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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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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수 :
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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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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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 숲에서의 밤.

DUMMY

집으로 돌아온 독고 램지는 위주표국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사부님께 알려주었다.


“사부님께 인사만 드리고 온다고 유태종에게 말했습니다.”


“바로 떠나야 한다는 거구나.”


대장금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아니야. 너와 먹이가 사람들의 쌀을 되찾아 주었다면서. 너희들이 착한 일을 해서 나는 기뻐.”


대장금이 손을 잡자,

부드러운 손의 촉감이, 독고 램지의 손등에 닿았다.


“사부님. 금방 돌아 오겠습니다.”


“사부님~. 시장 사람들이 저희에게 고맙다고 먹을 것을 이렇게 많이 주었어요.”


처먹이가 커다란 짐을 대장금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거참 잘됐구나.”


대장금이 미소로 화답했다.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짐을 풀고,

그 안에 든 온갖 식재료를 주방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대장금이 도우려 하자 독고 램지가 만류했지만,

그녀의 고집에 꺾여 결국 셋이 같이 식재료를 옮겼다.


오늘 떠날 때, 가져갈 것을 조금 남기고,

나머지 전부를 옮기고 나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사부님. 저희는 이만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대장금은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붉은 옷 두 벌을 가지고 나왔다.


“사실 너희의 생일에 주려고 했는데. 일단, 둘 다 옷 안에 입어봐.”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사부님이 시키는 대로 붉은 옷을 안에다 입었다.


“어때? 크기는 맞니?”


“딱 맞습니다. 사부님.”


“저도요.”


옷이 마음에 드는지 기분 좋게 들떠있자,

그제야 안심한 대장금은 미소를 지었다.


“장목산에 사는 붉은 누에로 만든 옷이야. 가볍지만 튼튼해서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사부님! 정말 감사합니다.”


독고 램지는 사부님께서 손수 베를 짜는 모습을 봐 왔기에,

그 감동을 이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곧 다가올 사부님의 생신에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러다 늦겠다. 얼른 가봐.”


“사부님.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응. 기다릴게.”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사부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위주표국으로 향했다.


***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 숲은 보다 더 조용하고 어두웠다.

표국으로 가기 위해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어쩔 수 없이 숲길로 들어갔다.


“사형... 무섭습니다. 혹시 짐승이 튀어나오지는 않겠죠?”


처먹이는 횃불을 들고, 독고 램지의 바짝 뒤에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먹아! 네 나이가 몇이더냐? 열아홉이면 이미 들짐승을 무서워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느냐?”


“그치만··· 무섭단 말입니다. 이 숲에 살아 있는 거라곤, 저랑 사형 단둘만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상하구나. 너와 나 둘만 있다면, 튀어나올 들짐승도 없다는 소리 아니냐.”


“그게 아닙니다 사형. 이렇게 둘만 있으니까, 귀신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사형은 성질이 더러우니까 분명 귀신이 나만 잡아갈 게 뻔합니다.”


“고얀 놈! 이참에 귀신이 널 잡아가게 떼놓고 가야겠다.”


독고 램지는 심술이 나 빨리 걷기 시작했다.


“사형~ 같이 가요! 귀신님. 저는 이것저것 아무거나 먹어서, 잡아먹어도 아무 맛이 없습니다. 사형은 맛 좋은 것만 입에 넣으니, 잡아먹을 거면 사형을 데려가십시오.”


처먹이는 끈질기게 독고 램지에게 따라붙으며 중얼거렸다.


독고 램지는 열이 올라 더욱 빨리 걸었다.

보폭이 좁아서 그렇지 실상은 뛰는 것과 다름없었다.


먹이가 조용해지자, 독고 램지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먹아. 이제는 무서워서 말도 꺼내지 못하느겠냐?”


하지만 대답은 들려 오지 않았다.


어느새 처먹이가 사라진 것이었다.

독고 램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름이 등골을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먹아?! 먹아!”


독고 램지는 서둘러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만약 먹이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생겼다면, 사부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먹아! 장난치지 말고 그만 나오거라!”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건 메아리뿐이었다.


‘정말, 귀신이라도 있단 말인가···’


독고 램지가 멈춰 서자,

숨이 차 헐떡이는 자신의 숨소리만이 귀에서 울렸다.


숨소리가 더욱 가빠졌다.


