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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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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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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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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DUMMY

“마교놈아! 식칼 하나 들었다고 봐줄 것 같으냐? 사악한 무리에게 베풀 자비란 없다! 곤륜오조께서 너의 피와 살을 대가로 무공이란 무엇인지 직접 지도해 주겠다.”


“곤륜산 흉조가 꽥꽥 소리를 지르는구나.”


“이··· 이놈이!”


진평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얼굴이 시뻘게졌다.


진평이 무릎을 굽혀 다시 한번 뇌조비검을 사용하려던 순간, 그보다 먼저 독고 램지가 진평에게 달려들었다.


보법이 워낙 빨라 순식간에 진평의 눈앞까지 식칼이 왔다.


진평은 급하게 검을 수평으로 들어 막을 수 있었으나. 파죽지세와 같은 독고 램지의 검초가 이어지자, 진평은 방어하기에만 바빠졌다.


독고 램지는 요리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의 사부는 생각이 달랐다.


독고의 성격으로 보아 강호에 나가면 이리저리 시비가 걸릴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독고에게 위급할 때는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도록 보법과 경공 위주로 가르쳤다.


다만, 자존심이 강한 독고에게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선 상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독고도 사부님을 존경하기에 이유를 묻지 않고 배우기에 착실했다.


진평은 어떻게든 거리를 벌려 보려고 했으나, 독고 램지의 보법과 신법이 한 수 위였다.


그렇다면 검법으로 승부를 보아야 했으나, 독고 램지의 검법도 만만치 않았다.


독고 램지가 무공을 배울 때, 유일하게 흥미가 갔던 것이 검법이었다.

요리하는 사람은 항상 식칼을 다루기 때문에, 독고 램지는 일부러 식칼같이 짧은 칼로 쓰는 검법을 배웠다.


객잔 주방에 있던 식칼로도 충분히 검초를 펼쳐 검과 맞설 수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서로 가까이 붙어서 검초를 교환하니, 검이 식칼과 비교해 가지는 길이의 이점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독고 램지가 진평을 밀어내는 그림이었다.


반면 진평의 뇌조비검 같은 경우 하늘 높이 뛰어올라 내려찍는데에 그 정수가 있다. 하지만 독고 램지가 딱 달라붙어 진평이 높이 뛸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만약, 곤륜오조 다섯이 뇌조비검을 펼쳤더라면 독고 램지는 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대일의 대결에선 쉴 새 없는 공격으로 뇌조비검의 초식이 펼쳐지기도 전에 저지 할 수 있었다.


마치 새가 날아오르기 전, 양 날개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형국이었다.


뇌조비검이 봉쇄되자 진평을 당황하여 어떻게든 독고 램지를 떼어 내려고 칼을 휘둘렀지만, 흥분한 탓인지 검초가 예리하지 못하여 빈틈이 많이 생겼다.


독고 램지는 그 틈을 본능적으로 놓치지 않았다.


“아악!”


독고 램지의 식칼이 진평의 똥꼬에 박혔다.


“닭을 손질할 때는 먼저 이 냄새 나는 똥꼬부터 손질해야 하지.”


진평은 똥구멍이 찢어지는 고통에 그만, 쥐고 있던 칼을 놓치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다음이 다리, 날개, 가슴을 순서대로 분리해야 하나. 이거 재료의 상태가 영 이래서야.”


독고 램지는 칼등으로 진평의 다리, 팔, 가슴을 자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진평은 똥꼬를 부여잡은 채로 울부짖었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 마교놈아! 곤륜오조 형제들이 내 복수를 해줄 것이다!”


“내가 왜 당신을 죽여야 하오? 내가 관심 있는 건 오직 미식뿐이오.”


독고 램지는 쓰러져 있는 진평을 지나쳐 객잔 앞에 있는 노수부에게로 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수부형. 재료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도중에 요리를 바꿨소. 흙먼지를 뒤집어쓴 곤륜 거지닭이오.”


“동생이 직접 해준 거라면 닭갈비든 거지닭이든 뭐든 좋소.”


“고맙소. 역시 수부형이오.”


독고 램지는 노수부에게 포권을 취한 뒤

뒤를 돌아 다시 진평에게로 갔다.


진평은 여전히 똥꼬가 찢어진 고통에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진평. 아까도 말했듯이 내가 추구하는 건 미식의 길이오. 괜한 오해와 원한을 사다가는 미식도에 정진하기 힘들 테지.”


