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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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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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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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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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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DUMMY

시아가 고른 것 중 가장 인상적인 장비는 강화 외골격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버려진 폐허는 휠체어에 앉아서 갈만한 공간을 아닐 것이니 이런 장비라도 필요할 거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들어갈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도 있었다.


릭이 보기에도 적절해 보였다. 이전처럼 완전히 후방에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걸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하는 건 좋은 판단이었다.


추가적으로 팀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면 둘이서 일을 해결해야 할 거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동료를 데리고 싸우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킬킬킬킬. 드디어 일어설 생각을 하게 됐느냐?”


“네.”


“환영한단다. 네가 예전 모습으로 어서 돌아와 줬으면 하는 구나.”


디니키는 깔깔 웃으며 좋아했다. 시아의 회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단지 그 관심이 하급종족에 불과한 인간인 시아에게 있어서 좋은 방향일지 나쁜 방향일지는 알 수 없었다.


경우의 수를 따져본다면 시아에게 좋은 결과가 되긴 어려웠다. 상위 존재의 관심이란 하위 존재에게는 불행하게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재수가 좋으면 애완동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보통 그런 애완용 인간은 따로 생산되기 마련이었다.


빈민가의 시궁쥐를 향해 보이는 종류의 관심과는 다른 것이다.


그 외에 시아는 추가로 하나 더 주문했다. 하나는 통신중계기였다. 차에 실어서 사용할 것이라고 시아는 말했다. 무전을 암호 처리해서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할 거라는 듯 했다.

그것도 있지만 이런 마법적인 힘이 강한 공간에서는 네트워크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통신중계기는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강한 신호를 발산해 영계의 영향이 큰 장소, 마법적인 힘이 강한 장소에서도 통신기능을 원활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릭은 여기서 새로운 집에서 쓸 수 있는 가구를 샀다. 옷장이나 고급 텐트, 취사 도구 같은 것을 살 생각이었다.


“그런 건 공용자금에서 사는 게 좋지 않아?”


시아가 그렇게 말했지만 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돈은 쌓여 있었고, 어느 정도 투자는 할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시아가 잡다한 곳에 돈을 쓰지 않고 장비라도 좋은 성능이 되는 쪽이 릭에겐 편했다.


“자비롭구나. 어차피 자신의 돈이란 느낌이 안 들어서지?”


“뭐, 그렇지.”


다니키는 릭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릭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제부터 또 일하면서 벌어들일 돈을 생각하면 이 정도 투자는 별 것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장비들도 최신식까진 아니라서 그렇지 상위에 속한 장비들이었다. 한 동안 장비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저 요새 안에 들어간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는 한은 업그레이드는 전혀 필요 없었다. 아마 한다면 수리를 맡긴다거나 예비용 장비를 구입하는 것 정도였다.


일단 수리 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릭은 마모가 심한 부품을 들을 예비용으로 주문했다. 특히 중요한 부품은 주각들이었다.

마법문자가 각인된 부품들로 조합에 따라서 효과가 달라지거나 마법을 발현 시켰을 때 결과가 달라졌다.


이 주각들은 아무래도 마력의 직접적인 통로가 되기 때문에 마모가 심한 편이었다.

영원한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고 관리가 안 되면 스러지는 법이었다.


“내일 까지 배달해 주겠어. 기대하도록.”


다니키는 자신 있게 말했다.

식사는 생각 이상으로 맛이었다. 쉽게 입에 못 댈 것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맛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워낙 맛이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 릭도 시아도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말았다.


“잘 먹는 걸 보니 기분이 좋구나. 다음에 또 이럴 기회를 만들어 보도록 하지. 물론 너희들이 나를 만족시킬 만큼 훌륭히 활동할 때의 이야기지만. 킬킬킬킬.”


식사를 마치고 릭과 시아는 유령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니키의 저택에서 나왔다. 이번에도 안을 들여다보자 아무 것도 없었다.

