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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혈랑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했더니 세상이 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박현수™
작품등록일 :
2024.09.04 15:53
최근연재일 :
2024.09.10 20:1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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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수 :
84,019

작성
24.09.0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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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8

DUMMY

천천히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자 웬 할머니 한 분이 나뭇잎을 엮은 망을 뒤집어쓰고서 파를 뜯고 계셨다.


파를 뜯고 있던 할머니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깜짝 놀라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에구머니나!”


그제야 자신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한 거였다.


지혁은 얼른 그녀를 진정시켰다.


“놀라지 마세요. 사람입니다.”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휴, 깜짝이야. 괴물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원망이 가득한 목소리이지만, 그 소리는 작았다. 크게 외치면 괴물이 나타난다는 걸 알기에 속삭이듯 말하는 거였다.


“근데 할머니, 여기서 뭐하세요? 괴물이 나타나면 어쩌려고요?”

“뭐하긴.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괴물이 없을 때 뭐라도 뜯어가려는 거지.”


괴물이 있는 섬에서 이렇게 텃밭도 일구고 살아가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다시 하던 일을 이어가며 말했다.


“그놈들, 시력이 안 좋아서 이 안에 있으면 보질 못해. 지나갈 때만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


질문에 대답을 해주던 할머니는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두 사람을 노려봤다.


“근데 니들은 여긴 어떻게 왔어? 최근 1년 동안은 외지인이 들어온 걸 보지 못했는데.”

“사람 좀 찾으려고 배 타고 들어왔습니다. 찾을 사람만 찾고 나면 금방 나갈 겁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두 사람을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그 생각이 표정 전체에서 진하게 드러났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보였다.


지혁은 얼른 주머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사진 속에 있는 두 여자, 보신 적 있을까요?”


가까이 다가오기는 싫은 건지, 할머니는 고개를 빼어 사진을 살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한 번만 더 봐주세요. 아마 육지에서 왔을 겁니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긴 한데, 그 사람들은 저~기 길가에 있는 식당에 있을 거니까, 찾아보려면 거길 가 보던가. 우린 육지 사람들 별로 안 좋아하거든. 남의 동네에 와서는 뭘 그렇게나 요구를 하고, 도둑질을 해대는지. 아주 질려버렸어. 그러니까 니들도 여기 초등학교에는 얼씬도 마. 이 동네 아저씨들 만나면, 아마 맞아죽지 않으면 다행일 걸?”


아무래도 육지 사람들이 도망쳐 오며 문제를 많이 일으켰던 모양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런 경계심도 무리는 아니지 싶었다.


뜯은 채소를 챙겨 얼른 사라져버리는 할머니.


초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섬사람들은 모두 저기에 숨어 있는 모양이다.


그녀가 사라지자 재희가 말했다.


“육지에서 온 사람들하고 현지 사람들하고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지?”

“어. 일단 저쪽 식당에 육지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하니까, 거기로 가 보자.”

“어.”


* * *


어째서일까?


마을을 그렇게 활보하고 돌아다닐 때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더니,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식당 주변으로 괴물이 세 마리나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이놈들, 왜 여기에만 모여 있는 거지?”


지혁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터벅터벅 걸어 다가갔고, 재희는 조금 거리를 두며 멈춰 섰다.


“거기에 있어. 금방 처리할게.”

“어, 알았어.”


피할 수 있으면 피해서 힘을 아끼고 싶지만, 육지 사람들을 만나려면 방법이 없었다. 얼른 괴물들을 처리해야 저 식당 안에 숨어있을 사람들을 만나 가족의 행방을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당 주변은 온갖 나무판자와 철문으로 철저하게 막혀 있었다. 육지 사람들이 괴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저리 해 놓은 모양이다.


식당 안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지만, 지혁이나 재희는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람이야.”

“미쳤나 봐. 괴물한테 다가가고 있어.”


식당 안에서 그러한 속삭임이 들려오기를 잠시.


진혁을 발견한 SM-1 몇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쿠덩! 쿠덩! 쿠덩!


