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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183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28 21:03
조회
2,907
추천
53
글자
12쪽

115화: 시궁창 속으로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15화: 시궁창 속으로 (4)


하얼빈 방어군 병사들은 근접, 실내 전투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하얼빈 시내 곳곳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던 비밀 요원들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정보와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벌인 계책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특수전 전단 대원들은 비밀 요원들이 확보한 진입로를 통해 하얼빈 시내로 잠입했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어군 병사들을 저승으로 보냈다.


결국, 사람을 잃은 것은 임시정부군이 아닌 하얼빈 방어군이었다. 효율적인 동귀어진을 위해 투입되었던 병력은 임무 한 번 제대로 수행해보지 못한 채, 귀신이 되었다.


이는 곧 후방 전선의 붕괴로 이어졌다. 방어군의 거점을 장악한 특수전 전단 대원들은 방어군 본대가 시내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며 지휘부에 보고를 올렸다.


[적 병력 제거 및 거점 확보 완료. 다음 공격이 있을 때까지 현 위치에서 대기하겠음.]

[확인. 날이 밝는 대로 공격 예정. 그때까지 전투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 이상.]


말이 대기였지, 특별히 시간 보내 가며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대성은 특전 대원의 보고를 받기 무섭게 전 부대에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하얼빈 점령 작전을 시작한다. 모두 위치로!]

[위치로!]


동북 임시정부군은 명령을 받음과 동시에 진군을 시작했다. 하얼빈 방어군 병사들을 가득 태운 첫 번째 저승행 열차가 떠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방어군 본대 경계병들은 파도처럼 밀려드는 임시정부군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경계병들은 혼비백산한 얼굴로 상급자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뭐···?]

[반란군이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전 병력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뭐라고!]


분명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는데. 도시 진입을 포기하고 후퇴할 줄 알았는데?


실낱같은 희망을 좇기 시작했던 방어군 장병들은 일제히 밖으로 나와 전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어쩌면 대치만 하다가 끝날지도 모른다. 2차 공방전이 벌어지기 전에 복무 기한을 채워서 집에 가게 되거나, 안전한 근무지로 빠질지도 모른다.


마지막 남은 희망 한 조각에 모든 것을 걸었던 방어군 장병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전선에 있는 장병들은 전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임시정부군의 진격이 사전에 기획된 작전의 일부라고 생각한 장병은 아무도 없었다.


날벼락을 맞은 장병들은 넋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빼놓고 있던 것도 잠시.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장병들은 현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물론 희망찬 현실은 아니었다. 현실로 돌아온 장병들의 눈앞에는 전차 부대라고 쓰고 저승사자라고 읽는 임시정부군 선봉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적 전차 방어선으로 접근 중!]

[대전차포 준비해! 그리고 본부에 알려! 남은 기갑 전력 전부-]


쾅!


임시정부군 전차는 자그마한 틈 하나조차 주지 않았다.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방어군 진지는 아무런 역할도 해주지 못했다. 애꿎은 흙먼지와 파편만 주변으로 퍼뜨렸을 뿐이었다.


쾅!


[빌어먹을···! 본부는 어떻게 됐어? 연락했어?]

[그게 포격 때문에 기기에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예 먹통입니다.]

[씨··· 일단 뒤로 빼. 2차 방어선으로 후퇴한다! 모두 뒤로 물러나!]


임시정부군의 기세가 파도와 같았다면 전차 부대의 기세는 해일을 동반한 태풍과도 같았다.


모래와 자갈이 담긴 포대와 진흙이 뒤섞인 나무 방벽은 육중한 전차의 강철 무한궤도 앞에서 한낱 작은 조약돌에 불과했다.


공들여 건설한 참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얼빈 방어군은 전차가 참호를 건널 때를 노려서 기습을 가하려고 했지만, 그들의 눈에 먼저 들어온 물체는 전차가 아닌 포탄이었다.


포탄은 자폭 임무를 맡은 병사들은 물론이요, 방해물이 될 만한 각종 폭탄과 대전차지뢰까지 하늘로 날려버렸다. 광기 어린 만세 구호를 외치며 달려들던 하룻강아지도 마찬가지였다.


무쇠 몸을 지닌 범은 막아보려야 막을 수가 없는 무적의 존재였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방어군 사령부에서 남은 기갑 전력을 긁어모아 봤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준은 아니었다.


도리어 벼랑 끝에 몰렸던 방어군 지휘부를 출구 없는 구덩이로 밀어버리는 데 일조했다.


[사령관님! 적들이 전차를 선봉에 세우고 몰려오고 있습니다!]

[나도 알아! 기갑 부대는 어떻게 됐어? 맞대응하라고 보냈을 텐데? 전선에 나갔는가?]

[일부 전력은 나갔습니다만··· 얼마 안 되어 연락이 끊겼습니다.]

[벌써 박살 났단 말인가?]

[후퇴한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런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안 좋아졌다. 애써 소집한 방어군의 기갑 부대은 전선으로 나가기 무섭게 임시정부군 전차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전차의 포탄 한 방에 엿가락처럼 휘어진 쇳조각 다발이 되어 이리저리 찢겨나갔다. 89식 전차도 그 외 다른 장갑차도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거듭난 임시정부군의 전차를 당해내지 못했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형태로 개조된 군용 트럭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전방에 반란군 전차 발견!]

[말하지 말고 그냥 바로바로 쏴!]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쾅!


하얼빈 방어군의 기갑 부대는 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고철 신세가 되어버렸다. 늦게 투입된 덕분에 목숨을 보전한 이들은 감히 맞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꽁무니를 뺀다고 포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임시정부군 전차의 포는 모든 면에서 땅딸막한 89식 전차의 포와 차원이 달랐다.


