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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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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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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08.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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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5화: 국공내전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25화: 국공내전 (4)


범인은 미국이다.


미국이 일본의 아시아 제패를 두려워해서, 혹은 탐탁지 않아 해서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이것이 일본 육군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야말로 아무 근거 없는 결론이요, 낭설이었다. 육군이 내세운 근거는 근거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힘든 것이었다.


‘국민당 정부는 정부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군벌이 이합집산해서 정부 이름을 갖다 붙였을 뿐이다. 이런 정부가 체계적인 군대를 운영할 리가 없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봤을 때 적 항공대 조종사는 오랜 기간 양질의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당 정부는 이런 인재 육성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피해 부대의 대처 상황을 살펴봤을 때 적 항공기는 상당히 좋은 기능을 갖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당 정부는 이런 양질의 기체를 생산할 공업 능력이 없다.’


‘현재 미국은 대일본제국과 깊은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은 대일본제국의 팽창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견제하고 싶어한다. 전략물자 수출 금지 조치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대일본제국의 중일 전쟁 승전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미국은 대일본제국을 침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기획을 구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확실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선제공격 역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일본 육군은 망상 혹은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명확한 근거랍시고 내세웠다.


정상적인 사회 시스템을 가진 국가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면 진작에 매장당했을 것이다. 정상 국가에서 전쟁하고 싶어 안달 난 광인의 목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1930년대 당시의 일본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었다. 위에서 시작된 개혁은 경직된 사회를 낳았고 시민 의식의 축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권력의 축이 군대로 이동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다시 말해 군부, 일본 육군의 아집과 독선을 꺾을 세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일본 육군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단 하나, 일본 해군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군이 정상적인 집단이었느냐? 해군도 육군보다 더하면 더했지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집단은 아니었다. 해군 내 강경파 역시 육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호전성이 강한 자들이었다. 반미감정도 대단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미군 항공대가 관동군 비행장을 폭격했다고 하던데.]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지. 눈동자부터 시퍼런 게 아주 요괴 같잖아. 코는 텐구(天狗)같이 생겼고. 딱 봐도 속이 시커멀 것 같지 않나?]

[야마모토 제독은 미국인들의 수준이 높다고 하던데요.]

[그 작자는 서양물이 들었잖아. 어쨌든 미국놈들은 처음부터 뭔가 음흉해 보였어. 그런 자식들한테 당한 관동군은 정말 밥값 못 하는 식충이라고 할 수 있지.]


해군은 육군의 뜻은 물론이고, 육군과 협력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육군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과의 대립을 반대한다고 볼 순 없었다.


[육군 자식들 우리한테 조금만 머리를 조아리면 될 텐데 말이야. 우리 함대가 나서기만 하면 남부 주요 대도시들은 전부 박살 낼 수 있는데.]

[그렇지요. 상해, 난징 전부 끝장낼 수 있는데. 쓸데없는 자존심은 뭐하러 부리는지 참··· 이해가 안 갑니다.]

[그놈들은 우리가 겁쟁이라서 나서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벌레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놈들은 아마 미국하고 싸울 때도 우리한테 알리지 않을 거다.]

[알릴 리가 있겠습니까? 공습 소식도 우리 정보원이 몰래 알아왔는데.]

[상관없어. 우리도 똑같이 하면 되니까. 좋은 시기가 오기만을 기다리자고. 그래도 미국놈들 코는 언제 한 번 납작하게, 아니, 아주 부러뜨려 놓아야지.]


육군과 해군은 서로 공식적으로 알리지만 않았을 뿐, 거의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일본의 안녕과 부흥에 큰 걸림돌이 될 적국이었다. 그리고 일본이 침몰하기를 바라는 파렴치하고 음흉한 악의 세력이었다.


미국은 언젠가 대대적인 공격을 벌일 것이 분명했다. 육군 항공대 기지도 박살 난 마당에 해군 군항이 공습당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따라서 대비가 필요했다. 미국은 석유를 빌미로 일본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협상이 아닌 전쟁 준비였다. 여차하면 선제공격까지 할 수 있어야 했다.


여기까지가 육군, 해군 할 거 없이 일본 군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물론 소수 의견도 있었다. 착각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부 대부분은 소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애당초 고려할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일본 군부는 착각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서서히 몰아가기 시작했다.


