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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혈랑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했더니 세상이 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박현수™
작품등록일 :
2024.09.04 15:53
최근연재일 :
2024.09.10 20:1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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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수 :
84,019

작성
24.09.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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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11

DUMMY

위쪽에 있는 섬들부터 싹 뒤지면서 내려오자는 생각으로 장봉도를 시작으로 위로 있는 주문도, 볼음도를 찾아갔다.


장봉도는 괴물천지였지만, 다행히 주문도나 볼음도는 사람들이 괴물 걱정 없이 지내고 있었다. 섬이 작은 만큼 유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적었던 것이다.


“저기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바깥은 지금 어떻습니까?”

“낮이고 밤이고 굶주린 괴물들이 사방으로 돌아다니고 있어서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전혀 못하는 실정입니다. 대부분 잡아먹혔는지 본 사람들도 몇 없었고요.”

“하아, 끔찍하군요.”


자신들이 바깥 상황을 알려주는 대신, 섬사람들은 여러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진을 확인하고 정보를 교환하게 해 주었다. 이곳에도 외지 사람들이 꽤나 들어와 있어서 가족들을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서였다.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뇨. 확인해 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재희가 진혁에게 다가왔다.


“저 사람이 마지막이지?”

“어.”


그늘진 지혁의 모습은 재희가 보기에도 기운이 너무 없어 보였다.


“뭐야, 이제 겨우 섬 몇 개 돌았어. 벌써 그렇게 축 처지기야?”

“훗, 그래. 그럴 수야 없지. 이제 시작인데.”


두 사람은 지도를 펼쳤다.


“연평도하고 백령도도 가봐야겠지?”

“이 두 섬은 해병대가 주둔해 있어서 어쩌면 이 대한민국 땅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 수도 있어. 괴물을 만난 후로 도망쳤으면 이 두 곳으로 갔을 가능성도 커.”


신도와 모도에 사람들을 내려준 선장들이 괴물의 유무를 살펴보기 위해 사람들을 이용한 걸 떠올리면 그곳으로 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빼먹을 수도 없었다.


“전화만 되었어도 간단히 여기저기 물어볼 수 있는 건데. 그게 가장 아쉬워.”

“전화는 언제부터 안 된 거야?”

“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한 열흘 동안은 잘 됐던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완전 먹통이 되더라고.”

“그래도 군인들이면 통신 관련 장비들이나 위성전화 같은 걸 가지고 있을 거야. 어쩌면 벙커나 다른 군사시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을지도 모르고. 거길 가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떠나려고 바다에 도착하니 하늘이 영 심상치 않았다. 파도가 강하고 부슬비도 내렸다.


재희는 이대로 바다로 나가기엔 상당히 위험하다고 느꼈다.


“오늘은 가기 힘들겠는데?”


섬사람 하나가 다가오더니 충고했다.


“어휴, 그 작은 배로 이런 날 바다에 나갔다간 큰일 나죠. 더군다나 돛을 단 배이면, 순식간에 배가 뒤집어질 겁니다.”


재희가 여전히 의지를 굽히지 않고 바다를 바라보는 진혁을 붙잡았다.


“말 듣자. 응?”

“후우, 그래. 알았어.”

“비 맞는다. 얼른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 있어. 난 이참에 힘 좀 모아 볼게.”

“이 날씨에? 야, 너 그러다가 번개 맞아.”

“맞으면 더 좋고.”


재희는 지혁에게 강한 전력이 더 큰 힘이 된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아, 맞다. 전력이 클수록 힘 모으기가 좋다고 했었지. 그래도 번개는 심하지 않나? 괜찮겠어?”

“그 정도로 다칠 몸이 아니니까 걱정 마. 내 걱정은 말고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날 좋아지면 바로 출발할 거니까.”

“그래··· 알았어.”


재희는 마을회관에 머물게 되었다. 찬물로 몸을 씻고 나오지만, 더운 날씨 탓에 다시 몸에서 땀이 주룩 흘렀다. 아쉬운 마음에 에어컨 버튼을 눌러보지만, 역시 나오진 않았다.


지붕 위로 태양광 시설은 있다지만, 전력 저장시설이 있는 곳은 많지 않아 밤에는 전기를 쓸 수가 없는 거다.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을 때가 얼마나 편했는지 너무 간절해지네. 어후, 습하고 덥고. 에이, 그냥 찜질방에 와 있다 생각하자.”


벌렁 누워있지만, 지혁에 대한 걱정으로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근데 진짜 번개라도 맞을 생각인 건가. 아무리 몸이 강해졌다지만, 위험하지 않아?”


번쩍-!

쿠르르릉-!


천둥과 번개가 연이어서 쳐대고 있어서 그녀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런데 유난히 번개가 많이 치지 않나 싶은 마음으로 막 잠에 들려던 그때,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어억! 저게 뭐야-!”

“사, 사람 아니에요?”

“저게 사람이라고?”


