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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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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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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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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5

DUMMY

고운 10대 소녀의 얼굴. 거기에 작은 상처가 조금 추가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미리 강조하는 데 정말로 작은 상처다. 일상생활에서도 어쩌다가 보면 생길 수 있는 상처. 왜, 가볍게 손톱으로 활퀴어진다던지, 넘어져서 생기는 그런 상처들 있지 않은가.



여기서 앞에 '조금' '추가'라고 표현된 이유를 말하겠다.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뺨에 하나, 코에 하나.



그래도 못 볼 정도는 아니다. 얼굴에 작은 일회용 반창고가 두 개 붙은 수준의 상처니까. 위치는 코에 하나, 뺨에 하나로 보호자가 걱정된다- 수준의 걱정으로 그칠 정도



절대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투기장에 함부로 들이설 모습은 아닌 것이다. 투기장의 내부는 물론이고, 관객석에 있어도 꼬마 아가씨에게 이런 곳은 좀 아니다, 하면서 내보낼만한 모습.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트롤 전사, 크룰'존은 긴장감을 숨길 수 없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자신이 상대하게 될 소녀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니까.



폭풍을 흩트리는 자



그 이명에 걸맞게 손짓을 휘두르는 것 만으로 폭풍을 만들거나 흩트릴 수 있으며, 그런 팔이 날개로 변하면 날이 차갑게 서 있는 무기들도 나무를 잘라내듯이 쓱싹하고 잘라낸다.



트롤 특유의 엄청난 생명력도 눈앞의 소녀에게는 그저 부질없는 저항일 뿐



하지만 그런 소녀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무적은 아니다. 얼굴에 상처가 아무튼 두 개나 나지 않았는가. 아무리 땅으로 강림한 폭풍의 화신이니, 대정령의 딸이니 같은 이야기가 흘러도 피를 흘리는 존재다.



그런 존재에게 자신 또한 작은 상처라도 입히면 영광이 아닐까. 그런 자세를 마주 보는 하늬는 한숨을 내쉬었다.



흑마법사거나, 정말로 특별한 존재가 아닌 이상 다들 목숨은 하나일 텐데, 왜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걸까. 하늬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하늬는 어느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 가벼운 손짓을 휘둘렀다.



이 작은 손짓만으로도 순식간에 거대한 강풍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어설픈 이는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처럼 그 바람에 순식간에 휩쓸려서 날아가버린다.



그것만으로는 죽지 않지만, 이곳은 투기장. 장외만으로도 어지간한 승부는 충분히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은 그 가벼운 상대가 아니라는 듯이 창을 땅에 꽂고 한 번 버티는 트롤 전사 크룰'존. 그에 하늬가 한 번 더 크게 손부채를 휘두르면서 더 큰 바람을 날려 보낸다.



그 바람에 발이 살짝 뜨는 것을 보면서 이번 싸움은 이렇게 금세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하늬. 그런 그녀의 눈에 트롤의 발을 감싸고 있던 신발이 터지는 것이 들어온다.



이렇게 터진 신발에서 드러나는 것은 일반적인 형태하고는 상당히 다른 발. 3개의 발가락이 균형 잡게 뻗어있는 모습이, 들짐승의 것이라기보다는 날짐승의 것에 가깝다.



그 발과 그 발의 발톱을 바닥에 박아 넣어서 몸을 고정시키는 트롤. 평범한 발이라면 조금 질질 끌려가다가 날아가는 것으로 부질없는 저항이 끝나겠지만 저런 형태의 발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다리를 어지간한 강풍에도 고정시킬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차분차분하게 왼다리, 창, 오른다리를 번갈아가면서 땅에 뽑았다 꽂았다를 반복하며 접근한다. 그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하늬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 싸움을 지켜보던 관객들은 이리저리 소리들을 내뱉고 있었다.



하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트롤에게 쏟아지는 야유.



땅에 앉은 날벌레들은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면 날아가지 않고 오히려 더 버틴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 사실을 아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지금 창과 발로 억지로 버티고 있는 저 모습이 날벌레를 조금 연상시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적도 아닌 사람에게 그런 비난이 뭔가.



이런 불편함에 더해서 하늬에게 쏟아지는 함성들은 그녀의 마음을 한층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조금 구체적인 '주먹으로 때려버려.'라는 말. 이 또한 사람에게 벌레 같다는 것 말만큼은 아니어도 영 할 말이 아니다. 아무리 손짓만으로 무서운 돌풍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겉모습은 가녀린 소녀니까.



