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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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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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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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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화 - 새로운 검

DUMMY

독고 램지가 내력을 거두자 칼끝에 있던 날카로운 빛이 사라졌다.


“사형! 방금 그건 뭡니까? 식칼 끝이 번쩍하고 빛났습니다!”


처먹이가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건 검강이라는 것이오. 경지에 오른 자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무공이지.”


노인이 다가와 차분한 말투로 설명해 주었다.


“그렇습니까···”


독고 램지는 식칼 끝을 잠시 보다가, 이내 흥미가 사라진 듯 고개를 들었다.


“소협. 그대는 정체가 무엇이오? 내가 강호를 떠난 지 오래 흘렀지만, 소협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소.”


“저는 미식파의 독고 램지라 합니다. 이쪽은 사제 처먹입니다. 저희는 사부님을 찾아 황실로 가고 있습니다.”


“황실이라... 이것도 인연이겠지. 오랜 친구의 얼굴도 볼 겸 동행해도 되겠소?”


독고 램지는 노인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황실에 연이 있다고 하니, 사부님을 찾을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촌장이 말을 꺼내왔다.


“독고 소협. 한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이오?”


“죽은 고래를 마을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저 정도의 크기면 사람들이 몇 달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와서 다시 마을로 돌아가자는 말이오?”


“부탁드립니다.”


촌장은 이마가 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


독고 램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그의 도움 없이는 수도로 가지 못할 테고, 촌장 혼자서 큰 고래를 운반하는 것도 무리로 보였다.


사부님이 걱정되긴 했지만, 이미 마교는 해산했고, 무림맹도 흐지부지되어 세력이 약해졌다.


더군다나 사부님은 무공이 강했다.

그녀에게 배울 당시, 대련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당시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던지, 한동안 수련에만 매진했던 기억이 났다.

어쨌든 그런 사부님이 누군가에게 붙잡혀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먹아. 하나는 네가 들어라.”


독고 램지는 반으로 갈라진 고래의 사체 중 하나를 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소협.”


촌장은 진심을 다해 절을 올렸다.


반으로 나뉘었다고는 하지만, 고래의 덩치가 워낙 커, 촌장과 노인의 배만으로 옮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촌장이 먼저 마을로 돌아가, 배를 몇 대 더 가지고 올 동안,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노인의 배에서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성함을 듣지 못했습니다.”


“성은 강 씨고 이름은 여상일세. 편하게 그냥 강 노인이라 부르게.”


“강 노인께선 어쩌다가 고래의 뱃속에 들어가신 겁니까?”


“평소에는 강이나 호수에서 낚시하다, 가끔은 바다낚시가 끌려서 나왔더니 이렇게 되었다네. 하하하하!”


“그렇다면 혹시 진양호는 어디인지 아십니까?”


“알다마다. 거기가 내 집일세.”


독고 램지는 이전에 진천오가 말한 낚시라면 환장한다는 노인이 바로 강 노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천오는 독고 램지에게 허공답보를 가르쳐 줄 목적으로 그를 찾아 낚싯대를 보여주라 했지만, 예기치 못하게 이런 곳에서 마주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허공답보를 배우게 되었으니 다행이었지만, 그간 정든 낚싯대를 건네주니 마음이 살짝 쓸쓸해지는 기분도 있었다.


“심심한데 우리 내기라도 하지 않겠는가?”


적막한 가운데 강 노인이 먼저 말을 꺼내왔다.


“무슨 내기 말입니까?”


“자네는 아직도 나를 모르는가? 당연히 낚시일세. 누가 더 큰 고기를 낚느냐 내기를 하세.”


“무얼 걸고 말입니까? 전 이미 강 노인께 낚싯대를 드렸잖습니까.”


“쩨쩨하게 굴지 말게. 나도 평생을 갈고 닦은 허공답보를 자네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내기에 거는 것은···음···”


“딱밤 때리기는 어떤가요?”


가만히 있던 처먹이가 끼어들었다.


“그거 재미있겠군, 일등이 꼴등을 때리는 건 어떤가?”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독고 램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자기네들끼리 다 정하고 있었다.


노인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낚싯대를 나누어 주었다.

다행히 독고 램지가 받은 건, 자신이 쓰던 낚싯대였다.


낚싯대와의 마지막 추억이다.

헤어지기 전에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독고 램지는 힘차게 낚싯줄을 던졌다.


***


독고 램지는 시뻘겋게 부어오른 이마를 감싸 쥐고 있었다.


