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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혈랑아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했더니 세상이 망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박현수™
작품등록일 :
2024.09.04 15:53
최근연재일 :
2024.09.10 20:1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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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1
추천수 :
38
글자수 :
84,019

작성
24.09.0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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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10

DUMMY

다음날 지혁과 재희는 시동이 걸리는 차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앞에 와 있었다.


기대에 찬 시선으로 모두가 다 함께 ‘꾸렁꾸렁’ 소리를 내는 차를 지켜보기를 잠시.


부르르릉-!


드디어 차의 시동이 걸렸다.


“됐다!”

“오오~ 배터리가 방전돼서 저게 되나 싶었는데. 되긴 하네요. 허허.”


시동을 건 사람도 만족하며 차에서 내렸다.


“점프 스타터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있던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요. 아무튼 괴물 조심하시고, 잘 다녀오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그동안은 괴물들이 소리를 듣고 나타날까봐 시도조차 못해봤던 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찾아 나서는 길이어서 이런 것도 자신 있게 해 볼 수 있는 거였다.


잠시 뒤, 다른 섬으로 넘어가던 중.


재희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참았던 말을 꺼냈다.


“저기 있잖아. 우리가 시동 걸어보려고 했던 배 말이야. 혹시 그것도 자동차처럼 배터리가 들어가는 거였을까?”


지혁은 뜨끔했다. 시동이 걸리는 순간 자신도 그 생각이 살짝 떠올랐었는데. 그게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바보짓도 둘이서 함께해서일까, 또 그렇게 막 민망하고 하진 않았다.


“아마도······.”

“하아, 너나 나나. 시동을 걸려면 당연히 필요한 건데, 기름만 차 있다고 이게 왜 안 되나 했으니. 진짜 바보 같다.”

“음음, 다음엔 참고 하자고. 이왕이면 태양열 충전기랑 점프 스타터도 빌려가도록 하고. 필요한 일이 많을 수 있으니까. 차든 어디든.”

“그래······.”


옆 섬으로 넘어가는 다리 위로 차량이 몇 대 있긴 했지만, 중앙선을 넘나들며 피해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


재희가 창문을 열었다. 손을 뻗은 그녀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재희는 언제 침울했냐는 듯 환하게 웃었고, 지금의 기분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좋다······.”


그러더니 소리친다.


“괴물아, 좀 나와라아아-! 나오라고-!”


그래, 열심히 질러라.


네가 또 이때가 아니면 언제 그래보겠냐.


재희 덕분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지혁은 과거의 민망함을 씻은 듯 털어내며 더욱 악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아앙······!


다리를 건너 옆 섬 ‘시도’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마을이 보였다.


“주변에 혹시 괴물이 쫓아오지는 않는지 잘 봐줘.”

“어, 알았어.”


차로 갈 수 있는 다음 섬도 살펴봐야 하는데, 갑자기 덮친 괴물 때문에 차가 망가져버리면 이동이 곤란해진다. 그래서 괴물이 나타나면 얼른 차에서 내려 처리하려했다.


두 사람은 마을 중심쯤 와서 차에서 내렸다.


“아무도 없는 건가······.”

“너무 조용한데? 괜히 깨고 싶게.”


비뚤어진 마음으로 경적을 마구 울려보았다.


빠앙~ 빠아아앙-!


누구라도 자신들을 보아줬으면 했다.

이 소리를 듣고 괴물이라도 나와 줬으면 했다.


[“배에 탈 때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여러 배에 나뉘어서 탔거든요. 근데 다른 배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보지 못했어요. 그땐 제가 너무 작아서, 사람들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거든요.”]


사진을 보고서 여동생과 엄마를 알아봐 준 승원이의 말이었다.


‘조금의 가능성만 있어도, 하나도 빼먹지 말아야 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직접 집과 집 사이로 돌고 안을 살펴보면서 소리도 질러보았다.


“누구 안 계세요! 있으면 잠깐만 나와 보세요!”

“아무도 안 계세요~!”


그러나 마을은 이미 죽은 도시였다.


“여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침묵은 곧 불안으로 엄습해왔다. 혹시라도 이곳으로 왔을지 모르는 가족들이 괴물에게 당했으면 어쩌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 바퀴 더 돌아보고, 다음 섬으로 넘어가자.”

“어, 그래.”