전차장은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는 고철 덩어리들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도망가봐야 소용없을 터인데. 포각 더 위로 올려!]

[알겠습니다! 전차장님!]

[준비되면 바로 쏴!]


펑!


사활을 걸었던 도주 행각은 실패로 끝났다. 방어군 기갑 부대는 화력도 문제였지만, 기동력 측면에서 더 큰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은 곧 고물상 강제 납품으로 이어졌다.


[격파 완료했습니다!]

[좋아.]


최후의 발악을 펼쳤던 방어군 기갑 부대 중 살아남은 인원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 생존장병들은 살과 뼈를 깎는 희생 끝에 간신히 최종 방어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기갑 부대 장병들은 방어군 사령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상대 전차의 장갑 하나 제대로 뚫지 못하는 전력으로, 그나마 좁쌀만큼 남은 전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갑 부대 장병들은 거의 울먹이다시피 했다. 그들은 절망에 빠진 목소리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령관님···! 죄, 죄송합니다···! 적의 전차 전력을 막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목숨을 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켰어야 했는데··· 절망 죄송합니다···]


임시정부군은 자잘한 방해물을 치워가며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멸망이 코앞에 다가온 순간.


하얼빈 방어군 사령관은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일단 도시 안으로 들어가도록. 거기서 최후의 저항을 펼치도록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모두 시내로 들어가서 도시 경비 부대와 합류하도록 해. 그리고 각자 부여받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해라.]

[마, 마지막 임무 말입니까···?]


부하들의 물음에 방어군 사령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군 사령관의 눈빛은 놀랍도록 싸늘했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하면서도 남도 가지지 못하게 하겠다는 광기 어린 집착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


전차 부대 다음은 기계화 보병이었다. 적의 기선을 완전히 제압한 임시정부군은 기계화 보병을 전선에 투입했다.


기계화 보병이 탑승한 보병 전투차는 전차만큼의 화력과 장갑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전차의 화력을 상쇄할 만큼 뛰어난 기동력을 지니고 있었다.


보병 전투차는 전차를 든든한 후원자 삼아 맹렬한 기세로 전장을 가로질렀다. 승기가 완전히 꺾인 하얼빈 방어군은 이렇다 할 저항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그대로 쓸려나갔다.


[전단장님. 적이 뒤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방어선이 더 있는지 확인했어? 없지?]

[그렇습니다. 앞에 있는 게 마지막 방어선입니다.]

[이제 모두 시내로 들어가서 자폭할 생각인가 보군. 최대한 시내 진입을 못 하게 하도록 해라. 불필요한 희생자가 나오게 해선 안 돼.]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최대한 못 들어가게 하겠습니다.]


보병 전투차는 하얼빈 시내로 도망치는 방어군을 향해 열심히 총알을 날렸다.


중기관총은 전차 주포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발로 뛰는 병사들에게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무서운 무기였다.


그리고 발사에 어느 정도 지체 시간이 있는 전차포와 달리 중기관총은 수많은 총알을 빠른 속도로 적에게 뿌릴 수 있었다. 중기관총이 자랑하는 빠른 연사력은 누구도 따돌릴 수 없었다.


하얼빈 방어군 병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보급 부족에 시달렸던 방어군 병사들의 다리는 중기관총의 총알을 피해 볼 만큼 힘과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퍼억!


[으악!]

[커헉!]


중기관총을 뒤에 두고 뛰는 행위는 사실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도주 행렬 선두에 들어가지 못한 병사들은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지닌 총알 앞에서 한낱 낙엽조각에 불과했다.


병사들은 길가에 널브러진 채 밟히고 찢기는 낙엽조각 같은 모습으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고통 섞인 비명을 토해냈다.


일부는 아예 도주를 포기하고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몸을 벌벌 떨기도 했다. 시내 진입에 실패한 방어군 병사 대부분이 그랬다.


그러나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도 광기는 남아있는 법. 개중에는 방어군 사령관처럼 동귀어진하려는 자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몸에 지닌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리고는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보병 전투차에 달려들었다.


[대일본제국은 절대로 너희 같은 열등 민족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천황 폐하 만세! 대일본제국 만세!]

[제국이여 영원하라!]


광기는 스산하게 부는 바람을 타고 전장 곳곳에 전해졌다. 이성이 마비된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솟아오르는 광기를 누르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물론 광기의 끝은 좋지 않았다. 임시정부군은 광기에 기반한 공포를 무기로 삼고자 했던 일본군의 전략에 말려들 만큼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대일본-]


탕!

털썩!

쾅!


광기 어린 병사들의 치기 어린 행위는 결국 다른 부상자까지 죽음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나름대로 임시정부군의 진격을 늦추는 데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방어군의 마지막 임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얼빈 방어군 사령관과 부하들은 적어도 그렇다고 여겼다. 방어군 사령관은 적막감이 흐르는 시내를 둘러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우리는 오늘 이 도시와 함께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준비됐나?]

[준비됐습니다.]

[지금 당장 거점으로 가서 동료들과 합류해라. 그리고 당장 청소 작업을 시작해라. 한 명도, 조선인과 중국인은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건물도 절대 그냥 놔두면 안 된다.]


방어군은 사전에 통보받았던 저항 거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말이 저항 거점이었지, 죄 없는 민간인 학살의 시발점이 될 곳이었다.


그러나 저항 거점에 관해 방어군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적 발견. 거점으로 진입 중.]

[적이 들어오는 즉시 제압할 수 있도록.]

[확인.]


저항 거점 안에 있는 군인들은 하얼빈 방어군이 아니었다. 방어군이 전선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던 사이 흘러들어온 또 다른 저승사자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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