***


일본 군부의 태도 변화는 곧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졌다. 군부는 협상에 참여한 외교관들에게 비밀 지침을 내렸다.


‘미국이 제시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말 것. 타협할 필요도 없음.’


외교관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지침이었다. 하지만 외교관들에게는 군부만큼 강한 권력이 없었다.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건 대체 무슨 말입니까? 석유 없이 송진이나 짜내면서 살겠다는 겁니까?]

[나도 모르겠다. 협상하라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왜 저러는 건지. 근데 우리가 당장 뭘 할 수 있겠냐? 하라는 대로 해야지.]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도 명색이 천황 폐하께 임명장 받고 관직 생활 시작한 관료인데, 이의 제기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고 싶으면 한 번 해봐. 말리지는 않을 게. 아마 별 소용없을 거다.]


몇몇 외교관들은 군부의 지침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은 원만한 합의, 나아가 국가에 도움이 되는 합의를 끌어낼 생각이었다. 극단적인 대립과 파멸로 갈 생각은 없었다.


외교관들은 본국에 곧바로 전보를 보냈다. 전보에는 협상하지 말라는 지침에 대한 의문과 이의가 담겨있었다.


‘내각 지침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어 보냅니다. 현재 미국과 협상은 나름대로 잘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합의에 다다를 단계는 아니지만, 계속 의견을 나누는 중입니다. 협상하지 말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고 싶습니다.’


외교관의 이의 제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었다. 당장 산업과 경제 발전에 필요한 연료가 없어질 판국에 협상을 어떻게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일본 군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외교관의 전보는 군부에 전달됨과 동시에 소각로 속으로 내던져졌다. 군부는 그렇게 외교관의 의견을 한 귀로 흘려버린 뒤, 추가지침을 내렸다.


‘귀관은 내각의 지침만 따르면 됨. 다시 한 번 말함. 미국이 제시하는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말고 시간만 끌기 바람. 대책은 내각이 마련할 것임. 그때까지 시간만 끌 것. 타협해서도 결렬해서도 안 됨.’


누군가 그랬다.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고.


총이 없던 외교관에게는 권력도 없었다. 권력이 없는 관료는 결국 권력자의 말을 따라야 하는 법이었다. 적어도 일본의 외교관들은 군부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


외교관들은 군부의 지침을 거역하지 못했다. 그렇게 협상은 탁자에 앉아 시간만 축내는 행위로 변해버렸다.


변한 것은 비단 협상 테이블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일본 군부의 태도가 전보다 더 강경해짐에 따라 변한 대표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전쟁이었다. 최상부가 결정을 내린 이상, 관동군은 더 이상 내전 뒤에 숨어있을 필요가 없었다. 다시 말해 흑막 역할을 맡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내전은 본격적인 국가 대 국가 간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일본 군부는 그토록 싫어하던 공산당을 중국의 정통 정권이라고 치켜세우는 동시에 국민당을 주적으로 선언했다.


물론 말이 그랬지, 일본 군부가 나팔수 역할까지 직접 맡은 것은 아니었다. 굳이 나서서 욕받이 역할까지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화북인민공화국 주석은 관동군이 마련한 연단 앞에 섰다. 그리고 사전에 섭외한 열성 공산당원과 매국노 앞에서 일장 연설을 펼쳤다.


[지금의 국민당 정권은 군벌의 연합체에 불과합니다! 군벌이 어떤 놈들입니까? 근 삼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입에 담기도 끔찍한 폭정을 끝없이 저질렀던 놈들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와~! 타도하자 국민당! 타도하자 군벌 연합!]

[이뿐만이 아닙니다. 군벌은 대륙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어지럽혔습니다. 옛날 장작림, 장쉐량이 만주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무슨 짓을 저질렀습니까?]


주석의 연설은 이름만 연설일 뿐, 잘 짜인 연극이나 다름없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연설에 동원된 청중은 주석이 질문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일제히 같은 대답을 외쳤다.


[뭐라고요? 잘 안 들립니다. 여러분. 군벌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요?]

[일본인을 죽였습니다! 선량한 일본인을 죽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군벌들은 아시아의 평화에 헌신하던 일본인을 무참히 살해하고 조선인 동지들을 탄압했습니다. 이게 바로 군벌의 실체입니다! 그리고 그 군벌의 수장이 누구입니까?]

[······]


주석이 물음을 던질 때마다 청중은 뜸부터 들였다. 나름대로 극적 효과를 주겠답시고 벌인 연출이었다.


