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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90
추천수 :
22
글자수 :
120,714

작성
21.06.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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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 행방불명

DUMMY

한 달 만에 돌아온, 사부님이 계신 집은 몇 년은 걸려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 사이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은

한 달이라는 시간으로 담아내기엔 너무나 농도가 짙었다.


그녀의 죽음.

평생을 가도 잊히지 않겠지.


아직도 자신은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독고 램지는 가만히 대문을 바라보았다.


떠날 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사부님을 어떤 얼굴로 대해야 하는지, 이전과 같이 대할 수 있는지.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망설임이 먼저 왔다.


보다 못한 처먹이가 문을 휙 하고 열었다.


“사부님 다녀왔습니다!”


처먹이가 먼저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지만, 독고 램지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부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동안의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못난 제자의 잘못을 사과드려야 할지.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는 편안함보다 긴장감이 먼저 들었다.


“사부님?”


사부님께서 나오시질 않자, 처먹이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독고 램지도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가구의 배치며 다른 물건들까지 떠날 때와 그대로였다.


유일하게 인기척만이 여기에 없었다.


“사부님께선 어디 나가셨나 봅니다.”


“후우, 그래···”


독고 램지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어둑해지자, 독고 램지는 사부님이 오시기 전 미리 저녁을 만들었다.

자신은 미각을 잃었기에 간은 처먹이가 봐주기로 했다.

“맛있습니다. 사형.”


처먹이는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다행이구나.”


어쩌면 사부님께 대접하는 마지막 음식일지도 몰랐다.

미각을 잃어버려 내심 걱정했지만, 처먹이의 표정을 보니 썩 괜찮게 만든 듯했다.


준비한 요리들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사부님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식탐이 강한 처먹이도 간을 볼 때 말고는 한 입도 먹지 않고 기다렸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상했다.

사부님이 이 시간까지 집에 돌아오시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변을 느낀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흩어져서 사부님을 찾기로 했다.


집 근처의 텃밭이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부님의 흔적은 없었다.


독고 램지는 시장으로 나와 사부님이 자주 들리던 가게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


“이보시오!? 안에 계시오!?”


“대체 이 밤중에 무슨··· 히익?! 도, 독고 램지?!”


주인장은 짜증 섞인 얼굴로 나오다가, 독고 램지의 얼굴을 보고 하얗게 질렸다.


“왜 나를 보고 놀라는 것이오?”


“저, 저, 저는··· 마교와 원수지고 싶지 않습니다.”


“마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소, 소문에 의하면 마교로 귀의하셨다고···.”


독고 램지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 할 수 있었다.

이전에 장부원이 쌀을 마교에게 팔고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던 것이 여기까지 퍼진 것이다.


“나는 마교하고 상관이···”


없다고 말하려다,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없진 않소. 다만, 지금은 사부님을 찾고 있소, 사부님께서는 이곳에 자주 들렸던 것으로 기억하오.”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분이라면···”


“빨리 말해 보시오!”


“네! 네! 그분은 당신께서 마교로 귀의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황실로 가봐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황실? 제대로 들은 것 맞소?”


“저도 그분께서 가게 앞에서 혼잣말하시는 것을 들은지라···”


“알겠소. 도움을 주어 고맙소.”


독고 램지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먹이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음식은 손 하나 대지 않고 그대로 였다.


“사형, 혹시 알아낸 것이라도 있습니까?”


“사부님께선 아마 황실로 가신 것 같다.”


“황실이요?”


“그래. 확실하진 않지만 찾아낸 단서가 이것밖에 없구나. 너는 뭐 알아낸 거 없느냐?”


“죄송합니다. 사형. 사부님이 며칠 전 여길 떠나셨다는 소식밖에 들은 게 없습니다.”


“아니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렇다면 황실인가···”


독고 램지는 사부님과 황실이 관련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은 없었다.

애초에 그녀의 과거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었다.

독고 램지도 그렇고 대장금도 그렇고 굳이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 캐묻지 않았다.


“먹아 혹시 짐작 가는 바가 있느냐?”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하며 물어봤지만, 처먹이 역시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 오늘 밤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바로 황실로 출발하자.”


***


독고 램지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5년 정도 되었나.


자신이 여기에 처음 왔던 날이 생각났다.


부모님과 살던 집을 뛰쳐나와, 정처 없이 떠돌다 우연히 사부님과 만난 것이다.


그녀는 아무런 이유 없이 밥을 차려주었다.


당시에는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지만, 그 맛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녀는 갈 곳 없는 자신에게 지금의 방을 내주었다.


처음엔 오히려, 그녀의 호의에 경계심을 품었다.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줄 이유가 없었다. 분명, 속으로는 나쁜 짓을 꾸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그녀의 성품이 원래 그런 것이었다.


배고픈 사람을 가만히 못 두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사는, 태생적으로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었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밤낮으로 노력했다.

그것이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사부님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청하려고 이불을 덮자, 새것 같은 시원한 촉감이 전해져 왔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그녀가 세탁마저 해 준 것이다.