그러나 이런 괴물을 이미 백여 마리도 넘게 죽여 본 그에겐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다.


“귀찮으니까, 꺼져.”


가장 처음 달려들려던 괴물이 주먹을 매섭게 휘두르려 했지만, 지혁이 더 빨랐다. 어느새 검집에서 빠져나온 검이 괴물의 복부에 닿는 순간, 가볍게 베이며 내장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옆으로 튕겨졌다가 발을 박차며 튕겨져 올라 뒤에 있던 괴물의 목을 베었고, 목이 베인 괴물의 어깨를 잡고서 방향을 틀며 다음 괴물도 어깨부터 심장까지 베어버렸다.


그러고선 가벼운 착지.


터덕.


지혁의 검이 뽑히고 2초도 걸리지 않는 찰나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쓰러진 괴물들이 점차 메말라가며 재로 변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물러나 있던 재희가 그에게 다가왔다.


“이 무시무시한 괴물도 너한테는 진짜 별 거 아니구나.”

“이런 것들을 상대로 힘을 쓰는 게 아까운 거지.”


재희는 곧 식당 쪽으로 다가갔다. 귀를 기울여 안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던 그녀는 히쭉 웃더니 대뜸 문을 두드렸다.


탕탕탕!


“계십니까~!”


그녀는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탕탕탕!


“안 계세요~!”


안에서는 아주 난리가 났다. 동시에 화를 억누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쳤어! 그러다가 괴물들이 몰려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래!”

“그럼 문 좀 열어주시던가요. 계속 이렇게 큰 소리로 얘기 할까요?”


안에서 문을 열어줄지 말지 여러 대화가 오가기를 잠시.


곧 문이 열렸다.


터걱.


그리고 30대 중반의 안경을 쓴 남자 하나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들 뭐야? 원하는 게 대체 뭐야?”


지혁이 다가오려 하자 안경 쓴 남자는 얼른 다시 문을 닫았다.


“저, 저 사람 오지 말라고 해! 저 사람도 괴물인 거잖아! 우리가 모를 줄 알아?!”


재희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 사람들도 지혁을 변형자로 보고 있구나 하는 걸 알 것 같았다.


“하아, 저 사람 변형자 아니니까, 걱정 할 필요 없고요. 뭐 좀 물어보려고 하는 거니까, 문 좀 열어주시죠.”


다시 문이 조금 열리는 걸 보며 재희는 지혁에게 다가갔다.


“사진.”

“뭐?”

“너가 다가가면 사람들이 질겁해서 문을 닫아버릴 거잖아. 그러니까 사진 달라고. 본 사람 있는지 물어보게.”

“어··· 알았어.”


지혁으로부터 사진을 건네받은 재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자, 다들 집중해주시고요! 이 사진 속의 두 여자. 본 사람 있어요?”


그러면서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폈지만, 그곳엔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살짝 실망하려 하는데.


열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어! 주영이 누나다!”


재희는 눈을 번쩍 떴다.


“너 이 사람 알아?”

“네, 알아요. 오는 도중에 만나서 같이 인천으로 왔거든요. 배에 타면서 헤어졌는데, 아마 옆 섬으로 갔을 거예요.”


재희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진짜지! 진짜 이 여자 맞는 거지!”

“네, 맞아요. 선주 아줌마도 같이 있었어요.”

“고맙다. 정말 고마워.”


재희는 그대로 뛰어나가 그 사실을 지혁에게 알렸다.


“아이 하나가 이 사람들을 봤데.”

“진짜?”

“이름도 정확하게 말했어. 주영, 선주. 여동생하고 어머니 맞는 거지?”


지혁은 무척 기뻤다.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여러 배에 옮겨 타면서 서로 헤어졌던 모양이야. 아이가 말하기로는 옆 섬에 있을 거래.”

“고마워. 잘했어, 재희야.”

“근처 섬에 있을 거니까, 얼른 가 보자.”

“그래.”


지혁은 여동생과 어머니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안경을 쓴 남자가 갑자기 밖으로 나왔다.


