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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5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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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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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59
글자
12쪽

108화: 멸공 작전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08화: 멸공 작전 (3)


어떤 말로 발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눈에 뻔히 보이는 증거 앞에서 말이다.


게다가 대성은 많은 걸 바라지도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단 하나, 포로 겸 증인으로 잡힌 자들의 증언 한 마디였다.


[멀리 갈 거 없이 한마디만 하면 돼. 윗선에서 지시한 게 맞지?]

[그걸 너한테 왜 말해줘야 하지? 그런다고 내가 살아서 나가기를 하냐, 네놈한테 영웅 대접을 받기를 하냐?]

[적어도 역적 대접받을 일은 없겠지.]


포로들은 나름대로 완강하게 버티려고 했다. 그러나 대성을 상대로 별다른 소득을 거둘 순 없었다.


대성은 포로들이 조직 내에서 어떤 지위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중간 간부 언저리.


말단이 하기에는 살짝 위험 부담이 큰 임무를 도맡아서 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은 혼자 다 짊어져야 하는 최악의 자리.


포로들은 한 마디로 조직의 꼬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급할 때 바로 잘라버릴 수 있는 도마뱀 꼬리말이다.


대성은 포로들의 모호한 지위를 이용했다. 그는 거짓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회유하는 대신, 참담하기 그지없는 핏빛 전망을 늘어놓으며 포로들을 압박했다.


[말 안 할 거야? 넌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잖아. 안 그래?]

[글쎄.]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 같아? 공산당 지도부가 널 영웅 대접해줄 것 같으냐고.]

[······]

[장담하는데 내가 이 사진 자료를 배포하는 순간, 너는 역적 취급을 받게 될 거야. 부르주아 일본 돼지와 빌붙은 만고의 역적, 반동 중의 반동 같은 거로 말이지.]


압박은 관동군 포로에게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대성은 관동군 포로의 비상 신분증명서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딱 심부름하기 좋을 계급이네. 임무는 어디서 받았지? 육군 참모본부?]

[너 같은 역적 놈과는 이야기할 생각 없다.]

[역적 같은 소리 하네. 독립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어떻게 역적이 되냐? 역적은 네놈이 되겠지. 공산군에 자기 나라 무기를 팔아먹은 간첩 취급받으면서.]


***


꼬리 자르기로부터 시작될 핏빛 미래는 포로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대성은 녹음기에 실릴 한 마디를 건지기 위해 포로들의 정신을 바짝 조였다.


[이 보도 자료가 전국에 배포되는 순간, 공산당 지도부는 너를 일본군과 붙어먹은 민족 반역자로 만들 거야.]

[한 번 생각해봐. 이 보도 자료가 퍼졌을 때 네가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공산당과 내통한 반역자로 전락하겠지. 육군 참모본부가 그 작업을 주도할 테고.]


[······]


[그런 상황에서 네 가족이 사람대접받을 수 있을까? 열혈 공산당원들이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아니면 너보다 잔인하게 죽거나.]

[사진 보니까 아들이 있는 것 같은데. 평생 반역자 집안 자식 꼬리표 달고 살게 할래? 너만 혼자 지조 지키고 가면 끝이야? 남겨진 사람 인생은 똥통에 처박혀도 상관없고?]


[······]


[많이 바라지도 않아. 딱 하나만 하면 돼. 진실을 말해. 역적으로 기록 말살당할 바에는 억울한 희생자로 남는 게 낫잖아. 적어도 소중한 사람들 기억에는 진실한 사람으로 남아야지.]


압박은 며칠 동안 계속 이어졌다.


배불뚝이와 관동군 포로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대성이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오랜 심문과 압박에 지친 배불뚝이는 자포자기한 것인지 성질을 부리며 대성이 원했던 한 마디를 토해냈다.


[그래. 위에서 시켰다.]

[일본군과의 거래를 주선한 상급자가 있었단 말이군.]

[맞아. 하지만 그 이상은 나도 몰라. 그 이상을 찾고 싶어? 그럼 네가 직접 가서 잡든지 말든지 해. 나같이 애매한 놈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거든.]

[굳이 먼 길 떠날 생각 없어. 네가 모시던 반역자들은 이제 알아서 침몰할 테니까.]


배불뚝이가 거래 사실을 인정함과 동시에 관동군 포로의 철옹성 같은 기개도 무너져내렸다. 배불뚝이의 증언이 보도 자료에 실린 마당에 지조를 지켜서 뭐하겠는가?


관동군 포로는 결국 가족을 선택했다. 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었다. 그는 상부의 지시를 따르다가 죽은 체제의 희생자가 되기로 했고,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기와 영사기에 담았다.


특수전 전단은 증언을 확보함과 동시에 보도 자료를 제작했다. 일본 황실 인장이 찍힌 공산군 총기와 거래현장 사진을 보기 좋게 손질하고, 공산군과 관동군의 증언이 담긴 음성, 영상 기록물을 보도 자료에 첨부했다. 그리고 대륙 지배권을 행사하던 국민당 인사에게 보냈다.


***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있게끔 하시기 바랍니다.’


중화민국 국민 정부는 보물을 제공한 사람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다 못해 하늘처럼 떠받드는 수준으로 철저히 이행했다.


중국 공산당과 관동군의 결탁 소식은 대륙 전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두가 다 같이 잘 사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와 같은 유토피아 이념에 이끌렸던 사람들은 일제히 충격에 빠졌다.


