이들이 똑바로 싸우기를 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운 좋게 총알을 피한 이들은 특전 대원들과 싸우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방안으로 수류탄을 던질 수 있었음에도, 방어군은 그저 건물 밖으로 도망치기에 바빴다.


[크, 큰일 났습니다! 거점, 거점 안에 적군이 숨어있어요! 거점 안에 적군이-]


피융!


[헉!]


털썩!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백기를 드는 대신 총을 드는 것을, 그것도 죄 없는 재만 조선, 중국인을 상대로 총을 들으려 했던 자들에게 남은 운명은 오직 하나, 바로 죽음이었다.


특전 대원들은 저항 거점 권역 안으로 들어온 모든 방어군에게 총알을 먹여주었다.


하지만 모든 방어군이 저항 거점에 들어왔던 것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시내 방어 임무를 맡은 이들도 있었다. 시내 방어 임무의 주된 목표는 임시정부군 기계화 부대의 진입을 최대한 늦추고, 당장 파괴할 수 있는 모든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아무 민가나 돌아다니며 총알을 퍼부으라는 지령도 받은 상태였다. 상황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저항 거점의 병사가 연락이 끊겼거나, 행방이 묘연해졌다면 곧바로 작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알겠나? 트럭에 달린 기관총으로 그냥 다 쓸어버리라고.]

[예. 알겠습니다.]

[트럭 안에 있는 폭탄도 아낌없이 던져 넣고. 한 명이라도 저승길 동무로 삼을 수 있게 말이야.]


***


한 마디로 이도 저도 안 된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최후의 발악을 펼치라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악랄한 계획이었다. 게다가 방어군은 유독 광기를 부려야 하는 상황에서만 결정을 빠르게 내렸다. 그리고 임무에 맞는 행동만 골라서 했다.


[반란군 놈들 아직 도시에 안 들어왔지?]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아까 거점에 들어간 놈들도 안 왔지?]

[예.]

[몇 분 지났냐? 한 십분 지났나?]


방어군 병사는 시계를 한 번 슬쩍 보고는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장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부대 동료의 피를 뒤집어쓴 장교는 트럭 안에 담겨있던 수류탄을 손에 든 채 목소리를 높였다.


[대일본제국은 절대로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그게 어떤 모습이든 간에 말이다! 우리가 적에게 굴복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적에게 우리 영토와 도시를 넘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황 폐하 만세! 대일본제국 만세!]

[오늘 우리는 천황 폐하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들 것이다! 모두 수류탄을 집어라! 그리고 반역자의 핏줄에게 던져라!]


방어군 장교는 헛소리로 점철된 연설을 마치기 무섭게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그리고는 팔을 뒤로 길게 빼고 앞에 보이는 민가 안에 던져 넣으려고 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공기를 가르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요술봉에서 빠져나온 포탄은 순식간에 방어군 장교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한차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쾅!


방어군 장교는 온전한 시체 하나 남기지 못한 채 형체를 알 수 없는 조각 형태로 사방에 흩어졌다.


그래도 그는 나름대로 운이 좋은 편이었다. 최후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좋지 못했지만, 어쨌든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었으니 말이다.


폭발 범위 내에 완전히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었던 병사 대부분은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으아아! 내 다리···!]

[커헉···!]


신체를 절단 내고 걸레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고통 앞에서는 광기도 아무 소용없었다. 고통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방어군 병사들의 이성은 물론이요, 세뇌되었던 머리마저 집어삼켰다.


만신창이가 된 병사들은 어떻게든 현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짜냈다. 하지만 특전 대원들의 총알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멀쩡했던 경상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상자들은 쇳조각에 박살 난 중상자들과 달리 광기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피융!

퍽!


[으윽! 개 같은 자식들···! 이대로는 안 죽는다!]


경상자들은 바닥에 엎어짐과 동시에 수류탄을 민가로 집어 던졌다. 죽음이 코앞에 왔음에도 경상자는 마지막 임무를 달성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했다.


특수전 전단 대원들은 귀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람 죽이는 일만 할 것이라는 착각.