눈을 뜬 재희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지?”


창문을 열어보니 사람들이 하나 둘 나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한 비바람이 치고 있는데도 우비 쓴 사람들은 무언가에 시선을 빼앗긴 듯 계속해서 굳어져 있었다.


“뭐야······.”


궁금해진 재희도 밖으로 나와 사람들 틈에서 하늘을 보았다.


“왜들 그러세요?”


번쩍!

콰르르릉-!


그 순간, 그녀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사람의 형체를 지닌 무언가가 하늘 위에서 계속해서 번개를 때려 맞고 있는 거였다.


“김지혁?”


번개가 칠 때만 그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지만, 검을 번쩍 들고서 모든 번개를 끌어 모으고 있는 걸로 보아 그가 확실했다.


“저 미친······! 저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유난히 번개가 더 자주 치던 그날의 광경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 * *


다음날.


재희는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에 깨서는 벌떡 일어났다.


지혁이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이제 막 씻고 화장실에서 나온 모습이었다.


지혁이 먼저 말을 건넸다.


“일어났어?”

“언제 왔어?”

“새벽에.”

“몸은? 괜찮아?”


그녀의 걱정을 날려버리듯 그가 배시시 웃었다.


“최고야.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어. 어제 하루 만에 내 힘이 절반은 찬 것 같거든.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 날 안 좋을 땐 자주 해야겠어.”


재희는 버럭 화를 냈다.


“그런 짓 할 거면 미리 설명이라도 해 주던가!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미친, 하늘 위로 올라가서 번개를 처 맞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뭐야··· 걱정했어?”

“그럼 당연히 걱정이 되지, 안 되냐?”

“말했잖아. 그런 거에 쉽게 다칠 몸이 아니라고.”

“아무튼! 그런 짓 할 거면 미리 말 좀 해.”


지혁이 히쭉 웃었다.


“짜식, 더럽게 뭐라 하네. 알았어. 다음엔 놀라게 안 할게. 됐냐?”


비바람이 쏟아지는 날은 이틀이나 계속되었다. 알고 보니 태풍이었던 거다. 그걸 기회로 지혁은 매일 밤하늘로 올라가 벼락을 때려 맞았고, 날이 좋아져 출발준비를 마쳤을 땐 잔잔한 파도를 보며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힘은 많이 채웠냐?”

“어. 이젠 날아서도 온 섬을 다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네······. 그 정신 나간 짓이 헛수고는 아니어서.”

“뭐야··· 말투가 왜 그래? 내가 또 뭐 잘못했어?”

“사람들 시선도 좀 생각하라고. 그날 이후로 사람들이 너한테 접근조차 안 하는 건 모르니?”

“그랬나? 식사도 잘 챙겨주고, 별 말 안하던데.”

“별 말 안하는 게 아니라, 피하는 거거든! 아무튼 딴 대 가면 자중 좀 하자. 그런 짓도 어디 안 보는 데 가서 하던가.”


대수롭지 않게 웃는 지혁을 얄밉다는 듯이 째려본 재희는 배가 있는 곳으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엇! 뭐야! 야, 우리 배 어디 갔어? 혹시 태풍에 쓸려간 거 아냐?”


지혁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배는 멀쩡하니까.”

“뭐?”

“비바람에 부서질 것 같아서 내가 저쪽에 올려다 놓았거든.”


정말로 천이 걷어진 배가 육지 위로 올라와 있었다.


“저건 또 언제 올려뒀데. 배 떠내려간 줄 알고 깜짝 놀랐네.”

“이제 다시 바다로 띄워야지.”


지혁이 배를 향해 손을 뻗자 배가 두둥실 떠올라 바다를 향해 옮겨졌다.


저것이 마법이라고 하는데, 재희는 볼 때마다 정말 신기했다. 어떤 방식으로 저런 게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 두 사람의 배웅을 나오던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허억!”

“저, 저게 뭐야······!”

“배가 허공에 떠 있어······.”

“저 사람이 저러는 거야, 지금?”

“마법사야 뭐야······.”


잠시 후, 두 사람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섬을 떠나갔다.


재희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지만, 곧 쌍심지를 켜며 고개를 홱 돌려 지혁을 노려봤다.


“아까 봤어? 빨리 갔으면 하던 그 표정?”

“때마침 그럴 때 배웅 나올 줄 난들 알았나.”

“너 그러다가 진짜 사람들한테 기피대상 된다. 조심 좀 하자. 응?”


지혁도 그 부분은 인정하는 바다.


‘지금은 사람이 변해서 괴물이 되는 세상이니까. 내 능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건 당연해. 재희 말처럼 앞으로는 힘쓰는 걸 자제를 해야겠군.’


* * *


한참을 지도와 나침판을 보며 이동 끝에 드디어 연평도를 찾아냈다.


“저긴가 봐. 연평도!”

“어, 그런 것 같아.”

