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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85
추천수 :
22
글자수 :
120,714

작성
21.06.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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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화 - 결혼식

DUMMY

문 앞에선 독고 램지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여기까지는 대장군이 안내해 주었으나, 지금부터는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마음은 굳혔지만, 떨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독고야···!”


그녀는 놀란 눈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사부님··· 그··· 죄송합니다.”


사부님의 눈을 끝까지 바라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끝내 말을 마쳤다.


대장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독고 램지의 왼뺨을 어루만졌다.


“다친 덴 괜찮아?”


“금방 낫는 체질이라,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독고야··· 한 가지만 약속해 줄 수 있어?”


그녀는 여전히 뺨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진지한 눈빛으로 물어왔다.


“네.”


독고 램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다시는 아무 말 없이 날 떠나지 마.”


말을 하는 그녀는 울 것 같은 눈이었다.

참지 못하고 그녀를 강하게 껴안았다.


“다시는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양팔로 전해져 왔다.


“그럼 나하고 결혼해 주는 거야?”


“네, 네?”


독고 램지는 당황함에 재빨리 그녀의 어깨를 잡고 품에서 떼었다.


그녀는 순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장군님께 못 들었어?”


독고 램지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장군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어중간한 마음을 지적했었다.


그것이··· 결혼까지 이어지는 거였나?


독고 램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쩐지 그가 순순히 보내준다 했다.


“독고야 괜찮아?”


사부님이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네··· 일단 대장군. 그 인간을 먼저 만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독고 램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방을 나서려 했다.


“강하게 밀고 나가라 했거늘, 여기서 주저하는 겐가.”


지금까지 했던 말을, 문밖에서 전부 들은 것인지.

자기 얘길 하자마자 대장군이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독고 램지는 여전히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대장군을 노려보았다.


“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어렸을 때 장금이가 만두를 빚다, 모양이 망가져 울먹거리던 일은 아나?”


“장군님!”


대장금은 그녀답지 않게,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를 노려봤다.


“하하하! 어찌 됐든 어린 그녀를 귀엽게 보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네. 자네가 괴롭힌 황자님도 그 중 한 명이었지.”


“비슷한 또래였던 둘은 금방 친하게 지냈네. 하지만 그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분들도 계셨지. 바로 황제님과 황후마마였네.”


“황자님이 장금이를 정실로 받아들이려 하자, 그분들은 크게 반대하셨네. 황실에서 밥이나 짓던 아이가 장차 황후가 된다니, 황실의 권위에 큰 손상을 입힐 게 뻔했지.”


“그분들의 화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장금이는 더 이상 황실에 지내선 안 됐네. 나는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쳐 스스로 몸을 지키게 하고, 내 고향에 있는 빈 집으로 그녀를 보냈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장금이는 제 발로 황실에 돌아왔네. 그 이유는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저를··· 찾기 위해서 입니까?”


“그렇네. 장금이는 자네를 찾기 위해, 황자님께 직접 부탁했네. 황자님은 자네를 찾아주는 대가로 그녀에게 결혼을 신청했지. 황제님과 황후마마를 어떻게 설득할지는 짐작이 가지 않네만.”


그녀의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장군이 해준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독고야··· 난···”


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잡아 왔다.


“괜찮습니다. 사부님. 이제는 그자와 결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자네도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았지.”


대장군은 정곡을 찔러왔다.


“솔직히 말하겠네. 자네가 장금이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그녀는 황자와 결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네.”


“사부님은··· 어떻습니까?”


어떻게든 말은 꺼냈지만, 솔직히 불안했다. 대답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난··· 너와 함께 있고 싶어.”


그녀의 대답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알겠습니다.”


사부님의 손을 잡고 방을 뛰쳐나왔다.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녀와 함께 답답한 황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큰, 큰일입니다! 황자님과 먹보 소년이!”


반대편에서 병사 하나가 달려오며 외쳤다.


먹보 소년이라면 처먹이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독고야!”


“사부님!”


독고 램지와 대장금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먹이가 어디있는 지 알고 계십니까?”


“응. 아마 이쪽일 거야.”


이번엔 대장금이 독고 램지의 손을 잡고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처먹이와 황자가 서로 자세를 갖추고 대치하고 있었다.


“먹아!”


“사형?! 사부님과 함께 오셨군요!”


“그래. 이건 대체 무슨 일이더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독고 램지는 처먹이도 사부님과 황자의 결혼 소식을 들었나 보다 생각했다.


“저 녀석의 쩝쩝거리는 소리!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독고 램지는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황자인 내가 밥을 먹는데, 어째서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이냐?”


황자는 고개를 들고 떳떳이 말했다.


“저거 보십시오 사형. 제가 밥 먹을 때, 다른 건 참을 수 있지만, 쩝쩝거리는 소리만큼은 못 참겠습니다.”


