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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김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의 미식파 독고 램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짭짤한김
작품등록일 :
2021.05.15 18:27
최근연재일 :
2021.06.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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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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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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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한빙장

DUMMY

“독고 램지님. 준비는 되셨나요?”


아침이 되자 장부슬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마교의 옷 안에다 무림맹의 도복을 껴입었다.


“다 되었소.”


둘은 방을 나선 뒤, 곧장 장부슬을 따라갔다.


커다란 강당이 나왔고, 그 안에는 마교 사람들로 이미 북적였다.


곧이어 민초단의 백부이자, 마교의 교주가 단상에 올라섰다.


“오합지졸 같은 무림맹은 벌써부터 자기들끼리 잘못을 탓하며 내분이 일어났소. 지금이야말로 저 더러운 위선자들을 무림에서 쫓아낼 때요!”


교주의 연설이 있자, 마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에는 전투에서 팔을 잃은 자도 있었고, 눈이 한쪽 실명된 자도 있었다.


그들은 교주를 원망하기는커녕, 오히려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장 낭자. 정말 마교가 교주파와 반교주파로 나뉜 게 맞소?”


상황을 지켜보던 독고 램지는 의구심에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현재 강당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교주파의 사람이고, 일부는 반교주파에서 구색을 맞추는 용도로 보낸 사람들입니다.”


장부슬을 막힘 없이 설명했다.


“실제로, 한냉수 역시 이 자리에 오지 않았습니다.”


한냉수. 초상화에 그려진 반교주파의 인물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장부슬의 말대로 그는 보이지 않았다.

교주파의 인물이었다면, 교주님이 연설하는 데에 빠질 이유가 없었다.


독고 램지는 찬찬히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봐두었다.

적어도 민초단과 교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


연설이 끝나자 곧바로 행군이 시작되었다.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장부슬과 같이 행동했다.


그들의 역할은 마교의 선두가 무림맹과 싸우기 시작하면, 혼란스러운 틈을 타 무림맹의 옆구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만큼 장부슬의 실력이 뛰어나기에,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겼을 거라 생각되었다.


“장 낭자가 이 정도로 마교의 신뢰를 받고 있을 줄이야··· 짐작은 했지만 좀 놀랐소.”


“저는 그저 자신을 증명하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독고 램지의 칭찬에도 장부슬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묵묵히 말했다.


“낭자. 옷은 언제 갈아입으면 되나요?”


처먹이가 긴장한 듯이 장부슬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따로 신호를 드리겠습니다. 그때 두 분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환복해주시면 됩니다.”

“만약 환복하는 모습이 발견되었을 경우. 그자가 마교이건 무림맹이건 반드시 죽여, 입을 막으셔야 합니다.”


“명심하겠소. 괜한 사람을 죽일 순 없으니.”


“그래봤자 겉에 입고 있는 옷을 벗는 것뿐인데, 설마 들키겠습니까?”


처먹이는 긴장을 풀어 보려는 지,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먹아.”


먹이가 긴장하는 건 이해하지만, 중요한 순간일수록 진지해지는 독고 램지였다.


이제 슬슬 멀지 않은 곳에서 불모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에 무림맹의 일원들이 모여 있을 것이다.


독고 램지는 어렴풋이 무당파 유태종의 얼굴이 떠올랐다.

길지는 않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함께 쌀을 운반하며 친해졌다.

자신이 만든 감자튀김을 먹고 놀라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했다.


잠시 후 전투를 알리는 나팔이 울리고, 마교의 선봉과 무림맹의 선봉이 싸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인가···”


독고 램지는 개인 대 개인으로는 많이 싸워봤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집단전은 처음 이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비명소리, 무기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전투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의 전율이 느껴지는데, 그 중심에 선다면 얼마나 떨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사형···”


처먹이도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목소리 끝이 살짝 떨려왔다.


장부슬은 짝 하고 박수를 쳐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두 분, 진정되셨다면 이제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정보에 따르면 한냉수는 마교의 우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있는 곳은 좌측이니,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전장을 가로질러 무림맹 사이로 지나가야 합니다.”