독고 램지는 품에서 약을 꺼내 자신의 어깨에 바르고는 남은 약을 진평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것은 우리 사부님께서 약재를 조합하여 만드신 후시진이오.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상처 부위에 바르시오. 보름 정도 지나면 완치될 것이오.”


“고맙소···”


진평은 바지를 내려 약을 엉덩이에 발랐다.

독고 램지는 그 모습을 굳이 두 눈으로 보기가 싫어 즉시 고개를 돌렸다.


“먼저 시비를 걸어온 사람을 치료까지 해주다니. 역시, 독고 동생은 다른 강호인들과는 사뭇 다르오.”


객잔 밖으로 걸어 나온 노수부가 말했다.


“아까 진평이 물었을 때 미식파라고 소개했지만. 실상은 사부님과 나 그리고 사제. 이렇게 음식을 좋아하는 셋이 함께 모여 사는 것에 지나지 않소. 강호인이라 말하기도 웃기지요.”


독고 램지는 겸연쩍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동생이 진평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니, 분명 훌륭한 사부님을 둔 것 같소. 동생의 사제도 뛰어난 인물임이 틀림없겠지.”


“사부님은 내가 누구보다 존경하는 인물이오. 다만, 사제 녀석은 먹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녀석이오.”


“그거참 사제에 대해선 평가가 박하구려.”


“수부형도 직접 녀석을 보면 이해가 될 거요. 그나저나 혹시 식사는 하셨소? 이왕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나와 같이 사부님이 계신 곳으로 갑시다. 내가 강호의 객잔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사부님 실력에 반도 따라오는 곳을 보지 못했소."


“그거참 기대되오. 하지만 내가 가는 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닌지.”


“그런 소리 마시오. 수부형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나 다름없소. 은인에게 밥 한 끼 정돈 대접 할 수 있게 해주시오.”


“알았네. 알겠어. 독고 아우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구먼.”


“후후, 당연하오.”


독고 램지는 앞장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노을이 발갛게 하늘을 물들였다.

서쪽에서 날아온 칠흑 같은 까마귀들이

석양을 앞에 두고 밤의 도래를 알리듯 우짖었다.


“독고 동생.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이나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봐야 할 것 같네.”


“객잔 일에 관한 거라면 관두시오 수부형.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나의 사부님께 요리를 배우는 것이 훨씬 이득이오.”


“객잔과는 상관없는 일이네. 나도 마음 같아서야 동생의 스승님께 인사를 올리고 싶지만, 곤란한 일이 생겨서 말일세.”


“그렇습니까··· 수부형과 나는 분명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날 찾으시오.”


“고맙네. 나 역시도 그리 생각한다네. 동생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거든 내가 두발 벗고 도와주겠네. 식칼 정도야 몇백 개는 던져줄 자신 있네.


“그 정도의 식칼이면 천군만마보다 더 든든하오. 수부형 다음에 또 봅시다!”


“독고 동생. 다음 만남을 기대하네!”


두 사람이 길을 달리 가고 어느덧 밤이 내려왔다.

어두 컴컴한 숲길을 걷고 있던 노수부의 앞에 사람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교주님. 찾고 있었습니다.”


그림자는 정체를 드러내 무릎을 꿇더니 인사를 올렸다.


노수부는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갔다.


무릎 꿇고 있는 자의 목을 손아귀로 잡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별거 아닌 일이라면, 네놈의 목을 부러트리겠다.”


“무림맹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거야 늘 있던 일이 아니더냐!”


손아귀의 악력이 더욱더 강하게 목을 조여왔다.


“저희의··· 총본산 위치를··· 배신자가···”


“배신자? 이제야 좀 흥미가 가는군.”


노수부가 손아귀 힘을 풀어 놓아주자,

목을 졸린 남자는 캑캑거리며 숨 고르기에 바빴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객잔에 가도 없길래 한참을 찾았잖아요!”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노수부의 앞에 소녀가 나타났다.


“단아구나. 내 깜빡하고 네게 언질을 준다는 걸 잊었구나.”


조금 전까지의 숨 막힐 듯한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노수부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웃음 지으며 말했다.


“뭐라구요!? 설마 내기에서 질까 봐 도망가신 건 아니겠죠?”


“후후. 그럴 리가.”


노수부는 단아라고 부른 소녀에게 은자가 든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정말 점소이 일을 하면서 번 돈이 맞나요?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속이려는 건 아니겠죠?”


소녀는 주머니를 열어 보더니,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 왔다.


“마교 교주 진천오의 이름을 걸고 말하마. 그 돈은 내가 점소이로 일하며 번 돈이 맞다.”


