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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57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14 21:48
조회
3,240
추천
55
글자
12쪽

105화: 동북 임시정부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05화: 동북 임시정부 (2)


[진심인가?]


관동군 사령관이 기밀문서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러자 연락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모총장님도 허가하셨습니다. 육군 대신과 교육총감님도 작전 내용을 알고 계시고요.]

[근데 이건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은데? 놈들이 우리 말을 들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몇 번 담금질하다 보면 성과가 나올 겁니다.]

[위험하지 않을까? 순진한 놈들이 이놈들 사상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사상이 다르면 어떻습니까? 우리에게 이익만 가져다주면 그만이지요. 놈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연락관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관동군은 천황 직속이었다. 다시 말해 육군 참모본부의 지휘를 받지 않았고, 참모본부의 지휘를 따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관동군은 동부 전선에서도 화북 전선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육군 참모본부 개입 없이 벌인 작전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 버린 뒤였다.


관동군 사령관은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아니, 내지 못했다. 자리를 보전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찬밥 더운밥까지 가릴 순 없었다.


그나마 천황 직속이었기에 망정이지, 참모본부의 지휘를 받는 다른 부대였으면 진작에 해체당하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사령관은 다시 한 번 기밀문서를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자포자기한 것처럼 힘없이 입을 열었다.


[그래. 지금 사상 같은 걸 따질 상황이겠나··· 본토만 어지럽히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놈들도 처리할 겁니다. 향후 대륙 통치에 방해만 될 테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건 필요 없으니 확실하게 처리하기만 해. 자네도 알겠지만,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잖아.]

[그래서 작전을 구상해온 게 아니겠습니까?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야지요. 어떻게든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어쨌든 부탁하네. 나도 최대한 버텨보도록 하지.]


사령부 회의실은 여전히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화북 전선을 보는 듯했다.


***


전선에서의 시간은 거품이 마구 일렁이는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모든 걸 끝장낼 기세로 달려들었던 관동군과 열하성 탈환을 외쳤던 국부군은 만리장성에서 지지부진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역사가 개변하기 전의 한국전쟁 고지전을 보듯, 관동군과 국부군은 성벽 통로 하나의 소유권을 두고 몇 날 며칠 전투를 벌였고, 관문 하나의 소유권을 두고 몇백, 몇천 명의 목숨을 걸었다.


그만큼 전투는 치열했고 양측의 대립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만리장성을 점령한다는 것은 곧 화북 지방을 점령하는 것과 같았다. 만리장성을 차지하는 자는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만리장성을 잃는 자는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저 지점입니다. 적이 성루를 바리케이드 삼아 완강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저곳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지원 포격을 요청하도록.]

[지원 포격 말입니까? 그럼 성루는 물론이고 성벽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요.]

[무너진 부분은 간이 다리로 이으면 그만이야. 그리고 성벽이 방어하다 보면 무너질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신경 쓰나? 어서 지원 포격 요청해.]

[알겠습니다.]


쾅!


[으악!]

[큰일입니다! 일본놈들이 포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포격으로 아예 밀어버릴 셈인가··· 개 같은 섬나라 야만인 자식들.]

[이대로 있다간 다 죽을 겁니다. 어떻게 할까요? 철수할까요?]

[이 지점을 그리 쉽게 넘겨주겠다고? 절대 안 되지. 설사 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이 여기로 건너오게 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버텨라. 남은 총알과 폭탄 전부 꺼내서 놈들에게 쏟아부어.]

[알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너도 수고 많았다. 조금 이따 지하에서 보자.]


시간이 지날수록 전선에 투입되는 병력도 늘어났다. 동시에 사상자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전선의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쪽이 어떤 지점을 뺏으면 조금 있다가 다시 뺏기고,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줄다리기만 계속 이어졌다.


화북 전선의 상황은 마치 거대한 호수를 보는 듯했다. 관동군과 국부군은 호수에 쉴 새 없이 돌을 던졌다. 하지만 양쪽 모두 호수에 변화를 주진 못했다. 조그만 조약돌로는 세상을 품을 만큼 커다란 호수를 깨울 수 없었다.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커다란 바위가 필요했다. 수평을 이룬 저울 한쪽을 기울이기 위해 무거운 추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바위 하나가 호수 위로 떨어졌다.


***


동북 임시정부군 특수전 전단 사령부.


대성은 화북 전선 소식이 담긴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그냥 들어와.]

[전단장님.]

[왜? 무슨 일인데?]

[비밀 전문이 왔습니다.]

[국민당에서 보냈나?]


특수전 전단 연락 담당관은 대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문을 내밀었다.


대성은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는 듯, 별다른 동요 없이 특급 기밀 글자가 찍힌 종이봉투를 뜯었다.


[역시···]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대성은 봉투에 전문을 다시 집어넣은 뒤 연락 담당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당장 작전부 회의 소집해. 정부 요인한테도 알리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작전부 회의에 모인 임시정부군 지휘부는 모두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휘부는 수많은 수정 자국이 생긴 전선 지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몇몇은 화를 참지 못했는지 입에 험한 말을 담기도 했다.


