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182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23 23:11
조회
3,105
추천
54
글자
12쪽

112화: 시궁창 속으로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12화: 시궁창 속으로 (1)


관동군 지휘부는 최종 저지선에 하얼빈을 넣지 않았다. 지휘부는 하얼빈을 북경 점령을 위한 일종의 제물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사령관님. 하얼빈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북경 지역에 병력 대부분을 투입하면 동북 임시정부군이 밀고 들어오려고 할 텐데요.]

[그럼 뭐··· 내줘야지. 빌어먹을 냉동고 같은 땅 차지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 해. 얼음 축제나 벌이라지.]

[알겠습니다.]

[어차피 만주군도 있잖아. 만주군으로 대충 때워보라고 해. 방어 계획에서 뺐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하얼빈 방어군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끊임없이 지원 요청을 보냈다. 물론 통할 리는 없었다. 관동군은 계획을 뒤집을 마음도 없었고, 계획 변경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생각도 없었다.


관동군의 목표는 오직 하나, 북경 점령이었다. 관동군의 마음속에서 만주 벌판은 이미 2순위로 밀려난 지 오래였다.


관동군은 북경 진군 및 점령 작업에 모든 병력을 투입했다. 말 그대로 모든 병력이었다. 하얼빈 방어군의 절망 섞인 지원 요청은 지휘부의 귓가 주변조차 맴돌지 못했다.


이는 곧 동북 임시정부군에게 기회가 찾아왔음을 의미했다. 대성은 관동군 주력 부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 마련에 전력을 다했다.


[전단장님. 국민당이 제공한 적군 정보입니다.]

[병력 이동이 있었나?]

[예. 하지만 동부 전선으로 기수를 돌린 병력은 없었습니다. 북경 공략에 전부 투입할 생각인 듯합니다.]

[하얼빈을 사수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그럼 우리도 가만히 있을 필요가 없지. 하얼빈으로 진군한다. 준비해.]

[알겠습니다.]


동북 임시정부군은 관동군의 북경 진군이 시작됨과 동시에 하얼빈 지역 공략에 나섰다. 특수전 전단 기계화 부대는 하얼빈 근방에 자리 잡은 방어군 부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비상! 비상! 반란군이 공격을 시작했다!]

[모두 전투 준비! 각자 위치에 가서 적과-]


쾅!


[으악!]


여러 차례 개선과 보완 작업을 거친 기계화 부대의 전력은 실로 막강했다. 일본군의 37mm 대전차포는 임시정부군 기계화 부대를 상대로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임시정부군 전차와 보병전투차의 장갑은 일본군이 운용하는 어떤 기갑 병기보다 단단했고, 화력은 일본군이 소유한 포보다 강력했다.


그뿐이랴, 성능도 훨씬 좋았다. 하얼빈 방어군이 포탄 한 발을 장전하기 위해 낑낑거릴 동안, 임시정부군은 여유롭게 서너 발을 쏘았다. 그야말로 장전은 고사하고 일단 목숨부터 보전해야 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임시정부군 장갑차에서 쏟아낸 총알은 빠르게 흐르는 공기 흐름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방어군의 몸통 곳곳을 꿰뚫었다.


피융~!

퍽!

털썩!


[커헉!]


임시정부군 기계화 부대와 눈이 마주친다는 것은 곧 죽음 내지 죽음에 가까운 중상을 의미했다. 검지, 중지만 한 총알 세례 앞에서 하얼빈 방어군은 말 그대로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세트로 딸려온 만주군도 마찬가지였다. 본대도 무력하게 털리는 마당에 괴뢰군에 불과한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만주군은 일본인도 아니었다. 그저 군벌 밑에 있다가 소속이 바뀌었던 것일 뿐, 만주군은 목숨 걸고 싸울 명분마저 갖고 있지 않았다.


***


사실상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던 만주군은 그 목적에 걸맞게 힘없이 무너졌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임시정부군이 그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임시정부군은 만주군이 배치된 진지나 전진기지 한정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녹음된 방송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장에 배치된 만주국군 병사들에게 고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어떤 식으로 일본군과 같이 일하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 괴뢰국 건립과 함께 강제로 소속이 변경되었겠지요. 파렴치한 자들 때문에 같은 동포와 총을 겨누게 된 것은 그야말로 비극 그 자체입니다.’


[······]


‘우리는 이러한 사정에 근거하여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와 함께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시는 분들은 지금 바로 넘어오십시오. 두 번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피로 맺은 같은 동포로서 침략자들이 망친 세상을 함께 고쳐나가 봅시다.’


