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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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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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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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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4

DUMMY

태평하다면 태평한 질문



시우와 하늬가 살짝 태평하게 그런 말을 던진 이유는 스멀스멀 가슴속에 차오르는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둘 다, 남자가 말을 꺼내기까지,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한 사람은 나름대로 강기를 사용하는 무공 사용자. 한 사람은 한 세계에 펼쳐진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생물이다. 그런 둘이 심연의 가호를 받았는데도 남자가 이 방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것을 느끼지 못했다니...



시우와 하늬가 그 사실로 인한 두려움을 억누르는 가운데, 남자가 차분하게 말했다.



"나라고 딱히 전지전능하지는 않아. 지금 내가 자네들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은 몇몇 우연이 맞물린 덕분이지."



이와 함께 시작한 첫 번째 소개는 자신은 의사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갑자기 이 태초의 도시에서 퍼지고 있었던 장티푸스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나. 그렇게 조사를 하던 가운데, 자신은 조사원의 신호를 받고 이렇게 온 것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기자거든.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러던 가운데, 자네들의 대화 속에 섞인 '살모넬라'라는 대화를 듣고는 나를 부른 것이지."

"어...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

"그래. 원래라면 나는 지금쯤 환자를 돌보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말투에서 일단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 시우와 하늬는 침착하게 그 남자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런 소감을 느끼는 것이 스스로에게 창피하다만 나름대로 잘 생겼다. 눈빛이 살짝 죽어있는 것이 흠이기는 하다만, 그조차도 매력으로 느껴진다. 마치 20대 후반의, 아직은 파릇파릇하다고 할만한 매력에 40-50대의 살아있는 노련함의 매력이 뒤섞인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손시훈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히 손시훈은 손시우와 똑같이 생겼고, 그 둘의 얼굴은 충분히 꽤 생겼다고 할만한 모습인데...



이론상으로는 손시훈이 나름대로 시우보다 더 좋은 분위기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을 텐데... 당사자가 그럴 의지가 없다...



아무튼 거기에 이어서 느끼는 점은 미묘한 익숙함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게 이 느낌을 느낀 적이 있다. 그건.... 저번에 중국이 주최한 무술대회에서 손시훈이 연출한 모습이다. 그건 마치, 그러니까



""안나 김?""

"... 그건 누구지?"

"어, 그러니까... 그게..."

"잠깐, 이런 모습이었나?"



말과 함께 가볍게 변신을 하는 남자. 그렇게 변신한 모습은 추운 극지방의 고독한 사냥꾼. 마치 차가운 백색의 안갯속에 숨어든 짐승같은 느낌. 이 또한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기는 해도, 손시훈이 일행에게 보여준 '안나 김'은 아니다.



"그럼 이건?"



다음으로 변신한 모습은 확실히 익숙한 모습.



나름대로 살짝 짧게 정리정돈한 머리, 착실하게 단련이 되어있는 육체. 저게 일행이 아는 호법소녀(護法少女) 안나 김의 모습이다.



시우와 하늬가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반응만으로 알았는지, 남자는 이마에 손을 대면서 머리에 손을 갖다댄다. 당사자도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 상황인 모양이다.



그럼 이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차례



아까 전부터 아눕롤은 쭉- 침묵에 빠져 있었다. 마치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아눕롤, 저 사람 누구죠?"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아눕롤을 대신해서 일행이 있는 별실의 문을 벌컥 열며 목소리가 끼어드는



"저 분은! 키잔트헤임의..."



새하얀 피부와 머리칼, 축 쳐졌지만 충분히 긴 귀, 그리고 새빨간 눈동자까지 충분히 토끼라고 할 수 있는 모습. 그 모습의 소녀를 간단하게 손가락질 하나로 까딱이며 움직임을 멈춘 남자는 자신의 정체를 소개했다.



"약선(藥仙)이라고 하네."



.

.

.



약선(藥仙)



키잔트헤임의 독립에 기여한 사성칠현, 그중에서 제일 위에 선 자라고 했던가.