[다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같은 동포를 공격하다니. 전단장.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사상이 다르면 가족도 장사 없는 법이지요.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항상 거리를 둬야 한다고. 척만 지지 않는 선에서 대해야 한다고 말이에요.]

[쓰레기 같은 놈들··· 잘 버티던 자들이 왜 갑자기 무너지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어.]

[저도 예상했던 바는 아닙니다. 일본군이 물밀 듯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칠 줄 알았지요. 목덜미에 칼을 들이밀 줄 알았겠습니까?]


대성이 말했다.


사실 말만 예상 못 했다고 했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관동군에 맞서 만리장성을 사수하던 국부군은 갑작스러운 변수로 인해 밀리기 시작했다.


만리장성 방어군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변수는 중국 각지에서 활동하던 공산당 게릴라였다. 그들은 화북 지역의 국부군 거점을 공격하며 평행선 같던 국부군과 관동군의 대치 상황을 무너뜨렸다.


[큰일 났습니다! 적의 기습입니다!]

[누가? 관동군이? 어디서? 놈들이 몰래 들어올 만한 경로가 있었나?]

[관동군이 공격한 게 아닙니다. 홍군입니다.]

[홍군? 공산당 말인가?]

[그렇습니다. 우리 군의 통제가 미약한 산지를 중심으로 기습과 철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친놈들! 바로 앞에 일본군이 있는데, 우리를 공격해? 이런 쳐 죽일 것들을 봤나!]


국부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북 지역 곳곳에 숨어있던 홍군은 어떻게 보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던 존재였다. 홍군의 후방 기습은 곧 전력의 분산을 의미했고, 전력 분산은 곧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분산할 상황도, 전력이 약해져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전력이 약해지는 순간, 저울의 수평이 무너지는 순간, 관동군의 총공세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전력이 나뉜 상태에서 총공세를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화민국은 일본과 달랐다. 중화민국은 하나로 뭉친 일본과 달리 간판만 국민정부를 달고 있을 뿐, 사실상 여러 세력으로 찢어져 있었다. 양면 전선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만리장성 방어군은 밤새도록 대책 회의를 벌였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들이 가진 전력으로는 기울어진 저울을 다시 수평으로 맞출 수 없었다.


***


남은 선택은 한 가지였다. 바로 도움을 구하는 것이었다.


동북 임시정부에 전달된 비밀 전문은 이러한 내용을 가감 없이 담고 있었다. 만리장성 방어군은 자신들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최종 결정은 동북 임시정부의 몫이었다.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휘부는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아무래도 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네. 싶은 것도 아니지. 당연히 해야지. 그렇고말고.]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모였습니까? 일본놈들 물리치려고 모인 거 아닙니까?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는 사안입니다. 도와줘야지요.]

[전단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휘부의 시선이 일제히 대성에게로 향했다. 찰나의 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지휘부는 그랬다.


그러나 대성은 달랐다. 그는 지휘부와 생각과 다르게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대성이 말했다.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까? 볼 것도 없지요. 저도 여기 있는 분들과 뜻을 같이하는 바입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의 적은 일본군입니다. 같은 동포가 아니에요. 동포에게 총을 겨누는 놈이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동의하네. 그러면 이제 어쩔 셈인가? 다시 공세를 벌이면 되려나?]


지휘부의 물음에 대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휘봉을 들었다. 그리고는 회의실에 있는 전술지도로 다가가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부분을 가리켰다.


[우리는 지금도 관동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세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지요. 어쨌든 공격은 하고 있고 관동군은 나름대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지.]

[그럼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우리가 공격할 때 관동군은 어떤 식으로 대응했습니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으신가요?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대성은 지휘부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얼마 간의 침묵 끝에 나온 대답은 하나였다. 기억에 남는 대응이 없었다는 답변이었다.


이는 대성이 예상한 답변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잠시 후, 대성이 말했다.


[모두 전선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셨기 때문에 그동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아실 겁니다. 관동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

[물론 반격이야 했지요. 하지만 옛날처럼 항공대를 동원해서 대규모 폭격을 벌였습니까? 타격대를 편성해서 우리의 허를 찌르려고 했습니까?]

[아무것도 안 했지.]

[그렇습니다. 심지어 병력 증원도 안 했습니다. 물론 죽은 인원이 있으니 충원은 했겠지요. 하지만 저번처럼 대규모 증원을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그럼 우리가 공세를 펼친다고 해도 크게 반응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군.]

[바로 그겁니다. 놈들은 화북 지방 전역을 원하고 있어요. 겨울이 되면 꽁꽁 어는 땅이 아닌 지역을 말이에요.]


지휘부는 대성의 말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지휘부는 대성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작전.


지휘부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원래 리듬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바로 되지 않네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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