결국 아무것도 못 건진 둘은 마지막 섬인 모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해안가를 타고서 마을을 둘러보고 경적도 울렸을 때.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재희의 눈에 뭔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자꾸만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이상해 살펴보니 누군가가 거울로 자신들에게 빛을 비추고 있는 거였다.


“야, 김지혁! 저기! 사람이 있나 봐!”

“가 보자.”


하지만 어느 순간 빛은 사라지고, 레이저 포인트 하나가 나타나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레이저 포인트가 한 집을 머물더니 빙글빙글 돌았다.


“저기에 뭐가 있는 모양인데?”


지혁은 얼마 전 재희가 자신에게 경고를 해줬을 때를 떠올렸다. 레이저 포인트의 의미는 경고가 틀림없었다.


“넌 여기에 있어. 내가 가볼게.”


근데 지혁이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무언가가 부서진 집의 지붕 위로 올라왔다.


“저건······! SM-3야! 엄청 강한 소리를 낼 거야, 김지혁! 조심해!”


SM-3는 강한 음파를 쏘아내어 정신을 잃게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지닌 괴물이었다. 광범위로 퍼져나가는 괴물의 음파는 고막을 파열시킬 수 있으며, 거리가 가까울 경우 뇌에도 치명적인 이상을 줄 수 있었다.


재희는 미리부터 귀를 막으며 지혁에게 경고했지만, 지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쓰읍, SM-3, SM-5······. 들을수록 차부터 생각난단 말이야.”


위험을 알려주려던 레이저 포인트도 이미 사라진 상태.


집 안에 있던 남자는 얼른 문을 닫고 이불을 끌어와 귀를 틀어막았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아는 것이다.


“저 멍청이들! 경고를 해줬더니 오히려 다가가면 어쩌자는 거야!”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외지인이 또 죽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편, 가만히 괴물을 바라보던 지혁은 혹시나 싶은 생각에 재희에게 물었다.


“야, 재희야. 혹시 남은 괴물이 저걸로 진화했을 가능성은······!”


근데 뒤를 돌아보니 재희는 멀찍이 떨어져서 귀를 꽉 틀어막고 있다. 그녀는 시선이 마주치자 눈만 크게 떴다.


입모양만 ‘뭐?’하고 형태를 취한 그녀의 모습에 지혁이 한숨을 푹 내뱉었다.


“아니다. 됐다. 귀나 계속 막고 있어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그는 궁금증은 괴물을 처리 한 후에 풀기로 했다.


그런데 지혁이 검을 빼어들며 괴물에게 좀 더 접근했을 때였다.


괴물이 몸을 살짝 움츠리는가 싶더니.


“끼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소리를 질러댔다. 지혁은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강렬한 파동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우주에 흐르는 힘 세나스로 강화된 몸인데도, 귀가 다 뻐근했다.


“만나본 놈들 중에선 가장 짜증나는 놈이군. 앞으로는 보게 되면 바로 단칼에 베어버려야겠어.”


성가신 놈은 빨리 처리하는 게 답이다.


그는 힘을 아끼지 않고 손을 뻗었다. 마력을 일으키자 공기의 흐름을 타고 전달되는 소리의 흐름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딱 거기까지.”


지혁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앞으로 쏘아졌고, 지붕 위에 있던 괴물도 마찬가지로 지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튕겨져 날아가는 건 역시 괴물 쪽이었다.


괴물의 팔 하나가 잘려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었는데, 지혁이 괴물과 부딪치기 직전 칼을 휘두르며 팔을 자른 후, 뒤차기로 차버린 결과였다.


“끼에에에엑!”


괴물은 낡은 집으로 떨어지며 매우 괴로워했다. 설마 자신이 당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는지, 다가온 지혁을 보며 괴로워하다가 뒤로 빠르게 내빼기 시작했다.


“가긴 어딜 가.”


지혁이 다시 한 번 마력을 일으켰다. 그의 의지에 따라 갑자기 땅이 진동하며 괴물이 도망치려는 방향에서 땅이 솟아오르며 벽이 생겨났다.


괴물은 도망치다가 그 벽에 부딪치며 쓰러졌고, 지혁이 빛의 속도로 달려들어 난도질을 했다.


퍼서석-!


끝으로 벽이 허물어지며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날아간 괴물은 죽은 것인지 천천히 재로 화하며 사라져갔다.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야. 어우, 귀 먹먹해.”


