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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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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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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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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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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2쪽

100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00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1)


사령관은 재배치 병력이 괴멸했다는 보고서를 손에 쥔 채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관동군 지휘부는 혼란에 빠졌다. 전황도 꼬인 마당에 최고 결정권자까지 화병으로 죽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최고 결정권자는 만주 지역을 통솔하는 군대의 수장이었다. 이런 대규모 군대의 지휘관을 선임하는 과정이 순탄할 리는 없었다.


지휘관의 죽음은 지휘 공백을 가져왔고, 지휘 공백은 곧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최고 결정권자를 잃은 일선 부대장들은 제대로 된 결정을 못 내린 채 우왕좌왕하거나,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다.


[이곳은 너무 위험하다. 여기서 뒤로 더 물러난 다음에 참호를 새로 건설하자. 바로 실행하도록.]

[대대장님. 사령부에서는 현 위치를 사수하라고-]

[바로 실행하도록.]

[반란군의 공세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참호를 새로 건설하게 된다면 곧바로 공격받을 겁니다. 그리고 거듭 말씀드리지만 사령관님도···]

[사령관님 돌아가셨잖아. 논쟁 벌일 시간에 일해. 그럼 빨리 끝낼 수 있어. 당장 시작해. 너 그 계급으로 군 생활 마감하고 싶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고 결정권자를 잃은 실무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했다. 서부 전선의 부대장들은 걸핏하면 화북진출을 외치며 공세를 펼치기 일쑤였고, 동부 전선의 부대장들은 전선에서 전사하기 싫다며 수시로 뒷걸음질을 쳤다.


물론 반대로 행동하는 부대장들도 있었다. 서부전선의 누군가 공세를 펼칠 때 다른 누군가는 협공을 거부하고 내부 정비에만 주력했다. 그리고 동부전선의 누군가 전략상 후퇴를 할 때 다른 누군가는 정신력 만능주의를 내세우며 사실상의 자살 돌격을 감행했다.


[관동군이 참호를 넘어 몰려오고 있습니다!]

[병력 규모는? 얼마나 오고 있나?]

[어··· 그게··· 규모 자체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후발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다른 지점도 확인해봐. 확인해봤어?]

[예. 확인해봤는데, 쟤들 말고는 없었습니다. 저게 전부에요.]

[모두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군. 기관총하고 요술봉 준비해.]

[알겠습니다.]


***


통합된 전략의 부재, 일치되지 않은 행동은 피해만 불러일으켰다.


모든 상황은 최악의 결말로 이어졌다. 서부 전선의 호전광들은 장성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열하성으로 쫓겨났다.


물론 노발대발할 최고 결정권자가 저승으로 영구 휴가를 떠났으므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계급장 떼일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본인의 거취가 이상 없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서부 전선의 주력 부대가 머리를 잃고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중화민국 국민정부는 장쉐량을 잃은 봉천 군벌을 발 빠르게 장악했다.


밀릴 대로 밀리고 털릴 대로 털렸다지만, 어쨌든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가는 법. 십만이 넘는 일원을 자랑하던 봉천 군벌은 새로운 주인을 찾음과 동시에 위협적인 세력으로 변했다. 만주 항일군에게 발목까지 잡힌 서부 전선 관동군은 과거와 같은 전격전을 펼치지 못했다.


관동군 사령관의 죽음은 항일군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머리를 잃은 관동군은 새로운 머리가 들어올 때까지 현상유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항일군은 그 틈을 타 새로 확보한 지역의 통제를 더욱 확고히 했다.


동시에 바깥 세계로 서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연대장님. 만리장성의 국부군과 정식으로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양에 대해서는 별말 없었지?]

[없었습니다. 지금 사양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원판이 웬만큼 좋아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더 좋게 만들어야지. 보도 자료 제작은 어떻게 됐어?]

[일반 초고까지 완성했습니다. 확인만 해보시면 됩니다. 바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제작부서로 직접 갈게. 괜히 두 번 걸음 할 필요 없으니까.]


