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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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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작품등록일 :
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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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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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4

DUMMY

갑자기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을 때 시아는 위기를 실감했다.


지금 내부에 잠입한 릭에게 알릴 틈도 없었다.

침입은 순식간이었고, 시아는 할 수 있는 일이 탈출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AI의 추적은 빨랐다.

그제야 시아는 지금 공격해오고 있는 AI가 질리온의 특제 AI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승산은 없었다.

처음부터 AI의 공격을 예상하고 방어에 모든 준비를 맞춰뒀다고 해도 승산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기습까지 당한 상태로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실패. 대응 프로그램을 사용해봤지만 모두 파훼당하고 시아는 당할 뻔 했다.

그 때 부츠캣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다.


“간신히 탈출했어. 부츠캣이 도와준 덕이야. 그 다음 곧바로 탈출하기 위해 정보차원으로 잠수했는데. 드래곤을 목격했어.”


시아는 자신의 상황을 그렇게 설명했다.

부츠캣의 도움으로 정보차원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이걸로 AI의 추적은 피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정보차원에서 강대한 존재가 릭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그때 날 도와준 사람이 너였군.”


“그래.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정보차원에서도 내가 만든 프로그램들은 잘 작동하더라. 그쪽은 이쪽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으니까.”


즉, 갈프라이던은 시아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였다.

질리온의 고성능 AI를 밀어 보냈으니, 시아는 네트워크에서 도와줄 수 없다. 그리고 아르나에게도 자객을 보내뒀으니 도와줄 수 없다.


릭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황이니 주변에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시아가 탈출에 성공해 허를 찌른 것이다.


덕분에 릭은 탈출할 수 있었지만, 시아는 갈프라이던이 폭발할 때 충격파에 휘말렸고, 강제로 정보차원에서 추방당했다.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부츠캣은 어떻게 됐어?”


“연락이 전혀 안 돼. 아마 당했겠지.”


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부츠캣을 잃은 건 손해가 너무 컸다.

물론 죽었다는 보장은 없다.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어떻게든 도망쳤지만 빈사상태일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릭이 도와주러 가지 않으면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일단 이 상황을 공유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꽤 중요한 일이었다.

부츠캣도 중요하지만 동료들도 중요했다. 지금 문제는 빨리 공유하고 정리한 후 방침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인 것이다.


그 다음은 아르나였다.


“나는 갑자기 습격자들이 들이닥쳐서. 진입할 시점에서 눈치 챌 수 있어서 대응은 했지만 좀 위험하긴 했지.”


“그리고 나는 드래곤을 만났고. 갈프라이던에 대해서 아는 게 있어?”


릭은 아르나에게 물었다.


“그리 알진 못하는데. 일단 유명인물이기는 해. 현재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자니까. 하지만 드래곤이 정보차원에 진입하기 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의 몸에 시연하던 중 영혼이 증발해버렸지.”


그리고 그 시체는 아직도 깔끔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몸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원래의 몸이 있다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일 터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몇 가지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첫째. 외부적인 요인으로 그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둘째. 사실 몸은 멀쩡하게 보관되어 있지 않다.

셋째. 정보차원에 적응한 육체는 원래 육체로 돌아갈 수 없다.


“이들 중에서 세 번째 경우가 아닌가하고 생각하는데.”


“맞을 거야.” 아르나도 동의했다. “드래곤은 타고난 마법 종족이기 때문에 정보차원과 반발하지. 네트워크에서 만난 갈프라이던의 정체가 본인이건 카피된 인격이건 원래 몸으로 돌아갈 엄두도 못내는 건 당연해.”


그렇기 때문에 릭을 만들었다.

물론 갈프라이던만 참여한 것은 아니다. 그를 지켜보는 자들이 여럿 있다고 아르나가 느꼈기 때문이다.


다만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을 가라기 위한 수단을 구비해두고 있을 것이고, 한 때 반신이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일개 필멸자로 떨어진 아르나로서는 추적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할 수 있을 거야.”


아르나는 싱긋 웃었다.

그 표정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볼 만한다는 의미가 담긴 표정이었다.

암살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아르나의 상대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괜찮은 건가? 드래곤을 적으로 둔 셈이 되는데.”


릭이 자신에게 닥쳐온 위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줬지만 아르나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말했다.


“그럴까? 이번 행동이 단독행동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너를 만들었다는 갈프라이던은 그 육체를 요구했어. 어째서일까?

쉽게 생각해보면 정보차원에서 적응할 수 있는 육체를 요구했다고 할 수 있겠지?

안 그래?”


“그렇겠지.”


릭도 동의했다. 갈프라이던이 릭의 육체를 원한다면 그런 이유 외에 다른 이유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갈프라이던 외에 릭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릭의 육체는 갈프라이던이 혼자 차지하게 둔다면 그들에게는 손해겠지. 드래곤이나 반신에 준하는 존재들 여럿이 릭을 만드는 데 손을 썼다면 절대 갈프라이던이 결실을 혼자 손에 독차지하게 두지 않을 거야.

그들이 갈프라이던의 추종자라면 모르지만, 그 경우에는 정보차원에 접속할 수 있는 인간형 마법사를 만들지는 않겠지. 갈프라이던을 위한 욕의 육신을 만들려고 하지 않겠어?”


“그러네, 나라도 그럴 거야. 나에게 익숙한 몸이 좋지 어색한 몸은 싫을 테니까.”


시아도 동감하는 바가 있는 듯 했다.

릭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갈프라이던이 자신의 육체를 만들려고 한다면 굳이 인간의 형태로 만들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자신이 사용하기 좋은 드래곤의 몸을 만들었을 것이다.


