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32장: 파괴가 있으면 새로운 창조도 있는 법!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어찌하여, 짐의 명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이 왜 이리 적은가?!!"
위의 말은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이 장안 코앞까지 도달했을 즈음에 궁궐 안에 있었던 서당의 황제 이명이 했던 말이다.
서당의 문무 대소신료들은 황제 이명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이 눈치챌 수가 없는 한적한 곳 혹은 깊은 산 속으로 피신하거나 아니면 이미 도망친지 오래였다.
그나마 극소수의 신료들이 남아있었기는 했지만 이들만으로는 도움이 될리가 없었다.
"지금 현재 장안에 남아있는 병사들은 얼마나 남아있느냐!"
답답한 마음과 함께 이명이 그리 소리치자, 늙은 신하 1명이 이리 답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현재 장안에서 망국 직전에 몰린 이 나라와 이씨 황가를 사수하기 위해서 스스로 남은 병력은 고작 2만도 채 남지 않았나이다."
늙은 신하 1명의 그 말을 들은 이명은 더더욱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적인 고구려와 돌궐 연합은 아무리 적어도 30만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장안을 수비하고 있는 병력이 고작 2만이라고?!!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2만 가지고 30만 대군을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이명은 절망감에 빠진채로 고함섞인 발언을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리 중얼거렸다.
"그러한가? 이는 업보였단 말인가? 처음부터 내가 정변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말인가?!!"
거의 반쯤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이명은 과거 자신이 군사 쿠데타로 대리청정 중이던 황태자 이치를 끌어내고, 본인이 황제 자리에 올랐을 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하아~~~~~!"
그걸 깨달은 후에 이명은 매우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폐, 폐하?!"
"괘, 괜찮으시옵니까?"
그나마 장안 궁궐에 남아있던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그런 이명의 모습에 괜찮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 이명은 자신을 위해서 남아준 신하들에게 이리 말했다.
"이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황제로서 그대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즉시 장안을 떠나라!"
이는 이명이 적어도 자신을 위해서 남아준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아준 그들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황제의 명령이었다.
* * *
"대막리지! 저기를 보시오! 저기가 바로 장안이외다!"
"호오! 저기가?!"
"나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따라서 몇번 장안을 방문해본 적이 있었소. 그때 장안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으로 대우해주었고, 나는 '장군의 아들'로서 장안에 들어오고는 했었소.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된 나는 '장군의 아들'이 아닌 '초원을 지배하는 대가한'으로서 장안에 들어오게 되었구려."
아사나도진와 함께 말을 나란히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개소문은 장안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감회가 무척이나 새롭겠구려. 한때 당나라 장군의 아들이었던 사람이 지금은 돌궐의 대가한으로서 장안땅에 귀환하는 셈이 아니오?"
"껄껄껄! 생각을 해보니 그럴...어엇?!"
"응? 아니 왜 그러시오?!"
"자, 장안이?!! 저, 저기 장안이?!"
"장안이 뭐 어째...어랏?!!"
그러나 그들은 통일중원을 다스렸던 당나라의 수도였고, 지금은 서당의 수도로서 기능하고 있는 장안 코앞에 도달하자마자 기가막히고 코가막힐 듯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화르르르르륵~! 활~! 활~! 활~! 활~!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자, 장안이 불타고 있다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텡그리시어!"
주나라 시절부터 중화의 고도(古都)로 자리잡은 장안이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이 보고 있는 눈 앞에서 활활 불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장안 전체가 말이다.
"합하!"
"오, 고돌발 장군!"
"이리저리 장안 인근을 샅샅히 수색하던 도중에 여기 장안에서 일하던 관리로 추정되는 사람을 붙잡았사옵니다."
"오! 아주 잘해주었네."
그런 상황 속에서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해서 일어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장안 인근을 우선적으로 수색하였다.
그러던 도중에 때마침 고돌발이 도망치고 있었던 장안의 관리로 추정되는 사람을 붙잡아 끌고 오게 됨으로서 연합군이 장안에 도착하기 이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황제 이명이 장안 전체에 불을 지르라고 하였다고?!"
"그렇소. 불을 지르면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도망쳐도 좋다고 하시었소."
"그러면 황제 본인은 어디에 있느냐!!"
연개소문이 언성을 높이면서 묻자, 붙잡힌 관리는 고개를 불타고 있는 장안 쪽을 향하면서 이리 답했다.
"스스로 책임을 지기 위해서 저기 일렁이고 있는 거대한 불꽃과 하나가 되시었소! 그것도 전국옥새와 함께 말이외다."
"뭣?! 시황제 시절부터 내려온 전국옥새와 함께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이명이 진시황제 시절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전국옥새와 함께 불길 속에 뛰어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리에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의 반응은 그야말로 허탈 100%였다.
* * *
장안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하룻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그 하루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대막리지! 하늘을 보시옵소서."
"음,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일기 시작했군."
"아무래도 조금 있으면 비가 내릴 듯 싶사옵니다."
"그러면 저기 장안의 불길도 조금 있으면 꺼지겠군."