“반대편에 도착하면 저는 무림맹과의 싸움에 집중 해야 하니, 두 분께선 옷을 갈아입고 한냉수를 찾아 죽이시면 됩니다.”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고개를 끄덕여 각오를 다짐했다.


그들은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싸우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언덕을 넘으니 마교와 무림맹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정신없이 상대를 죽이거나, 상대에게 당해 죽어가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장부슬은 거리낌 없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단검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무림맹의 일원들을 베어나갔다.


그녀를 따라 독고 램지와 처먹이도 전장 속으로 들어갔다.


무림맹 일원의 검이 곧장 독고 램지를 향해왔다.

독고 램지는 어쩔 수 없이 장력을 발휘해 그를 날려버렸다.

적당히 힘 조절을 하였으나, 장력을 맞은 무림맹 일원은 멀리까지 튕겨 날았다.


처먹이도 달려드는 무림맹 일원을 엎어 치거나 던지고 있었다.


여기서 발이 묶이면 안 되기에, 그들은 싸우는 것보단 달리는 것 위주로 싸웠다.


하지만 너무 강했던 탓일까. 오히려 무림맹의 주의가 독고 램지 쪽으로 쏠렸다.


무림맹은 진을 펼쳐 독고 램지와 처먹이 그리고 장부슬을 가두었다. 진법이 오묘해 하나를 쓰러트리려 하면 그 옆에서 셋이 나와서 방해했다.


독고 램지는 낚싯대를 꺼내 낚싯줄에 내력을 불어 넣었다.

한 번에 십여 명의 사람들을 묶어 저 멀리 던져버렸다.


독고 램지의 기괴한 무공에 무림맹의 진법에 틈이 생겼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독고 램지 일행은 곧장 틈이 난 곳으로 빠져나갔다.


“사형! 그런 무공은 언제 배운 겁니까?”


처먹이는 사형의 처음 보는 무공에 놀라서 물어왔다.


“지금은 달리는 데 집중하자꾸나.”


독고 램지는 한시라도 빨리 전쟁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진법을 뚫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수월하게 반대편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이 근처에 한냉수가 있을 것입니다. 뒷일은 맡기겠습니다.”


장부슬은 말을 마치자마자, 무림맹의 앞으로 달려들어 시선을 끌었다.

그 틈에 독고 램지와 처먹이는 작은 언덕 밑으로 내려가서,

겉에 입고 있던 마교의 옷을 벗었다.


다행히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전투에 정신이 없는지, 언덕 밑까지 그들을 발견하러 온 자는 없었다.


처먹이는 둘이 입고 있던, 마교의 옷을 짐가방에다 쑤셔 넣고는 돌무더기 뒤에다 숨겼다.


겉옷을 벗고, 안에 입고 있던 무림맹의 옷이 드러나니, 누가 봐도 무림맹 일원처럼 보였다.


둘은 서둘러 언덕을 올라가 마교와 싸웠다.

그들이 교주파인지 반교주파인지 구분할 방법은 없었다.


독고 램지는 그저 빨리 한냉수를 죽이고, 전쟁을 멈추고 싶었다.


그 순간, 싸늘한 기운이 독고 램지를 향해 날아왔다.

독고 램지는 재빨리 보법을 사용해 피했지만,

그가 상대하고 있던 마교도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내 한빙장을 피하다니 놀랍구나. 이름을 말해 보아라. 무림맹의 청년.”


어제 초상화로 보았던 얼굴. 한냉수였다.


“교주마저 배반하려는 자에게 알려줄 이름 따윈 없다.”


“넌··· 살려두어선 안 되겠구나.”


독고 램지의 도발에 한냉수가 살의를 드러냈다.


그는 이번에 다리를 노리고 한빙장을 날렸다.

독고 램지는 이번에도 피할 수 있었지만, 바닥이 얼어붙어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냉수는 다시 한빙장을 날렸다.

독고 램지도 똑같이 손을 펼쳐 장력을 날렸다.


두 기운이 서로 맞붙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결국 독고 램지의 장력이 한빙장을 밀어냈다.


“컥!”


밀려 나온 장력이 한냉수의 가슴을 강타했다.