독고 램지는 참을 수 없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빛나는 횃불이 보였다.


처먹이가 장난을 쳐도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용서해 주기로 했다.


불빛 근처로 다가가자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놔! 이거 당장 놓으라고! 내 말 안 들려?!”


열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밧줄에 묶여 있었다.


그녀 주위에 괴인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머리가 컸고 팔다리가 짧았으며, 얼굴에 기다란 혹이 하나씩 붙어 있었다.


괴인들은 소녀를 끓는 솥에다 집어넣으려 하고 있었다.


독고 램지가 본 불빛은 횃불이 아니고 가마솥에 지핀 불이었다.


독고 램지는 공포에 발이 굳어졌다.

하지만 처먹이도 이 근처에 잡혀있을 거라는 생각에 결심이 섰다.


서둘러 달려가 소녀를 붙잡고 있는 괴인의 팔을 찔렀다.


“아악!”


“독고 램지?!”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는 괴인들과 싸우는데 정신이 없었다.


독고 램지가 식칼로 괴인을 찌르자, 나머지 괴인들이 독고램지에게 달려들었다.

괴인들은 발이 느렸지만, 힘이 장사였다.

주먹을 피하는 데 옆에서 풍압이 느껴질 정도였다.

섣불리 식칼로 막았다간 부러질 게 뻔했다.


독고 램지는 식칼을 집어넣고, 식당 주인에게 받은 낚싯대를 꺼냈다.


보법으로 거리를 벌리자, 처음에 팔을 찔린 괴인이 먼저 달려들었다.


독고 램지는 괴인의 주먹을 피하면서, 낚싯줄로 괴인의 목을 감아 조였다.


“대답해! 먹이는 어딨어?!”


“배고프다··· 고기··· 인간···”


괴인들은 독고 램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이 주먹을 날렸다.


독고 램지는 어쩔 수 없이 낚싯줄을 풀고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괴인의 주먹은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고,

그대로 목을 졸리던 괴인의 배에 꽂혔다.


“이 무슨!”


주먹을 맞은 괴인은 배가 터져서 죽었다.


“저것들한테 인간의 지능은 없어요.”


어느새 독고 램지의 곁에 구해줬던 소녀가 와있었다.


소녀는 검을 휘두르더니 가장 앞에 있는 괴인의 목을 베었다.

괴인은 목이 떨어져 즉사했다.


그 모습을 독고 램지가 멍하니 보고 있자, 소녀가 한마디 했다.


“안 도와줄 거예요!?”


소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독고 램지를 쏘아보았다.


때마침 소녀의 뒤에서 괴인이 주먹을 날리려 했다.


“젠장!”


독고 램지는 정신을 차리고는 품에서 식칼을 꺼내, 소녀에게 달려드는 괴인의 목을 찔렀다.

괴인들은 다른 괴인이 죽어가는 데도 일말의 동요 없이 주먹질해댔다.

주먹이 가는 방향에 다른 괴인이 있든 말든 한번 공격을 했으면 멈추지 않았다.


독고 램지가 그들 사이에 파고들어 주먹을 피하기만 했을 뿐인데, 괴인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형국이었다.


남은 괴인들도 결국 다른 괴인의 주먹에 맞아 숨지거나, 소녀의 검에 베여 죽었다.


“낭자. 도와줘서 고맙소.”


“흥, 됐으니까 따라와요. 당신 사제가 있는 곳을 알고 있어요.”


“정말이오?”


독고 램지가 순수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소녀는 눈을 마주 보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


“따라오기나 하세요.”


소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를 안내했다.

아무것도 없는 숲 한가운데서 멈춰 섰다. 그러고는 작은 암기를 나무 위로 던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그물망이 떨어졌다.

독고 램지가 그 안을 살펴보니 거품을 문 채 기절한 처먹이가 있었다.


“기절해 있는 건. 당신의 사제가 새가슴이라 그래요. 이걸로 빚은 없는 거로 하죠.”


“잠깐! 기다려 주시오 낭자.”


떠나는 소녀를 붙잡으려 하자, 어디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분명 독고 램지의 배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낭자?”


“더 이상 가까이 오면 죽여버리겠어요!”


소녀는 얼굴을 붉힌 채 날카롭게 째려봤다.