이에 걸맞는 능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손시훈과 비교를 해 보면 그의 경우에는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도, 오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뭐랄까... 살짝 깨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눕롤의 잘못이 약간 있었다. 그 잘못을 중얼거리면서 지적하는 하늬였다.



"왜 그런 동상을 지어서"

"흠, 동상?"

-약선님과 예옥, 풀 로드, 데시리온의 동상이옵니다. 제가 계약자와 머무르고 있는 곳에 설치했지요.



자랑스럽게 압존법까지 섞어가며 말하는 아눕롤. 돌아오는 약선의 표정은 그런 것 좀 하지 말라는 가벼운 질색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토끼 수인 소녀, 레티야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소녀에게 약선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지 말아주게."

"아니, 약선님은 우리 세계의 구원자라고요! 우리 세계에도 멋진 동상 하나 짓는 게 뭐가 문제죠?"

"굳이? 살아있는 사람의 동상을?"

"약선님인 사람이지만, 동시에 신선(神仙)이니까 괜찮아요!"



신선?



"세세하게 분석하면 지선(地仙)이라는 존재죠. 아무튼 그쪽에게 질문이 있는데, 거기, 키잔트헤임 연방에 소속되어 있는 세계인가요?"

"아니요."

"그래요?"



바로 소녀가 지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음침하고 뒤틀린 미소를 짓는다. 뭔가 비열한 말로 기선 제압을 하려는 기세가 느껴진다.



이를 느끼고 있는 시우와 하늬의 앞에서 레티야는 어색하게 낮게 깐 목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그쪽의 기계는 키잔트헤임의 순례자. 키잔트헤임의 순례자는 일반적인 세계에 간섭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죠. 그쪽은 연방법은 물론이고, 제국법도 어겼네요?"

-흥, 제가 머무르는 지구는 아직 키잔트헤임 연방에는 소속되지 않았지만, 대신 칠현의 예옥님께서 환생하시고, 머무르시는 세계이옵니다.

"응...?"

-그리고 이쪽의 도련님은 예옥님의 쌍둥이 동생, 동시에 예옥님의 영혼 일부를 가지고 있으신 분이시죠. 예옥님은 지구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으니 문제될 건 없지요.



... 사실이지만 으스대는 아눕롤과, 한 방 먹었다는 레티야의 얼굴을 보니 뭔가 창피하다. 그에 살짝 떨리는 시우의 손을 잡아주는 하늬.



그를 두고 이리저리 레티야를 몰아붙이는 아눕롤이었다.



-보아하니 나름대로 약선님을 모시고 있다. 그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신 모양인데, 제가 봤을때는 약선님이 오히려 마음을 써주는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만?

"흐, 흥! 그러는 그쪽은 확실히 모시고 있는 것 맞나요?"

-맞지요. 사성칠현은 마왕 따위는 우습게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위대한 존재. 그런 분들에게 보통 필요한 시종은 자신보다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돌봐줄 사람이지요.



바로 적운흉풍과 블루베리, 시를라 틴 캅생트의 예시를 꺼내는 아눕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아눕롤 또한 시우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키잔트헤임 및 사성칠현에 대한 찬양이 조금 불편하기는 한데,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그것은 정말로 사소한 불편함에 해당된다.



저쪽의 레티야라는 사람이 얼마나 유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해서 아눕롤과 능력으로 비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손시훈을 오랫동안 모셔온 시를라 틴 캅생트도 아눕롤에 대해서는 별 말하지 않고 있으니까.



이것을 시우와 하늬의 표정으로 느꼈는지 레티야라는 소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런 레티야의 옆에서 부드럽게 말하는 약선이었다.



"나는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시를라 틴 캅생트는 시를라 틴 캅생트의 일을. 그리고 순례자의 이름은 뭐지?"

-아눕롤이옵니다.

"아눕롤은 아눕롤의 일을. 그리고 너는 너의 일을 하면 되니까."



이거... 제 3자가 들었을때는 마음만으로 고맙다는 말인데... 당사자는 눈치를 못채고 감격에 가득 찬 표정이다. 이를 두고 시우와 하늬는 눈빛 교환을 빠르게 한 다음 쓴웃음을 짓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만 했다.



