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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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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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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3

DUMMY

약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세 가지


첫째는 아눕롤이 너무 심취해 있었다는 것

둘째는 하늬가 금방 도시라는 것을 찾았다는 것

셋째는 힘들여서 도시를 찾은 하늬가 지친 티를 내지 않았다는 것


이 세 가지 다행인 점의 조화 덕분에 아눕롤은 자연스럽게 키잔트헤임에 대한 찬양을 멈출 수 있었다. 명색이 도시인 이상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의 앞에서 키잔트헤임의 찬양을 늘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지금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보다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 시골 촌구석에서 60년 전 투기장의 희미한 정보보다는 지금 당장 열린 투기장의 선명한 정보가 더 신뢰도가 있을 테니 말이다.



시우와 하늬가 아무리 오감이 예민하다고 하더라도 기계인 아눕롤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게 도시의 성문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줄에서 기다리면서 아눕롤이 나지막이 모은 정보를 말했다.



-2차 예선이 끝났다고 하는군요. 마무리 작업은 조금 남았지만요.

"마무리 작업요?"



일단 일행이 아는 정보부터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신의 투기장은 계속해서 도전자들이 계속해서 공급이 되는 구조다. 진짜로 도시라고 부르기 살짝 애매한 끄트머리의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1차 예선이든, 태초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에서 열리는 본선이든, 재능이 있기만 하다면 언제든지 난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먼저 투기장에 들어선 도전자를 위한 제도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투기장에 오래 머물렀으면 머무른 만큼 나중에 도전하는 상대에게 자신이 원한 조건을 어느정도 내밀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세력을 가볍게 구축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2차 예선이 끝났다는 것은 그런 세력의 우두머리가 대충 정해졌다는 뜻이다. 아직 세력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기간은 가볍게 남아있다. 즉, 엄밀하게 말하면 2차 예선이 끝났지는 않았다는 거지만



-그렇다고 도련님이나 하늬양이 뒤집는 건 좀 그렇겠지요?



당연히 그렇겠지. 그건 저번의 무술 대회에서 수수께끼의 호법소녀 안나김-손시훈 폴리모프-의 깽판이나 다를 바가 없는 짓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나김은 좀 아닌 것 같에...."

"그때 아저씨께서 막아주셔서 정말로 다행이었어요."



진짜 하늬의 말대로 남매의 아버지, 손영철이 막아줘서 다행이었다.



아무튼, 지금 난입하는 것은 애매모호한 감이 있다. 원래 목적이 정찰이기도 하고... 굳이 난입을 한다면 태초의 도시에서 난입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물론 그건 태초의 도시에 가기까지는 최대한 미루고 싶다.



-두 분의 심장은 소중하니까요.



비밀 유지를 위한 저주도 상당히 찜찜하니까. 심연의 지식은 그 저주 따위는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이 도시가 아닌 사막에 던져준 이상 그다지 믿을 건 못된다.



그렇게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어느새 성문 앞. 그리고 경비병은 시우와 하늬를 보고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세계인이요?"



일행이 조금 눈에 띄기는 하다. 우선 생긴 모습도 주변의 원주민들하고는 다르고, 복장도 마찬가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바로 이세계인이냐고 묻다니 조금 이상하다.



어제까지 머물렀던 마을에서는 이세계인이냐는 질문을 그다지 받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게 중요합니까?"

"끄음... 그러니까... 잠깐 기다려주시오."



.

.



"이세계 출신이 맞으십니까? 그러니까, 조상이 이세계인이다, 이런 게 아니라, 이세계에서 직접 오신 게 맞는 겁니까?"



진지한 표정과 함께하는 질문. 도대체 그게 왜 중요한 것일까?



"위대한 전사신이 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세계인의 도전은 대리인을 내세우지 말고 직접 상대를 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도 어지간한 규칙은 도전을 받는 이가 정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만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이세계인이 맞군요."



딱히 극도로 부정을 할 필요는 없기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에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



아직 자신의 직위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보아하니 평범한 경비대장 보다도 한층 더 격이 높아보인다. 그에 찔러보듯이 말을 하는 아눕롤이었다.



-이 도시를 지키는 대장이라도 되시나요?

"부대장입니다."

-대장은 투기장에 참가라도 했나 보군요. 이 도시의 시장인지, 성주인지 모를 사람의 보조를 위해서요.