항일군은 수시로 선전물을 뿌리는 관동군에 맞서 여론전을 시작했다. 그간 일본군이 벌인 만행을 담은 보도자료는 곳곳에 심어진 첩보망을 통해 만주국 전역으로 퍼졌다.


‘일본은 아시아의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각 국가 간의 합의를 어기고 대대적인 침략행위를 벌였다. 만주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괴뢰국을 세웠으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을 학살했다.’


‘이러한 침략 행위는 이제 만주를 넘어 중국 화북 지방까지 이어지려고 한다. 이는 분명 대량 학살로 이어질 것이다.’


***


도시 곳곳에 배포된 보도자료의 초판본은 원론적인 입장문에 가까웠다. 항일군은 국제연맹을 탈퇴하면서 열하성을 침공한 관동군을 강하게 비판했고, 관동군은 늘 그랬던 것처럼 왜곡된 선전문으로 대응했다.


‘우리 대일본제국은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뿐이다. 우리가 없었다면 만주의 혼란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주체는 자칭 군대라고 칭하는 도적 집단이다. 이 파렴치한 도적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독점하기 위해 만주 곳곳에 분란을 조장하고 아시아 평화 수호에 힘쓰는 군인들을 잔인하게 학살하였다.’


‘이런 자들을 과연 군대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자들이 과연 평화를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관동군의 선전물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만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세웠다는 만주국은 여전히 미승인국이었고 괴뢰국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세계 여론이었다.


항일군은 이러한 세계 여론을 이용하여 관동군이 내세우는 선전 논리를 하나씩 논파해나갔다. 관동군은 연신 아니라고, 왜곡이라고 발버둥을 쳤으나,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만 할 뿐이었다.


항일군은 외부 소식을 입수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내부 소식도 마찬가지였다. 관동군이 길길이 날뛰며 언론 통제를 하는 동안, 특전 대원들은 차분하게 만주국 사회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차별받는 사람들, 만주국이 내세우는 이상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과 접촉했다.


그들은 많은 증언을 해주었다. 이러한 증언은 곧 일제의 만행을 모은 증언집이 되었고, 항일군의 보도자료로 가공되었다.


‘만주국은 과연 왕도낙토인가? 아니면 인세의 지옥인가? - 만주가 곧 삶의 터전이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기록!’


‘간도는 학살을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피난처였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 간도 참변 생존자의 수기.’


‘일본의 침략과 학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일본군에 의해 가족을 잃어야 했던 생존자의 눈물.’


‘열하성의 대학살. 일본군은 평화 대신 살육을 택했다. – 열하성 거주민이 말하는 열하성 공방전.’


부역자를 제외한 대다수 중국인과 조선인은 일본군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들은 같은 민족이 전한 일본군의 만행을 보며 분노했고, 저항의식을 키워나갔다.


***


항일군의 보도자료가 사회 여기저기에 깊게 스며들수록, 주민들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날수록 관동군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렸다.


[어젯밤 반란군의 선전물이 시내 곳곳에 뿌려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뿌린 사람은 잡았나? 못 잡았지?]

[일부가 추격전을 벌였다고는 합니다.]

[추격전만 벌이면 뭐할 건데. 잡아야지. 잡아야 문제가 해결되지. 안 그래?]

[사령관님도 안 계신 마당에 일은 점점 꼬이고 있으니··· 면목없습니다.]

[주민들 반응은 어때? 선전물 다 압수했어, 안 했어?]


그야말로 무의미한 질문의 대표 전형이었다. 항일군은 관동군이 일일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보도자료를 살포했다.


그뿐이랴, 특수 공작에 도가 튼 특전 대원들은 시내에 비밀 방송국까지 차리고 일본군의 만행이 담긴 증언집을 라디오로 흘려보냈다.


