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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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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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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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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

DUMMY

하늬에게서 시작된 안타까운 시선을 뒤로 두고, 레티야는 어쨌든 훌륭하게 잠재적-무증상 보균자를 찾아냈다.



그것도 정말로 날카롭게. 어찌 보면 계속해서 말을 쫑알쫑알 늘어놓는 것은 자신의 귓가로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한 습관으로 보인다.



아무튼 일행이 며칠 동안 살모넬라 박테리아가 들어간 디저트를 먹어가며 잡아낸 보균자는 누가 봐도 건장한 청년이었다.



"나, 난! 진짜로 어디 아픈 곳 없다니까!"



여러모로 그렇겠지.



자기 자신에게만 한정해서 말하자면, 이 보균자는 평균을 넘어서서 비범의 영역에 다다른 정도의 건장한 청년이다.



어지간한 막일을 하는 품팔이들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의 패턴에도 골병이 종종 들고는 하는데, 이 청년은 상당히 멀쩡하니까. 현대로 따진다면 매일같이 택배 상하차를 하고도 멀쩡하게 버틸 체력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감안하면 아직까지 이 태초의 도시에 장티푸스가 그렇게 퍼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



확실히 신기하다면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일행에게, 약선이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신체가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겠지. 아슬아슬하게 남들에게 감염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장티푸스 박테리아를 몸 바깥으로 배출하고 있는 거야."

"세계사 시간에 배운 적이 있는데,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 메리 말론(Mary Mallon))처럼요?"

"배출하는 바이러스는 그녀보다 훨씬 더 적지. 하지만 이 세계의 장티푸스 변종은 더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아프지 않-"



끼어드는 보균자 청년의 말에 살짝 죽어있던 약선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손시훈이 종종 진지함의 신호로 보여주는 안광이 재규어나 퓨마의 것이라면 지금 약선의 눈빛은 사자나 호랑이 수준으로 한층 더 높은 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강한 기세에 입을 꾹 다무는 청년을 두고 다시 약선의 설명이 이어졌다.



"환자인 청년은 요리사였던 메리 말론에 비해 특정 집단에 대한 지속적인 접촉은 적지만, 대신 광범위한 무작위적 접촉이 지속되었지. 당장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말이야."

"안... 하면 안 되나요?"



약선과 눈을 마주치자 소극적으로 저항을 시도하는 청년. 그를 보면서 아눕롤과 시우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건 기세를 한번 꺾은 약선이 대단한 걸까? 아니면 저 눈을 보고도 저항하는 청년이 대단한 걸까?'

'약선님이 대단한 거지요.'



우선 청년의 사정부터 살펴보자.



청년이 태어난 곳은 여기와는 조금 떨어진 도시의 뒷골목. 청년이 이 태초의 도시에 온 것은 투기장 때문이 아닌 일자리 때문이다. 그렇기에 투기장의 일은 자신과 어느 정도 벽이 있다고 생각한 나날을 지내왔다.



굳이 연관이 있다면 투기장 때문에 사람들이 늘어나자 일거리가 늘어났다는 것 정도?



종종 투기장의 도전자들과 시비에 휘말린 사람들이 죽었다는 흉흉한 소문은 들었지만, 그건 그 녀석이 재수 없는 녀석이라고만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재수없는 놈이 자신이 될 줄이야.



세 쌍의 눈



그중 한 쌍의 눈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첫인상인 빨간색이 살짝 소름 돋기는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토끼의 눈을 조금 키웠다는, 사람에 따라서는 귀여움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문제가 시작되는 건 그다음의 한 쌍인 짙은 갈색의 눈동자



최근 투기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는 '폭풍을 흩트리는 자'의 시종이다. 겉보기에는 건물 구석에서 깃펜이나 잡을 것 같이 생겼지만 엄청나게 난폭한 인물



자신을 모시는 아가씨에게 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돌조각을 던져 사람의 머리를 깨트리는,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앞서 말한 붉은 한 쌍과는 완전히 다른 눈동자



사람의 눈에서 나는 것보다는 보석의 광택에 더 가까운 눈동자. 그것은 명백히 사람의 위에 존재하는,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고귀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이었다.