정답인지 아눕롤의 말에 분위기가 살짝 사나워졌다. 반응을 봐서는 자신들이 바로 무시라도 하면서 도전이라도 한 것 같다.



그렇기에 이 반응에 맞서 표정을 찌푸리는 시우와 하늬였다. 살짝 살기가 느껴지는 것이 수틀리면 공격이라도 하겠다는 기세인데...



이 정도는 위기라도 부를 수 없다. 지구의 기준으로 보면 병사들은 D랭크 밑자락의 신체 강화를 간신히 쓰는 수준의 적합자. 부대장은 명색이 직위값을 하는지 간신히 B랭크 쯤 된다지만 그게 끝이다.



까놓고 말해서 병사들과 부대장이 동시에 달려든다고 해도 김송현 수준에서 정리가 가능하다. 겁이 많아서 그렇지 무공과 마나 적합도를 합치면 김송현은 B랭크 최상위권의 헌터와도 맞상대가 가능하니까.



이런 상대니 긴장보다는 불쾌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농담이 아니고 지금의 시우라면 눈을 감고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다. 하늬라고 해도 비슷할거다.



추가적으로 일행이 받고 있는 취급도 상당히 기분 나쁘다. 나름대로 성의가 담긴 대접을 받고 있기는 해도, 현재 위치는 도시 바깥. 처음 부랴부랴 천막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을 정도.



이게 정찰이라서 참아주는 것이지, 만약에 교섭이라면 오히려 강하게 나서면서 참지 않고 뒤집어 엎었어도 뭐라고 할 말이 없는 태도다.



아니, 하늬는 참지 못하겠는지 시우는 주변의 공기가 살짝 굳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나를 강하게 내뿜고 있는 모양이다.



"끄그그긍"

"커헉"



바로 반응이 돌아온다.



부대장의 안색은 살짝 질리고, 병사들 중 몇몇은 더 심각하게 숨이 막히고 끓는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데... 이번에는 시우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게 아닌가. 그에 시우는 잠깐 하늬를 말려야 하나는 생각을 깔끔히 지우며 말했다.



"하늬야. 출력 조금만 더 올릴 수 있겠어?" 병사들이 간신히 죽지는 안지만 저 사람의 목은 충분히 목이 막힐 정도로."

"무, 무슨 소리를!"



당황하는 부대장, 그리고 아눕롤도 살짝 걱정되는 목소리를 꺼낸다.



-괜찮겠사옵니까?

"이미 그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잖아요. 거기다가 보아하니 내가 비적합자니 먼저 쓰러지지 않을까. 그런 눈치가 보이는데요?"



부대장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 것과 하늬의 눈이 조금 바뀐다.



-마력광이군요.

"그 단순히 마나만 많다고 가질 수 없는 것?"

"제 눈. 지금 이상해요?"

"아냐, 예뻐."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보석,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맑고 색이 짙은 붉은색-- 그래, 석류석 같다.



-그래서 눈에 발현되는 마력광을 보석안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진짜 마안과는 달리 특수 능력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기선제압의 효과가 있사옵니다. 어지간히 예의가 없고 성격이 더러운 사람도 두꺼운 목과 떡 벌어진 어깨를 보면 예절이 주입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 시각적인 기선제압 및 예절 주입 효과는 여기서 쓰지 못할 것 같다. 하늬의 눈동자가 바뀌는 것과 함께 부대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간신히 고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그만"

"그만이라. 그만두면? 우리가 대놓고 다 때려 부수면서 도시 안쪽까지 들어가서는 그쪽의 대장님과 시장님인지 성주님에게 도전을 해서는 음..."



협박을 하다가 말을 멈추는 하늬. 본래부터 거친 성격은 아니니, 그다음에 적절한 표현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이 어설픈 부대장에게는 최대한 잔혹한 표현을 위한 고민인 동시에 진짜로 그렇게 할까? 란 고민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어쨌든 예절은 주입된 것 같다. 극진한 사과와 함께 태초의 도시로 가는데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물자들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단순하게 수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화려한 무언가에... 그것을 끌 낙타 비슷 무리한, 윤기가 줄줄 흐르는 동물들에... 두 사람이 먹기에는 넘치는 식료품에...