어떻게 낚아 올리는 것마다 해초 아니면 쓰레기들이었다.


처먹이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도 발했는지, 일등을 두어 번 하였고, 나머지는 전부 강 노인이 일등을 차지했다.


빌어먹을... 내기 따윈 하는 게 아니었다.


낚싯대와의 마지막 추억은 그렇게 독고 램지 혼자서 딱밤을 맞는 것으로 끝났다.


멀리서 촌장이 마을의 배를 전부 이끌고 왔다.


그들의 힘으로는 커다란 고래를 들 수 없음으로,

독고 램지와 처먹이가 나서서 고래를 실어 주었다.


선박 일곱 척이 붙어야 겨우 고래의 반을 짊어지고 갈 수 있었다.


힘겹게 마을까지 도착하자, 사람들이 뛰쳐나와 촌장과 일행들을 반겨주었다.

그들 모두가 고래의 크기를 보고 입이 쩍 벌어진 채 다물지 못했다.


독고 램지는 식칼로 고래를 부위별로 나누었다. 크기가 워낙 커, 손질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이왕 이렇게까지 된 거, 처먹이와 함께 요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했다.

모두가 배불리 먹고, 독고 램지와 처먹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독고 대협. 감사합니다. 대협께서 저희 마을을 살리셨습니다.”

촌장이 다시 한번 마을을 대표하여 절을 했다.


“별거 아니오. 수도까지 데려다준다면 그걸로 족하오.”


“알겠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빠른 배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독고 램지가 촌장을 따라가려 하자,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보시오! 여기 이 등뼈는 내가 가져도 되겠소?”


돌아보니, 마을 주민은 아닌 듯한 남자가 고래의 커다란 등뼈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네는 혹시··· 하후석인가?”


“등뼈를 줄 거요 말 거요?”


남자는 강 노인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되물어왔다.


“저자를 아십니까?”


“저 싸가지를 보니, 하후석이 맞을 걸세. 각지를 돌아다니며 신기한 재료가 있으면 그걸 두들겨 무기를 만드는 거로 유명하네. 자네는 들어본 적 없는가?”


독고 램지는 요리 외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후석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이 없자, 계속 독고 램지를 노려보았다.


“한번 맡겨보는 게 어떤가, 저래봬도 이 시대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놈일세.”


수상한 녀석이라는 의심은 들었지만, 어차피 저 커다란 등뼈를 쓸 곳도 없었다.


“필요하다면 가지시오.”


하후석은 대답도 하지 않고, 곧장 망치로 등뼈를 두들겼다.


그 광경이 기이해, 독고 램지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뼈는 약한 부분은 부러지고 강한 부분만 남았다.

하후석은 남은 부분을 톱날로 예리하게 깎기 시작했다.

새하얀 뼈는 아름다운 곡선으로 변하며, 기다란 검이 완성되었다.


하후석은 검의 날 부분을 햇빛에 비춰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지시오.”


하후석이 독고 램지에게 검을 건네며 말했다.


“나 말이오?”


“당신 말고 누가 있겠소? 고래를 잡은 것은 당신 아니오?


“그건 맞는데···”


검을 받은 채 당황하고 있자, 하후석은 말없이 멀리 사라졌다.


“기인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이상하니, 굳이 이해하려 들지 말게나. 하하하하.”


강 노인의 웃음소리는 제쳐두더라도,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남자의 실력이 궁금하긴 했다.


독고 램지는 허공에다 칼을 한번 휘둘렀다.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있었다.


시험 삼아 내공을 주어 바다를 향해 휘둘렀다.


“이건···! 무슨···”


바다가 둘로 나뉘었다.


검에 내력이 합쳐지니 그 절삭력이 엄청났다.

잠시 후, 바다는 다시 하나로 합쳐지며 파도가 거세게 몰아쳤다.


“이거 걸작이로구먼! 하하하. 기인이 괴물한테 이빨을 달아준 셈이야.”


강 노인의 말에, 주민들의 눈빛은 놀라움을 넘어서 두려움으로 변모했다.


“사형···”


그걸 눈치챘는지 처먹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독고 램지는 검을 집어넣고 촌장에게 다가갔다.


“수도로 출발합시다.”


***


항해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수도 가까이 있는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 말을 빌려 하루 동안 달리니 금방 수도가 나왔다.


역시나 황실이 있는 수도답게 건물들이 으리으리하며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 가운데 궁궐이 우뚝 솟아있어 그 위엄을 과시하고 있었다.