약속장소도 매번 바뀌는 것을 보면 문을 통해서 다니키의 방으로 공간이동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상당히 강력한 마법이었다. 준비도 제법 필요하고 자원도 많이들 것이다.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할 터였다.

이러니 빈민가의 조직들은 영원히 쫓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강력한 마법을 추격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마법사가 있을 리 없었다.


강한 마법일수록 추적하기 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강한 마법을 다루는 마법사는 격이 높은 마법사이고, 그런 마법사들은 마법의 흔적을 숨기는 일에도 능했다. 흔적 따윈 남기지 않고 마력이 새는 경우도 드물었다.


흔적이 남는 건 결국 허접한 마법사가 제대로 마력을 다루지 못한 결과였다.

다니키같은 마법생물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받은 지도가 굉장히 상세해. 적어도 지형에 관해서는 문제없어. 문제는 얼마나 개조되었냐는 거지. 신전이 세워지고 시간이 제법 흘렀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어. 애초에 이 신전자체가 이계에서 통째로 신과 함께 넘어온 모양이고.”


시아는 가볍게 말했지만 내용은 별로 가볍지 않았다.

신이 실존하던 신전이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마법적인 상징은 충분했다. 영맥이 흐르지 않는 장소하고 해도 영맥이 겹치는 요점 수준으로 이계화가 진행되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어쩌면 마력을 바탕으로 삼은 마법생물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법생물은 지전인 존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본능으로 마력을 다루는 짐승들도 있었다.


그런 마법생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바 없었다. 모든 이계의 존재들이 이 세계의 개념을 뒤집어쓰고 전이해오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거나 제대로 된 육체를 뒤집어쓰지 못하고 나타난 것들도 있었다.


특히 기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것들을 흉물이라고 불렀다. 제대로 된 육체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능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이계의 형태를 유지하는데 성공한 존재들은 이해 불가능한 재해로 남았다.


사고부터 시작해서 존재방식 자체가 이 세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접촉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놈들이었다.


길드연합도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며, 출입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았다. 주요 차원균열들에는 클론오크 군대가 주둔하며 끝나지 않을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소소한 차원균열들로부터 나타나는 놈들까지 모두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차원균열들의 수는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이 세계가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 세계에 처음 진입한 이계의 존재들이 벌인 전쟁에 의해 파괴된 자연이 부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미 생태계는 박살났고, 이계침식으로 인해 기이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이서 하는 건 역시 어렵겠지?”


시아가 물어왔다. 릭은 고개를 끄덕여 줬다.

릭은 이 빈민가에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실력자이기는 하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무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도 허무하게 죽을 수 있었다.


사람이 죽을 때가 오면 아무리 방심하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도 죽기 마련이었다.

모든 것에 대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빈틈은 생기는 법이었고, 어떤 방식으로 죽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변수를 줄이는 방법이 바로 수를 늘리는 거였다. 각 방면을 분담해주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 수록 생존에 유리해지는 법이었다.


“어렵겠지. 나도 무적은 아니야.”


“응, 그렇겠지. 하지만 후보가······. 적어도 당신에게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이 빈민가에서는 드물거든.”


“꼭 나와 맞출 수 있을 필요는 없어. 어차피 시전에 있는 놈은 미지수일 테고. 구할 수 있는 가장 쓸 만한 녀석이 좋겠지. 인성과 실력 모두 고려해서.”


“보통은 인성이 좋은 녀석은 일찍 죽으니까 실력이 좋은 녀석이 드문데.”


“그건 어쩔 수 없겠지. 다니키에게 물어봐도 괜찮지 않았나?”


“어떨까? 하지만 너무 그녀에게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아 보여. 인맥을 넓혀둘 필요도 있긴 해. 만약 다니키가 우리에게 흥미가 떨어지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것도 그랬다.

다니키에게 의존하면 쉽긴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다니키에게만 의존해도 제대로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모든 일을 다니키를 통해서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다니키가 주는 일은 그만큼 맛있겠지만, 그 만큼 난이도가 높은 일일 것임이 분명했다. 취급하는 장비들도 싼 것이 없고 말이다.