“네가 참아라 먹아. 사부님도 만났으니 얼른 이곳을 떠나자.”


“잠깐 기다리시오.”


황자는 다시 자리에 앉더니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쩝쩝쩝쩝. 쭈업쭈업. 쮸압쩝.


쩝쩝대는 소리에 내공이 더해지니, 몇 배는 더 크게 들렸다.


“으윽···! 사형 이렇게 사악한 무공은 처음 봅니다.”


“먹아··· 네 말이 맞구나.”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귀를 틀어막고 고통에 신음했다.


“그만 멈추세요. 비.”


대장금은 쩝쩝대는 음공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황자를 막아섰다.


“금아. 어찌하여 나를 떠나고 저런 녀석들과 함께 가려는 것이냐?”


“그들은 마음씨가 따뜻해요. 변하기 전, 당신처럼요.”


“너를 향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


“아니요. 그렇다면 왕 대인과 진 대인께선 지금 어디에 계시죠?”


황자는 턱을 괴더니, 금방 생각난 듯이 말하였다.


“왕 대인과 진 대인? 아~. 너와 나의 결혼을 반대하던 자들 말이구나. 그들이야 진작에 부하들을 시켜 무덤으로 보내 주었지.”


“비··· 예전의 당신은 그렇게 잔혹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대장금의 말에 황자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저희는 이만 가보겠어요.”


대장금은 독고 램지와 처먹이의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에 상관하지 않고 황자는 말을 이었다.


“너는 결국 돌아오게 될 것이야.”


황자의 입가에 미심쩍은 미소가 남았다.


***


“분합니다! 저런 놈은 한 대 쥐어박았어야 했는데!”


처먹이가 주먹을 허공에다 휘두르며 말했다.


“괜찮다 먹아. 내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그를 손봐두었다.”


“독고야?”


대장금은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조용한 말투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 실수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하하! 사형이 사부님께 쩔쩔매는 모습, 오랜만입니다. 이제야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직 수도를 벗어나지 못해, 집까지 가려면 한참은 멀었지만, 왠지 모르게 처먹이의 말이 공감갔다.


다행히 황실을 빠져나올 때, 병사들에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어쩌면 대장군이 손을 써준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남아 있었다.

황자의 마지막 말.

분명 독고 램지에게도 들렸던 것이다.


수도를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황자는 그 이상 쫓아오기 힘들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계심을 풀지 않기로 했다.


마구간에 도착하자 웬일인지 말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이보시오. 말을 빌리러 왔소만, 어째서 말이 한 마리도 없는 것이오?”


“그게 말입니다. 요 며칠 전 황실에서 말을 전부 사 갔습니다.”


“그렇다면 이 근방에 다른 마구간은 없소?”


“아마 거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말을 타고 나가실 거라면 상회의 짐마차에 의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알겠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졌다.

독고 램지는 서둘러 상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혹시 수도 밖으로 나가는 짐마차가 있소? 이래 봬도 무공에 소질이 있어 도움이 될 것이오.”


독고 램지는 고래의 등뼈로 만든 백(白)검을 보여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협. 저희도 지금 수도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부터 수도 밖에서 혈교들이 역병을 퍼트린다는 소문이 돌아 관문으로부터 출입이 엄격히 금해지고 있습니다.”


독고 램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들은 수도에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수도 밖으로 나갔다가, 자칫 잘못하여 사부님과 처먹이가 역병에 걸리게 둘 수도 없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자는 이것까지 다 계산하고 자신들을 보내 준 것이 아닐까?


자신이 황자를 만났을 때, 그는 혈교를 토벌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렇다면 역병의 존재를 보다 일찍 알아차리는 것이 가능했다.


앞뒤가 맞아떨어지자, 독고 램지는 분노에 주먹을 꽉 하고 쥐었다.


“꺄악!”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그곳으로 돌아보니, 복면을 쓴 무리가 사람들을 무작위로 공격하고 있었다.


자신과 사부님을 노리고 온 자객이라면 이렇게 쓸데없는 난동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


설마 혈교가 이미 수도에 잠입한 것인가?


“독고야! 먹아!”


“네! 사부님!”


독고 램지는 사부님을 따라 복면의 무리와 맞섰다.


어떻게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었다.


***


한편 황실의 궁궐, 가장 높은 곳에서 황자가 수도 전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수도 전체는 아수라장이 되어 비명소리가 넘쳐흘렀다.


황자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하객들도 다 모였으니, 결혼식을 성대하게 열자꾸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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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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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 결혼식 21.06.15 17 0 11쪽
22 22화 - 건곤일척 21.06.13 13 0 11쪽
21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6 0 11쪽
20 20화 - 새로운 검 21.06.09 19 0 13쪽
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18 18화 - 행방불명 21.06.07 17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1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19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8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6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79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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