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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612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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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5
추천
56
글자
12쪽

111화: 폭주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111화: 폭주 (3)


내각에 대한 강경파의 불신은 끝내 파국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급진적인 사상을 지녔던 일부 청년 장교층은 내각의 권한 행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도리어 내각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여겼다.


단순히 공직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닌, 이승을 아예 하직하는 식으로 말이다.


강경파는 이러한 방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강경파는 가장 먼저 국가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물론 말이 명단이었지, 사실상 살생부나 다름없었다.


[오카타 게이스케, 사이토 마코토, 다카하시 고레키요··· 또 누가 있지?]

[스즈키 간타로도 있잖아. 해군 군축에 찬동한 인간 말이야. 그 인간도 처단해야지.]

[맞네. 게다가 천황 폐하 곁에 붙어서 온갖 망발을 일삼았기도 했지. 자네 말이 맞아. 이놈도 반드시 처단해야 해.]

[그리고 그 사람도 명단에 넣어.]

[누구?]

[사이곤지 긴모치. 이 인간도 군대의 의사 결정에 불만을 많이 품고 있다고 했어.]


국가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은 주로 나이 많은 고관대작, 고관대작까지 다 지내고 은퇴한 사람들이었다.


강경파는 이들을 소심한 늙은이라고 부르며 경멸했고, 그들을 제거할 방안과 인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병력 동원에 문제없지? 제대로 포섭한 거야?]

[제대로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보안만 세어 나가지 않으면 된다.]

[근데 해군은 어떡하지? 우리가 제거하는 인사 중에 해군이 많잖아. 그놈들이 나서면 골치 아파질 텐데.]

[우리만 불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 해군도 마찬가지야. 소문에 의하면 거기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더라.]

[한 번 기대해볼 만하겠군. 어쨌든 우리는 맡은 일만 똑바로 하면 되니까. 빈틈없이 잘해보자고.]


모든 준비가 끝나고 강경파들은 그간 열심히 세웠던 계획을 행동에 옮겼다.


원래대로였다면 1936년 2월 26일에 일어났어야 할 강경파의 준동은 그렇게 몇 개월 앞당겨졌다.


탕! 탕! 탕!


강경파의 총성은 일본 정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아니, 충격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강경파의 쿠데타는 일본 정계를 완전히 마비시켰다.


***


쿠데타 소식은 바다를 건너 대륙에도 전해졌다. 대성은 익숙한 이름을 지닌 어떤 해군 출신 고관대작의 부고 소식을 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하겠군. 어째 더 빨라진 것 같다?’


대성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강경파의 쿠데타는 그나마 온건하게 가려던 일본 정계 세력의 완전한 종말을 불러왔다.


물론 강경파는 원래 역사와 비슷하게 정권을 잡지 못했다. 강경파는 군부의 주류로 올라서지 못했고 고관대작을 살해한 혐의로 구명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강경파가 정권을 잡지 못했다고 해서 일본이 더 나은 길로 간 것은 아니었다. 결과는 원래 역사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강경파의 준동으로 무너진 정권을 거머쥔 이들은 군부의 또 다른 파벌이었다.


주도권을 손에 넣은 군부는 권력을 장악하고 자기 입맛에 걸맞게 국가를 이끌기 시작했다.


온건파의 목소리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군부는 온건파와 벌이던 논쟁을 단 한 번의 선언으로 끝내버렸다.


[대일본제국은 아시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다. 이 싸움은 정의를 위한 것이다. 고로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일본제국의 군대는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파렴치한 자들에 맞서라. 그리고 파렴치한 자들의 폭정에 시달리는 중국인들을 구원하라.]


내각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군부는 별 말 같지도 않은 궤변을 늘어놓으며 군사행동에 박차를 가했다.


국민 여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평범한 청년도 광신도로 만들어버리는 군부에게 여론 조작 및 통제는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국제 여론도 마찬가지였다. 군부는 자존심이 강한 집단이었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 여러 사변을 거치면서 축적된 자신감은 군부의 현실 인지 능력을 몇 걸음 후퇴시켰다.


군부가 조직한 내각은 그간 족쇄라고 여겼던 모든 국제 협약을 무시하고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국제 사회는 이러한 일본의 폭주를 경계하고 제지하려고 했지만, 군부의 현실 인지 능력은 바다 건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해군은 언제까지 군축조약에 남아있을 생각이오? 서양놈들이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뭔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소?]

[안 그래도 논의하려고 했소. 서양 열강이 공공연히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족쇄를 차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오.]

[조약을 탈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그렇다고 봐야지요.]

[오랜만에 결단다운 결단을 내리는구먼.]


***


족쇄가 풀린 집단은 일본 군부만이 아니었다. 군부와 마찬가지로 천황의 직속임을 강하게 내세우던 관동군도 마찬가지였다.


관동군은 일본 군부의 강경 노선에 발을 맞추어 행동했다. 사령부는 휴전 협정을 주장하던 소수 일파를 강제로 전역시켜버리고 그 자리를 강경파들로 가득 채웠다.


이후, 휴전 협정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북경을 점령해서 화북 지방을 차지하자는 이야기만 오갔을 뿐. 국부군 포로나 민간인을 대하는 방식 역시 과거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잔혹해졌다.


