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60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03 18:05
조회
3,133
추천
57
글자
12쪽

99화: 앙면 전쟁 (6)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9화: 앙면 전쟁 (6)


간신히 살아남은 관동군 병사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고난과 시련을 어떻게든 넘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빛을 발해보기도 전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항일군 기계화 부대는 열차가 전복됨과 동시에 불을 내뿜었다. 개수를 거친 항일군 전차의 주포의 위력은 땅딸막한 57mm 90식 유탄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쾅!


전차 포탄은 검게 그을린 열차의 장갑을 단번에 뚫어버렸다. 그리고 열차 안에 적재되어있던 관동군 전차용 포탄과 부딪혔다.


두 포탄의 충돌은 커다란 시너지를 일으켰다. 포탄끼리 맞부딪히며 발생한 불꽃은 순식간에 연쇄폭발로 번졌고, 하늘 위에 커다란 불기둥을 만들어냈다.


열차 안에 타고 있던 관동군은 그 불기둥을 따라 유황 냄새로 휩싸인 지하 세계로 끌려갔다. 사실 병사들은 비교적 많이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열차의 길이가 워낙 길었기 때문이었다.


열차 대부분이 폭발의 충격에 휘말리긴 했지만, 물리법칙에 의해 그런 것이지 전부 불길에 휩싸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불길은 만들면 그만인 법. 수송 열차에 실린 수많은 연료와 탄약은 거대한 불길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원료였다.


결국, 사지 멀쩡하게 살아남은 관동군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기 목숨부터 보전하느냐, 아니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동료를 구하다가 같이 죽느냐.


[일단 나갈 수 있으면 바로 나가! 살 수 있는 사람은 어쨌든 살아야지! 어서 탈출해!]

[다른 생존자들은 어떡합니까? 신음 소리가 들리는데.]

[네가 생존자야! 괜히 나섰다가 숯덩이 되고 싶어? 나올 수 있을 때 빨리 나와!]

[아··· 알겠습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사람의 몸을 지배한 것은 이성이 아닌 본능이었다. 생존자들은 생존 본능에 따라 남의 목숨을 포기하고 자기 목숨을 지켰다.


[다 나왔나?]

[모르겠습니다.]

[빨리 안 나오면 죽는 거지. 그렇다고 우리까지 다 죽을 순 없잖아.]

[이제 어떡하실 겁니까?]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지. 지원군도 요청하고. 아까 경비대 주재소 지났잖아. 거기로 가자.]

[알겠습니다.]


항일군 전차의 무차별 포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차를 빠져나온 생존자들은 철도 경비대 주재소를 향해 무작정 달렸다.


[거기 있는 애들도 폭발음을 들었을 거야.]

[못 들을 리가 있겠습니까? 하얼빈에 사는 사람들도 다 들었을 겁니다.]

[빌어먹을··· 어째 꿈자리가 사납더니만. 아주 된통 당하네.]

[연대장님은 무사하실까요?]

[무사하겠냐? 제일 앞칸에 타고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거다.]

[······]

[연대장님한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가장 가능성 있는 상황을 이야기한 거야.]


같은 시각. 특전 대원들은 불길을 등지고 달려오는 관동군 생존자들을 보고 있었다. 대원들은 생존자들의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대성에게 알렸다.


[연대장님. 생존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습니다.]

[아마 계속 모여들 거다. 상태는 어떻지?]

[대부분 신체는 온전히 보전한 듯합니다. 별로 안 좋아 보이는 놈들도 몇몇 있고요. 그래도 무기는 어떻게 챙긴 모양입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을 거야. 지금 주변 경계도 안 하고 무작정 뛰어오고 있잖아. 저격수한테 신호 보내. 우리가 시간 끌 때 맞춰서 공격하라고.]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특전 연대 저격수들은 순식간에 진용을 갖추고 관동군 생존장병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생존장병들은 저승사자가 바로 옆까지 온 것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생존장병들의 기본적인 상황 판단 능력은 폭발과 함께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철도 경비대 주재소의 불빛만 보일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 디코이 역할을 맡은 대성은 대원들을 이끌고 생존장병이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갔다. 그들이 나타나기 무섭게 생존장병들은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안도하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저기 마침 나와 있네. 이봐! 여기야! 여기! 다 안 죽었다고!]


생존장병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대원 중 일본인과 오랫동안 교류했던 자가 나와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폭발 소리가 크게 나서 나와봤는데.]

[너 일반 사병이야?]

[그렇습니다. 일등병입니다.]

[지금 저기 난리가 났어. 아무래도 습격을 당한 것 같아. 열차가 막 전복되고 포탄도 날아오고.]

