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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혈랑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했더니 세상이 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박현수™
작품등록일 :
2024.09.04 15:53
최근연재일 :
2024.09.10 20:1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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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수 :
84,019

작성
24.09.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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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09

DUMMY

지혁과 나란히 걷는 재희가 실실거리며 그의 얼굴을 자꾸만 힐끔거렸다.


이게 대체 왜 이러나 싶은 지혁은 그런 그녀의 행동이 무척 거슬렸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왜 그렇게 쳐다 봐?”

“그냥~ 히히, 뭔가 오늘따라 멋져 보여서.”

“멋져 보이기는 무슨. 쳇.”

“아니, 그렇잖아. 세상 무심한 사람처럼 굴다가도, 꼭 이렇게 한 번씩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단 말이지. 괴물만 없애주고 빨리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대체 무슨 마음이 들어서 중재까지 해주는 걸까? 응?”


괜히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시선과 장난스러운 표정에 지혁은 대충 둘러댔다.


“그냥, 뭐······! 서로 죽고 죽이면 내가 해준 일이 쓸모없는 일이 되니까. 그래서 그러는 거야, 할 거면 제대로 하려고.”

“호홍~ 지금 부끄러워하는 거? 뭐야, 귀엽게 왜 이래~?”


귀엽다는 말에 지혁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니, 넌······! 무슨 애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됐고, 이상한 소리 할 거면 떨어져서 와. 거슬려. 아주 거슬려.”

“아웅, 왜~ 왜 부끄러워하는 건데. 더 귀엽게.”

“아이, 참! 떨어져. 어어, 떨어지라니까?”


지혁이 손으로 밀어내지만, 재희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지혁을 놀리며 더욱 찰싹 달라붙었다.


뒤따르던 안경 쓴 남자는 처음엔 괴물을 쉽게 죽이는 지혁에게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장난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경계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해도, 똑같은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초등학교 정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안쪽에서 사람들이 주변을 살피며 밖으로 몰려나왔다.


두 사람은 사냥용 총을 들고 있었고, 다른 몇몇은 낫과 농기구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주고 싶어! 당장 꺼지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확 죽여 버릴 거니까, 꺼져. 당장 안 꺼져?”


지혁이 나서서 말했다.


“얘기만 하려고 온 겁니다. 그러니까 험한 짓은 그만 두시죠.”

“얘기고 뭐고, 할 생각 없으니까, 썩 꺼지라고!”


40대에 마른 체격의 중년인은 당장이라도 쏠 것처럼 총구를 들이댔다.


“섬 내에 있을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총이 허가되어 있던 모양인데··· 거슬리니 총 내리십시오. 마지막 경고입니다.”


총을 쏘면 그 소리가 커서 단숨에 괴물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래서 쏘지 못할 거라는 게 지혁의 생각이지만, 그렇다 해도 총구 끝이 겨누어져 있으면 기분이 나쁜 게 사실이다.


“분명히 말했다. 죽인다고. 이 새끼들을 확······!”

“뭘 망설여요! 그냥 확 싸버리지 않고!”

“그래요! 저것들도 한 번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요!”

“맞아요!”


지혁은 고개를 저었다.


“꼭 실력행사를 해야 말을 듣지······.”


그가 앞쪽으로 손목을 틀더니 손가락을 움직였다.


“어억!”

“으윽!”


그 순간, 갑자기 두 사람의 총이 하늘로 치솟았고, 지혁에게 다가온 후에 방향을 틀어 양쪽에서 섬사람들을 향해 겨누었다.


“뭐야···”

“지금 총이 저절로 떠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지혁이 놀라는 섬사람들을 강하게 노려봤다.


“상황이 달라진 것 같은데. 이제 얘기할 생각이 드십니까?”


* * *


지혁이 모여든 섬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신 겁니까?”


그는 아까 전에 보았던 할머니를 슬쩍 쳐다보았다.


“외지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신 건 이해하는데,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닐 텐데요.”



그때, 60대로 보이는 노인이 울분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건 당신이 이제 들어와서 몰라서 하는 소리야! 저 도둑놈 새끼들 때문에 내 손자 아이가······! 커흐흐흑!”

“손자 아이라니, 무슨······.”


다른 사람이 나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2년 전, 외지 사람들이 배를 타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거야. 저 외지 놈들이, 우리 창고에 숨어들어서는 키우던 돼지며, 쌀이며, 죄다 훔쳐가더란 말이지. 그래서 김 씨 아저씨 손자 재석이가 그걸 찾아오겠다고 나섰는데, 괴물을 만나는 바람에 그만 죽고 말았어.”


김 씨 노인은 감정에 북받쳐 소리쳤다.