그 모습이 귀여워 독고 램지는 웃음을 터트렸다.


“뭐예요? 난 이미 경고했어요!”


소녀는 화가 잔뜩 났는지 검을 빼 들었다.


“낭자. 세상에는 감출 수 없는 게 세 가지가 있소. 재채기와 가난 그리고 사랑이라 하오. 하지만 난 여기에다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소. 그건 바로 배고픔이오.”


독고 램지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그런 말로 날 위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소녀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보였다.


독고 램지는 그물망을 헤쳐, 처먹이의 짐가방에 있는 식재료를 보여주었다.


“말로는 할 수 없어도, 음식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소?”


소녀는 검을 집어넣고는 순순히 독고 램지에게 다가왔다.


“맛없기만 해봐요···”


독고 램지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는 그 옆을 커다란 돌로 감쌌다.

그 위에 작은 냄비를 올리고는 물을 부어서 끓였다.

물이 끓자 가방에서 꺼낸 양념들을 넣고 마지막으로 오늘 장터에서 받은 면을 집어넣었다.


“별걸 다 가지고 다니는군요.”


“나와 먹이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배고파 죽지는 않을 거요.”


요리가 거의 다 완성이 되자, 맛있는 냄새가 가득 퍼졌다.


“킁킁, 라면 냄새···”


처먹이는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천천히 일어났다.


“먹아. 정신이 드느냐?”


“네··· 사형.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전 분명··· 귀신한테 잡혀간 줄··· 으악!!”


처먹이는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사··· 사··· 사형. 귀··· 귀··· 귀신입니다!”


“···”


소녀는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처먹이를 쳐다보았다.


처먹이는 후다닥 독고 램지의 등 뒤로 가 숨었다.


“먹아. 진정해라. 낭자는 귀신이 아니야. 다만, 배가 좀 고플 뿐이지.”


“흥.”


“그렇습니까··· 사형, 이제 라면이 다 끓은 것 아닙니까?”


“그래. 다 된 거 같구나. 자, 이제 먹자.”


독고 램지는 소녀와 처먹이에게 수저를 건넸다.


소녀는 처음에는 음식을 먹을지 말지 눈치를 보다가, 처먹이가 먹기 시작하자 조심스레 한 젓가락 들어먹었다.

그리고 국물도 한 숟갈 떠먹더니, 그다음부터는 거리낌 없이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야밤에는 라면 만한 게 없지. 낭자 어떠오? 입에는 잘 맞소?”


“···응.”


소녀는 부끄러운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독고 램지는 대답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그제야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밤이 너무 늦어,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할 수 밖에 없었다.

처먹이는 배가 불러서 그런지 바로 곯아떨어졌다.


독고 램지가 불침번을 서고 있자 소녀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나에 대해서 안 물어봐요?”


“수상한 점은 많소. 하지만 짐작 가는 바는 없지.”


“그게 끝인가요?”


“만약, 묻는다면 사실대로 알려 줄 거요?”


독고 램지는 소녀의 눈을 보고 말했다.


“질문에 따라 다르겠죠.”


소녀도 이번엔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좋소. 한 가지만 묻겠소. 낭자의 이름을 알려 주시오.”


“성은 민. 이름은 초단이에요.”


“민초단이라··· 예쁜 이름이오.”


“저는 내일 새벽에 바로 떠날 거예요.”


“그렇소?”


“그다지 놀라진 않네요?”


“왠지 그럴 것 같았소.”


한 순간 바람이 불었다.

구름이 바람에 날려, 가려있던 달빛이 드러나,

그와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민 낭자. 당신이 누구든 간에, 난 당신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오.”


“그런가요···”


“민 낭자. 밤이 늦었소. 내일 새벽에 떠난다 했으니, 어서 가서 자보시오. 적은 수면은 소녀의 피부에 좋지 않소.”


“좋아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알려드리고 자러 갈게요.”


민초단은 독고 램지에게 다가와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저. 곧 성인이에요.‘


달콤한 목소리에 뇌가 저려왔다.


민초단은 작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잠자리에 들어갔다.


독고 램지는 억지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밤 잠들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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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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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 결혼식 21.06.15 17 0 11쪽
22 22화 - 건곤일척 21.06.13 14 0 11쪽
21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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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18 18화 - 행방불명 21.06.07 18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2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20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9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80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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