[정말입니까?]

[그럼 이 시간에 왜 밖을 떠돌고 있겠냐? 너희 책임자 누구야? 사령부에 연락했어?]

[아직 안 했습니다. 상황 인지는 했으나 상황 확인은 안 했기 때문에-]

[확인은 얼어 죽을! 저쪽에 불길 치솟은 거 안 보여? 빌어먹을 포탄 터지는 소리 안 들리냐고!]


아비규환에서 살아남은 하급 장교는 경비대의 어정쩡한 태도가 답답했는지 있는 대로 성질을 부렸다. 그를 따르던 다른 생존장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황 판단을 할 여력이 없었던 생존장병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한숨을 쉬며 주재소로 무작정 들어가려고 했다.


그 순간, 특전 대원이 총을 겨누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뭐?]

[아직 신분확인도 하지 않았는데 왜 함부로 들어오느냐고 물었습니다. 여긴 정부 구역입니다. 신분확인부터 해주시죠.]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다 죽게 생긴 마당에 신분확인을 한다고? 우리 공격한 놈들 딱 봐도 반란군 전차 같은데, 다 같이 깔려서 머리 터질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총 내려.]

[안됩니다.]

[뭐라고?]

[상대방이 전차인지 아닌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사령부에서 수상한 사람은 이유 막론하고 모두 검문하라고 했습니다. 절차에 협조해주십시오. 그럼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이건 대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생존 장병들은 황당한 얼굴로 특전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특전 대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은 총구를 더 높이 들어 진짜 관동군을 조준했다. 그리고 짧게 한 마디를 남겼다.


[일단 암구호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암구호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그렇게 계속 얼토당토않은 짓거리 하다가는 사회생활 제대로 못 할 수도 있어. 조심해. 마지막 경고야.]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시에 불응할 시 사살할 수도 있습니다. 암구호 확인하겠습니다.]

[미친놈들···!]

[최근 철도 근방에서 반란군이 활동한다는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그래서 확인하는 겁니다. 협조해주십시오.]

[우리가 그 반란군 때려잡으러 가는-]


탕!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온 총성은 생존장병의 생존 본능을 한껏 자극했다. 생존장병들은 피해자 확인도 하지 않고 곧장 땅바닥에 엎드렸다.


[반란군이 근처에 있다! 모두 고개 숙여! 너희도 고개 숙여!]

[······]

[다들 죽고 싶어? 숙이라고!]

[안 숙여도 됩니다. 같은 편이거든요.]


저격수의 공격은 일종의 신호였다. 관동군으로 위장한 대원들이 말씨름을 벌일 동안, 저격수들은 불길에 휩싸인 지평선을 관찰하며 생존장병이 더 오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생존장병이 더 없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자기도 모르게 덫에 걸린 관동군은 더 이상 동아줄을 잡을 수 없었다. 특전 대원들은 생존장병들을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처리했다. 그리고는 경비 본부에 거짓 보고를 올렸다.


[방금 시내에서 큰 폭발음을 들었다는 신고가 여럿 들어왔다. 혹시 수송열차가 지나간 다음에 특이 사항 같은 거 없었나?]

[특이 사항은 없었다. 다만 여기서도 폭발음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확인해보았나?]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확인해보진 않았다.]

[인력 편성해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특이 사항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기 바란다.]

[알겠다.]


***


최종 보고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는 관동군의 발언은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성과 특전 대원들은 주재소를 깔끔하게 철거한 뒤, 곧장 작전 지역으로 향했다.


항일군 기계화 부대의 일격에 당한 수송 열차의 상태는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기계화 부대의 화력은 항일군 지휘부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동 저지나 방해하는 선에서 끝날 줄 알았던 작전은 어느새 섬멸 작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이상 다가가시면 안 됩니다. 연대장님. 언제 또 폭발이 일어날지-]


쾅!


[모릅니다.]

[생존자는 없다고 봐야겠군.]

[아예 없진 않았습니다. 온몸이 불덩이가 된 채 빠져나와서 내달린 놈들이 몇몇 있었지요. 그 상태로 놔두기도 좀 그래서 빨리 보내줬습니다.]

[대충 연대급 병력이라고 그랬나?]

[저희가 감청했던 정보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근데 편성 인원이 지역이나 상황에 따라 항상 달라져서 통상적인 연대급 병력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타격을 입혔으니 됐어. 돌아가자. 조금 있으면 놈들이 병력을 보낼 거야.]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는 다른 지역에서도 들려왔다. 또 다른 병력 이동을 막기 위해 투입되었던 특전 부대는 동부 전선으로 이동하던 병력 대부분을 제거했다고 보고했다.