대성은 만주군에게 항복과 전향을 권유하는 방송을 하루에 두 번씩, 임시정부군이 공세를 벌이기 전과 벌인 직후에 내보내도록 했다.


더불어 공세는 온화한 말투로 진행되는 방송과 완전히 반대되는 강도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공세가 끝난 직후에 하는 방송의 말미에는 경고성 문구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방송이 끝난 다음에는 여지없이 포격과 총알 세례가 이어졌다.


방송을 접한 만주군 병사들은 갈등에 빠졌다. 관동군과 만주군 장교 일부는 방송 내용이 거짓이라고 열심히 떠들었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거짓이라고 할만한 내용이 없었다.


병사들은 일본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천황의 은혜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천황의 은혜를 받은 자들이 잘해주었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이나 시작된 후나 일본군의 대접은 변함이 없었다. 2등 시민, 모자란 놈, 경찰만도 못한 2류 군대 잡졸. 그야말로 집 지키는 개보다 못한 취급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전혀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 임시정부군의 화력은 만주군은 물론이요, 하얼빈 전선 관동군의 화력도 가볍게 압도했다.


하얼빈 방어선의 상황은 그만큼 절망적이었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임시정부군의 총알이 폭풍우처럼 빗발치는 가운데, 만주군 병사들은 적진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대신 서로 머리를 모았다.


[어떡할래? 갈 거지?]

[별 수 있냐? 가야지. 일본놈들 위해 싸우다 죽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

[당연히 말이 안 되지. 다음 방송 나올 때 넘어가자고. 나머지 생각은 어때? 여기 남고 싶은 놈 있어?]

[있겠냐?]


병사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


만주군 병사들은 삼삼오오 총기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는 적진으로 들어가기 가장 좋은 지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만주군 장병들이 항복이나 전향에 뜻을 두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일본에 대해 선망을 지니고 있던 이들, 어떻게든 인정받아서 일본인 사회에 편입하고자 했던 이들은 이적행위를 용납하지 않았다. 만주군과 불편한 동거를 하던 관동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야! 어디 가는 거야? 위치 사수 안 해?]

[하러 가는 길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배정받은 위치는 반대편이잖아. 정신 안 차려? 미쳤어?]

[멀쩡합니다. 중대장님은 어떡하실 겁니까? 계속 일본놈들하고 붙어먹을 겁니까?]

[뭐? 이 자식이 어디서 반역을 저지르려-]


탕!


탈출을 결심한 만주군 병사들은 자신을 가로막는 친일파, 관동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아예 탈출을 결의하고 처음부터 지휘관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었다.


괴뢰국의 꼭두각시 군인이 되기를 거부한 이들은 친일파와 관동군의 시신을 넘으며 탈출을 감행했다. 그리고 방어선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무너져내렸다.


탕! 탕!

쾅!


[전단장님. 적 방어선에서 폭발과 불길이 치솟고 있습니다.]

[병사들이 마음을 정했나 보네. 우리 진영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으면 쏘지 말고 받아주도록 해. 무장해제 시키는 것도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만주군 투입은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 되었다.


방어선을 지켜야 할 병사들은 앞다투어 동북 임시정부 진영으로 넘어갔고, 힘을 합쳐야 할 관동군과 전투를 벌이기까지 했다.


관동군이 탈영 시도를 강하게 막으려 할수록 만주군 병사들의 저항도 거세졌다.


그렇게 방어선은 내전의 장이 되었고, 하얼빈 방어군 사령관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걸 넘어 잿더미처럼 바스러졌다.


[만주군 병사들이 집단 탈영을 해?]

[탈영 수준이 아닙니다. 집단 귀순-]


퍼억!


참모는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붙잡고 비틀거렸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방어군 사령관은 연신 고성을 지르며 손에 집히는 물건을 마구잡이로 집어 던졌다.


[사··· 사령관님. 진정하십시오.]

[너 같으면 진정 안 하게 생겼어? 병사들이 빌어먹을 선동에 휘말려서 서로 총질을 하고 있다고. 이게 뭘 뜻하는지 알아?]

[······]

[그냥 망했다는 거야! 여기라고 다를 것 같아? 여기도 마찬가지야! 풀 베이듯이 썰려 나가다가 다 죽을 거라고!]

[죄, 죄송합니다···]


참모가 손수건에 피를 뱉으며 말했다. 진심이 담긴 사과는 아니었다.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내뱉었을 뿐이었다.


