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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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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714

작성
21.05.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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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 쌀의 행방

DUMMY

아침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에, 독고 램지는 곧바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는 사부님께서 저녁을 차려 주셨으므로, 오늘 아침은 자신이 직접 차리기로 했다.


마당으로 나가니 새벽의 맑은 공기가 상쾌했다.

독고 램지는 팔을 들어 기지개를 쭉 켰다.

진평에게 당한 어깨의 상처도 이젠 아프지 않았다.


“독고야. 일어났니?”


그의 스승 대장금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녀는 독고 램지보다 먼저 일어났는지, 말끔하고 청아한 얼굴이었다.

한동안 시선을 그녀에게서 떼지 못하고 있다가, 너무 빤히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렸다.


“사부님.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더 주무십시오. 아침은 제가 차리겠습니다.”


“그래···”


대장금은 쓸쓸히 뒤돌아섰다.


“사부님. 그 모습은 반칙입니다!”


독고 램지는 허겁지겁 그녀의 앞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호수같이 맑은 눈으로 독고 램지를 바라보았다.


“알았어요. 제가 졌습니다. 사부님. 같이 아침을 만들도록 하죠.”


“응.”


대장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방으로 간 독고 램지는 요리를 준비하기에 앞서 쌀부터 씻기로 했다.

막상 찾고 보니 쌀이 얼마 남지 않았다.

딱 오늘 아침에 쓸 세 그릇 정도 되어 보였다.


“먹이 녀석. 어젯밤에 혼자서 세 그릇은 넘게 먹더니만. 결국, 쌀이 이거밖에 안 남았나.”


독고 램지는 쌀을 씻으며 구시렁거렸다.


“먹이는 식성이 좋아.”


독고 램지가 혼자서 중얼거린다는 것이, 대장금에게도 들린 듯했다.


“그렇지만 사부님. 녀석이 괘씸한 것은, 아무런 맛도 모르고 먹어대기만 많이 먹어대서입니다.”


“나는 누군가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걸로 좋아. 독고야 너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요리를 만든 사람의 정성이나 노력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요. 저는 음식을 아무렇게나 만들어 파는 자들이 밉습니다. 누구는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아내지만, 아무런 지식도 없이 대충 그것도 요리라고 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후자 쪽 사람들 때문에 정성이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까 봐. 그것이 두렵습니다. 저는.”


“독고야···”


“죄송합니다. 사부님. 제가 말이 너무 길어졌군요.”


“아니야. 나는 네가 걱정돼서···”


대장금은 독고 램지에게 다가와 그의 다친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


독고 램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놓아주고는 장난 섞인 투로 말했다.


“사부님께서 이리 걱정을 하시니. 다음부터는 상처가 완전히 나은 뒤에야 돌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안돼!”


그녀는 뾰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독고 램지는 사부의 귀여운 모습에 당장이라도 새하얀 볼을 꼬집어 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가슴 한 켠이 기분 좋게 저려왔다.


“오늘 아침은 미역국입니까? 벌써 배가 고픕니다. 사부님.”


어느새 일어났는지 처먹이가 주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응. 아직 끓이는 중이야. 먹아.”


“너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배고프다는 소리냐.”


독고 램지는 자연스레 처먹이의 말을 받아쳤다.


“오늘은 사부님과 사형이 아침을 만드시는 겁니까?”


“그래. 참고로 네가 어제 하도 먹어대는 바람에 쌀이 다 떨어졌다.”


“이럴 수가···”


처먹이는 바닥에 손을 짚으며 털썩 쓰러졌다.


“괜찮아 먹아. 세 사람이 한 끼 먹을 양은 남아 있어.”


대장금이 엎드려 있는 처먹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괜히 놀랐잖아요. 사형.”


“사부님 말씀이 맞다. 다만, 각자 밥 한 공기 씩이다.”


“예?”


“이참에 밥알 하나하나 천천히 맛을 보아라.”


처먹이가 다시금 좌절하자, 독고 램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대장금은 텃밭에 채소를 따러 갔고,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장을 보러 나왔다.

때마침 장날인지, 장터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다치기 싫으면 비켜라.”


표사들이 이끄는 짐마차의 행렬이 기다랗게 독고 램지와 처먹의 앞에 지나갔다.

짐마차의 수나 크기로 보아 많은 물건을 옮기는 듯했다.


“이 근방에서 이렇게 많은 짐마차는 처음 봅니다 사형.”


“나도 한꺼번에 저리 많이 움직이는 건 처음 본다. 대체 뭘 옮기기에 저러는 건지.”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올까요?”


“됐다 먹아. 어차피 물어도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야.”


독고 램지는 먹이를 데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사형~ 아까부터 쭉 걷기만 하니 배가 고픕니다.”


“먹아! 아침을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느냐.”


“그렇지만··· 걸어다닌 지도 벌써 한시간이고··· 저는 평소에 밥을 세 공기씩 먹는데 오늘 아침은 한 공기밖에 못먹었습니다.”


처먹이가 계속해서 찡찡대자, 독고 램지는 하는 수 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구석에 조그만 식당이 하나 있길래 처먹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이보시오. 여기서 파는 음식이 무엇이오?”


조그만 식당이라 그런지, 늙은 주인이 직접 와서 주문을 받았다.


“저희는 정식 하나만 팔고 있습니다.”


“그럼, 그걸로 주시오.”


식당 내부는 세월이 느껴질 정도로 낡아 있었다.

식탁이며 벽지 심지어 식당 안의 공기마저도 낡은 듯했다.


반면에, 처먹이는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식당에 오고 나서부터는 쭉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잠시 후 음식이 나왔다.