“저기 잠깐만요!”

“뭐죠?”


안경 쓴 남자는 살짝 주저하며 말했다.


“방금 전에 괴물과 싸우는 걸 봤습니다. 이런 부탁, 염치없다는 건 잘 아는데··· 혹시 가능하면 이 섬에 있는 괴물들을 없애줄 순 없겠습니까?”

“뭐라고요?”

“방금 3마리를 해치웠으니 이제 6마리 남았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그 괴물들만 없으면 우리도 이렇게 갇혀 지낼 필요가 없게 된단 말입니다!”


필요할 때만 힘을 쓰고 싶은 지혁에겐 귀찮은 부탁이다.


하지만 재희는 식당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소년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서 지혁에게 말했다.


“저기 있는 저 아이야. 너의 가족들 행방을 알려준 게. 여섯 마리면 너한테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닐 건데, 조금만 도와주면 안 돼? 그 괴물들만 없어지면, 여기 섬사람들도 앞으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건데. 저 아이도······.”


지혁도 재희가 바라보는 소년을 보았다.


구름 같은 추정으로 온 길에 확신을 불어넣어 준 고마운 아이였다. 거기다가 함께 다니는 재희가 하는 말이어서 그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덕분에 가족들 행방도 알았는데, 그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 * *


지혁과 재희는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괴물이 아홉 마리인 건 어떻게 아는 거죠?”

“여기서 지낸 지 벌써 2년도 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괴물도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걸 알겠더군요. 그렇게 구별하다 보니 괴물의 수가 총 아홉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근데 마을에는 없던 괴물이 왜 여기에만 어술렁대고 있던 거죠?”


중년 여자 하나가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여기 마을 사람들 때문이에요! 제가 봤어요! 밤에 몰래 와서 이 앞에 뭘 두고 가는 걸!”


잠시 뒤, 지혁과 재희는 식당 밖으로 나와 누군가가 두고 갔다는 뭔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작은 그릇이었는데, 그 안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이건, 피야. 피를 둬서 일부러 괴물들을 유인시켰어.”

“와, 진짜 너무한다. 아니, 외지 사람들을 괴물에게 죽게 만들려고 이런 짓을 벌였다고?“

“아까 그 할머니 봤잖아. 외지 사람들한테 예민한 거. 피해의식 같은 게, 어느새 분노와 적의로 변해버린 거지.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일 수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해도 너무 한 거지. 어떻게 사람을 죽이려고 이런 짓까지 해?”


지혁은 다시 식당으로 가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며칠에 한 번씩은 저런 짓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며칠씩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게 되고요. 저희가 외지 사람이고, 살려다 보니 피해를 준 건 분명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 너무 나쁜 사람들입니다.”


지혁은 섬사람들에게 나쁘다고 말하는 그들을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의 행동이 너무한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순 없는 겁니다. 당신들이 그만한 피해를 줬으니 저들도 미워하고 이렇게까지 하는 걸 게 아닙니까?”

“그거야······!”


사람들은 뭔가 반문을 하려 했지만, 뭐가 자신들이 한 잘못들이 떠오르는 건지 입을 닫았다.


지혁은 진지한 목소리로 충고했다.


“괴물을 없애더라도, 서로 이렇게 적대시 하다 보면,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괴물이 되어 갈 겁니다. 처음엔 이유가 있었을지 몰라도, 나중엔 이유조차 필요 없게 되겠죠. 적의와 증오로만 뭉쳐 서로를 보게 될 테니까요. 이 문제, 해결할 의지는 있습니까?”


안경 쓴 남자가 한숨을 길게 내뱉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만 주신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지혁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둘러봤다.


“그럼 대표로 한 사람만 따라오시죠.”


지혁이 몸을 돌리자, 안경 쓴 남자가 놀라며 얼른 물었다.


“따, 따라오라니요? 어딜 말입니까?”

“저쪽에도 똑같은 조건을 제시해야 그걸 기회로 대화의 물꼬를 틀죠. 아무 조건도 없이 그동안 쌓인 증오가 풀리진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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