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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혈랑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했더니 세상이 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박현수™
작품등록일 :
2024.09.04 15:53
최근연재일 :
2024.09.10 20:1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92
추천수 :
38
글자수 :
84,019

작성
24.09.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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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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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7

DUMMY

재희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3년 전, 어느 날.


재희는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과 선수촌을 빠져나오며 군인들이 괴물들과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었다.


수많은 총성이 울리고, 무서울 만큼 괴물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지만, 죽어가는 건 괴물들 쪽이었다.


“야야, 괴물들이 죽는다. 히야, 역시 우리나라 군바리들, 대단하네.”

“괴물들 다 처리하고 나면 저 군인들한테 도움 받을 수 있겠지?”

“어디든 대피장소로 데려다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두고 보자.”


재희와 친구들은 멀찍이 떨어진 건물 안에 숨어 상황을 지켜봤었다. 곳곳으로 날아드는 총알에 자칫 자신들이 다칠 수도 있어서였다.


“음? 뭐지? 갑자기 어두워지는데?”

“연기 아냐? 타는 냄새는 안 나는데······.”

“어우, 야. 토할 것 같아. 냄새 엄청 이상해. 이 검은 연기 다 뭐야.”


이후 작은 기형의 머리를 가진 이상한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군인들이 검은 연기 속에서 총을 쏘지만, 어째서인지 서 있는 군인들의 수가 점점 줄어갔다.


그로부터 잠시 후, 모든 총소리가 잦아들고, 그곳에 남은 건 기이한 형태의 머리를 가진 몇 마리의 괴물과 군인들의 시신뿐이었다.


“뭐야······ 다 죽은 거야? 저 많던 군인들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으로 수십여 명이나 되던 군인들이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괴물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모두가 전멸 당한 것이다.


재희는 3년 전에 있었던 그날의 일을 떠올라 이처럼 두려워하는 거였지만, 지혁은 재희가 왜 이렇게 떠는 건지 알지 못했다.


재희는 넓게 퍼져오는 연기를 보며 얼른 뒤로 물러났다.


“저 연기들 조심해! 독은 아니지만, 저 속에서 군인들이 엄청 죽었었어! 저 연기, 위험해!”

“걱정은 넣어두고, 니 몸이나 간수 잘해. 니가 여기서 다치면 챙겨야 하는 내가 번거로워지니까.”


지혁은 재희가 부서진 배 뒤로 숨는 걸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내가 저 녀석을 왜 이렇게 걱정하지?”


그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며칠 같이 지냈다고 그새 정이 든 건가.”


그는 잠시 든 생각을 지우며 검을 빼어들었다.


“그보다, 얼른 저거부터 처리해야겠군. 배 고쳐줄 사람을 얼른 찾아야 하는데, 저런 게 있으면 거슬려.”


지혁은 단숨에 끝낼 생각으로 앞으로 쏘아졌다. 그런데 연기 속으로 들어온 순간, 뭔지 모를 기이한 느낌이 덮쳐왔다. 습식 사우나에 들어갈 때보다도 더 답답한 느낌이 전신을 감쌌다.


‘대체 이것들의 정체는 뭔지. 저 괴물이 뿜어내는 것 같은데. 찝찝해.’


냄새도 이상해서 숨을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상태로 지혁은 괴물이 있던 곳으로 나아가 검을 휘둘렀다.


스핫-!


그의 빠른 움직임과 검의 휘두름이면 연기나 공기가 사방으로 흩어져야 정상이지만, 연기의 흐름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지혁이 깜짝 놀랐다. 방금 전 베었다고 생각한 괴물의 형체가 서서히 흩어지며 연기 속으로 사라진 거다.


“뭐야······. 가짜였어?”


밖에서 볼 땐 희미하게 보였던 연기가, 안으로 들어오자 자욱하게 느껴진다. 분명 저쯤에 벽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괴물의 위치는 더욱이 느낄 수가 없었다.