경상자의 오판은 머지않아 부메랑이 되어 경상자의 광기를 공격했다. 수류탄이 터진 민가에서는 어떤 비명도 어떤 통곡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특전 대원들은 지난밤 주민을 대피시킨 민가에 수류탄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결국, 죽은 사람은 하얼빈 방어군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는 동북 임시정부군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사실 한참 전에 기운 것이긴 했다. 단지 진작에 끝났을 전투를 방어군이 주민을 인간 방패 삼아 질질 끌려고 했을 뿐.


동북 임시정부군은 시내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나자 곧바로 기계화 보병을 투입했다. 하얼빈 방어군에게 남은 전력은 기껏해야 보병과 조잡한 개조형 군용 트럭 정도밖에 없었다.


기계화 보병은 빠른 속도로 특전 대원과 합류, 남은 방어군 잔당을 찾아다녔다. 동시에 민간인의 안전도 확인했다.


[민간인 안전 담당 부대에 전한다. 담당 구역 내 민간인 안전한지 확인 바란다. 모두 안전하게 모여 있나?]

[안전하게 모여 있다.]

[하얼빈 방어군 병사는? 주변에 있는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계속 주시하는 중이다.]

[확인. 현재 방어군은 완전히 전열이 무너진 상태다. 무차별적으로 민가로 들어가 학살을 저지를지 모르니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

[알겠다.]


다행스럽게도 하얼빈 방어군이 눈에 보이는 민가로 들어가 난장판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그런 짓을 벌이기에는 방어군의 병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정확히 말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남은 방어군 병력은 기껏해야 사령관을 호위하거나 그 주변에 흘러들었던 이들뿐이었다.


그토록 동귀어진을 외쳤던 방어군 사령관이었지만, 정작 사령관 본인은 그 대가를 손에 묻히지 않으려고 했다.


전선으로 잠깐 나와 지휘하는 척했던 방어군 사령관은 가장 먼저 시내로 들어갔고, 시내 중심가에 마련된 임시 사령부 건물 안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병사들을 또 다른 인간 방패로 앞세운 채 자기 집무실에 틀어박혔다.


방어군 사령관에게는 사실상 남은 계획이 없었다. 항복 협상을 벌일 기회도 날려버렸고, 도주할 기회도 날려버린 상황에서 무엇을 더할 수, 아니 어떤 계책을 더 떠올릴 수 있겠는가?


방어군 사령관은 흙먼지가 묻은 권총을 수건으로 닦으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곧이어 참모 한 명이 들어와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의미 없는 헛소리만 열심히 늘어놓았을 뿐이었다.


[이곳은 하얼빈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을 잃는 순간 정말로 하얼빈을 잃게 되는 거야.]

[그걸 누가 모릅니까? 남은 인원이 여기 들어온 사람밖에 없잖아요. 사령관님.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끝까지 싸워야지. 별수 있겠나? 그렇다고 다시 나갈 것도 아니잖아.]

[그럼 어떻게 싸우실 건데요? 거점을 상실하면서 물자도 다 빼앗겼습니다. 탄약도 부족하고 식량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애당초 살 생각으로 싸운 것도 아니었는데 뭘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고 있어? 총알이 없으면 군도라도 들어야지. 군도가 없으면 몽둥이를 들면 되고.]


패배가 눈앞에 온 상황에서 방어군은 광기도 제대로 부릴 수 없었다.


병사들을 휘감았던 광기는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었다. 그와 함께 두려움과 공포가 병사들의 마음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두려움과 공포는 광기 이상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임시정부군의 전차와 보병 전투차의 엔진음이 커질수록 병사들의 불안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그나마 장교들이 위엄을 잃지 않아보려고 했지만, 그들도 시시각각으로 거리를 좁히는 전차 행렬 앞에서는 한낱 작은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장병들은 점점 방구석 폐인처럼 변해갔다. 병사들은 경계를 아예 포기한 채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장교들이 닦달해도 소용없었다. 육중한 괴물 앞에서 군기는 빠르게 무너졌다.


그리고 임시정부군의 전차 부대가 임시 사령부 건물을 에워쌌을 때, 장교들을 지탱하던 마지막 자존심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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