보리밥에 시래깃국, 제육볶음과 나머지 반찬들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독고 램지는 숟가락을 들어, 먼저 국물을 떠먹어 보았다.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국물 맛이, 부드럽게 끓인 시래기와 합쳐지니 일품이었다.


독고 램지가 국물 맛에 감탄하고 있자, 처먹이가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먹어도 된다.”


처먹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려진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먹는 속도가 워낙 빨라 가만히 있다간, 독고 램지가 먹을 게 하나도 남지 않을 듯했다.


독고 램지는 서둘러 제육볶음을 한 젓가락 집어 들었다.

불맛과 함께 양념이 전체적으로 잘 배어든 게 맛있었다.

그리고 보리밥을 한 숟갈 떠먹었다.


독고 램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시래깃국과 제육볶음은 맛있었다.

하지만 보리밥. 독고 램지가 한 숟갈 떠먹은 보리밥 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맛이었다.


“주인장 어르신.”


“부르셨습니까?”


“시래깃국과 제육볶음은 참 맛있었소. 하지만 이 보리밥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소. 밥알의 식감도 좋지 않고, 쿰쿰한 냄새까지나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소.”


“죄송합니다. 저희가 원래 쌀을 쓰다가 급하게 보리밥으로 지으려다 보니...”


“보리밥은 쌀밥 보다 다루기가 힘듭니다. 어쩌다가 보리밥을 쓰시게 된 겁니까 어르신?”


독고 램지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어보았다.


“요 며칠 사이 표국 사람들이 와서는 저뿐만이 아니라, 이 시장에 있는 모든 쌀을 사 갔습니다. 저는 가게에 쓸 쌀만은 남겨두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억지로 돈을 건네며 쌀을 다 가져가더군요.”


“이런 무뢰배들이 다 있나! 먹아! 우리가 오면서 본 짐마차들이 싣고 있던 게 다 쌀이었나보다.”


“그렇슴까?”


처먹이는 적당히 대답하며, 맛없는 보리밥을 잘도 삼켜가면서 먹는 데 집중이었다.


“이거 안 되겠소. 어르신의 쌀과 장터 사람들이 필요한 쌀 모두 제가 찾아오겠소.”


“안됩니다. 소협. 표국 사람들이 쌀을 강제로 사갈 때, 막지 못한 것은 그들이 무림맹의 증표를 내걸고 왔기 때문입니다. 소협께서 그들을 막는다는 것은 무림맹에 대적하는 거와 다름없습니다.”


“무림맹이라 한들 세상 모든 쌀을 독점할 권리는 없소. 이걸 따지지 않는다면 미식파의 독고 램지가 아니오!”


“먹아! 다 먹었으면 그만 가자!”


처먹이는 깨끗이 접시를 비우고는, 배가 부른지 의자에 기대 축 늘어져 있었다.

독고 램지는 그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운 뒤, 식당을 떠나며 늙은 주인장에게 말했다.


“쌀을 되찾아 올 터이니, 다음에는 쌀밥으로 부탁하오.”


독고 램지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먹이와 나뉘어 장터를 다 뒤져 보았지만, 그렇게 길던 짐마차의 행렬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짐마차의 위치를 물어보아도, 정확히 어디로 향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짐마차를 놓치고 말 것이다.

독고 램지는 안절부절못했다.


“저기요?”


복면을 쓴 여인이 다가와 독고 램지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여기 앞을 지나가던 짐마차를 찾는 중인가요?”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소?”


독고 램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여인을 보았다.


“아마 위주표국으로 갔을 거예요. 여기서 남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정말로 고맙소.”


“잠시만요, 표국에 제 지인이 있으니, 도착하셨을 때 이 물건을 총표두께 보여드리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여인은 보자기로 싼 물건을 독고 램지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하오. 돌아올 땐 당신 몫의 쌀도 꼭 챙겨오겠소.”


독고 램지가 서둘러 떠나자, 복면을 뒤집어쓴 여인은 혼자 중얼거렸다.


‘쌀···?’


처먹이와 합류한 독고 램지는 여인에게 들은 대로 남쪽 길로 갔다.

경공술을 이용해 서둘러 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규모가 큰 표국이 보였다.

입구에는 표사 두 명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가 쌀을 운반한 짐마차들이 있는 곳이오?”


독고 램지가 묻자 표사들이 경계하는 눈초리로 물었다.


“소협께서는 혹시 무당파 대사형의 명을 받고 오셨소?”


“아니오. 다만, 총표두와 할 얘기가 있어 찾아왔소.”


독고 램지의 대답에 표사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소협은 우리가 물로 보이시오? 용건이 있으면 여기서 말하시오.”


독고 램지와 표사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말문을 연건 독고 램지였다.


“좋소. 난 여기 있는 쌀을 원래 주인들에게 돌려주려고 왔소.”


독고 램지의 말에 표사들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보시오 소협. 영웅 놀이라면 저기 있는 공터에나 가서 하시오.”


“야! 거기 옆에 아둔하게 생긴 너. 너도 그를 따라 영웅이 되고 싶어서 온 것이냐?”


표사 둘은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다.


처먹이가 한걸음 걸어 나왔다. 그는 표사의 한쪽 다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나를 욕하는 건 상관없어. 난 우둔하니까.”


처먹이는 표사의 다리를 잡고 그대로 휘둘러 벽에다 처박았다.


“하지만···”


다른 표사도 어느 순간 처먹이에게 들쳐 업혀 있었다.


“사형을 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


처먹이는 표사를 대문에다 집어 던졌다.


대문이 박살 나는 소리보다 더 큰 고함소리가 표국 전체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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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1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19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8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79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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