덩치 차이가 못해도 8배 정도는 차이나는데, 꽉 쥐어진 소녀의 주먹이 트롤의 몸에 무슨 상처를 낼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 함성은 무언가를 보고 기대에 찬 함성이다. 전에 얻었던 자극을 다시, 더 크게 느껴보고자 하는 욕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간파한 시우는 여러모로 쓴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시우의 팔에 차인 아눕롤이 혀 차는 소리를 냈다.



-참 미개하군요. 빵과 서커스의 단점이 이런 것이지요. 한번 마음에 든 자극이 있다면 더 크게 느껴야 한다는 것.

"부정할 수가 없네요..."



시우가 쓴 소림의 백보신권.



그건 이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마법하고는 다른, 신선한 공격이었다. 시우가 주먹을 내지르고, 신관들이 맞기 전까지의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지만, 그 시간차가 진짜로 주먹으로 때리는 타격감을 선사한 것이다.



마법하고는 다른, 생동감이 넘치는 원거리 공격.



지금 관중들은 그것을 하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실현하는 것은 하늬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일이다. 심연의 가호로 사람이 되고, 나름대로 무공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말이다. 백보신권을 하려면 내공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그를 뒷받침할 내공량이 있어야 하는데, 내공에 대한 이해야 심연의 지식으로 보충을 한다고 해도 내공량이 못 따라준다.



하지만 단순히 겉모습으로 재현을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연출을 한다고만 마음먹는다면 시우는 물론이고 그 손시훈보다도 더 생생한 타격감을 구현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무공 사용자라고 하더라도 거리가 멀면 멀어질수록 백보신권의 충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방출된 내공이 허공을 나아가면서 흩어지고, 공기의 저항을 받게 되는 건 단순한 무공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하늬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충격력을 그대로 말끔하게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으리라. 그녀의 능력은 정확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이니까.



당연히 시우의 것보다 더 깔끔한 타격이 들어가는 것과 함께 더 끔찍한 결과가 나오겠지.



지금 저 트롤의 독특한 발이 꽉 쥐고 있는 바닥까지 통째로 뽑아서 날려버리면 그나마 다행. 하지만 더 깔끔한 타격은 높은 확률로 트롤의 다리를 부러트리면서 날려 보낼 것이다.



상당수의 관객들은 그것을 원했고, 하늬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상태로 앞으로 달려 나간다.



"무, 무슨?"



이 모습에 가장 당황하는 사람은 하늬의 정면에 서 있는 트롤 전사 크룰'존. 하긴, 자신보다 한참은 작은 어린 여자아이가 압축된 분노와 함께 자신을 향해 달려온다면 무섭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전사는 전사인지 재빨리 자세를 살짝 바꾸는 트롤이었다. 상대는 폭풍을 흩트리는 자로 불리기도 하지만, 강철의 날개로 불리기도 하는 존재니까.



이 생각과 함께 무겁게 내지르는 창대가 하늬의 팔과 부딪히면서 기괴한 소리를 냈다. 마치 강철로 된 철판에 딱딱하게 잘 마른 목봉이 세게 부딪히는 느낌의 텅 거리는 소리.



만약에 트롤이 빠르게 창을 휘둘렀다면 튕겨져나왔음을 알려주는 소리기도 하다. 그러나 빠르게 대신 무겁게 창을 휘둘렀기에 창은 강철보다도 단단한 날개에 쳐밀리는 대신 서로 맞대면서 힘겨루기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하늬와 트롤 전사의 발밑에 금이 쩌저적 가기 시작했다.



발밑에 난 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절대로 어린 소녀와 덩치가 큰 트롤의 싸움이 아닌, 둘 다 묵직한 갑옷을 입은 전사간의 힘싸움같다.



거기서 하늬의 발밑에 퍼져나가는 금이 한층 더 커졌다. 그를 보며 시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체급 차이에서 힘은 극복이 가능해도 무게는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



정말로 극단적인 예시로 간다면 강철 100kg으로 만들어진 벽이 솜 1t으로 만들어진 벽보다 훨씬 더 튼튼할거다. 그래도 무게는 무게. 이건 물리적인 법칙이라서 극복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본인의 입, 정확히는 스피커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해놓고는 불평을 꺼내는 아눕롤이다.