“저 자식들 때문이야! 저 새끼들이 내 새끼를 죽였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가, 저 새끼들 때문에 죽었다고!”

“진정하세요, 아저씨.”

“참으세요, 아저씨.”


주변 사람들이 말려서 김 씨 노인이 잠시 진정을 하고.


지혁이 외지 사람들을 대표로 따라온 안경 쓴 남자를 보았다.


“당신들은 너무한다고 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몰랐습니다. 그때는 정말······! 괴물은 무섭고, 배는 고파서 죽을 것 같고. 눈이 뒤집혀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 때문에 누가 죽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요!”

“몰랐다고 해서 해결 될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안경 쓴 남자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김 씨 노인의 앞으로 주춤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저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김 씨 노인이 다시 버럭 화를 내며 안경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잘 먹고 배불리 잘 살았냐?! 내 새끼는 죽었는데, 니들은 잘 살았어? 어!”

“아뇨. 그렇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도둑질 하던 사람들··· 절반도 가지 못해서 전부 괴물에게 다 죽어버렸거든요.”

“뭐······?”

“망을 보던 전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는데, 아마 그때 쫓아온 어르신 손자도··· 그렇게 당했던 것 같습니다······.”


손자를 죽게 만든 도둑놈들이 전부 죽었다는 말에, 김 씨 노인은 뒤로 벌렁 넘어지더니 꺼윽꺼윽 오열을 토했다. 지금까지 외지 사람들만 원망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누구를 원망하며 살아야 하나 목적을 잃은 것 같았다.


모두가 김 씨 노인을 측은하게 바라보지만, 저마다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몰라,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잠시 분위기가 진정되고.


지혁이 모두에게 말했다.


“이곳에 오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습니다. 괴물에게 바닷물을 뿌렸더니 괴물이 죽더군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즉, 이 섬에 있는 괴물만 죽이면, 육지로 나가지 않는 한, 더는 괴물을 두려워하며 살 필요가 없단 겁니다.”

“하지만 그 무서운 괴물을 무슨 수로 죽인단 말입니까? 무슨, 바가지로 물 뿌리다가 죽을 일 있습니까?”


지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괴물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대신, 약속하십시오. 앞으로 외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겠다고.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괴물을 없애드리겠습니다.”


* * *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지혁은 돌계단에 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구나.”


그의 뒤로 재희가 다가왔다.


“땅 꺼지겠다. 한숨 좀 그만 쉬어라. 왜, 무슨 고민 있어?”

“가족부터 찾는 게 가장 급선무인데,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래··· 걱정이 되긴 하겠지. 그래도 꼭 무사하실 거야. 여동생도 어머니도. 여기 사람들도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잖아. 안 그래?”

“뭐······.”

“오히려 괴물 없는 곳에서 잘 지내고 계실 지도 몰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빨리 여기 일 해결하고 다른 섬으로 넘어가 보자. 응?”

“그래야지.”


재희는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 같아 말을 돌렸다.


“음음! 그나저나 괴물은 어떻게 유인할 생각이야?”

“진화형태는 없는 것 같고, 전부 SM-1이면 불러들이는 건 간단해. 놈들의 후각과 청각, 전부를 자극시키는 거지.”


잠시 뒤, 지혁은 넓은 논이 있는 곳으로 가 그 중앙으로 불을 피웠다. 그리고 김 씨 노인이 했던 것처럼 여기저기 피를 뿌렸다.


“냄새는 이만하면 될 것 같고.”


이어서 지혁은 총구를 하늘 높이 치켜세우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아앙-!


커다란 총성이 사방으로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식당 안에 있던 외지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방금 이거, 총 소리 아니에요?”

“혹시 섬사람들이, 그 사람들 총으로 쏴버린 거 아닐까요?”

“허업······! 어떻게 해!”


당황한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가 침착하게 말했다.


“아냐. 그렇지는 않을 거야. 이렇게 큰 소리를 내버리면 괴물들이 몰려올 건데, 미치지 않고서야······.”

“그럼 이 총 소리는 뭐냐고요?”


그러자 지혁에게 정보를 준 소년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아, 그걸 몰라요? 아까 그 형이 괴물들 없애준다고 했잖아요. 그럼 뭐겠어요. 일부러 괴물들을 불러들이려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닌가?”


지혁이 다시 한 번 총을 쏘았다.


타아아아앙-!


그리고 얼마 후, 곳곳에서 괴물들이 무섭게 달려왔다. 괴물들은 불 앞에 서 있는 지혁을 향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날렵하게 달려들었다. 꼭 마치 누가 먼저 저 먹이를 낚아채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달려드는 족족 더 빨리 죽임을 당할 뿐이다.


서걱! 서걱!


