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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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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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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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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 황실 대장군

DUMMY

시간이 되어, 황실 입구로 돌아가니, 경비병들이 극진히 독고 램지 일행을 안내해주었다.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대접이었다.


독고 램지는 노인의 입김이 효과가 있었나 싶어, 의외라는 표정으로 강 노인을 보았으나, 그는 조용히 미소지을 뿐이었다.


화려한 궁궐 그 외곽에 대장군의 처소가 있었다.

내부는 외관과는 다르게 검소한 물건들만 배치되어 있어, 대강 이곳에 사는 사람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경비병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자,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딱 벌어진 어깨와 곧은 자세에 위엄이 느껴졌다.


“오랜만이오. 강 노인. 여태껏 살아 계셨소?”


강직한 눈빛이었지만, 말끝에 장난기가 살짝 담겨 있었다.


“자네야말로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아닌가?”


강 노인도 가볍게 농담을 건네며 말문을 텄다.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소? 설마 황실 정원에 있는 비단잉어를 낚으러 오셨소?"


"내 낚시를 좋아한다지만, 그 정도로 간덩이가 붇진 않았네.


"노인네가 낚시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무슨 일로 황실을 찾아온 것이오?"


대장군의 물음에, 독고 램지가 대신 대답했다.


"강 노인께서는 저희를 따라와 주신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희는 사부님이 황실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대장군은 독고 램지와 처먹이를 한번 훑어보고는 말을 꺼냈다.


"자네가 독고 램지, 옆은 처먹이겠군."


"어떻게···? 설마 사부님을 아십니까?"


"그렇다마다. 장금이에게 무공을 가르쳐 준 게 바로 나일세."


독고 램지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놀랐다.


"그렇다면 대장군께서 우리 미식파의 조사가 되십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네. 내가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었지만, 그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독창적인 무공으로 발전시켰다네. '미식파'라는 이름도 나와 그녀의 무공을 구분하기 위해 붙여 준 거라네."


"그렇습니까. 사부님은 역시 이곳에 계신 겁니까?“


“그렇네. 얼마 전 찾아와서, 제자가 마교에 잡힌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했지.”


“마교는 이미 해산되었습니다. 저와 먹이는 사부님이 걱정되어 찾아뵈러 온 것입니다.”


대장군은 잠시 턱을 잡고 생각을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왔다.


"음... 혹시나 해서 묻겠네. 자네는 그녀의 과거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독고 램지는 답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녀의 과거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독고 램지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대장군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긴, 그 아이는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 성격이니...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네. 자네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부님에게 가진 감정.

그것이 뭔지 고민하다 수 없이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끝에는 항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남녀 간의 사랑? 사부님에 대한 존경?

그 사이에 섞여 있는 감정은 뭐라 딱 잘라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민초단.

그녀에게 가진 감정은 사랑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사부님은?

분명 단아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대장군은 강직한 눈으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게 남녀 간의 사랑인지, 그녀에 대한 존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지금의 자네를 그녀에게 보내 줄 순 없네."


대장군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보게, 제자들이 사부님을 뵈러 이 먼 곳 까지 왔다는데 얼굴 한 번 못 보여 주나?"


강 노인은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독고 램지 편을 들어주었다.


"처 소협은 나를 따라오게. 하지만 독고 램지, 자네는 그녀를 만날 수 없네."


“어째서입니까.”


“그녀는 지금 자네와 만나면 곤란한 입장에 있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그녀를 어렸을 때부터 돌보던 입장에서 지금처럼 어중간한 마음을 가진 자네를 그녀에게 보내고 싶지 않네.”


대장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처먹이는 대장군을 따라가며 독고 램지에게 눈짓을 보내왔다.

아마 자기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뜻인 듯했다.


그렇게 둘은 떠났고

방에 남은 건 독고 램지와 강 노인뿐이었다.


"신경 쓰지 말게. 융통성은 없지만, 속은 따뜻한 놈일세. 자네의 진심을 알면, 그녀에게 보내줄지도 모르지."


강 노인은 대장군이 앉아있던 자리에 자기가 앉으며 말했다.


"어쩌다가 황실 대장군과 연이 생기신 겁니까?"


"저놈이 지금이야 어깨에 힘을 주고 황실에서 대장군 노릇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강호에서 힘 좀 쓴다는 녀석이었네. 그 시절엔 나도 강호에서 끗발을 좀 날렸던 지라, 몇 번인가 맞부딪힌 적이 있었네."


“둘 중 누가 이겼습니까?"


"그걸 굳이 내 입으로 듣고 싶은 겐가? 당시엔 승부가 나지 않았네. 지금 붙는다면 내가 깨질 게 뻔하지."


"그렇습니까?"


"자네가 거대한 고래를 잡을 때 사용했던 검강. 그 경지에 먼저 도달한 자가 바로 저 녀석일세. 지금의 자네와 붙어서 견줄만한 녀석은 저 녀석 말고 없을 테야."


노인은 말을 마치고는 방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에잇! 수수한 녀석 같으니라고! 가져갈 만한 게 하나도 없잖아!"


“가만히 좀 계십시오.”