노수부는 소녀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뭐··· 좋아요, 제가 내기에서 졌어요 백부님. 원하시는 걸 하나 들어드리죠.”


“음··· 그렇다면 단아야. 여기서 동쪽으로 가서 독고 램지라는 청년을 찾거라. 그의 곁에서 그가 쓰는 무공을 유심히 관찰하거라. 때가 되면 다시 너를 부르리다.”


“좋아요. 그런데, 진 교주님. 독고 램지라는 사람의 무공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소녀는 일부러 백부를 호칭으로 부르며 도발적인 질문을 하였다.


“그렇지는 않다. 나와 그가 진심으로 겨룬다면, 그는 세 합을 버텨내지 못할 것이야. 다만, 그의 무공이 신묘한 것이 출처가 궁금하더구나.”


“알았어요. 하지만 만약 그 남자가 색정광에 나를 함부로 대하려는 기색이 든다면 곧바로 죽여버릴 거에요.”


“네 맘에 안 든다면 그렇게 하여라.”


노수부가 말을 마치자. 소녀는 곧바로 숲길을 따라 동쪽으로 향했다.


남자는 어느새 자세를 갖춰 무릎을 꿇고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수부는 자기 얼굴에 붙어있는 가짜 가죽을 뜯어냈다.


환한 보름달 아래, 독고 램지가 알 리 없는 얼굴이 드러났다.


‘독고 동생. 다음에 만날 땐 아마···’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마교 교주 진천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노을이 끝을 다 태우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독고 램지는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가니 사제 ‘처먹’이 나와 독고 램지를 맞이해 주었다.


“여~ 독고 사형~ 어서 오고.”


“먹아?”


독고 램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음 들어보는 희한한 말투였다.


“이상하다? 동네 아이들이 요즘 이렇게 인사하는 게 유행이라던데.”


처먹이는 사형의 반응이 밋밋하자, 머리를 긁적였다.


“관두거라.”


독고 램지는 머리가 지끈 아파져서 이마를 감싸 쥐었다.


“독고야.”


청아한 목소리가 독고 램지의 귀에 들어왔다.

그의 스승 대장금이 옅은 미소와 함께 독고 램지를 맞아주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희고 고운 피부는 소녀와 같았다.

독고 램지가 중원을 돌아다니면서 사부님만 한 미인은 본 적이 없었다.


“스승님!”


독고 램지는 한걸음에 대장금의 앞으로 뛰어갔다.


반면, 독고 램지가 다가오자 대장금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어깨는 어쩌다 다쳤니?”


대장금은 천으로 감싸 놨던 독고 램지의 상처를 알아보고,

속상한 듯이 나직하게 물어왔다.


“별거 아닙니다.”


독고 램지는 가볍게 다친 팔을 움직여보며,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래...”


대장금은 쓸쓸한 뒷모습으로 돌아섰다.

독고 램지는 당황한 나머지 대장금을 앞질러 가서는,

그녀 앞에서 이리저리 손짓 발짓을 해가며, 오늘 있었던 일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대장금은 작게 웃음이 나왔다.


“진작에 다 얘기해주면 좋았잖니.”


“그렇지만···”


독고 램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하지 못하는 사이. 뒤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부님. 사형. 배가 너무 고픕니다.”


여태까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처먹이가 배를 부여잡은 채로 왔다.


“그래. 독고야 저녁은 먹었니?”


대장금이 미소를 띠며 물어 왔다.


“아직 안 먹었습니다.”


“그럼 내가 차릴 테니 안에서 먹이랑 쉬고 있어.”


“아닙니다. 스승님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독고 램지가 먼저 주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대장금이 그의 옷 끝을 잡았다


“넌 어깨를 다쳤잖니. 가만히 방에서 쉬렴.”


대장금은 말하고 주방으로 갔다.


“그래요. 사형. 사부님은 제가 돕겠습니다.”


처먹이가 사부님을 따라가려 하자,

독고 램지는 서둘러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먹아. 넌 요리를 하는 것보다 재료를 더 많이 먹지 않느냐. 주방으로 가지 말고 내 곁에 딱 붙어 있거라.”


***


함께 저녁을 먹은 뒤, 독고 램지는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보름달이 둥글게 차오른 걸 보니,

스승님의 생신까지 딱 한 달이 남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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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화 - 결혼식 21.06.15 17 0 11쪽
22 22화 - 건곤일척 21.06.13 14 0 11쪽
21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6 0 11쪽
20 20화 - 새로운 검 21.06.09 20 0 13쪽
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18 18화 - 행방불명 21.06.07 18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1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20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8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80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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