그 눈을 본 소감은 다음과 같았다.



왜 갈색 눈을 가진 시종 시우는, 단숨에 아가씨를 희롱한 자의 머리를 깨트려 죽였을까 하는 의문. 감히 저런 분에게 추잡한 희롱을 한 자는 어지간해서는 더 잔혹스러운 최후를 맞이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청년에게로 토끼의 귀와 눈을 가진 소녀는 '이 사람이에요!'라고 외쳤다.



다음은 병원이라는 이 자리에 끌려와서 온갖 수치를 겪은 것. 살다 살다 자신이 볼일을 보는 장면을 부모 이외의 남에게 대놓고 보여주는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그건 뒤의 일을 생각하면 작은 수치에 불과했다. 온갖 알기 힘든 설명을 듣고 한 다음의 말이



'이걸 단기간에 해결하려면 수술을 해야 해. 쓸개의 일부를 제거해야겠어.'



라니.


이어지는 말은



'어지간하면 쓸개를 통째로 떼내야 할 텐데, 약선님이라서 일부만 제거하는 것을 다행으로 아세요!'



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청년은 그렇게 막 떼내도 되는 부위라면 토끼 너부터 떼어내라고 외치고 싶었다. 뒤의 시우라는 '시종과 폭풍을 흩트리는 자'만 아니었다면 더 험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청년의 머릿속을 정확하게 분석하며 말을 이어가는 아눕롤이었다.



'지구의 무증상 보균자인 장티푸스 메리도 비슷하지 않았사옵니까.'

'그건 그래요.'



장티푸스 메리, 메리 말론의 이야기는 시우도 어느 정도 안다.



시대와 장소는 20세기의 뉴욕 멘헤튼. 당시 보건당국은 장티푸스 보균자였던 그녀를 체포하고,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건강한 자신이 보균자였던 사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과학이 상당히 발전하고, 박테리아와 백신이라는 존재가 알려졌던 시대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거다. 그보다 훨씬 더 과학 발전이 더딘 이 세계의 청년이 박테리아니, 보균자니


자신의 살을 칼로 가르고, 장기의 일부를 잘라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눕롤의 말대로 눈빛 하나로 기세를 꺾고, '안 하면 안 되나요?'라는 반응을 이끌어 낸 약선이 조금 더 대단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약선은 청년이 이해할 수 있는 비유를 꺼내고 있었다.



"사막의 전갈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네, 네... 몇몇 놈들은 한 번 찔리면 3걸음 가기도 전에 쓰러진다고요."

"지금 자네의 쓸개는 나쁜 기운이 번져서 그런 독을 내뿜고 있는 상태야. 지독한 독을 품고도 멀쩡한 전갈처럼 자네 또한 멀쩡하지만, 자네가 만지는 모든 물체에 그 독이 조금씩 묻고 있네."

"그, 그렇지만... 굳이 쓸개를 때내야만 하나요?"

"다른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



약선의 말에 청년의 표정이 약간 환해지고, 다른 이들은 살짝 질겁한다. 이 의사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저히 실감이 안 되는 것이다.



주변의 그런 시선을 두고, 약선은 병 하나를 따서는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곧 주변에 지독하게 쎄한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그 냄새의 정체를 알아차린 청년이 살짝 질겁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독한 술 아니에요? 설마 식사 때마다 그런 술을 마셔야 하는 건..."

"당연히 그것보다 더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짐을 옮기기 전에... 이것저것 하기 전에 손을 이것으로 박박 문질러야 하네."

"저, 저에게는 그럴 돈이 없어요!"



쓸개를 때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떄와 동급으로 덜덜 떠는 청년.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술도 아니라, 이런 세상에서 증류수는 마시는 금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싼 물건이다.



막일을 해서 버는 돈으로 그런 술을 사서는 손을 꾸준히 닦으라니. 이 청년이 남들보다 두 배 이상으로 돈을 번다지만, 그 정도의 수입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보다 급이 낮은 수단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저, 저기, 연한 술로는"

"어림도 없지.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의 독한 술만이, 독을 죽일 수 있네. 이것도 완벽한 건 아니야. 평생을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살아야겠지. 결혼까지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자신의 아이를 만지고 함께 식사한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네?"