정말로 지혁이 괴물을 죽일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이 많던 섬마을 사람들 몇몇은 밖으로 나와 숨어서 망원경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허이쿠야. 저 사람 진짜 굉장하네. 진짜로 괴물들을 죽이고 있어.”

“어디 나도 좀 봐. 허우, 우와······.”

“움직임이 보통이 아닌데? 혹시 검도장 사범이었나?”

“검도장 사범은 무슨······! 아까 못 봤어? 총이 저절로 떠서 움직이는 거? 마법사야 마법사.”

“으잉? 마법사?”

“그 왜, 영화에서도 나오잖아. 그 마법사.”

“에이,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

“그럼 신은? 너 신 믿어 안 믿어?”

“신이야··· 믿지······.”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닌 거야. 신도 있으면, 마법사도 있을 수 있는 거야.”

“그게······.”


그 얘기를 듣던 사람들은 그게 맞는 논리인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상관이 없었다. 진짜 중요한 건, 지혁이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정말로 괴물들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거였다.


지혁은 죽은 괴물들이 재로 변하는 걸 지켜봤다.


“확실히 지능은 낮아. 동료가 죽으면 주저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상당히 멍청해.”


하지만 다섯 마리까지 베고 난 지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왜 다섯이지? 분명 여섯 마리가 남아있다고 했는데.”


지혁은 자신이 있는 곳이 총 세 개의 섬으로 붙어있고, 서로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걸 떠올렸다.


“섬이 세 개. 떨어져 있는 놈이 있는 건가. 이러면 귀찮아지는데.”


그는 괴물들을 한 곳으로 모아 한꺼번에 처리하고 바로 떠날 생각이었다. 근데 이렇게 한 마리가 남아서야 안심하고 떠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다른 두 섬도 살피고 떠나려고 했으니까. 둘러봐야겠군.”


* * *


지혁은 섬사람들과 외지 사람들을 만나 결과를 전달했다.


“다섯 마리 처리했고, 한 마리가 남았으니, 그건 내일 다른 섬들을 살펴보면서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심할 수가 없었다. 물론, 수가 확 줄어 좋기는 했지만, 그 한 마리에도 언제든 모두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소리를 죽이고 살아가야 하는 삶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하루 쉬고 내일 움직일까 하는데요. 쉴 장소가 있겠습니까?”


섬사람들의 태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어휴, 없어도 만들어드려야죠. 아, 그리고 식사도 해야죠?”


잠시 뒤, 지혁과 재희는 진수성찬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된장찌개에 잘 구워진 고기, 온갖 김치와 반찬들이 상 위로 가득했다.


“우와,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한식이야. 진짜 감격.”

“많이들 들어요.”

“잘 먹겠습니다-!”


지혁은 재희의 눈에서 광기를 발견했다. 눈이 뒤집혀서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젓가락질이 자신의 검놀림에 버금갈 정도다.


“야야, 천천히 먹어. 누가 안 빼앗아 먹으니까.”


섬마을 여자들이 환하게 웃었다.


“음식이 입에 맞아요?”


재희는 황홀감을 나타냈다.


“너무 맛있어요. 진짜 최고예요. 흐잉, 나 눈물 나려고 해.”


지혁은 어색한 미소를 머금더니 이내 밥상을 차려준 여자들에게 물었다.


“근데 괴물도 아직 남아 있는데, 이렇게 냄새 풍겨도 되는 겁니까?”

“저희도 살짝 주저하긴 했는데. 남자들이 그러데요. 여기 잘 생긴 총각만 있으면 걱정 없으니까, 마음껏 솜씨 발휘 해보라고요. 그래서 에이 모르겠다 하고 만들어 본 거죠.”

“아, 네······.”


자신을 믿고 그랬다고 하는데, 뭐 어쨌거나 오랜만에 그리운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 그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된장찌개 국물을 한 번 떠서 먹어보는데, 정말 눈이 확 뜨일 만큼 맛있었다.


“맛있네요. 잘 먹겠습니다.”

“네, 많이 들어요.”


반찬 하나하나 너무 맛있어서일까, 지혁은 갑자기 여동생과 엄마가 떠올랐다. 원래 맛있는 거, 좋은 걸 보면 사랑하는 사람부터 떠오른다고 하지 않던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다 함께 식사를 하던 기억이 떠오른 지혁은 괜히 가슴이 뭉클해졌다.


‘밥은 잘 먹고 다니려나.’


그는 혼자만 맛있는 걸 먹고서 행복해 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다.


‘주영아, 엄마. 어디에 있건, 무사히만 있어줘. 그럼 내가 반드시 찾을게. 반드시······.’


작가의말

오타 찾아주시면 잘 고칠게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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