“한동안 낚시를 못 했더니 손이 근질 거려 죽겠네. 고기를 못 낚으면 물건이라도 낚아야 성이 풀리겠어!”


조만간 경비병이 찾아와서 독고 램지와 강 노인을 궁궐 밖으로 내쫓았다.


"제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습니까?"


"그렇다면 뭐 어쩔 텐가. 하루 온종일 방안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텐가?"


강 노인과 독고 램지가 말싸움을 하고있자, 그 앞으로 지나가던 여성이 그들을 알아보았다.


"당신은 처 소협의 사형되시는 분 아닙니까?"


말을 걸어온 여성은 만두 먹기 대회 우승자 유목하였다.


“아, 예. 맞습니다.”


“어째서 황실 앞에? 그는 어디 갔습니까?”


독고 램지는 그녀에게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자신들이 사부님을 찾아 황실로 왔고, 지금은 처먹이가 혼자 사부님을 만나고 있다고.


“황실에서 당신의 사부님을 납치한 게 틀림없습니다. 처 소협도 그 함정에 걸려들었구요.”


“네?”


“황실은 못된 놈들의 소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이 어찌 이리 살기가 각박하겠습니까? 저희와 함께 황실을 무찌르지 않겠습니까?”


유목하가 쏟아내는 말에 독고 램지는 당황하여 말문이 막혔다.

자신은 그저 사부님을 뵈러 온 것뿐인데 어쩌다가 반란군에 초대 받은 것이다.


“하하하하. 그거 재미있겠군. 좋소, 나와 이 친구가 낭자를 돕겠소.”


독고 램지는 ‘이 인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라는 눈빛으로 강 노인을 쳐다봤다.

그는 장난스레 한쪽 눈을 찡그리는 것으로 답했다.


대체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은 건지···


“좋습니다. 두 분 모두 저를 따라오십시오. 동포들과 함께 사부님과 처 소협을 구해 냅시다.”


독고 램지도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녀를 따라갔다.


큰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한쪽으로 길을 트며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길 끝을 보니, 황실 군대가 귀환하고 있었다.

독고 램지도 적당히 사람들을 따라 머리를 숙였다.

옆을 보니, 유목하는 예쁜 얼굴을 찌푸려가며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트인 길 사이로 군대가 지나갔다.

거기에 누가 봐도 화려한 옷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멈춰서서 말을 걸어왔다.


“서역인치고는 예의를 갖추고 있구나.”


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은 독고 램지의 금빛 머리카락을 향해 있었다.


“...”


독고 램지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그가 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황자로 보이는 자는 독고 램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잡더니 단도로 잘랐다.


“영광으로 여겨라. 방에다 장식해 두겠다.”


“···”


“독고 소협... 안 되네...”


강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작게 속삭였지만, 이미 늦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사부님을 뵙지 못해 짜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사부님을 감추어 두는 것도 황실이 아닌가?

독고 램지는 씨익 웃었다.


가볍게 장력을 내뿜어 황자를 날려 보냈다.


그 모습을 본 강 노인은 이마를 감싸 쥐었고, 유목하는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이었다.


병사들이 곧장 독고 램지를 둘러쌓다.

수십 명은 되어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찔러 오는 창을 보법으로 피하면서, 그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달려들던 병사들은 모두 다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순간, 검이 휘둘러 왔다.

품에서 식칼을 꺼내 간단히 막았다.

검을 내지른 자의 얼굴을 보니, 장력에 맞고 날아간 황자였다.


“용케 일어나셨소.”


독고 램지는 검을 쳐내고 그의 팔을 붙잡아, 흡성대법으로 내력의 일부만 빨아들였다.


“이게... 무슨...”


황자는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지고 무릎을 꿇게 되었다.


독고 램지는 식칼로 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잘랐다.


“내 방에 장식해 두기엔 싫으니, 그대에게 다시 돌려주겠소.”


쥐고 있던 머리카락을 그의 얼굴 앞에다 놓았다. 바람에 날아간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에 붙으며 엉망진창이 되었다.


때깔 고운 황자는 순식간에 거지꼴이 되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강 노인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만두시오!”


강한 내공이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대장군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독고야...”


그동안 찾아다녔던 사부님이 슬픈 얼굴로 있었다.


“사부님...”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천천히 독고 램지의 앞으로 다가왔다.


짝.


따끔한 아픔이 왼쪽 뺨에서 전해져 왔다.


“왜··· 이런 짓을···”


그녀는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울고 싶은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끝내 감정을 숨기려 그녀의 눈을 피하고 돌아섰다.


“독고야···!”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빠져나갔다.


여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다.


그녀의 눈이 닿지 않는 곳. 이왕이면 아무도 없는 곳이면 좋았다.


얼마 동안 달렸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없는 산기슭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참아왔던 것이, 애써 모른 척 했던 것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시야가 흐려지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독고 램지님? 독고 램지님?!”


마지막으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사부님의 목소리는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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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7 0 11쪽
20 20화 - 새로운 검 21.06.09 20 0 13쪽
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18 18화 - 행방불명 21.06.07 18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2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20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9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80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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