궁궐 입구로 가니 경비병이 보였다.

강 노인은 그들에게 편지를 하나 건네주며 말했다.


“대장군께 이 편지를 건네주시오.”


경비병은 노인의 옷차림을 위에서부터 쭉 훑어보더니 조소를 띠며 말했다.


“당신 같은 노인네가 함부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오.”


“낚시를 좋아하는 강 씨 노인이 왔다고만 전해 주시오.”


“내 말 못 들었소? 썩 꺼지시오!”


경비병은 노인이 물러나지 않자, 화를 내며 그를 밀치려 했다.

독고 램지는 경비병의 손목을 붙잡아 막았다.


“뭐야?! 너는?”


대답 대신 손목을 비틀었다.


“아! 아아···!”


“강 노인의 말씀을 전해주시오.”


“제길! 두고 보자!”


삼류 악당 같은 소릴 내뱉으며, 경비병은 궁궐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른 경비병이 밖으로 나와 말을 전해주었다.


“대장군님께선 지금 회의 중이신지라, 한 시진 뒤에 찾아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황실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쉽게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는 않았다.


한 시진이라···


문앞에서 마냥 기다리기도 그래서 독고 램지 일행은

수도 구경이나 해볼 겸, 밖으로 돌아다녔다.


“자, 자 참가하시는 분 더는 안 계십니까?”


목소리가 난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일행은 거기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가보았다.


“여기서 뭘 하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습니까?”


“다들, 만두 많이 먹기 대회를 구경하러 온 거지요.”


모여있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묻자, 친절히 답해 주었다.


“더는 안 계시면 여기서 모집을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요!”


처먹이가 손을 들며 외쳤다.


“저도 참가 할게요!”


“참가비는 은자 하나입니다.”


처먹이는 독고 램지를 빤히 보았다.


“이왕 나간 거 우승해라 먹아.”


“네!”


처먹이는 독고 램지에게 받은 은자를 내고, 기다란 식탁 끝자리에 착석했다.


“기다리고~ 기다리셨습니다! 제7회 만두 많이 먹기 대회를 개최합니다!”


“와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엄청났다.


독고 램지는 수도에는 별게 다 유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니, 보통 사람의 덩치보다 두배는 더 큰 남자가 눈에 띄었다.

아마 저자가 최후에 먹이와 남아 대결하지 싶었다.


곧이어 참가자들의 식탁에 만두가 산더미 같이 쌓여 올라왔다.

독고 램지는 보기만 했는데도 그 양에 압도가 되었다.


“시~ 작!”


하는 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은 만두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덩치 큰 남자가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처먹이가 바짝 쫓아가고 있었다.

관중들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저마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외쳤다.


“먹아! 힘내라!”


독고 램지도 저도 모르게 열기에 휩쓸려 응원하기 시작했다.


슬슬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에 남은 건

처먹이, 덩치 큰 남자, 왜소한 여자

이렇게 셋이었다.


그중 덩치 큰 남자가 참지 못하고 바닥에 토를 했다.

이제 남은 건 둘이었다.

둘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

마지막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 만두를 먼저 해치운 사람은 왜소한 여자였다.

딱 만두 하나 차이였다.


패배한 처먹이는 의자 옆으로 쓰러졌다.


“먹아?!”


독고 램지는 놀라서 먹이에게 달려갔다.


처먹이는 눈 앞을 가리며 울고 있었다.


그만큼 먹기 대회에서 진 게 분했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울 정도의 일인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괜찮다 먹아. 살다 보면 질 수도 있지.”


나름대로 위로해 보려고 말을 건넸지만, 처먹이는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처 소협. 정말 감동적인 승부였네···”


강 노인이 주름 사이로 새어 나온 눈물을 훔치며 말하였다.


“아니! 당신이 왜 우냐고!”


어이가 없어서 딴지를 걸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눈물바다였다.


“좋은 승부였어요. 당신 이름이 어떻게 되죠?”


“처···먹···입니다.”


“저는 ‘유목하’라고 해요.”


왜소한 여자가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처먹이도 울컥임을 진정지켜 가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독고 램지는 그 가운데 혼자만 벙쪄서, 딴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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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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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 결혼식 21.06.15 17 0 11쪽
22 22화 - 건곤일척 21.06.13 13 0 11쪽
21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6 0 11쪽
» 20화 - 새로운 검 21.06.09 20 0 13쪽
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18 18화 - 행방불명 21.06.07 17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1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19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8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6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79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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