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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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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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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치킨게임8

DUMMY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조금 있어요."

"뭐니?"

"그러니까..."


시우와 루'티아스의 결투가 끝난 지 이틀


루'티아스가 속해있는 트롤 이세계인 세력은 공식적으로 '해산'한 상태다. 세력에서 제일 강한 전사는 패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우는 여전히 싸울 수 있는 상태


등이 긁히고 팔이 크게 찢어지기는 했다. 등은 그렇다고 쳐도, 팔의 부상은 일반적인 인간의 기준으로는 정상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투기장의 기준에서는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상태. 근육과 뼈가 남아있다면 전투력은 충분히 남아있다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별 수 있나. 포기를 해야지.


그런 결말에도 불구하고 사적으로는 아직 해산을 하지 않았다. 이미 황폐해진 세계에서 건너온 이들이, 갑자기 세력을 해산하는 건 무리니까.


그렇게 그들은 약선이 운영하는 병원에 일꾼으로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틀 사이에 루'티아스는 잃어버린 정신을 아직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약선의 주요 관심사는 그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거기서 하늬가 머뭇거리면서 질문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다고만 말하고는 말을 망설이고 있다. 굉장히 뜬금없는 질문이기는 한데, 자신의 질문이 실례인 것은 아닐까, 고민을 하는 표정이다. 그것을 빠르게 알아차리고는 말하는 약선이었다.


"낯선 천장이다- 에 대처하는 의사의 자세를 말하는 거니?"


약선의 말에 머쓱하다는 표정을 짓는 하늬. 그런 하늬에게 약선은 친절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주었다.


"의사에 따라서는 상당히 많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란다."


그런 말을 함께하는 표정은 살짝 씁쓸했다.


하지만 씁쓸함과는 별개로, 충분히 납득을 할 수 있는 표정이다. 지구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사고란 것은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게이트를 넘어가고, 이세계로, 던전으로 탐험을 가능 헌터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사고는 일어난다.


이 대부분이, 사고 당일의 아침에 자신이 당할 것이라는 특별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낯선 천장에서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환자로써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지만, 의사로서는 그런 환자를 수도 없이 받게 된다.


어느 세상이든, 지금 여기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다.


"죄, 죄송해요."

"아니야. 의사로써, 이런 질문은 오히려 환영을 해야 할 측면도 있어."


알아야지 대처를 할 것이 아닌가. 환자를 진정시키는 건 의사의 몫이다만, 보호자가 협력을 해주면 의사로서도 더 편한 감이 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낯선 장소니까, 사람도 상당히 낯서는 게 당연하다는 거야. 그 사람에는 나도 포함이 되지."

"그렇군요. 그래서 보호자를 순서대로 번갈아 가면서 배치를 한 것이네요."

"그래."


지금도 그렇다


병상에 누워있는 루'티아스의 간호하고 있는 보호자는 순서대로 돌아가고 있는 상태. 언제든지 눈을 떴을 때 친숙한 얼굴을 통해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예옥, 그 녀석이 이런 시스템을 마련했는지 좀 걱정되는군."

"그... 시훈이 삼촌이 아직 지구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해서..."

"그렇다면 최소한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중앙 헌터 협회인가? 그곳만큼은 그런 시스템이 있다.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늬의 말에 약선의 표정이 조금 편해졌다.


물론 그것은 잠깐. 환자를 보자마자 표정이 바로 심각해진다. 그리고 하늬 또한 루'티아스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고는 심각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문제인 걸까요?"

"정신적인 문제인거지. 그리고..."


약선의 돌아가는 시선에는 살짝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우가 있다. 그를 향해 약선은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네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의무는 없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그 필요한 일 때문에 못 일어나고 있는 거지만요."


불편한 표정에 어울리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하는 시우다. 그 말과 함께 그는 잠깐 자신의 팔을 내려다본다.


크게 찢어졌던 상처는 거의 다 아물었다. 처음 크게 찢어졌든 그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 지금 보이는 것은 흐릿하게 남아있는 붉은 멍 뿐이다. 그걸로는 원래 이게 어떤 상처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시우는 이런 약선의 조치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흉터가 보기 싫다-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다.


헌터에게 있어서 상처는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명예 훈장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팔의 상처는 기만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심을 다한다면 입지 않았을 상처를 연출을 내다가 얻은 상처이니까.


처음부터 ~을 썼다면 어땠을지.


그 ~에 들어갈 것이 너무나도 많다. 일단 홍류선법으로는 최강의 무늬인 나비의 무늬가 있겠고, 소림의 무공으로는 각종 금나수와 조법들이 있으니 말이다.


싸움이 끝난 이후,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면 금방 끝낼 수 있는 다른 수를 몇 가지나 떠올릴 수 있다. 그건 싸우는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연출을 하기 위해서 돌아가는 길을 고른 건 시우의 선택이었다.


그것이 루'티아스의 마음을 상당히 상처입혔다는 것도 알고 있고. 지금 그녀는 시우가 연출을 위해서 자신을 봐줬음에도 졌다는 그 사실에 인식하고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의사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마음에 상처를 입는 쪽이 훨씬 더 나아."

"..."

"마음의 상처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지. 하지만 물질적인 상처는 객관적인 것이야. 의사의 입장에서 말하지. 너는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을 다했다, 손시우."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찜찜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 말에 시우를 바라보며 약간 굳어있던 약선의 표정이 풀렸다.


다만 그 말이 마냥 훈훈한 건 아니었다.


"쌍둥이 동생은 이렇게 괜찮은데. 심지어 영혼도 일부분 복사되어 있는데. 도대체 우리는 뭐가 문제일까?"

"쓰읍-"

"'우리'에서 약선님은 빼셔도 될 것 같아요..."