즉, 릭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는 갈프라이던과 대등한 위치의 협력자들이 존재해서 그들의 입김이 들어간 결과라고 보는 편이 나았다.


‘즉, 나를 전이 시킨 놈들은 갈프라이던과 다른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로군.’


물론 그래도 갈프라이던의 추종자들이 릭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예산적인 문제로 드래곤 몸뚱이를 못 만들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나는 이미 현실의 육체를 잃은 갈프라이던이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인간의 육체를 만드는 일과 드래곤의 육체를 만드는 일은 분명히 엄청난 난이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를 정보차원에 직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든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육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전부 강력한 마법 생물들이며, 마법 생물들은 정보차원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릭과 같은 육체를 만들 수 있으려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서 연구를 거듭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그걸 고작 갈프라이던이 생전 가지고 있던 세력만으로 충당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협력자들을 찾아내면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갈프라이던도 한 동안은 움직이기 어려울 거고, 우리도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겠지.”


“질리온의 AI가 공격해온 일은? 우리에 대해서 알아냈을 텐데.”


릭은 그렇게 여유롭게 생각할 수 없었다. 아직 불안 요인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아가 나섰다.


“우리의 위치까지 안 건 아닐 거라고 봐.”


“어째서?”


“알았다면 직접 우리 아지트를 공격했겠지. 애초에 포르네오 패밀리를 이용해서 끌어들인다는 일을 하지 않을 걸.

만약 우리의 위치를 알고 그런 거라면 더 승산이 생기는 셈이라고 봐야 해.

질리온의 경우는 일단 상황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도망칠 수단도 강구해뒀잖아.”


“그러긴 했지. 그런데 넌 정말 괜찮은 거야?”


릭으로서는 시아가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상대는 드래곤이다. 보통 맞서려고 드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뭐, 도망가는 쪽이 보통이겠지. 나도 그건 알아. 하지만 말이야. 후-. 널 두고 도망갈 순 없잖아. 이제 와서. 우리는 한 배를 탄 몸이야. 어떤 식으로든. 내가 널 떠난 때가 온다면 네가 바람피우는 순간이 아닐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미리 말해 두지.”


하렘이나 그런 것을 동경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픽션은 픽션이고 현실은 현실인 법이었다. 적어도 릭은 먼저 그런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고마워. 네가 남아 준다면 나도 용기가 생기니까.”


“그래야지. 아무튼 나는 떠날 생각은 없어. 아르나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일단은 여기 있을 거야. 사실 지루한 유배생활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즐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아르나는 호전적으로 웃었다.

그녀는 이 위기 상황 자체가 매우 즐거운 듯 했다. 앳된 얼굴이 흉흉한 미소로 일그러졌다.


“너를 고른 다니키를 치하해야겠어. 저 안에 있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즐겁군.”


거기에 대해서 릭과 시아가 할 말은 없었다.

어떤 의도건 지금 강한 아군은 환영이었다. 일단 갈프라이던은 이미 현실에서 육신을 잃었지만 영향력을 완전히 읽은 건 아니었다.


아르나가 말하길, 그가 데려온 습격자들은 그렇게 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몇 분 동안 묶어 놓기에는 충분한 실력자들이었다고 했다.

그 정도의 인력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은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정보차원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다는 건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어떤 식이건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는 입장의 사람이라면 갈프라이던에게 포섭되거나 지배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좋아. 둘 다 남아준다면 나는 우선 갈프라이던을 추적할 방법부터 생각해봤으면 해. 아마 그걸로 끝장나지는 않았을 거야. 감이지만 마무리를 지었다는 느낌이 없었거든.”


“하지만 부상은 치명적이겠지.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단순히 추적으로 허비하기 보다는 전력 증강을 노려보는 쪽을 추천해.

아마 갈프라이던은 곧바로 움직일 수 없을 거야.

그런 류의 에너지 생명체들은 육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손상에 취약하거든.

육체가 있는 것처럼 잘 먹고, 잘 쉰다고 상처가 낫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굳이 함정을 쳤다는 점을 보면 순수하게 능력을 겨뤘을 때 팽팽할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고 할 수 있어. 아마 네가 충분한 기량을 갈고 닦으면 싸워볼만할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바가 하나 더 있는데.”


“갈프라이던이 우리를 마음대로 감시할 수 없다는 거지?”


릭의 말에 아르나는 박수를 쳤다.


“그래, 놈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야. 어쩌면 드래곤이던 시절에 비하면 위상이 많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르지.”


“놈이 회복 될 때까지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군.”


“바로 그거지.”


“그래도 말이야.” 시아가 끼어들었다. “월터하고 연락해보자. 확실히 함정이라는 것이 드러났으니까 그도 의뢰인을 숨기지 않을 걸.”


“입막음 될 가능성은?”


“있어. 그러니까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입막음 당했을 경우에는 그 나름 놈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그리고 거기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장기적으로 봐도 월터같이 나름 능력 있는 브로커를 잃는 건 뼈아파. 그에게 빚을 지워두는 것도 나쁠 것 없어.”


확실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찾아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상대보다 빠르게 말이다.

입막음 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일이 실패한 지금이야말로 당할만한 때였다.

추적을 당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월터가 네트워크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뭔가 기록을 남겨뒀을 수도 있으니, 좋아. 우선 월터와 만나보도록 하자.”


릭은 그렇게 방침을 정했다.

어차피 운전은 시아에게 맡기면 될 테니 부츠캣은 차가 이동하는 동안 찾아봐도 될 것이다.

부디 무시하길 바라지만 상황을 보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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