미안함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가 자신에게 가진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모두에게 베푸는 것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만 특별한 것인지


둘 중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그녀를 슬프게 만든다는 사실만은 결과로서 하나였다.


끝내 해결되지 않는 고민거리에

밤을 지새웠다.


***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침을 알려주었다.

독고 램지는 일어나서 가볍게 세수했다.

차가운 물이 몽롱한 정신을 일깨워줬다.


“사형. 일어나셨습니까?”


처먹이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왔다.


“그래. 얼른 준비하고 황실로 떠나자.”


“사부님께선 정말 그곳에 있을까요?”


“걱정만 해봤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직접 가서 부딪혀보는 수밖에.”


자신이 밤새 고민한 결과를 처먹이에게 말했다.

그래봤자 무채색의 정론에 불과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것이라도 의지하고 가야 했다.


준비를 마친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황실이 있는 수도로 향했다. 이번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우선은 가까운 항구가 있는 마을에 들렀다.

처음에는 시골이라 그런지 한적한가 싶었지만, 사람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음산한 기운마저 들었다.


“사형··· 여기에 정말 배가 있을까요?”


“우리가 타고 갈, 배 한 척 정도는 있겠지.”


독고 램지는 말은 아무렇지 않게 했지만, 속으로는 살짝 불안했다.

여기에 배가 없다면, 다시 길을 빙 둘러가야만 했다.

초조함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윽고 눈앞에 선착장이 나왔다.

다행히도 배가 몇 대 정박하여 있었다.


“거봐라 내 뭐라 했느냐.”


독고 램지는 콧대를 높이며 말했다.


“사람들은 우릴 반겨주지 않는 모양인데요···”


어느새 숨어있던 사람들이 나타나 독고 램지와 처먹이를 포위했다.

그물이나 낚싯대 같은 것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어촌 주민인 듯했다.


“짐가방을 이리 내놓으시오.”


촌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짐가방은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저희를 수도까지 배를 태워 보내주십시오.”


“내 말 못 들었소? 당장 짐가방을 내놓으시오.”


독고 램지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그들은 더욱 위협해 왔다.


“사형, 어떡할까요?”


자신의 먹거리가 뺏길 위기에 처하자,

처먹이는 공격적인 눈빛을 보내왔다.


독고 램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배를 타고 가려면 이들의 도움은 필수였다.

처먹이가 들고 있는 짐가방을 그들에게 던져주었다.


어촌 주민들은 가방 안에 있는 식재료를 보자마자,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마치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들의 팔과 다리는 살이 없어 앙상했다.


“어찌하다 그리 굶은 것이오?”


독고 램지는 어촌민들이 식재료를 다 먹는 것을 기다렸다 말했다.


“저희는 평소 어업으로 먹고살았습니다. 하지만 요 몇 달간 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낚시라도 하며 자급자족을 하려 했지만, 바다에 고기가 한 마리도 없는 것 아닙니까? 저희는 곧장 몇 달을 굶으며 마을에 들리는 여행객들을 습격해 식량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대표하여 촌장이 그동안의 일을 풀어놓았다.


“혹시 흰옷을 입은 미인 한 분이 얼마 전 이곳을 지나쳤습니까?”


독고 램지는 혹시 사부님이 이곳을 지나간 건 아닌지 물어보았다.


“아니오. 이 마을에 찾아온 건 소협들이 한 달만이오. 흰옷의 미인은 보지 못했소.”


“다행입니다.”


독고 램지는 옅게 웃으며 말했지만, 만약 그들이 사부님을 습격했다면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다.


“사형··· 우리는 이제 어쩌죠?”


식량을 뺏긴 처먹이는 살짝 울먹거리며 말했다.


“저희가 드린 음식은 뱃삯이라 생각하시고, 수도까지 데려다주실 순 없습니까?”


“그건 불가능하오. 이미 많은 배가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했소. 남은 배들마저 잃을 순 없소.”


독고 램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고 있자, 어촌 주민중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마, 마교의 표식?!!‘


그는 민초단이 독고 램지에게 준 목걸이를 들고 있었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가방 안에 넣어 놨던 것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내놓으시오!”


독고 램지는 난폭하게 그의 손에서 목걸이를 뺏은 뒤,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감추듯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대들은 혹시··· 마교의 일원이오?”


촌장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렇다면 어쩌겠소.”


독고 램지는 심기가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 마을은 교주님께 은혜를 입은 적이 있소. 관리들이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려고 행패를 부릴 때, 교주님께서 낚시에 방해된다고 그들을 혼내주었소. 그때는 어찌나 통쾌하던지.”


촌장은 옛일을 떠올리듯, 바다 먼 곳을 보며 말했다.


“촌장으로서 내 그대들을 수도까지 배로 데려다 주겠소. 하지만 그대들도 목숨을 버릴 각오는 하시오.”


촌장은 독고램지와 처먹이를 진지한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바다로 나갔다가 죽기 직전에 돌아온 주민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오.”


[거기에는 거대한 괴물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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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6 0 11쪽
20 20화 - 새로운 검 21.06.09 20 0 13쪽
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 18화 - 행방불명 21.06.07 18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1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20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8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79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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