-거 참, 이왕 투기장을 만들거면 똑바로 만들 것이지.

"장인신이라면 모를까, 전쟁신도 아니고 그냥 똑똑한 투신인데 어쩔 수 없죠."

-그렇긴 해도 나름대로 이세계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 전부가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한 양분이 된 것도 아닌데, 몇몇 기술을 못 받을 정도라면 그건 좀...



이렇게 싸움과는 한층 떨어진 갑론을박을 나누는 시우와 아눕롤. 거기서 별 다른 걱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두 사람의 분위기 답게, 진짜로 자신은 걱정할 것이 없다는 듯이 바로 대처를 하는 하늬다.



우선은 뼈를 잡기 위해서 살짝의 살을 내주는 하늬. 한 걸음 더 파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힘싸움을 그만둘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창대를 막고 있는 팔을 내리자 트롤 전사의 창대가 그대로 하늬의 어께를 내리쳤다.



그에 표정이 약간 움찔거리는 하늬다. 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표정은 아니다. 약간 욱씬거린다는 정도의 불쾌함 뿐. 하긴 날개도 강철이라면, 당연히 그 날개와 몸을 연결하는 어께도 강철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살을 내줬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타격을 받고는 한 걸음 나아간 하늬의 발끝이 변했다.



좀 전에 신발이 터지면서 드러난 트롤의 발과는 다른 세련된 느낌. 그 느낌대로 변한 거대한 매의 양 다리가 하나씩 트롤의 양 다리를 꽉 움켜쥔다.



"끝났네요."

-그러게요.



크호콘펠은 원래부터 자신보다, 그리고 인간의 기준에서도 커다랗다고 할만한 생명체들을 사냥하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생명체다. 시우와 아눕롤의 말대로 저렇게 접근해서는 발톱으로 꽉 움켜쥔 시점에서 이미 사냥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다른 세상 사람이라 모르고 자연스럽게 저항하는 트롤 전사. 거대한 손으로 하늬의 몸을 단숨에 움켜잡고 어떻게든 떼내려는 것이 아직까지는 작은 잡새를 떼내려는 것 같다.



이런 상대에게 자신은 잡세가 아니라는 듯이 양 팔까지 거대한 매의 형태로 바꿔서는 날개짓을 한다. 그러자 뿌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트롤의 발이 붙들어둔 바닥과 함께 통째로 뽑혔다.



"으윽!"



평범했던 바닥이라면 모를까, 앞선 힘싸움에 금이 잔뜩간 바닥이다. 갑작스럽게 위로 뽑히는 힘을 버틸 수 있을리가 없잖은가.



덩치는 8배 정도 트롤 전사가 더 크다만, 힘 차이가 워낙 나니 별 수 없다. 모래 폭풍에 높게 솟구쳐오르는 낙타처럼 하늘로 끌려갈 수밖에.



그 모습에 관객들은 나름대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처음 기대한 시우의 백보신권과도 같은 타격은 아니었다만, 지금 하늬가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 또한 상당히 자극적이니까.



얼굴과 몸은 귀여운 소녀다만, 팔과 다리는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염소를 낚아채는 성난 매나 독수리의 기세. 그것이 하나로 연결된 기묘한 조화는 확실히 눈을 뗄 수 없는 모습이다.



여기서 생동감을 한층 더 살려주는 것은 버둥거리고 있는 트롤 전사의 모습. 살짝 늦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잡새라고는 부를 수 없는 수준인 것을 아는 것인지, 뒤늦게 하늬를 때리고자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조차도 눈 깜짝하지 않고 하늬의 팔에 막힌다. 애당초 트롤이 휘두르는 창대도 버티는 몸인데, 트롤의 맨주먹이 통하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



거기다가 바람의 흐름을 제어하는 능력 덕분에 날개짓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떠오르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이 구도가 끝나는 것은 오로지 하늬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게 높이 떠오른 상태에서 상대방의 양 다리를 꽉 쥐고 있는 발톱을 푸는 하늬. 그리고 그녀는 깔끔하게 자신의 다리를 사람의 다리로 되돌려서는 크게 휘둘렀다.



-소림-무상각(無上脚)



이 마무리 공격에 깔끔하게 장외로 나가떨어지는 트롤 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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