그만큼 하얼빈 방어군의 미래는 암흑천지로 덮여 있었다. 최전방 전선은 서로 총질을 벌이다가 무너졌고 임시정부군은 진격에 박차를 가했다.


방어군 사령관은 난장판이 된 집무실 책상을 붙잡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참모를 불렀다.


[하··· 사령부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던가?]

[없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싸우고 현재 위치를 무조건 사수하라는 말밖에는···]

[무조건 사수하라고?]

[그렇습니다···]

[미친 새끼들. 차라리 자결하라고 할 것이지. 사수 같은 소리 하네.]


방어군 사령관은 다 죽어가는 환자라도 된 것인 양,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서랍 속에 집어넣었던 권총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


동북 임시정부군은 막힘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대성은 진군하면서 하얼빈 주변 곳곳으로 부대를 파견했다. 파견 부대는 하얼빈 인근에 자리 잡은 공장을 점거하고 관련 시설과 자원을 전부 손에 넣었다.


물론 인력은 인수하지 않았다. 파견 부대는 총성에 화들짝 놀란 일본인 노동자와 기술자들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철수 명령을 내렸다.


[시간 많이 안 준다. 그 안에 싹 정리하고 떠나도록.]


그 밑에서 일하던 조선인과 중국인에게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여기서 계속 일할 의향이 있으신 분은 남아도 좋습니다. 물론 직업을 바꾸셔도 상관없고요. 물론 이는 우리와 뜻을 함께할 분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

[일본 제국과 뜻을 함께할 분은 지금 당장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임시정부군은 적의 움직임을 살피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임시정부군은 신경 인근에 배치된 관동군과 화북 지역으로 진입한 관동군의 정보를 틈틈이 수집하고 분석했다.


특히 화북 지역 전황에 관한 정보는 껍데기만 남은 하얼빈 방어군 정보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하게 여겨졌다.


전쟁은 물살이 급한 강물과도 같았다. 누가 일으키든지 간에 전쟁은 절대로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관동군의 전쟁이 대표적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126화: 국공내전 (5) +1 20.08.12 2,780 53 12쪽
126 125화: 국공내전 (4) +2 20.08.11 2,846 44 12쪽
125 124화: 국공내전 (3) +1 20.08.11 2,925 60 12쪽
124 123화: 국공내전 (2) +2 20.08.07 2,954 57 12쪽
123 122화: 국공내전 (1) +2 20.08.06 3,114 58 13쪽
122 121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4) +4 20.08.05 2,981 50 13쪽
121 120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3) +1 20.08.04 2,864 52 12쪽
120 119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2) +2 20.08.03 2,951 54 12쪽
119 118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1) +2 20.07.31 2,990 61 12쪽
118 117화: 시궁창 속으로 (6) +1 20.07.30 2,926 49 12쪽
117 116화: 시궁창 속으로 (5) +2 20.07.29 2,877 49 12쪽
116 115화: 시궁창 속으로 (4) +1 20.07.28 2,907 53 12쪽
115 114화: 시궁창 속으로 (3) +1 20.07.27 2,917 55 12쪽
114 113화: 시궁창 속으로 (2) +3 20.07.24 2,994 62 12쪽
» 112화: 시궁창 속으로 (1) +1 20.07.23 3,106 54 12쪽
112 111화: 폭주 (3) +3 20.07.22 3,083 56 12쪽
111 110화: 폭주 (2) +2 20.07.21 3,066 55 13쪽
110 109화: 폭주 (1) +1 20.07.20 3,132 57 12쪽
109 108화: 멸공 작전 (3) +3 20.07.17 3,173 59 12쪽
108 107화: 멸공 작전 (2) +1 20.07.16 3,104 50 11쪽
107 106화: 멸공 작전 (1) +2 20.07.15 3,195 59 12쪽
106 105화: 동북 임시정부 (2) +1 20.07.14 3,241 55 12쪽
105 104화: 동북 임시정부 (1) +1 20.07.13 3,344 55 12쪽
104 103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4) +1 20.07.12 3,084 57 12쪽
103 102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3) +3 20.07.11 3,077 55 12쪽
102 101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2) +3 20.07.07 3,141 60 11쪽
101 100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1) +4 20.07.06 3,245 62 12쪽
100 99화: 앙면 전쟁 (6) +2 20.07.03 3,134 57 12쪽
99 98화: 앙면 전쟁 (5) +2 20.07.02 3,111 57 12쪽
98 97화: 앙면 전쟁 (4) +1 20.07.01 3,146 5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