자그마치 30만짜리 일이었다.

클론오크를 상대하는 것과 비슷한 난이도일 가능성이 높았다.


솔직히 완전무장한 지금에서도 클론오크와 싸우라고 하면 피하고 싶었다.

그때 장비 없이 이긴 건 상대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지금도 장비의 차이가 나는 만큼 유리해지겠지만, 진지한 클론오크들의 탁월한 전투 감각이 어떤 식으로 적용될지 미지수였다.


애초에 릭을 말살하겠다는 각오로 왔다면 릭이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릭에게서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릭을 생포하려고 해서 전력을 다하지 못했고, 마지막에는 어디까지나 권경을 겨루는 격투였기 때문에 수단이 한정된 싸움이었다.


다행이 격투에 있어서 릭의 소양이 더 우수했던 덕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언제 릭이 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은 아슬아슬하게 사선을 넘어왔다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그보다 네가 걱정되는데. 그 다리로 할 수 있겠어?”


“못하면 죽기밖에 더하겠어?”


시아는 그렇게 말했다.


“기회는 그리 자주 잡을 수 없어. 그리고 다니키는 최고의 브로커야. 일, 장비, 인력. 모든 면에서 질이 빼어나지. 그녀의 눈에 든 것 자체가 위로 올라갈 기회야. 가난하고 손절할 기회지. 그녀만큼 돈을 지불하는 중개인은 없어. 아마 수수료도 때지 않고 있을 걸. 사실상 취미로 일하는 셈이지.”


“가능성은 있군.”


다니키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도시 내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을 것임에 분명했다. 그 정도의 저력을 느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디로 갈 건데?”


“처음 만나보는 사람과 이야기해 봐야지. 이 빈민가에도 나름 유명한 브로커들이 있어. 친분까지는 아니지만 이름을 아는 사람들도 있고. 넷워커들의 모임에서 중개를 받을 수도 있겠지. 친한 애들이 좀 있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릭의 입장에서는 넷에서 만나는 인간들을 믿기는 어려웠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들인 것이다.

물론 인터넷에서 모인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현실에서 만나고 하는 일이 그가 살던 세계에서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쁜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이 세계는 도덕적 수준이 떨어지는 세상이었다. 살기 힘든 만큼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녀석들이 흔한 것이다.

범죄가 흔한 이유도 그런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약육강식.

사회적 질서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뒤편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이 이 세계였다.

약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꾀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선 다른 브로커부터 만나 볼 생각인데. 같이 갈 거지?”


“그래. 어떤 녀석을 고용할지 내 눈을 직접 봐둬야지.”


“그럼 바로 가자. 시간은 금이야. 서둘러서 나쁠 건 없어.”


시아로부터 지금부터 만날 브로커에 대한 정보를 건네받았다. 그의 이름은 월터이며, 난쟁이였다. 기형으로 태어나는 난쟁이가 아니라 드워프나 놈이라고 불리는 종족에 속하는 친구였다.


양쪽 눈이 의안이고, 전신을 방호주문이 걸린 장갑복을 입고 있는 편집증적인 인물로, 이 근방에서 나름 이름이 있는 브로커인 듯 했다.


“수준으로는 어때 그와 같이 일하는 놈들은 어떤 느낌이지?”


“실력은 있어. 몇 번 붙어 봤는데. 이쪽이 이길 수 없었어. 격퇴 당했지. 네가 낙하산으로 들어오기 전에 있던 친구는 그때 죽었고.”


“팀이라면 그 놈들과 같이 일하지는 못하겠군.”


“그렇지. 하지만 비슷한 녀석들도 있을 거야. 어딜가나 실력은 있지만 팀과 어울리지 못하는 늑대 같은 놈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가봐야 알겠군.”


릭은 한숨을 쉬었다. 가능하면 괜찮은 녀석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작가의말

마법생물들에게 있어서 요새 내의 인간은 가축.

빈민가의 인간은 야생동물.

대충 이런 취급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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