애당초 일본군의 만행을 잘 알고 있었던 조선인과 중국인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차별과 멸시를 받아왔던 조선인과 중국인은 보살도 아니었고 성인군자도 아니었다.


계속된 혼란, 가혹한 통제, 화가 절로 치밀어 오르는 차별과 멸시. 이들은 모두 관동군의 손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


사람들은 곧이어 행동에 나섰다. 관동군의 전쟁 수행에 동원되었던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들은 동포를 죽이는 일에 동참할 수 없다며 파업을 벌였고, 여러 생업에 종사하던 주민들도 전쟁 중단과 관동군 철수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다.


물론 관동군이 이들의 말을 들을 리는 없었다. 관동군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잔혹하게 짓밟았다. 단지 악화하여가던 여론을 의식해 죽이지만 않았을 뿐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이러한 소식은 특전 대원들을 통해 곧바로 항일군 본부로 전해졌다.


단지 ‘시위가 있었다, 참혹하게 진압당했다.’ 같은 구두 소식만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특전 대원들은 총 대신 카메라를 시위와 진압 현장을 필름 속에 담았다.


관동군의 폭정을 그대로 담은 사진은 특전 대원과 연결된 주민들의 증언과 함께 몽골 초원을 지나, 중국, 유럽 대륙으로 향했고, 태평양을 건넜다.


***


그렇게 관동군에 대한, 아니, 일본 정부에 대한 여론은 나날이 안 좋아졌다. 만주국은 관동군이 세운 괴뢰국을 넘어 관동군에게 협력하여 동포를 탄압하는 악의 세력으로 낙인 찍혔고, 일본의 팽창을 인정하지 않던 국가들의 맹공을 받았다.


하지만 일본도 맞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아시아 유일의 열강이라는 자존심과 한때 국제연맹의 상임이사국이었다는 화려한 지위는 일본 군부를 아집과 광기로 몰아넣었다. 그에 따라 통제와 억압도 더욱 심해졌다.


더불어 전쟁 수행 의지도 더욱 불태웠다. 역사는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지만, 일본군은 여전히 원자폭탄을 맞기 전의 일본군이었다.


[열강들이 왜 우리를 못살게 구는지 압니까? 우리가 만주를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놈들이 조선 가지고 이야기 꺼내는 거 봤습니까?]

[못 봤지.]

[바로 그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하게 나서야 하는 법입니다. 병력 더 충원하고 무기 더 만들어내서 만주는 물론이고 중국 화북 지방까지 싹 다 쓸어버려야 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내각이 약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알 게 뭔가? 결국, 국익을 위한 일인데.]

[역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건 육군밖에 없습니다. 해군은 영··· 이참에 만주국 주민까지 전부 징병해버립시다. 그 많은 인구 그냥 둬서 뭐합니까? 맨날 반항이나 하잖아요.]


그렇게 만주국은 오족협화와 왕도낙토라는 그럴듯한 국가이념도 내팽개치고 주인을 따라 병영 국가로 완전히 거듭났다.


원래부터 그런 국가였지만, 나름대로 다른 것처럼 굴었던 원래 역사와 달리 완벽한 관동군 2중대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었다.


만주국 정부는 사상이 불순하다고 여겨지는 조선인과 중국인부터 징집하려고 했다. 생업이 있든, 가족이 있든 아무 상관 없었다. 반관동군 시위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내밀었던 자에게는 이유 불문하고 입대 영장이 날아왔다.


입대 거부는 애당초 선택지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만주국 정부를 빙자한 관동군 징병 담당은 가족에게 돌아갈 온갖 불이익을 강조하며 입대를 종용했다.


하지만 조선인과 중국인은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양대 전선으로 나가는 것은 사실상 죽음을 의미했다. 항일군이 관동군을 매일같이 박살 낸다는 소식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애당초 조선인으로 태어났는데, 애당초 중국인으로 태어났는데, 자신들의 가족과 친구를 학살한 일본군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단 말인가?


많은 젊은이들은 관동군이 내민 족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항일군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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