“세상이 멀쩡할 때도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이렇게 와 보네. 그리고 난 연평도 하면 예전에 폭격 당했던 것만 생각나더라고.”

“나도 그랬는데 뭐. 당시엔 전쟁난다 뭐다 말도 참 많았고. 그리고 그때 우리 아버지··· 피눈물 참 많이 흘리셨지.”

“왜?”

“주식. 엄청 떨어졌었거든.”

“아······.”

“팔고 나서 반년도 되지 않아 전부 회복되어서 또 한 번 피눈물 흘리셨고.”


재희가 지혁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크흐, 아버지가 가족 속을 많이 썩이셨구나.”

“어머니가 많이 속상해 하시긴 했어도, 그래도 되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아, 그러고 보니까, 아버지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은 것 같은데. 왜 여동생하고 엄마만 찾는 거야?”

“돌아가셨거든. 나 스물 하나에, 교통사고로.”

“아, 그랬구나. 미안.”

“이젠 괜찮아. 세월도 많이 지났고. 처음 일 년은 좀 힘들었는데, 지나니까 또 살아지더라.”


지혁은 너무 자기 얘기만 한 것 같아 재희에게 물었다.


“그러는 넌? 가족 행방은 알아?”

“아니. 선수촌에 있을 때 잠깐 동안은 매일 통화를 했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 몰라. 두 분 다 지방에 계셔서 내려갈 엄두도 못 냈고. 온 사방이 괴물천지인데, 그 먼 곳을 무슨 수로 가.”

“그랬구나.”


그녀가 안타까워진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심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뭘?”

“내 가족을 찾고 나면, 그 다음은 너의 가족을 찾는 걸 도와줄게.”

“정말? 진짜?”

“어. 나도 이렇게 도움 받고 있는데, 당연히 도와줘야지.”

“진짜다! 너 약속하는 거다.”

“꼭 지킬 테니까, 걱정 마.”


재희는 기분이 좋았던지 감격한 얼굴로 지혁을 툭 하고 쳤다.


“어우, 이 멋진 놈. 나 쫌 너한테 반할 것 같아.”

“아, 그러진 말고. 그건 사양할게.”


웃음 가득했던 재희가 돌변하며 인상을 팍 떴다.


“이씨······. 거부를 해도 내가 하거든! 아, 기분 팍 상했어.”

“하하하! 장난으로 한 말 가지고 뭘 그렇게 정색하냐?”

“난 빈말 안 하거든! 우리 운동만 한 사람들은 원래 빈말 안 해. 항상 솔직해서.”

“뭐야··· 그럼 진짜 반했다는 거야?”

“취소거든! 넌 입 닫고 배나 몰아. 짜증나, 진짜.”

“뭐야······ 성격이 왜 이랬다 저랬다야. 사람 헷갈리게.”


얼마 후, 둘이 탄 배가 연평도에 도착했다. 배를 잘 묶은 둘은 안쪽으로 접어들었다.


“가 보자.”

“어.”


근데 갑자기 지혁이 이상한 말을 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놀랄 지도 모르니까, 침착하게 대응해.”

“놀라다니, 왜?”


재희는 길을 따라 걷고 나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갑자기 부스슥 거리는 소리와 함께 풀숲에서 총 든 군인들이 우르르 나타나 두 사람을 포위한 거였다.


“허업!”


그들은 다짜고짜 둘에게 총부터 겨누었다.


“거기 정지!”

“손, 들어!”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쏜다!”


재희는 깜짝 놀란 얼굴로 겁을 잔뜩 먹었지만, 지혁은 침착했다. 이미 풀숲에 군인들이 숨어있는 걸 알고 있던 그로서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저희는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확인만 하고 금방 떠날 예정이니, 총은 치워주시죠.”


하지만 군인들은 매우 강압적이었다.


“그 입 닫아! 묻는 말에만 대답한다.”


군인들은 원래 이런가? 자신이 아무리 군대를 아직 안 갔다 온 미필자라지만, 그래서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뭐가 이렇게 멋대로야?


기분이 더러웠지만, 일단은 따르기로 했다. 협조를 해줘야 자신이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을 테니.


“그러시든지.”


근데 군인 하나가 대뜸 칼을 빼어들더니 다가왔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지혁은 얼른 재희를 뒤로 밀며 등 뒤로 두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너희가 변형자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거다. 검사 거부는 변형자로 간주하고 이 자리에서 사살한다. 불만 있나?”


불만 있냐고?


사람을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저 시선, 제멋대로인 행동과 발언들, 거기에다가 생명의 위협까지.


“하, X발······.”


순순히 협조하려고 했는데, 이쯤 되면 협조는커녕, 깽판을 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치솟는다.


그는 매우 불량한 표정이 되어 칼 든 상대를 노려봤다.


“불만? X라 많은데.”

“뭐?”


지혁이 무서운 눈빛과 함께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다.


“쏠 거면 쏴 봐, 어디. 근데 말이야. 니들도 죽을 각오는 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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