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97
추천수 :
22
글자수 :
120,714

작성
21.06.03 19:14
조회
25
추천
0
글자
11쪽

15화 - 마교의 두 남자

DUMMY

“흥, 애송이가.”


민기훈은 붙잡힌 팔을 돌려 독고 램지의 가슴팍을 쳤다.

그 충격에 독고 램지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한가지 느낄 수 있던 건 그는 확실히 다른 장로들보다 강했다.


“괜찮아요?”


민초단이 달려와 부축해주었다.


“괜찮소. 별거 아니오.”


민기훈은 독고 램지를 무시한 채, 시선을 장부슬에게 돌렸다.


“그나저나 네가 첩자였을 줄이야. 갈 데 없는 것을 거두어 주었건만. 배은망덕한 년.”


장부슬을 쌍검을 교차 시켜 내리치는 검을 간신히 막아냈다.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인간의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어째서 우리 스스로 마교라 칭하는지 모르느냐? 마를 행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민기훈은 검에 내공을 주입시켜 장부슬을 날려버렸다.


“꺄악!”


“장 낭자!”


독고 램지는 서둘러 달려가 그녀를 받아냈다.

자세히 살펴보니 쌍검을 쥐고 있던 살갗이 다 찢어져 있었다.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해라.”


그의 손짓에 포위하고 있던 수많은 마교들이 거리를 좁혀왔다.


“먹아! 너는 장 낭자의 상처를 봐주거라.”


“사형은요?!”


“이깟 잡졸들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독고 램지는 낚싯줄 끝에 식칼을 단단히 묶었다.


“저도 도울게요.”


“단아. 당신 스스로 식구를 해치게 둘 순 없소.”


“칼을 들고 덤벼오는 식구가 세상에 어딨나요?”


“알겠소. 다만 여기는 나에게 맡겨 주시오.”


독고 램지는 낚싯대를 휘둘렀다.

강한 내력이 담긴 낚싯줄은 마치 채찍과도 같았다.

줄 끝에 매달린 식칼이 매서운 기세로 날아가 마교인들을 베었다.


선혈이 자욱하게 안개를 피웠다.

정확히 손과 발의 힘줄이 끊어진 마교인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졌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났다.


“그대야말로 마교에 어울리는 인재야. 딸아이가 사윗감 하나는 잘 데려왔군”


“닥쳐요! 나를 딸이라 부르지 마세요 역겨우니까!”


민기훈은 그녀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게, 어째서 목을 베지 않았지? 왜 팔다리의 힘줄만 잘라 살려 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군.”


“굳이 죽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소.”


“자네도 형님과 같은 부류인가···”


민기훈은 냉소를 지으며, 발밑에 쓰러져 있는 마교도의 머리를 걷어찼다.

터져 나온 피가 민기훈의 하얀 바지에 튀었다.

그는 검으로 피가 묻은 부분을 말끔히 잘라냈다.


“대체 왜···?”


“팔다리가 병신인 녀석들은 마교에 필요 없다.”


“당신 부하였잖아···?‘


“그게 어쨌다는 거지?”


독고 램지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전력을 담아 민기훈에게 낚싯대를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하늘을 찢는 듯했다.

식칼은 순식간에 민기훈의 눈앞까지 날아갔다.


민기훈은 진기를 모았다.

동체시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날아오는 식칼을 쳐냈다.

곧바로 검초를 이어 낚싯줄마저 끊어냈다.


공격이 막혔음에도 독고 램지는 당황하지 않았다.

낚싯대를 놓고, 손바닥에 내력을 실어 장을 날렸다.

민기훈도 그에 맞춰 장력을 날렸다.


두 기운이 맞부딪혔다.

서로가 전력을 다해 내공을 끌어다 썼다.

하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었고, 둘의 장력은 상쇄되어 사라졌다.


“하아, 하아···”


독고 램지의 숨이 거칠어졌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의 전투를 했는지 모른다.


내공은 이미 바닥났다.


오직 정신력만으로 두 다리를 버티고 있었다.


반면에 민기훈은 멀쩡해 보였다.


그도 마찬가지로 내공은 바닥나 있었다.

하지만 육체적 피로가 독고 램지보다 덜했다.


민기훈은 남은 힘을 쥐어짜내 검을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민초단과 처먹이가 놀라,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민기훈의 검이 독고 램지의 가슴을 찔렀다.


“독고 동생. 고생 많았소.”


검의 칼끝이 멈췄다.

누군가 맨손으로 검을 쥐어 칼날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아도 전혀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왠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끝까지 저를 방해하시는 겁니까 형님···”


“미안하다.”


형님이라 불린 자는 힘을 주어 검을 부러트렸다.


“백부님! 괜찮아요 당신?”


뒤늦게 달려온 민초단이 독고 램지를 눕혀주었다.

다행히 상처가 얕아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단아야, 네게도 미리 사과하마.”


교주 진천오는 한 발짝 민기훈의 앞으로 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동생.”


“부디 전과 같은 모습으로, 저를 죽여주십시오.”


“···알겠네.”


진천오는 자비 없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등을 뚫고 나온 손끝에는, 핏방울이 맺히고 떨어졌다.


“고맙···습니다···”


진천오는 끝까지 냉혹한 얼굴을 유지했다.

죽어가는 그가 바라던 대로.


“백부님···”


“날 원망하거라 단아야.”


“아니에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미 제 아버지도 돌아가신 거나 다름없어요.”


“그가 이렇게 된 건 내 탓이다. 마교를 방치하며 강호를 떠돌아다니던 내가 그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였겠지···”


“오늘부로 마교를 해산하겠다.”


***


독고 램지가 눈을 뜬 건 익숙한 천장이었다.