"그것이 혹시나 모를 자네의 몸에서 나오는 독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유일한 수단이니까."



단호하게 말하는 약선과, 그 눈동자에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평생 자신의 아이를 만지고, 식사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비참한 삶인가.



그렇게 채찍을 휘두른 약선은 당근을 주기 시작했다.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실력이 있는 의사니까. 소문은 들었겠지만, 나는 잘려나간 팔도 다시 붙이지. 독이 담긴 주머니를 조금 때 낸다고 해서 자네가 죽을 일은 없을 거야."

"하, 하지만...."

"수술 이후의 일자리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 병원에서 일하면 되지 않나. 자네는 건장한 청년이니, 수많은 환자들을 여러 방법으로 도울 수 있지. 생명을 자신의 의지로 살릴 수 있다는 거야. 물론 그만한 보수는 충분히 약속하지."



말과 함께 손을 가볍게 움직인다.



이 동작이 시우와 하늬에게는 살짝 익숙했다. 손시훈이 허공에서 자신의 무기인 비아취월을 꺼내는 것과 비슷한 동작이니까.



약선의 그 동작에서 나온 것은 반짝이는 금화와 은화. 비록 이 도시, 세계의 화폐는 아니지만,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금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남들의 두 배, 열심히 돈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평생의 수입을 동화로만 접한 청년에게, 은화는 몰라도, 금화를 만질 기회는 없었으리라.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금화를 바로 줄 수는 없어."



하지만 보수를 계속해서 차곡차곡 모은다면 금화를 손에 쥘 날이 올 수 있다. 병원에서 일하는 수익이 딱히 적은 것도 아닌 데다가, 병원은 하루 세끼를 보장하니까.



청년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매일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 그렇다고 해서 딱히 적지도 않은 수입이면 돈을 이전 이상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장밋빛 환상에 빠져 있던 그의 정신을 깨트린 것은 병원 바깥에서 들린 목소리였다.



"나와라, 손시우!"



.

.

.



"지금 너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당장의 혼란을 감수해가며 역병의 혼란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지."



상대방의 날카로운 말에 하늬 또한 단호하게 대답한다.



말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은 나야. 굳이 세계사, 생물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수인성 전염병은 위험한 병이라는 것을 알 텐데. 왜 우리를 막는 거야?"



상대는 지구에서 넘어온 한 학생



하지만 그 흔적을 알 수 있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드문, 시우와 같은 검은색 머리칼과 갈색 눈동자뿐이다. 몇 년이라는 시간 격차는 한 소년이자, 학생에게서 지구의 흔적을 상당히 지워버렸다.



남아있는 것은 이쪽 세계에 완전히 물든, 한 명의 기득권자일 뿐. 이를 꿰뚫어 보고 있는 하늬를 향해 학생이었던 남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멀쩡한 사람을 세균을 옮기고 있다는 이유로 끌고 가다니! 여기는 지구가 아니야!"

"지구가 아니니 더 단호하게 행동해야지. 장티푸스에 대한 제대로 된 항생제와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 약선밖에 없어. 사람들이 역병으로 죽어나가면 책임지겠다는 거야?"

"역병으로 죽는 사람도 사람이지만, 이 세상의 안정도 중요해. 약선이라는 그 남자는 키잔트헤임의 권위에 기대서는 이 세상의 시스템을 부수고 있다고."



이건 하늬도 조금은 아는 이야기. 보통은 투기장에서 패배한 이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지만... 약선의 치료 때문에 다시 도전을 하고, 이전 승부의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로 인해서 생기는 혼란과 역병으로 인해서 생기는 혼란이 같을 바는 되지 못한다.



눈앞의 이 남자는 그저 자신이 약선과 얽혀서 눈에 띄는 것을 더 이상 보기 싫은 것 뿐. 그를 빠르게 눈치챘지만, 침착하게 표정을 유지하면서 말하는 하늬였다.



"이성적인 이 대처에 그렇게 불만이면 이 세상의 시스템대로 대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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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접촉 21.05.07 3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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