그-래도, 죽어-도 도시 안쪽에는 들여보낼 수 없다는 기색은 여전하다. 이 모든 것은 도시 바깥에서 이루어졌으니까.



"오빠, 아눕롤"

"응."

-네

"제가 아직 아이라서 화가 안 가라앉거든요? 이성적으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제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줘요"

-뭐,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 투기장의 꼭대기에 있는 것은 저 도시를 다스리는 시장, 혹은 성주의 차남, 아니면 삼남일 것이다. 그럭저럭 능력은 있지만 장남이 있기에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번 투기장은 좋은 기회.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된다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 아래의 새로운 귀족 가문의 시조가 된다는 기대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기회다. 평화롭게 독립을 한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국제 학교에서 세계사 배워본 적 있지?"

"네. 계승권 문제로 인해서 일어난 내전은 한두 개가 아니고, 유럽에서는 나라 사이의 전쟁도 일어났었죠."

"그래. 그런 내전과 외부의 전쟁을 막는다는 점에서 이 투기장은 은근히 괜찮은 제도야."

-문제는 투기장의 궁극적인 목적이 죽은 세계를 되살린다는 것이고, 그러려면 이세계인들을 유혹해서 갈아 넣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말이죠. 아무튼



부대장에게는 이렇게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 실질적으로 2차 예선이 끝났고, 평화적으로 권력 분배가 끝나려고 하는데 이방인이 깽판을 친다?



자신의 목이 날아가는 건 똑같다. 어쩌면 더 나쁠 수도 있는 것이, 엄청나게 강한 이방인에게 죽으면 순식간에 죽겠지만 도시의 처벌을 받으면 사막으로 추방되서는 바짝 말라 비틀어져서 죽을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본격적인 본선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지간한 도시를 가도 비슷한 대접을 받겠지.



굳이 예외가 있다면 권력 분배의 전략을 조금 수정하는 경우가 있겠는데...



"하늬야."

"네."

"어쩌면 몇몇은 그 사이에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해가 돼서 더 싫은데요."



그러면 두 명 이상의 자식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한 자식은 이세계인과 결혼시키고, 다른 자식은 이세계인의 보조를 맡기는 것이다.



설령 이세계인이 잘 나가다가 꼴아박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어차피 장남, 장녀는 아니니까. 되면 좋고, 안 되면 하늘의 뜻이고



분노가 가시고 역겨움을 얼굴에 살짝 드러내는 하늬를 보니 잘 이해한 모양이다.



그렇게 저 도시를 향해서 '만나서 별로 즐겁지도 않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는 준비가 끝났다. 뒤도 돌아볼 마음도 없이 떠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대로는 보내줄 수 없다는 듯이 시우를 붙잡는 부대장이었다.



"잠깐 이야기를 할 게 있다고요?"

"네. 투기장과 관련해서 중요한 일입니다."



시우만 따로 불러내는 것이 살짝 찜찜하다만... 그래야지 제대로 본색을 확인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팔뚝에 장착하고 있는 아눕롤의 분신체도 잠시 하늬에게 맡기고는 부대장을 따라가는 시우.



그렇게 으쓱한 곳으로 가자마자 부대장은 품속에서 푸른 수정을 하나 꺼냈다.



"이세계인. 이게 뭔지 아나? 모르겠지. 네놈은 보아하건데 마나를 하나도 느끼지 못하니까."

"그래서?"

"이건 신의 축복이 담겨있는 수정이다. 투기장에 반드시 설치가 되어있는 물건이지."



마나에 대한 기본적인 간섭을 막는 축복이 담겨 있다고



"...어쩌라는 건데?"

"하긴, 마나를 모르니 상황 파악이 느리군. 이렇다는 거다."



인상을 팍 쓴다.



....



이런 부대장의 모습에 순간적으로 목을 붙잡으면서 숨을 억지로 쉬려는 연기를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시우. 만약에 손시훈이라면 진짜 그런 연기를 제대로 했을지도 모른다.



그 연기에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도구의 힘을 빌려서 마나의 압박을 막는 것은 소용없다고 말하는 순간 박살을 내는 것이다.



이건 너무 악질이니 하지 말자.



그래도 교훈을 새겨줄 필요는 있으니...



소림의 백보신권(百步神拳)을 상대의 얼굴 한 가운데에 날려주는 시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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