[이게 뭔 소리야. 공산당이 일본군과 결탁해서 무기를 지원받았다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여기 봐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잖아.]

[정말이야?]

[진짜라니까. 사진도 실려있네. 어머나 세상에···.]

[이런 찢어 죽일 것들을 봤나! 때가 어느 때인데 힘을 합치진 못할망정, 학살자들하고 손을 잡아?]


공산당에 대한 민심은 말 그대로 바닥을 쳤다. 언론에서는 연일 공산당과 일본군의 결탁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방송국은 체제의 희생자가 남긴 육성 증언을 지겹도록 내보냈다.


사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일본군의 무기를 나르는 공산군의 사진은 화북 지방을 넘어 중화소비에트공화국이 있는 장시성까지 흘러들어 갔고 공산당은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일본군과 무기 거래를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누가 그런 소리를 하오? 우리는 일본군과 어떤 관계도 맺은 적이 없소!]

[그럼 이 보도문은 뭐고, 이 사진은 뭡니까? 일개 당원이 일탈을 벌였단 말입니까? 이름도 모르는 작자가?]

[왜 지도부가 시켰다고 생각하는 거요? 그게 더 불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어느 조직에나 첩자는 있는 법 아니오?]

[이 사람이 위에서 시켰다고 증언했으니까 따지는 것 아닙니까? 떳떳하면 해명을 하십시오!]


탄생한 지 갓 십 년을 넘긴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의혹을 제기하는 당원 세력을 일거에 짓밟아버릴 절대 권력자도, 권력자를 도와줄 충실한 부하도 없었다. 능구렁이처럼 의혹을 빠져나갈 계책과 노하우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당에 들어왔다고요.]

[······]

[근데 지금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결국, 권력을 쟁취하려는 게 목적이었습니까? 일본군한테 빌붙어서요?]

[말조심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 그럼 그 일에나 신경 써! 쓸데없는 중상모략 벌일 생각하지 말고!]


***


대양 한가운데서 예상치 못한 풍랑을 만난 붉은 배는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대륙 전역에 퍼진 언론 보도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지도부는 국민당이 기만전술을 펼치고 있으며 첩자들을 공산당 곳곳에 심어 놓았다고 항변했다. 동시에 당원들에게 첩자들의 농간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반동분자들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감정에만 호소하기에는 증거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혈기와 신념을 따라 붉은 깃발을 든 젊은 당원과 지식인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들은 지도부의 구체적인 해명과 반박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기만전술, 첩자 이야기만 반복할 뿐, 정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민심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의혹은 불신을 낳고 불신은 분열을 낳았다. 정권보다 항일을 우선시하던 당원들은 지도부의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일본군과의 결탁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라!]

[일본군이 대륙을 침공하고 동포를 학살하는 마당에 협력이 웬 말이냐! 당 지도부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제2의 조선, 제2의 대만이 될 셈인가? 매국에 앞장선 당 지도부는 당장 사퇴하라!]

[매국노를 색출하자! 민족 반역자를 찾아내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

[양심 있는 이는 모두 단결하라!]


내부 갈등은 날이 갈수록 더욱 격해졌다. 공산당 지도부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당원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분위기는 국민당과 전면전을 벌일 때 이상으로 험악해졌다.


그뿐이랴, 인재 유출도 심각했다. 이상 사회를 꿈꿨던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따랐던 신념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


지식인들의 열정은 눈보라 속의 촛불처럼 빠르게 식어버렸다. 이는 곧 노선 변경 및 세력 이탈로 이어졌다.


[그만두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는데 뭐가 없다는 거야? 우린 자네 같은 인재가 필요하네.]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들의 권력 쟁취를 위해 힘쓸 생각이 없습니다. 권력 쟁취를 위해 일본놈들과 붙어먹을 생각 또한 없고요.]

[제국주의자의 간악한 술수에 넘어간 것인가? 자네 그거밖에 안 되는 인물이었어?]

[도리어 제가 묻고 싶은 말이군요. 신문이나 읽고 그런 말을 하시지요.]


공산군과 일본군이 결탁했다는 증거는 공산당 토벌 작전이 벌어질 때마다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만리장성 방어군 근처에 얼씬거리던 또 다른 소규모 게릴라를 퇴치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관동군 사단 서너 개를 박살 낸 것만큼의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중국 공산당이라는 이름의 배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버렸다. 바닥 민심은 거진 등을 돌리다시피 했고, 공산당을 친일파, 매국노로 여기기 시작했다.


[전단장님. 토벌 작전 관련 소식입니다.]

[다 토벌했나?]

[예. 화북 지방 공산군 중 가장 대규모로 움직이던 세력을 일망타진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 정도까지 해낼 줄은 몰랐는데. 굉장한 성과를 이루어냈군.]

[공산군과 협력하던 농민들의 공이 컸다고 하더군요. 공산군의 이적 행위에 배신감을 느꼈던 모양인지, 협력을 거부하고 우리와 국민당에게 각종 기밀을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사람들의 눈 밖에 났으면 거의 끝났다고 봐야지.]


화북 지방의 공산당 세력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었다. 애당초 국가 모양새를 갖췄다는 중심지역도 민심을 잃은 마당에 뭘 할 수 있었겠는가?


권력을 탐하던 공산군은 권력을 얻기는커녕 매국노라는 주홍글씨를 받은 채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농민들의 지지를 다시는 얻지 못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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