[나라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군벌의 수괴가 누구입니까!]

[만고의 역적 장개석입니다!]

[맞습니다! 장개석입니다! 우리 민족 역사상 최악의 역적 장개석이 이끄는 괴뢰 집단이 바로 국민당입니다! 이제 누구를 타도해야 하는지 잘 아시겠죠. 아시겠습니까?]

[······]

[아시겠습니까?]

[예! 타도하자 국민당! 타도하자 장개석! 이룩하자 민족해방!]


연설 현장은 흡사 사이비 종교 집회를 보는 듯했다.


일본 군부의 철저한 꼭두각시로 변신한 국가주석은 그야말로 사이비 교주 그 자체요, 연설에 동원된 청중은 현대사에 이름을 남긴 홍위병과 같았다.


화북인민공화국 주석의 얼굴은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붉은 완장이 달린 하얀색 인민복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그만큼 연설이 절정에 달했음을 의미했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사상을 신봉했다는 국가주석은 천단(天壇)에 들어선 황제처럼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어 올렸다.


그리고는 하늘의 계시를 받은 제사장이라도 된 것인 양 연설 현장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저는 하늘에 대고 엄숙히 맹세합니다.]

[와~! 타도하자 국민당! 타도하자 제국주의!]

[국민당은 오랜 기간 폭정을 저질렀습니다. 죄 없는 시민을 학살하고 국토를 혼란의 소용돌이에 집어넣었습니다.]

[타도하자 장개석! 만고의 역적을 처단하자!]

[저는 대의를 받들어 본격적으로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의 괴뢰 정권이 무너지는 그 날까지 목숨 바쳐 싸울 것입니다! 장개석의 목이 이 천안문 앞에 걸리는 그 날까지 힘껏 싸울 것입니다! 여러분!]


열성당원, 아니, 권력에 미친 광신도들은 걸레 조각이 된 천안문 앞에 걸린 붉은 깃발을 향해 경례했다. 뒤이어 천안문을 만신창이로 만든 자들의 깃발에도 경의를 표했다.


곧이어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화북인민공화국 주석은 해방 전쟁 선언식에 참석한 귀빈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물론 말이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지, 사실상 고개를 조아리며 무릎을 꿇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화북인민공화국 주석은 북경의 지배자가 아니었다.


북경의 지배자는 귀빈석에 앉아있던 관동군 사령관이었다. 관동군 사령관은 곧 일본 군부, 정확히 말해 일본 육군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육군은 내전이 장기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중국 전역과 그 밑의 지역까지 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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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화: 국공내전 (4) +2 20.08.11 2,849 44 12쪽
125 124화: 국공내전 (3) +1 20.08.11 2,927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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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2화: 국공내전 (1) +2 20.08.06 3,117 58 13쪽
122 121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4) +4 20.08.05 2,983 50 13쪽
121 120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3) +1 20.08.04 2,866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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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8화: 벼랑 끝으로 향하다 (1) +2 20.07.31 2,992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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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3화: 시궁창 속으로 (2) +3 20.07.24 2,996 62 12쪽
113 112화: 시궁창 속으로 (1) +1 20.07.23 3,108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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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10화: 폭주 (2) +2 20.07.21 3,068 55 13쪽
110 109화: 폭주 (1) +1 20.07.20 3,134 57 12쪽
109 108화: 멸공 작전 (3) +3 20.07.17 3,176 59 12쪽
108 107화: 멸공 작전 (2) +1 20.07.16 3,107 50 11쪽
107 106화: 멸공 작전 (1) +2 20.07.15 3,197 59 12쪽
106 105화: 동북 임시정부 (2) +1 20.07.14 3,244 55 12쪽
105 104화: 동북 임시정부 (1) +1 20.07.13 3,348 55 12쪽
104 103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4) +1 20.07.12 3,086 57 12쪽
103 102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3) +3 20.07.11 3,080 55 12쪽
102 101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2) +3 20.07.07 3,144 60 11쪽
101 100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1) +4 20.07.06 3,249 62 12쪽
100 99화: 앙면 전쟁 (6) +2 20.07.03 3,137 57 12쪽
99 98화: 앙면 전쟁 (5) +2 20.07.02 3,113 57 12쪽
98 97화: 앙면 전쟁 (4) +1 20.07.01 3,148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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