* * *


지혁과 재희는 괴물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 사람을 찾기 위해 레이저 포인트가 나왔던 곳으로 향했다.


“저기요,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 잠깐만 나와 주면 안 될까요?”


이불 속에 머리를 꼭 박고 있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빼더니 창가로 보이는 두 사람의 그림자에 깜짝 놀랐다.


“뭐야, 살아있어?”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는 건지 남자는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있다고 해서 안심하진 않았다.


“괴물은 저거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니야. 저리 가! 당신들 때문에 나까지 들키겠어!”


지혁이 재희에게 물었다.


“혹시 마지막 남은 괴물이 저걸로 진화했을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나도 저것들이 변형하는 원인과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군.”


지혁은 안쪽에 숨은 사람을 안심시켰다.


“괴물은 조금 전 저걸 마지막으로 전부 사라졌습니다. 신도, 시도, 모도에는 더는 없을 거니까, 안심하고 나오세요.”

“괴물이··· 사라졌다고? 정말?”


그제야 40대 초반의 남자가 잔뜩 경계어린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여전히 두 사람의 말을 믿기 힘든지 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당신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

“방금 전에 없앤 놈처럼, 전부 처리했으니까요.”

“다, 당신이······?”


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멀쩡한 걸 보면 거짓말 같진 않았다.


“정말 괜찮습니다. 나오세요.”

“당신들은 뭐지? 어떻게 괴물을 죽일 수가 있는 거야. 혹시 군대에서 강화인간, 뭐 그런 걸 만든 건가?”


재희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아무튼 그런 건 아니고요. 저희는 그냥 하나만 물어보고 갈게요.”


재희가 지혁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하고 쳤다.


“뭐하고 있어, 얼른 사진 안 보여주고.”

“아, 어······.”


지혁이 사진을 꺼내 남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혹시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본 적 있습니까? 3년 전, 배를 타고 이 주변으로 넘어왔을 건데요.”


남자는 사진을 자세히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 이 여자! 나 알아! 나하고 같은 배에 탔던 여자들이야!”


지혁이 흥분해서는 창문의 방범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어디 있습니까? 이 두 사람, 살아 있습니까?”

“그, 그게 말이야. 우리가 막 배에서 절반쯤 내렸을 때 괴물 하나가 달려들었어. 섬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왔던 건데,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이 혼비백산,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그래서요, 이 두 사람은요?”

“두 사람은 배 가장 뒤에 있었어. 그때, 웬 못된 놈들이 자꾸만 이 여자한테 집적댔거든. 그래서 확실히 기억이 나.”


지혁은 가족들이 많은 고초를 겪었구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나려 했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래서요? 어떻게 됐는데요?”

“내린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고, 배는 다시 뒤로 빠져서 떠나버렸어. 아마 맨 뒤에 있었던 거면, 배에선 내리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배에서 내리는 건 못 봤다는 겁니까?”

“에이, 솔직히 그거 볼 여유가 어디 있어? 도망치기 바빴는데. 이 이상은 나도 몰라.”

“그래요······.”


사진엔 지혁은 물론, 아버지도 함께 있었다. 등산을 함께 갔다가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남자도 그렇게 느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가족··· 인거야?”

“네, 동생하고 어머니입니다.”

“그래······. 이런 시기에 가족도 찾으러 다니고.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긴 하군.”

“아무튼 확인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섬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단서는 있지만, 이번에도 가족은 만나진 못했다. 그래서 지혁의 속은 점점 더 타들어갔다.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배에서 나쁜 놈들이 집적댔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걸렸다.


근데 갑자기 재희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런 말을 했다.


“근데 말이야.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사람들 태워서 여기로 내려준 선장들 말이야. 그 사람들도 섬들 전부를 다녀봤을 건데, 여기에 괴물이 있는 걸 몰라서 사람들을 내려준다고?”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래, 맞아. 주영이와 엄마는 창고에서 삼촌 내외와 한동안 같이 지내다가 여기까지 왔어. 그 사이 배를 끄는 선장들이 섬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는 건 뭔가 이상해.”


옆에서 듣던 남자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 새끼들, 우리가지고 시험한 거구만.”

“네? 그게 무슨 말이죠?”

“그 선장 새끼들, 더 멀리 있던 섬 주민이었던 거야. 이 섬을 살펴보고는 싶은데 그러기엔 무섭고,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그걸 살펴보려고 이 섬에 내려준 거지.”