‘흐름의 변화를 전혀 알 수 없어. 단순히 시야를 가리기 위한 연기는 아닌 거군. 환각을 다룰 줄 아는 괴물이라니, 신선한데?’


아무래도 연기의 입자를 괴물이 조종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환상을 만들어내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금 전에 자신이 벤 괴물의 형체가 그렇게 연기처럼 사라질 순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검은 연기 속에서 날카로운 손톱 하나가 나타나며 지혁의 목 뒤를 노렸다.


휘익-!


위험한 순간처럼 보였지만, 그 순간 불꽃이 튀었다.


청!


지혁이 공격을 알아차리고서 검으로 막아낸 거였다.


“훗, 거기구나.”


당황한 괴물이 위기감을 느끼며 얼른 뒤로 빠졌지만, 지혁이 무섭게 뒤쫓았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괴물의 팔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끼엑-!


순간적으로 다른 환상이 수없이 나타나 지혁의 시야를 가렸다. 환상을 이용해 빠져나가려는 수작이지만, 지혁은 잠시 멈춰 섰을 뿐이다. 그가 한 곳으로 고개를 홱 튼 순간, 그의 몸은 이미 그곳을 향해 돌풍처럼 쏘아지고 있었다.


“잡았다!”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어엇!”


지혁은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갑자기 발밑이 허전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내려서고 봤더니 부서진 배 위에 있었다.


“으음?”


그런데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위에서 보니 뭔가 이상했다. 어느새 검은 연기를 벗어나 있는 거다. 그리고서 살펴보니······.


“연기가 바다 쪽으로는 흘러나오지 않고 있어. 왜······.”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본 순간, 지혁은 한 가지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한 손을 바닷물로 향하게 한 그는 마력을 일으켰다. 그 순간, 의지에 따라 바닷물이 여러 줄기로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바닷물은 그대로 연기 속을 마구 휘젓고 다녔다.


“훗, 그런 거였군.”


놀랍게도 바닷물이 지나친 곳은 검게 칠해진 곳을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환해졌다. 연기의 입자가 바닷물에 의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바닷물로 된 줄기가 사방을 휘몰아치며 돌아다니자 괴물의 몸도 나타났다. 괴물은 매우 두려운 듯 바닷물을 사력을 다해 피해 다니고 있었다.


파앗!


급기야 도망을 치려고 몸을 날렸지만, 지혁이 손을 비트는 순간, 바닷물의 줄기들이 여러 갈래로 쏘아져 괴물을 덮쳤다.


“끼루르르르륵-!”


뒤엉키는 바닷물 속에서 괴물은 매우 괴로워했다. 진혁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봤다. 괴물의 몸은 곳곳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는 것 같더니, 그대로 녹아 부유물만 떠다니게 됐다.


차르르릇.


마력을 거두자 바닷물이 바닥을 적시며 흩어졌다. 지혁은 자세를 낮춰 부유물을 살폈다.


“바닷물이 이놈들의 약점이었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인 지도 몰랐다.


괴물이 사라지고 나서야 재희도 지혁에게 다가왔다.


“방금 그거 뭐였어? 괴물이 물속에서 죽는 것 같던데.”

“바닷물이 이놈들한테 독이 되나 봐.”

“진짜?”

“염분 때문인지, 바닷물의 다른 성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섬이나 바다로 도망친 건 이것 때문인 것 같아. 누군가 놈들이 바다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렸던 거지.”

“그렇구나······. 뉴스도 문자도 다 끊겨서 전혀 몰랐는데. 바닷물이 약점이라니, 좀 황당하네.”


상당한 진화형태의 괴물과 마주하긴 했지만, 바다 근처에 괴물이 거의 없는 건 아무래도 바닷물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


근데 재희가 갑자기 페트병을 구해오더니 거기에 바닷물을 담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나중에라도 혹시 모르니까. 급할 때 뿌리려고.”