“이럴 리가 없어··· 내가 10년 동안 연마한 한빙장이··· 너 같은 애송이한테!”


입에서 작게 피를 흘리며 한냉수는 노기 섞인 눈빛으로 독고 램지를 노려봤다.


“10년 동안 헛공부하신 듯하오.”


독고 램지는 썩은 미소를 보이며 한냉수를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이놈!!”


한냉수는 눈이 돌아 사정없이 한빙장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독고 램지도 장력으로 맞상대하니 그 위력이 아까보다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독고 램지의 장력이 우위였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장력을 맞부딪혔으나, 먼저 내공이 바닥난 건 한냉수였다.


“이게··· 무슨···”


한냉수는 좌절했다.

자신이 평생을 모아온 내공이 새파란 젊은이보다 못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고 싶소. 그대는 어째서 반교주파에 들어간 것이오?”


독고 램지가 묻자, 한냉수는 처량하게 웃었다.


“교주가 마교를 진심으로 이끌었다면, 그를 따랐겠지. 하지만 교주는 예전 같지 않다!”


그는 말하다 보니 울컥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부인이 죽고 나서, 교주는 정처 없이 강호를 떠돌기만 했다. 지금도 그저 명목상으로 마교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것에 지나지 않아!”

“그분만이 진심으로 마교를 위해 헌신하신다. 교주의 자리는 그분에게 더 어울린단 말이다!”


한냉수는 안에 있던 걸 다 쏟아내듯이 말했다.


“그분이라니? 대체 누굴 말하는 것이오?”


독고 램지가 묻자, 한냉수는 곧바로 혀를 깨물었다.

입에서 피가 주륵 흘러내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독고 램지는 서둘러 맥박을 재보았으나 이미 한발 늦었다.


“젠장···”


어쩌면 ‘그분’이라는 사람만 어떻게 하면 마교 내분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냉수가 죽고 그 실마리가 사라졌다.


“사형?”


마교의 잔당을 다 제압한 처먹이가 와서 독고 램지를 살폈다.


“한냉수는 죽었다. 장 낭자를 찾아서 돌아가자.”


“네···”


독고 램지의 기운 없는 모습에 처먹이는 마땅히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둘은 옷을 숨겨 두었던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먹아 잘 찾아보아라. 분명 여기 어딘가에 숨겨두지 않았느냐?”


“어라···? 이상하다. 분명, 이 근처였는데?”


처먹이는 돌무더기를 다 뒤져보며 말했다.


“혹여, 그대들이 찾는 것이 이것 아니오?”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무당파 유태종이 숨겨놨던 짐가방을 들고 있었다.


“유 대협!”


독고 램지는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아주려다 걸음을 멈췄다.

하필이면 짐가방에 들어 있는 것이 마교의 옷이었다.

그가 자신을 마교로 오해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독고 램지는 장부슬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환복하는 모습이 발견되었을 경우. 그자가 마교이건 무림맹이건 반드시 죽여, 입을 막으셔야 합니다.’


독고 램지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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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 기습 그리고 죽음 21.06.05 31 0 12쪽
15 15화 - 마교의 두 남자 21.06.03 25 0 11쪽
14 14화 - 구출 21.06.01 17 0 11쪽
» 13화 - 한빙장 21.05.31 22 0 11쪽
12 12화 - 민트초코 21.05.29 26 0 12쪽
11 11화 - 목적과 이해관계 21.05.28 22 1 13쪽
10 10화 - 좌룡산장 21.05.27 20 1 11쪽
9 9화 - 무림맹으로 가는 길 21.05.26 24 1 11쪽
8 8화 - 인연은 깊어져 가고 21.05.25 26 1 12쪽
7 7화 - 독광침 21.05.24 27 1 11쪽
6 6화 - 폭풍전야 21.05.22 33 1 11쪽
5 5화 - 숲에서의 밤. 21.05.21 48 1 13쪽
4 4화 - 고집 또는 대의 21.05.20 47 1 12쪽
3 3화 - 쌀의 행방 21.05.19 57 1 11쪽
2 2화 - 보름달이 빛나는 밤 21.05.17 80 4 13쪽
1 1화 - 독고 램지 +2 21.05.15 16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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