관동군은 국부군 포로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쓰거나 현지 하인 취급하며 전쟁을 수행했고 저항의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마을과 도시는 예외 없이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관동군은 북경 점령을 위해 빠른 속도로 전선을 넓혀갔다. 국부군은 화북 지방이 관동군 수중에 넘어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격렬한 저항을 펼쳤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거둘 순 없었다.


도리어 성과를 거둔 이들은 다른 전선에서 나왔다. 바로 동북 임시정부군이었다.


임시정부군은 관동군의 동향을 유심히 살피며 때를 기다렸다. 과연 서부 전선에 모든 전력을 투입할 것인가, 동부 전선으로 기수를 돌릴 것인가?


관동군은 전자를 택했다. 어차피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버릴 땅인데, 살기 더 적합한 터전을 앞에 두고 굳이 열심히 지킬 필요가 없었다. 관동군은 만주국 정부를 더 좋은 땅, 화북 지역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리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대만주제국을 건설할 절호의 기회다. 장강 이북을 전부 통솔하는 제2의 제국, 대일본제국의 또 다른 삶의 터전 말이다. 다른 의견 있나?]

[없습니다. 사령관님. 겨울에는 쓰지도 못하는 땅에 집착해서 뭐하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참에 수도도 북경으로 옮기자고요. 만주 끄트머리는 뭐 다른 종놈한테 넘겨주고요.]

[그렇다고 동북 임시정부인지 뭔지 하는 반란 분자한테 넘어가게 해서는 안 돼. 적어도 신경이 넘어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명심하겠습니다.]


관동군 지휘부는 만주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저지선을 정하고 절대 사수를 천명했다. 물론 말이 좋아 사수지, 이러한 조치는 사실상 하얼빈 지역을 포기하겠다는 뜻과 같았다.


***


동북 임시정부는 관동군의 속내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파악해냈다.


관동군의 폭주는 동북 임시정부의 대외 정책,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특수전 전단 사령부는 기존의 전선 방어 계획을 즉각 파기했다.


그리고는 일찍이 계획했던 공격 작전 준비에 전력을 다했다. 대성은 참모들과 함께 하얼빈 점령을 두고 밤낮으로 회의를 벌였다.


[관동군은 이번에도 병력 재배치를 하지 않았어. 당분간 동부 전선이 어떻게 되든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이야.]


대성은 손가락보다 작은 동북 임시정부의 깃발을 하얼빈에 꽂았다. 동시에 최대 진격선을 하얼빈 주변 지역으로 확장했다.


[우리의 최대 진격선은 오늘부터 하얼빈이다. 관동군이 화북 지방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하얼빈과 그 주변 지역을 점령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현재 관동군이 빠르게 북경으로 진군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빠르게 하얼빈으로 들어가야 할 거야. 놈들이 대응할 시간을 줘선 안 돼.]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우리의 목표 지점은 하얼빈이다. 그리고 관동군이 북경을 점령하기 전에 하얼빈을 손에 넣도록 한다.]


동북 임시정부군은 곧바로 전시 태세에 돌입했다.


대성은 점령군에 선봉에 설 기계화 부대의 기동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즉시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누구처럼 말로만 지시하는 거로 끝내지 않았다.


[자체 엔진 개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겁니까?]

[시간을 투자하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시간상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보니. 빠른 해결 방법이 있으면 쓰는 게 낫겠지요.]

[그럼 외부에서 구해오는 수밖에 없겠군요. 기술자 파견을 요청해보겠습니다.]


임시정부군은 완벽한 공격을 위한 준비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임시정부는 원활한 무기 개량 작업을 하고자 외국 기술자를 특별 초빙하고 기술 개선과 이전 작업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나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보다 좀 나아졌습니까?]

[전단장님 덕분에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 해결법도 터득했고요. 하얼빈 방어군이 운용하는 병기는 우리가 만든 병기를 따라잡지 못할 겁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실전에 투입하는 일만 남았군요.]


***


공격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관동군은 광기를 떨쳐내지 못한 채 여전히 서부 전선에만 집착했고, 동부 전선은 사실상 내버려두다시피 했다.


특수전 전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금씩 하얼빈 방어군의 전력을 갉아먹었다. 기습이라면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게 된 특전 대원들은 수시로 방어군 거점을 드나들며 지휘체계와 전투체계를 무너뜨렸다.


하얼빈 방어군은 당연히 위기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특수전 전단의 타격 작전 횟수가 늘어날수록 방어군의 불안감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솟아올랐다.


방어군 사령관의 주름 역시 나날이 깊어져만 갔다. 동북 임시정부군의 악명을 익히 잘 알고 있던 그는 전역 신청서를 군복 주머니에 넣어 놓은 상태로 업무를 보았다.


[사령관님. 금일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됐고. 요점만 말해. 어제도 당했냐?]


사실 사령관은 참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잘 알고 있었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든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면목없다고 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면목없습니다. 어제도 적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만···]

[매번 당하니까 문제지. 관동군 사령부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나?]

[없었습니다.]

[하··· 아무리 북경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닌가··· 연락 장교 오라 그래.]


지원 요청은 방어군 사령관의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 아니,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방어군 사령관은 관동군 지휘부가 정한 최대 저지선에 하얼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방어군 사령관의 지원 요청은 광고 전화만도 못한 대접을 받았고 지휘부의 회의 안건에도 올라가지 않았다.


관동군 지휘부의 시선은 오직 한 곳, 북경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얼빈 방어군 사령부에는 어둠이 짙게 드리워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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