시우도 하늬의 그 말에 공감한다.


손시훈이라면 어떻게 말했을지 너무 뻔하니 말이다. '걔는 걔고 나는 나고, 알바냐?'라고 했겠지. 5분 동안은 찜찜함을 느꼈을지 몰라도, 그건 저쪽의 선택이라며 지나치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다.


객관적으로는 그렇다만, 그렇다고 그 객관을 따라주고 싶지는 않다.


약선부터가 그 객관에서 벗어난 인물이니 말이다. 똑같이 그 생각을 한 시우와 하늬는 주변을 잠깐 둘러보았다.


뭐라고 할만한 아눕롤은 지금 레티야와 함께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 상태. 괜히 약선의 속을 긁을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시우와 하늬는 일반적인 사람의 위로를 아무런 부담없이 약선에게 해줄 수 있었다.


이런 기묘한 상황을 펼치던 세 사람은 움찔거리던 인기척에 몸이 굳었다.


며칠동안 하고는 다른 루'티아스의 움직임. 그걸 가장 가까이에서 본 간병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당연히 가야지. 살짝 다급한 발걸음을 바로 옮긴다. 그리고 시우와 하늬는 일단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루'티아스가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런 그녀는 바로 한팔로 양눈을 가리며 허탈한 웃음소리를 살짝 흘리고 있다. 혹시라도 자신의 패배가 어쩌면 나쁜 꿈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부정당한 탓이다.


환자의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덤덤하게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 의사의 일이다.


"거의 일주일을 누워 있었지. 어느 순간부터 의식은 살짝 확보한 상태였으니 짐작은 하고 있었을거야. 한 3일 정도는 깨어 있었지?"

"약선... 이십니까?"

"그래. 자네의 1차적인 패배 및 기절의 원인은 시우의 용왕유권(龍王柔拳) 때문이야. 하지만 단순히 그로 인한 충격이었다면 몇 시간 뒤에는 정신을 차렸겠지."

"..."

"정말로 순간적이었지만, 폭주의 반동은 결코 만만찮은 게 아니었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심장 주변 근육과 횡경막의 손상으로 인한 호흡장애, 간동맥의 파열로 인한 간 주변 조직의 괴사 및 장기부전이 있겠지. 쉽게 표현하면, 일반적인 트롤이라면 죽었다. 둘 중 하나만으로."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폭주를 할 수 있는 종족은 왜 이렇게 무모한지 모르겠군. 폭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목숨을 내던져도 된다는 자격은 아닐텐데. 하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목숨은 어쨌거나 하나, 쉽게 스러지는 것인데 왜 그렇게 소중한 건지를 모르는 걸까'


전해들은 그 말을 떠올리며 이를 꽉 무는 루'티아스. 그렇게 문 이가 잠깐 풀리는 것을 기다린 다음 약선이 말을 이어갔다.


"모두가 걱정했다. 도련님이라는 사람 또한 말이지."


그 말에 루'티아스는 자신의 눈을 가리던 팔을 내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잡히는 건 살짝 왜소한 트롤 소년의 모습. 엄니를 빼고 보자면 어지간한 종족의 시선에서도 그럭저럭 꽤 생겼다고 할만한 얼굴이다.


다만, 역시 종족이 종족인지라 체격이 시우만 하다는 것 정도. 그래도 루'티아스와 함께 있으니 어린 도련님과 여전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잠시 그 둘이 함께 할 시간을 위해서 자리를 비워주는 약선.


그리고 그 잠시 창문을 바라본다.


살짝 훈훈해진 안쪽의 분위기와는 달리, 바깥쪽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병원을 감시하던 신관들은 이제 빽빽이 주변을 감싸고 있을 정도다.


언제든지 사건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시우 또한 그를 보면서 말했다.


"슬슬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렇겠지."


시우와 하늬로 인해 수십 개의 세력이 해산당했다. 원래라면 이 세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거름이 되었어야 할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이다. 일행의 바로 뒤에 있는 루'티아스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초조하겠지. 이대로라면 투기장의 최종 생존자들이 받을 황무지를 살릴 수단이 모자라게 되니까.


이를 뒤집으려면 시우와 하늬를 그리고 그를 보조하는 약선을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뭐, 방법이야 많지. 소크라테스의 사형만 봐도 그렇지 않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아테네가 믿는 신을 우습게보고, 새로운 우상을 섬기면서 젊은이를 타락시킨 죄'라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이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우와 하늬는 병원 바깥에서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죄인 약선은 나와라!


그 외침에 루'티아스와 트롤 도련님의 움찔거리는 기색이 느껴지는 시우와 하늬. 그런 두 사람을 두고 약선은 창문을 열면서 신관을 맞이했다.


"우선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군."

"투기장은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법! 이 태초의 도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놈은 투기장의 열등한 패배자들 치료함으로서 투기장을 모욕했다! 또한 폭풍을 흩트리는 자와 그 시종에게 신성한 투기장에 대한 태도를 가볍게 만들었지!"

"이것 참 대단하군."


소크라테스의 비유를 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소크라테스와 거의 같은 논리로 죄인이라고 말하다니...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지만 약선의 말대로 참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세상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말을 쓰기에도 적절하고. 잠깐 그런 표정을 짓던 약선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이제 와서?'라는 말은 소용이 없을 것이고. 흠, 그래서? 투기장에 대한 죄를 지었으니 투기장에서 죄를 씻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러니"


시우와 하늬의 몸에 빛으로 된 쇠사슬이 감긴다. 그리고 심연의 힘이 바로 풀어 주겠다며 속삭이려는 찰나...


약선이 손가락을 딱 치는 것과 함께 두 사람의 몸에 묶였던 쇠사슬이 풀렸다.


"이왕이면 자기 발로 걸어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나 때문에 타락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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