[“일단 내려주고 배 띄운 후에 지켜보자고.”]


“가만히 엿들으면서도 뭘 자꾸 지켜보자면서 저런 얘기를 하나 싶었는데, 당신들 말 듣고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그 새끼들 분명 우리를 미끼로 쓴 거였어. 이 섬에 괴물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보려고.”


지혁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먼 섬의 주민? 그럼 태웠던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다른 섬에 내려줬나? 아니면 데리고 갔을까?’


대한민국은 참 섬이 많은 나라다. 그 작은 섬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솔직히 그 많은 섬을 언제 다 뒤지나 싶기도 했지만, 지혁은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상관없어. 몇 년이 걸리든, 끝까지 찾아. 절대로 포기 안 해.’


그 순간, 그는 살짝 난감한 생각이 떠올랐다.


‘근데 설마, 북한까지 넘어간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찾아야 할 범위가 너무 넓어지기 때문에 제발 아니기를 바랐다.


* * *


섬마을 사람들에게 모든 괴물의 소탕을 알린 지혁과 재희는 다시 자신들이 타고 온 배로 돌아갔다.


섬사람들과 외지 사람들이 나와서 그들을 배웅했다.


“꼭 가족들 찾길 바랍니다!”

“괴물을 없애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잘 가세요-!”


이제 저들은 이곳 섬에서 새 삶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가족을 찾는데 조금 늦춰지긴 했어도, 그걸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저 사람들 덕분에 가족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안 그랬으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을 거야.”


재희가 다가와 지혁의 등을 찰싹 때렸다.


짝-!


“걱정 마. 김지혁!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계속해서 단서를 쫓아가 보자.”


희미하게 웃던 지혁이 재희에게 물었다.


“근데 넌 괜찮아?”

“나? 내가 뭐?”

“괜히 나 쫓아다니면서 고생하는 거 같아서.”


재희는 바다를 향해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야 좀 사는 것 같아. 거기선 늘 혼자였고, 마실 거, 먹을 거 구하느라 항상 목숨을 걸어야 했거든. 근데 이렇게 언제나 대화할 사람도 있고, 먹는 것도 잘 먹고 다니고, 이렇게 바다도 오고······. 훗, 내가 불만일 게 뭐가 있겠어. 정말이지 어디에 있건 지금보다 나을 순 없을 것 같아. 그리고 네 덕분에 3년 만에 집 밥도 먹었잖아? 우와, 된장찌개에 재육볶음··· 진짜 맛있었어. 너 아니었으면 내가 그런 걸 어디서 먹어보겠냐?”


지혁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그래······. 고맙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기는 뭘. 괜히 쑥스럽게 뭘 그런 걸 말하고 그래. 나도 나 좋다고 이러는 건데.”

“나도 너와 같이 다니면서 도움 받은 게 많아. 사람들과 대화하는 거 하며, 내가 모르는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것도 그렇고. 혼자였으면 아마 어려움이 많았을 거야. 고마워.”


재희가 갑자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지? 나 데려오길 잘했지? 그거 봐. 내가 어딜 가든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니까.”


일부러 민망함을 털어내려고 그러는 것 같았지만, 지혁은 이런 쾌활한 성격의 그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혼자였으면 외로웠을 것들이, 그녀가 있어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함께 다니는 동안은 내가 지켜줄게.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돼.”


재희는 지금까지도 그래왔던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마도 그와 함께 다니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막상 그 말을 귀로 직접 듣고 나니 가슴이 살짝 벅차오르면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숨기고 싶었던 그녀는 갑자기 장난스러운 표정을 머금었다.


“뭐야, 뭐야~? 갑자기 지켜준다고 하고? 그새 나한테 홀딱 반하기라도 한 거야? 어우, 야~ 내가 좀 예쁘긴 해도, 그런 마음을 그렇게 입 밖으로 내뱉으면 듣는 나도 부끄럽잖아.”


지혁은 잠시 그녀를 황당한 시선으로 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이게 또 이러네. 말을 말자.”

“어우, 왜~ 더 말해 봐. 응?”

“저리 안 떨어져? 지켜는 줘도, 안 때린다고는 안 했거든? 너 그러다가 진짜 한 대 맞는다.”

“헤헹~”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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