“그만한 양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없는 것보단 낫겠지.”


이후 둘은 한참을 바닷가 주변 마을을 돌며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바닷가 주변으로는 찾을 수가 없어서 도심 쪽으로 자리를 옮겨 사람들이 숨어 있을 만한 장소도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서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는 건지, 꽁꽁 숨어버린 건지. 후우,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배를 못 쓰면 섬으로 갈 방법이 없는데, 무슨 다른 대안이라도 있어?”


시선을 돌리다가 철물점 하나를 발견한 지혁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씩 웃었다.


“그럼 엔진 없이 갈 수 있는 배를 만들면 되지.”

“배를 만든다고?”


지혁은 철물점에서 기다란 쇠파이프 몇 개와 천막 천을 챙겨 바다로 이동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배 앞으로 그것들을 내려놓은 그는 융합마법을 펼쳐 돛대가 될 수 있는 뼈대를 순식간에 배 중앙에 붙이고, 거기에 천막 천과 줄을 묶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고, 언제든 천을 펼치고 접을 수 있는 돛이 완성되었다.


“자, 어때?”

“이걸 이렇게 순식간에 만들다니. 대박······. 아, 근데 말이야. 방금 전에 철봉들이 막 저절로 붙고 배에도 스며들던데, 그건 어떻게 한 거야?”

“마법.”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아니, 근데 왜 주문이 없어?”

“소설 같은 얘기 그만 하고, 얼른 타기나 해.”

“치, 좀 얘기해 주면 덧나나. 치사해.”


마력을 아끼면서 섬과 섬을 돌아다닐 배가 필요했다. 배에 장착하는 엔진을 찾아도 되지만, 설치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돛인 거다. 만들 때 약간의 마력만 쓰면 되니 적은 힘으로 지속적인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돛의 천을 펼치자 배가 쑥 하고 바람을 타고 밀려나갔다. 지혁도 처음 해보는 거라 잠시 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기도 했지만, 몇 번 이리저리 나아가던 배는 얼마 안 있어 지혁의 의지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와, 바닷바람 너무 좋아. 괴물이 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진짜 편해.”


지혁은 바닷바람을 만끽하는 재희를 보았다. 눈을 감고 머리를 흩날리며 서 있는 그녀는 꽤나 예뻐 보였다. 저 미소를 보니 자신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어쩐지 흐뭇한 기분도 들었다.


혼자였으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기분.


“같이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군.”


* * *


인천국제공항 위쪽으로는 신도, 시도, 모도라는 세 개의 섬이 있다. 다리로 이어진 이 세 섬은 삼목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기에 가장 가까운 장소여서 그곳부터 들러보기로 했다. 배를 댈 수 있는 곳을 찾은 두 사람은 그곳에 배를 묶고 난 후에 논과 밭 너머로 있는 마을을 향해 이동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여기도 괴물이 나타났던 모양이야.”

“그러게.”


섬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선착장 주차장에 있는 차들 유리가 마구 부서져 있었다. 사람이 그랬을 리는 없고, 괴물의 짓이 틀림없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길을 벗어난 차들도 많은 걸 보니, 아무래도 차를 타고 도망을 치려다가 괴물의 습격을 받은 것 같았다.


바다를 건널 수 없는 괴물들이 섬엔 어떻게 들어온 것일까?


이유는 딱 하나.


이 섬에도 유성이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더 찾아보자.”

“어.”


둘은 그래도 숨어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을 곳곳을 찾아다녔다.


낮이라서 그런 건지, 떨어진 유성이 많지 않았던 건지,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재희가 초등학교 밑으로 있는 비닐하우스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는 그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걸 보며 지혁을 탁탁 쳤다.


“야야, 김지혁! 저기! 저기 사람 아냐?”


괴물이라고 하기엔 매우 작은 무언가.


하지만 비닐 안이어서 잘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 안에 있는 존재가 무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비닐하우스 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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