이런 일행을 향해서 약선이 질문을 던져왔다.



"하지만, 나도 조금 걱정되는군. 우리 사성칠현은 여러 권리를 포기한 대신, 나름대로의 재량권을 얻었어. 하지만 그것이 막 나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키잔트헤임을 위해서라도 다른 세계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일이지. 예옥이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막 나가는 녀석도 아니긴 한데..."



다시 한 번 더 빠르게 눈빛교환이 오고갔다. 시우와 하늬가 아는 손시훈은 생각은 하지만, 자기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은근히 막 나가는 면이 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쪽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나에게 자세히 알려줄 수 있겠나?"



그거야 그렇게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다.



앞부분은 크게 요약을 하면 그만. 지구가 이런저런 이세계와 연결됐고, 손시훈은 자신의 고향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했으며, 아눕롤은 그러던 도중 우연이 이 지구에 오게 되었다.



뒷부분은 일부분만 생략하고 자세히 이야기하자. 학생들이 무단으로 게이트에 접촉했다는 것만 빼면 된다.



"...가 되었죠. 처음에는 간단하게 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이 세계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유혹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회복을 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조금 더 자세하게 조사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흠."



반응은 한번 고개를 끄덕. 그리고



"딱히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여 레티야. 연방법 기준이든, 제국법 기준으로든"

"치잇..."



사성, 그 중에서도 정점이 말하니 상당히 분하다는 표정을 짓는 토끼 소녀다. 그런 두 사람에게 하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그런데, 키잔트헤임 연방과 제국의 차이가 뭐에요?"

"음?"



가볍게 신음을 흘리는 약선. 그리고 레티야의 눈빛이 다시 의미심장하게 변한다. 그를 향해 하늬는 우선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눕롤이 키잔트헤임 제국을 강조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어요. 지금 보니 그쪽에게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요."

"...아눕롤 양?"

-청각 센서로 확인을 해 본 결과 '키잔트헤임 연방'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더군요. 이쪽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도 전에 그 소문이 퍼져있었고, 그쪽을 자극하려면 '키잔트헤임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고맙군 아눕롤 양. 그만하면 충분한 것 같군."



이렇게 말하는 약선의 옆에서 극도로 침울한 표정을 짓는 레티야다.



그런 그녀를 두고 약선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구 출신이라고 하니 지구의 경우로 설명해주지. 키잔트헤임 제국과 키잔트헤임 연방의 차이가 있다면 영국과 영연방과 비슷한 관계라고 할 수 있겠지."



차이가 있다면 대영제국에서 독립한 국가들로 이루어진 영연방과는 달리, 키잔트헤임 연방은 키잔트헤임 제국으로 편입되기를 원하는 세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키잔트헤임은 강력한 세계야. 어지간한 세계들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지."



이어지는 예시는 사막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푸르게 되살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아눕롤에게도 들은 적이 있는 예시다.



그 외에도 수많은 세계들이 키잔트헤임 제국에 편입되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아무 세계나 편입을 할 수는 없으니 연방과 제국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다.



"가령 연방과 제국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우리 사성칠현에 대한 인식이 있겠지. 가령 이 레티야만 보면 자꾸 나를 신, 혹은 그 비슷한 존재로 바라봐."

"하지만...! 약선님 같은 존재가 신이 아니면 뭐가 신이겠어요? 이런 점에서 선을 미묘하게 긋는 제국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요."

-왜지요? 사람이라고 해서 신보다 아래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사성칠현은 신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이옵니다.



좋다. 어렴풋이 이해가 된 시우와 하늬였다.



"그 외에도 여려 중요한 차이들이 있지. 제국 헌법을 알고 있다면 더 이해가 쉬울거야."

"사성칠현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사성칠현의 일족은 국회의 총리가 될 수 없다."

"일단 그게 제일 중요한 핵심이지. 설명을 길게 할 필요는 없겠군. 예옥 녀석이 할 말은 다 한 모양이네. 그렇다면"



이렇게 접촉한 것도 인연이니 서로를 돕지 않겠냐고 제안하는 약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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