[놈들이 복구했던 철도도 완전히 박살 냈고, 놈들도 아예 끝장을 내버렸습니다. 생존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설사 살아남았다고 해도 다시 참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긴 몸이 거진 녹아내렸다시피 했을 테니. 신형 소이탄은 어땠어? 쓸만하던가?]

[보면서 아찔했습니다. 진짜 귀신을 부리는 줄 알았어요. 불로 뒤덮인 귀신 말입니다.]

[그럼 생존자도 없겠군. 사령부에서 아직 인지 못 했지?]

[못했을 겁니다. 대충 내일은 돼야 알겠지요. 어떻게 반응할지 불 보듯 뻔합니다만.]


특전 대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상황을 파악한 관동군 사령부의 분위기는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관동군 지휘부는 사단 하나가 삽시간에 거덜 났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멸했다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사령관님···]

[빌어먹을 사단을 보내기로 했잖아. 중대도 아니고 대대도 아니고 사단을 말이야. 그런데 전선에 도착도 안 한 상태에서 그 사달이 났다고?]

[아무래도 열차라는 좁은 공간에 모여있었다 보니 피해가 더 컸던 모양입니다. 단순히 철로를 파괴하는 방해공작만 벌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사령관은 떨리는 손으로 조사단의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보고서는 항일군이 벌인 공격의 유형을 단순 방해공작이 아닌, 대대적인 포격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위력을 가능하기 힘든 신형 폭탄을 이용한 포격’이라는 문구는 장쉐량를 제거한 공로로 원래 역사보다 빨리 원수 칭호를 받은 사령관의 자존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수명도 더 빨리 깎아 먹었다.


[사령관님···?]

[······]

[사령관님.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자··· 자네··· 자네 생각부터 말해봐. 여기서 뭘 더해야 할 것 같나···?]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잘 생각해보고··· 내 후임자한테 잘 말해주도록 해···]


쿵!


[사령관님! 사령관님!]


보고서를 손에 쥔 채 쓰러진 사령관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126화: 국공내전 (5) +1 20.08.12 2,780 53 12쪽
126 125화: 국공내전 (4) +2 20.08.11 2,846 44 12쪽
125 124화: 국공내전 (3) +1 20.08.11 2,925 60 12쪽
124 123화: 국공내전 (2) +2 20.08.07 2,954 57 12쪽
123 122화: 국공내전 (1) +2 20.08.06 3,114 58 13쪽
122 121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4) +4 20.08.05 2,981 50 13쪽
121 120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3) +1 20.08.04 2,864 52 12쪽
120 119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2) +2 20.08.03 2,951 54 12쪽
119 118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1) +2 20.07.31 2,990 61 12쪽
118 117화: 시궁창 속으로 (6) +1 20.07.30 2,926 49 12쪽
117 116화: 시궁창 속으로 (5) +2 20.07.29 2,876 49 12쪽
116 115화: 시궁창 속으로 (4) +1 20.07.28 2,907 53 12쪽
115 114화: 시궁창 속으로 (3) +1 20.07.27 2,917 55 12쪽
114 113화: 시궁창 속으로 (2) +3 20.07.24 2,994 62 12쪽
113 112화: 시궁창 속으로 (1) +1 20.07.23 3,105 54 12쪽
112 111화: 폭주 (3) +3 20.07.22 3,083 56 12쪽
111 110화: 폭주 (2) +2 20.07.21 3,066 55 13쪽
110 109화: 폭주 (1) +1 20.07.20 3,132 57 12쪽
109 108화: 멸공 작전 (3) +3 20.07.17 3,173 59 12쪽
108 107화: 멸공 작전 (2) +1 20.07.16 3,104 50 11쪽
107 106화: 멸공 작전 (1) +2 20.07.15 3,195 59 12쪽
106 105화: 동북 임시정부 (2) +1 20.07.14 3,241 55 12쪽
105 104화: 동북 임시정부 (1) +1 20.07.13 3,344 55 12쪽
104 103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4) +1 20.07.12 3,084 57 12쪽
103 102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3) +3 20.07.11 3,077 55 12쪽
102 101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2) +3 20.07.07 3,141 60 11쪽
101 100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1) +4 20.07.06 3,245 62 12쪽
» 99화: 앙면 전쟁 (6) +2 20.07.03 3,134 57 12쪽
99 98화: 앙면 전쟁 (5) +2 20.07.02 3,111 57 12쪽
98 97화: 앙면 전쟁 (4) +1 20.07.01 3,145 5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