마교의 본거지.


장부슬에게 안내받은 방이었다.


누운 채로 가슴을 쓸어보았다.


검에 찔린 상처가 붕대로 감겨있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마지막 기억에는 민초단이 ‘누군가’를 백부라고 불렀던 것 같다.


“독고 동생. 일어났는가?”


문이 열리며 교주가 들어왔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동생의 도움을 받은 거나 다름없으니 신경 쓰지 말게.”


교주가 가볍게 인사하자 손에 쥐고 있는 식칼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내가 준 식칼을 여태껏 들고 다니다니, 독고 동생의 마음에 어떻게 보답해야 될지 모르겠네.”


“설마··· 수부형···? 하지만 얼굴이···”


진천오는 가죽 같은 것을 얼굴에 붙이며 말했다.


“이러면 좀 비슷한가?”


“수부형이 마교 교주였군요!”


“그렇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일세.”


“네?”


“자네는 기절해 있던 터라 못 들었나 보군. 오늘 마교를 해산시키기로 했네.”


“무림맹은요? 그들과는 아직 전쟁 중이잖아요?”


“그들도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 전쟁을 그만두고 산을 내려가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네.”


“다행이군요.”


“그러니 자네도 상처가 나으면 단아와 함께 이곳을 떠나게.”


“형님은요?”


“나는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겠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교를 해산시킨 속죄라고 해야겠지.”


진천오는 표정을 바꿔 화제를 전환했다.


“그것보다 자네와 단아의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역시 수부형께서 보내신 겁니까?”


“그렇네. 단아를 전쟁에서 멀리 떨어트릴 셈도 있었지만. 자네라면 단아와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 생각했어.”


독고 램지는 그녀와의 일이 생각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고개를 돌려 그녀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단아는 자네의 상처에 바를 약을 찾으러 갔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곧바로 문이 열리고 민초단이 들어왔다.


“백부님! 그는 아직 누워서 쉬어야 한다구요.”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하하하! 독고 동생. 늙은 백부는 이미 젊은 낭군에게 밀려났나보오.”


진천오는 통쾌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민초단은 얼굴이 달아올라 대꾸하지 못했다.

말없이 독고 램지의 붕대를 풀어 상처 부위에 약을 발라주었다.


“참, 독고 동생. 이 낚싯대 말인데. 관심이 있으면 진양호로 가보시오. 거기에 낚시에 미친 노인이 하나 있는데 이걸 보여주면 사족을 못 쓸 거요.”


“이게 그렇게 대단한 물건입니까?”


독고 램지는 장터의 평범한 가게 주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자세한 내력은 그 노인네가 나보다 더 자세히 알려줄 거요.”


진천오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었다.

상처가 호전된 독고 램지는 누워있기도 답답하여 밖으로 산책을 나왔다.


해산 명령이 내려져 그런지 주변이 한적했다.

시원한 밤공기가 불었지만, 마음은 통 개운해지지 않았다.


마교는 해산되었고, 무림맹은 갈라졌다.


이게 옳은 일인가 아닌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장부원. 모든 게 그 녀석의 입맛대로 되었다.


그들은 제3 세력으로 강호에 떠오를 것이다.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바꿀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


우선 민초단.

그녀는 어떻게 할까?

이곳에 남을까? 남는다면 잡을 방법이 없다.

만약 따라온다면? 그녀를 사부님께 소개해 드려야 하는데···

그 생각을 하니, 무림맹이니 제3 세력이니 하는 것보다 더 머리가 아파왔다.


“아으···”


“독고 램지님?”


뒤를 돌아보니 장부슬이 어느샌가 와 있었다.


“아, 장 낭자 무, 무슨 일이오?”


독고 램지는 당황하여 말을 떨었다.


“괴로운 표정을 짓고 계시길래···”


“내가 그랬소? 하하하···”


어색하게나마 웃어 보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렇게 된 이상.

속내를 털어놓기로 했다.


“불안하오. 앞으로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역시··· 저희를 믿지 못 하시는 겁니까?”


“낭자는 믿소. 다만, 장부원 그 녀석은 믿지 못하겠소.”


“거기엔 동감합니다.”


장부슬은 웬일로 미소를 지었다.


“독고 램지님.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기억하오. 내가 좌절하고 있을 때, 낭자는 정신 차리라는 말을 했소.”


“그다음은요?”


“내가 잘하고 있다며, 가야 할 길은 낭자가 이끌어 준다 했소.”


“독고 램지님. 당신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단아···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소.”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


“지금 말이오?”


“네. 교주님께도 허락받은 사이니, 이 시간에 찾아가셔도 문제 될 건 없다 봅니다.”


독고 램지는 생각해보았다.

역시 혼자서 끙끙 앓는 것보단, 속 시원히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고맙소 낭자. 내 바보 같은 것을 여태까지 고민하고 있었구려.”


“어서 가보십시오. 그녀 역시 고민하고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알겠소. 낭자도 밤길이 어두우니 조심해서 들어가시오.”


장부슬은 미소로 그를 배웅해 주었다.


그는 이미 저 멀리,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데도,

장부슬은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화 - 결혼식 21.06.15 17 0 11쪽
22 22화 - 건곤일척 21.06.13 14 0 11쪽
21 21화 - 황실 대장군 21.06.10 17 0 11쪽
20 20화 - 새로운 검 21.06.09 20 0 13쪽
19 19화 - 검강 21.06.08 19 1 11쪽
18 18화 - 행방불명 21.06.07 18 0 11쪽
17 17화 - 강호의 마지막 괴물 21.06.06 18 0 11쪽
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2 0 12쪽
»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6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13 13화 - 한빙장 21.05.31 22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20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9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80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7 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