과연 연개소문의 말대로 하늘에서 서서히 뭉게구름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물방울을 대지에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대지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곧 얼마 안가서 재빠르게 빗방울이 되었고, 그 무수히 많은 빗방울들이 모여서 폭우를 형성하니 이윽오 불타오르는 장안의 불길이 잠재워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으으! 멀리서 원정 나오면서 이렇게 엄청난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다니!"
"마치 장안 전체가 슬픔에 빠진 듯한 광경으로 보이는군."
걸걸중상과 걸사비우는 폭우로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최대한 높은 지형으로 올라가서 막사를 새로이 설치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중이었다.
그러던 도중에 두 사람은 서서히 불길이 사그라들어가는 장안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장안이라는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저기 보이는 장안에 과연 생존자들이 남아있을까?"
"하루종일 불탔는데 어찌 생존자들이 남아있을 수가 있겠는가?"
"역시 그렇겠지? 여기까지 와서 약탈할 거리를 찾지 못해서 다소 아쉽군."
걸걸중상과의 대화에서 걸사비우는 장안의 생존자들이 남아있을리가 없다는 대답을 듣고 다소 아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오히려 더 이상의 희생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네."
"어째서 그런 생각을?"
"지금 우리들은 본토로부터 너무 멀리 나와있네. 고향을 그리워하는 병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일세. 이런 상황에서 계속 전쟁을 지속하다가는 군율을 유지하는 것이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야."
걸걸중상은 아군 진영 내부에서 향수병을 느끼는 병사들이 차츰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하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거느리는 백산말갈의 전사들도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반응들이 조금 있었네."
"하지만 우리들은 철군명령을 내릴 위치 정도는 아닐세. 총지휘관은 대막리지이니 우리들은 대막리지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따라서 철군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전쟁을 해내갈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겠지."
걸걸중상은 그리 말하면서 불길이 완전히 사라진 채로 폐허가 되어버린 장안을 바라보았다.
* * *
"허망하구나. 여기까지 와서 이제 우리 대고려의 손으로 그동안 우리를 침공했던 중원세력에 대해서 복수를 마무리 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늘! 그런데 이명 그놈이 이렇게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장안 전체를 불태워버리다니!"
위의 말은 페허가 되어버린 장안거리를 말을 탄채로 돌아다니면서 휘하 장수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연개소문이 했던 말이다.
"뭐, 약탈할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가 않구만."
"합하! 그래도 장안이 불태워졌다고 해서 관중 일대 전체가 불태워진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돌아가기 전에 관중 일대를 대대적으로 약탈하는 것으로 부족해진 보급품 문제로 해결하심이 어떠신지요?"
뇌음신의 말에 연개소문은 나쁘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다.
"좋아! 장안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약탈을 하지 못한 것을 만회하는 걸로 관중 일대를 돌궐과 함께 대대적으로 약탈을 하세나. 마침 보급로가 길어지는 바람에 현재 우리가 보유한 보급품이 부족해지기도 했으니 말일세."
그리하여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은 장안 주위부터 시작하여 관중 일대에 있는 도시들과 큰 마을들 위주로 대대적인 약탈, 학살, 방화 등등을 저질렀다.
물론 계획적으로 가축을 전담하여 약탈하는 부대와 기술자들이나 학자들을 사로잡아서 고구려로 데려가는 걸 전담으로 하는 부대를 편성해서 대대적인 약탈을 저지르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엎드려서 빌테니 제발 딸 아이만큼은 데려가주시 말아주십시오!"
당연한 것이지만 화북 일대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그러하였듯이 관중 일대에 거주하던 사람들도 비슷하게 제발 살려달라고 혹은 빼앗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고구려와 돌궐 연합군은 창칼로 응해주었다.
관중 일대는 어느순간 화북 지대 처럼 문명이 파괴된 지역으로 탈바꿈 하였다.
생존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로 그때 관중 지역은 한차례의 대재앙으로 인하여 기존에 존재했었던 문명이 파괴되고 남은 자리말고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풍경이었다.
"한때 관중 일대는 진나라가 중원을 일통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군."
연합군이 대대적인 약탈전을 끝낸 후에 철수하기 직전에 걸걸중상은 위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 * *
서기 660년에 시작한 고구려와 돌궐 연합의 중원북부 대약탈전은 이렇게 해서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대약탈전이 마무리가 된 이후에 돌궐에 경우 수시로 중원 북부를 대상으로 약탈을 저지르거나 혹은 중원 북부 일대에 자리잡아서 목축과 농경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화북과 관중 일대에서 벌어진 대약탈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이에 대해서 세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첫번째로는 남쪽에 위치한 남당으로 피신하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수시로 중원 북부를 유린하거나 혹은 눌러앉으려는 돌궐을 대상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로는 아예 돌궐과 피를 섞고 새로운 민족을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중원 북부에 새로운 국가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좋든 싫든간에 생존자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공백지나 다를 바 없어진 중원 북부에서는 눌러앉으려는 몇몇 튀크르 계통 유목부족들과 중원북부에서 기존에 살아남은 생존자들과 결합을 통해서 천천히 새로운 국가체제를 싹 틔우기 시작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 작가의말
일단 중원 북부는...대충 서로마 멸망 이후의 상황과 비슷할지도?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